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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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주인 놈아아! 조용히 해야 한다면서 소리는 왜 지르냐! 뀨우!”
햄찌는 지크가 비명을 지르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따졌다.
“야 이!”
지크가 대답했다.
“뭔 광산 지하에 드래곤이 있어!”
“뀨, 뀨우?!”
“저 밑에 드래곤이 잠들어 있는 거 같은데?”
“뀨우? 드래곤이 왜 여기 잠들어 있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
그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알림 : 긴급 타임어택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알림 : 퀘스트가 강제로 수락되었습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잠자는 드래곤의 코털은 건드리지 마라]광산 노예들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기 전에 저지해, 드래곤이 계속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할 것.
•타입 : 긴급 타임어택 퀘스트
•제한 시간 : 5분
•주의 사항 :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퀘스트를 클리어하실 수 없습니다!
타임어택에 실패하면 어째서 에픽퀘인 을 클리어할 수 없는지는 뻔했다.
왜?
자다가 머리 위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진다면, 굳이 실버 드래곤이 아닌 누구라도 분노할 테니까.
잠에서 깬 실버 드래곤이 무슨 짓을 벌일지는 뻔했으므로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없게 되는 건 당연했다.
왜냐하면, 미샤의 아버지인 샘 아저씨가 분노한 실버 드래곤의 아침 식사(?)가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알림 : 남은 시간까지 4분 59초!] [알림 : 4분 58초!] [알림 : 4분 57초!]그러는 사이 강제로 수락된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안 돼!’
지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에픽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만약 실버 드래곤이 깨어난다면 지크 본인의 목숨 역시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햄찌야! 가자!”
“뀨우?!”
“뛰어! 쨔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샘 아저씨가 있는 곳을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구냐!”
“뭐 하는 놈들이냐!”
갱도 안을 지키던 바로크 선장의 부하들이 지크와 햄찌의 앞을 가로막았다.
“꺼져!”
지크는 를 휘둘러 그들을 한 방에 때려죽이고는, 마정석 원석이 실려 있던 수레를 뒤집어 안에 든 내용물을 쏟아버렸다.
그러고는 수레를 밀어 가속도를 붙인 뒤 그걸 타고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알림 : 남은 시간까지 4분 51초!] [알림 : 4분 50초!] [알림 : 4분 49초!]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최대한 빨리 갱도 끝자락까지 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
갱도 안.
“…보고 싶구나.”
탄광의 노예인 샘 아저씨는 오늘도 딸 미샤를 생각하며 겨우 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탄광 일은 매우 고되었다.
체력이 약한 노예들의 경우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탈수 증세로 쓰러져 죽기 일쑤였고, 걸핏하면 갱도가 무너지는 통에 무너져 내린 돌 더미에 깔려 죽은 이들도 많았다.
“죽기 전에 단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샘 아저씨는 그렇게 혼잣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움직여라!”
“뭣들 해! 5분 지났어! 어서 일들 해!”
노예들을 관리, 감독하는 해적들이 험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빨리! 빨리!”
“바로크 선장님께선 무능한 노예들을 원하지 않으신다!”
노예들은 그런 해적들의 등쌀에 지친 몸을 이끌고 갱도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샘 아저씨는 동료 노예들과 함께 갱도 끝자락으로부터 벗어났다.
곧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릴 예정이었으므로, 안전을 위해 일정 거리 이상을 떨어져야 했던 것이다.
오늘 설치한 다이너마이트들은 단단한 암석 하나를 파괴할 목적이었기에, 그리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광산 노예들은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곳으로부터 약 500미터 떨어진 장소까지 이동한 다음 수레를 뒤집어 그 안에 몸을 숨겼다.
혹시나 갱도가 무너져 내릴지도 몰랐기에, 최소한의 생존은 도모한 것이다.
“셋, 둘, 하나.”
노예 하나가 다이너마이트들과 연결된 심지에 불을 붙였다.
치이이익!
그러자 불씨가 도화선을 타고 매설된 다이너마이트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수레 하나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더니 끼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에서 불꽃을 일으킨 채 멈춰 섰다.
“으응?”
“뭐, 뭐야?”
광산에서 일하는 노예들과 해적들은 웬 수레가 나타나 멈춰 서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냐!”
해적 중 하나가 소리쳤다.
“밖에 무슨 일… 커헉!”
그 해적은 지크가 수레에서 내리면서 내던진 얼음 수리검에 맞아 쓰러졌고,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다른 해적들 역시 마찬가지.
촤라락!
노예들을 관리, 감독하던 해적들은 모두 지크가 내던진 얼음 수리검에 동맥과 뇌를 관통당해 즉사했다.
“……!”
“……!”
“……!”
노예들은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휴.”
지크는 해적들을 처치한 직후 주변을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도 안 늦….”
그런데.
치이이이이이익!
지크는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저 멀리 불씨가 도화선을 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
“망할!!!”
지크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도화선을 타고 다이너마이트를 향해 질주하는 불씨를 뒤쫓아 전광석화처럼 내달렸다.
치이이이이이익!
그러나 이미 도화선에 들러붙은 불씨는 너무나도 빨라서, 지크의 최고 속도보다 최소 두 배는 더 빨랐다.
‘안 돼! 더 빨리! 더! 더! 더 빨리! 더, 더, 더, 더, 더….’
그 순간.
‘어?’
지크는 문득 자신이 텔레포트를 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불씨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거의 100미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한 것이다.
콱!
지크는 더 이상 놀랄 겨를도 없이 일단 불씨를 발로 밟아 꺼뜨렸다.
연결된 다이너마이트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1미터.
하마터면 잠자는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질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방금 뭐지.’
그러나 지크는 천만다행인 것보다, 조금 전 경험했던 텔레포트에 더 관심이 갔다.
‘내가 이렇게 빨랐나?’
생각해 보면 아니었다.
물론 지크는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수백 미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텔레포트한 것처럼 이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뭐지? 나 텔레포트도 할 수 있었나? 그거 캐릭터 초기화 전에 할 수 있었던….’
지크가 자신이 가 되기 전 클래스인 시절을 떠올리던 중이었다.
‘어?’
지크는 문득 자신의 에너지 자원들 중 신성력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
신성력을 뜻하는 하얀색 게이지 바의 약 70퍼센트 정도가 날아가 있었다.
‘또?’
지크는 지난 자발라 왕국과의 전쟁 당시처럼, 신성력이 사용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신성력은 컨트롤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한 번 사용될 때면 이렇듯 지크가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적을 선보였다.
그게 지크가 이번 에픽 퀘스트를 진행하는 이유였다.
신성력에 대한 비밀.
그리고 사용 방법.
그 모든 게 이번 에픽 퀘스트의 끝자락에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퀘스트 꼭 깨고 만다.’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도화선을 여러 번 연거푸 밟아 꺼진 불씨도 다시 보았다.
그런 뒤 노예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여기 샘 아저씨 계십니까? 따개비 마을 출신 샘 아저씨 계세요?”
지크는 샘 아저씨부터 찾았다.
“미샤란 딸이 있는 샘 아저씨요.”
“저어….”
그러자 샘 아저씨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제가 샘입니다만… 무슨 일 때문에 이러시는지….”
“아.”
지크가 샘 아저씨를 향해 반갑게 다가갔다.
“미샤가 보내서 왔습니다.”
“예?”
“미샤가 자기 아버지를 구출해 달라고 저한테 부탁했거든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오, 신이시여….”
샘 아저씨는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러 왔단 것에 감격했는지, 털썩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샘 아저씨를 따개비 마을의 미샤에게 데려가세요!]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일단 샘 아저씨는 확보.’
지크는 퀘스트창을 확인한 후 노예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절 따라오십시오. 일단 여기서 탈출하는 게 우선입니다. 제가 탈출시켜 드리겠습니다.”
지크는 겸사겸사 다른 노예들까지 구출-입막음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해 갱도를 나섰다.
그러고는 적당한 지점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갱도 전체가 무너진 척 위장하고, 샛길을 따라 돌아간 뒤 테메레르 호에 승선했다.
“한 며칠은 배에 숨어 계시느라 답답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세요. 그동안 물과 음식은 충분히 공급하겠습니다.”
지크는 샘 아저씨와 노예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테메레르 호를 타고 광산이 있던 섬을 떠났다.
“갱도가 무너졌다!”
“뭣들 해! 어서 뛰어!”
그러는 사이 아무것도 모르는 해적들은 사고로 갱도가 붕괴한 줄 알고, 분주히 움직이며 뒷수습에 나서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테메레르 호는 유유히 섬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근데 왜 실버 드래곤이 저기 잠들어 있는 걸까?’
지크는 문득 궁금했다.
하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어쩌면 실버 드래곤은 수백 년 전부터 여기 레어를 짓고 잠을 자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쩝. 내 알 바냐.’
지크는 실버 드래곤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곤, 바로크 선장의 해적 기지로 향했다.
***
바로크 선장은 광산에서 갱도 붕괴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광산업은 위험한 산업이니만큼 사건 사고가 굉장히 잦아서, 갱도가 무너지는 것쯤은 흔히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크는 그 어떠한 의심을 받거나 꼬리를 잡히지도 않고, 구출해낸 샘 아저씨와 노예들을 무사히 숨겨놓고 있을 수가 있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바로크 선장은 과 자신을 따르는 메이저 해적단을 이끌고 벨라트릭스 선장의 영토로 향했다.
의 해적선들은 그 이름에 걸맞은 형상을 하고 있었으며, 직선으로 나아가는 항해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또한, 뱃머리에 대구경 함포가 탑재되어 있었기에 굳이 배를 가로로 돌려서 적을 포격할 필요도 없었다.
즉,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적진을 파고들어 포탄을 퍼붓는 돌격선 위주의 함대 구성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의 해적선인 테메레르 호는 그런 의 뒤를 쫓느라 애를 먹었다.
왜냐하면, 지크가 해적선 업그레이드에 돈을 투자하지 않아 항해 속도가 정말이지 느려 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는 부득이하게 테메레르 호 대신에 바로크 선장과 함께 의 대장선을 타야만 했다.
바로크 선장이 큰돈을, 그것도 선불로 지급한 만큼 이번 전투에서 지크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드레이크 선장.”
바로크 선장이 지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난 오늘 자네의 활약이 매우 기대가 된다네.”
“하하하.”
“그래서 특별히 자네를 위한 교향곡도 준비해 두었지.”
바로크 선장이 뱃머리를 가리켰다.
대구경 함포가 장착된 뱃머리에는 바로크 선장이 그토록 아끼는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가 설치되어 있었다.
즉, 바로크 선장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교향곡을 연주하며 흥을 돋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얘는 진짜 중증이네.’
지크가 바로크 선장의 역겨운 취향에 속으로 오만상을 다 찌푸릴 때였다.
펑! 퍼엉!
저 멀리 벨라트릭스 선장이 이끄는 의 함포들이 불을 뿜으며 포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해전, 개시!
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해적 영주들 간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