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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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동상이 있네?”
지크는 거대 바다 악어보다도 안에 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오직 메이저 등급 이상의 해적들과 본래 살던 사람들만이 출입 가능한 에 자신의 조각상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그건 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었다.
는 수없이 많은 민족, 인종, 그리고 다양한 지적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었다.
때문에, 에서는 자연스레 다신교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그 어떤 신앙이든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각자의 기호에 따라 믿음을 가지는 식이었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를 전 대륙에 설치한 다음, 어떤 메이저 해적이 작은 도시 하나를 습격한 적이 있었다.
그 메이저 해적은 도시를 약탈하는 과정에서 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뽑아다가 이곳으로 옮겨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녹색 군도의 주민들은 지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에 기도를 올리게 되었다.
물론 몇 명 되지는 않지만.
“설마…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세요?”
그때, 지크를 부른 장본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크를 부른 사람은 이곳 의 북쪽 마을에 사는 나타샤라는 이름의 아가씨였다.
“예, 불러주셔서 출장 왔습니다.”
지크가 나타샤를 향해 말했다.
“정말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신 건가요?”
“물론이죠.”
“아아!”
“다급히 부르셔서 왔는데, 역시나 상황이 좋지 않네요.”
지크가 저 멀리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초거대 악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하, 부디 저희를 도와주세요. 지금 저희 녹색 군도는….”
“압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 영주들이 없어져서 치안 유지가 전혀 안 되죠?”
“그, 그걸 어떻게….”
지크의 예상은 정확했다.
현재 의 치안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비록 해적 영주들은 해적으로서 군림하긴 했지만, 그래도 통치자로서 의 치안 유지 정도는 하고 있었다.
예컨대, 지금처럼 에 서식하는 무시무시한 바다괴물을 퇴치하는 일 말이다.
“일단 대피하세요. 당신의 기도,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지크는 그 말을 남기고 곧장 초거대 악어가 난동을 피우고 있는 곳을 향해 재빨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
지크가 에서 한창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있을 무렵, 샤키로는 프로아 왕국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샤키로는 자신의 제자들인 웨펀 마에스트로들과 함께 에서 프로아 왕국군의 훈련을 함께 진행하거나, 혹은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수련을 돕곤 했다.
과거에도 수없이 많은 제자를 두었던 만큼, 부활한 뒤에도 여전히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아낌없이 베푸는 선행을 펼치는 것이다.
“오늘 수련은 이것으로 마친다. 다들 수고했다. 푹 쉬도록.”
“예! 사부님!”
샤키로는 수업을 마친 후 를 나서 왕궁 뒤편에 자리한 한적한 숲속으로 향했다.
최근 샤키로는 이 이름 모를 작은 숲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가 맞는가? 나는 진짜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것인가? 만약 정말로 부활했다고 한들, 내가 존재하는 게 세상의 이치에 옳은 일인가?’
최근 샤키로는 아름드리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활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 세상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었기에 스스로도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진짜로 존재하는가? 나는 사악한 연금술사의 피조물….’
그때였다.
“허허.”
사부가 슥 하고 나타나 너털웃음을 지었다.
“무슨 한숨을 그리 쉬는고?”
“어르신을 뵙습니다.”
샤키로는 사부의 등장에 재빨리 무인의 예를 취했다.
“오냐.”
“한데 어쩐 일로….”
“매일같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쉬어 대는데, 도무지 시끄러워서 낚시에 집중할 수가 없었느니라.”
“어, 어르신….”
샤키로는 사부가 자신의 속마음을 읽어냈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샤키로는 한숨 같은 건 쉰 적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홀로 고뇌했을 뿐….
즉, 사부는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샤키로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무얼 그리 고뇌하느냐?”
“그것이….”
“너는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가 아니니라.”
“예?”
샤키로가 깜짝 놀랐다.
“그, 그럼 저는 무엇입니까?”
“단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육체에 샤키로의 기억이 깃든 존재일 뿐, 너의 영혼은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가 아니니라.”
사부는 지금의 샤키로에 대한 진실 역시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불멸의 연금술사 아케론은 겉모습만 샤키로와 똑같은 인공 육체를 배양해 내었다.
그런 뒤 망자의 기억을 소환해내는 어둠의 마법을 이용해 인공 배양된 육체에 이식했다.
즉, 지금의 샤키로는 죽은 샤키로와 똑같은 육체와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 전혀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럼 저에게는… 영혼이 없는 것입니까?”
“영혼이 없긴 왜 없느냐.”
“예?”
“모든 지적 생명체에게는 영혼이 있는데, 너라고 없겠느냐? 단지 어쩌다 보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육체에 다른 이의 기억을 가지게 되었을 뿐, 네 영혼은 아주 멀쩡하다.”
“아!”
“그러니 고민할 필요 없을 것이다.”
사부가 딱 잘라 말했다.
“앞으로의 삶이 중요한 것이니라.”
“가르침을 주십시오.”
샤키로가 사부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가르침이랄 게 있겠느냐? 굳이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필요치 않다. 샤키로란 인간이 살아생전 맺어놓았던 인연들이 네 곁에 있고, 그들이 너를 샤키로로 여기질 않느냐?”
“그렇습니다.”
“그거면 되었다. 너는 비록 진짜 샤키로는 아니되, 이미 샤키로나 다름없는 존재이니라. 샤키로란 녀석이 살아생전 쌓아놓은 선행과 공덕이 많지 않느냐? 그런 좋은 운명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 의지를 기꺼이 이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여라.”
“예, 어르신.”
샤키로가 사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 더는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샤키로는 사부로부터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조언을 전해 듣고, 번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아, 그리고 말이다.”
“예?”
“왕궁에 있는 바보 녀석을 데리고 어디로든 떠나거라.”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바보 녀석이 누구입니까?”
“그 왜 있지 않으냐?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져 내린 바보 녀석 말이다.”
“아!”
샤키로는 사부가 말하는 이 이라는 걸 깨달았다.
최근 은 프로아 왕국에 머물며 이런저런 교육을 받고 있었다.
기억도 없거니와, 세상 물정을 너무나도 몰라 거의 어린아이처럼 보살핌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배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이유는 묻지 말고, 조만간 그 바보 녀석 때문에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잠시 데리고 나가 있도록 하여라. 이참에 바람도 쐴 겸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예, 알겠습니다.”
샤키로는 고분고분 사부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사부는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달아 우주 만물을 통찰하는 경지에 오른 존재.
그런 사부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반드시 그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준비하고 떠나겠습니다.”
“오냐.”
“그럼, 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거라.”
사부는 슬며시 웃으며 샤키를 배웅해주었다.
그렇게 샤키로가 떠난 직후.
스으으!
사부의 몸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런.”
사부는 자신의 몸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지금 현상은 아직까지는 인간인 사부가 신이 되어 승천할 때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거 아직은 싫다니까.”
사부는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려는 걸 막았다.
“흥. 고작 조언 몇 마디 한 것 가지고.”
사부는 또 한번 신이 되려는 걸 스스로의 의지와 힘으로 거부해 내고는 투덜거렸다.
사실 조금 전 샤키로에게 했던 얘기들이 인과율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던 터라, 우주의 힘이 사부를 강제 승천시킬 뻔했던 것이다.
***
‘거 더럽게 크네.’
지크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초거대 악어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지크는 잘 몰랐지만, 이 초거대 악어는 란 이름을 가진 돌연변이 바다악어로 의 북쪽에 종종 출현하는 녀석이었다.
는 여러 바다괴수들 중에서도 지능이 매우 높아서, 수십 년 동안 의 골칫덩어리로 유명했다.
해적 영주들과 메이저 해적들이 건재하던 시절에도 그 교활함을 십분 발휘해 온갖 사건 사고들을 일으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는 늘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던 해적 영주들과 메이저 해적들이 무력화되었다는 걸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활동을 재개했다.
이제 자신을 귀찮게 할 인간들이 사라졌기에, 마음껏 날뛰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의 는 그간 쌓였던 광기를 작정하고 쏟아내려는 듯, 평소보다 더욱 심하게 날뛰며 눈앞에 보이는 모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또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간들을 한입에 꿀꺽 집어삼키며 허기를 달랬다.
물론 해양생물들을 잡아먹어도 배는 채울 수 있다.
그러나 해양생물들은 의 미각을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인간.
그리고 인간들이 키우는 가축들.
포유류의 맛에 중독되어 버린 는 해양생물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날뛰던 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다리가 깔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인간 암컷 하나를 발견하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그런 의 이동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고.
“꺄아아아아악!”
인간 암컷은 무섭게 달려오는 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쩌억!
뒤이어 부루투스의 그 거대한 아가리가 쩍 하고 벌어져 인간 암컷을 집어삼키려던 때.
쾅!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날아와 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캬아아악!]는 또 인간들이 배를 타고 와서 자신에게 대포알을 날린 줄 알고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골이 띵할 정도의 공격은 인간들이 날리는 대포밖에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 초록색 바다에는 여전히 단 한 척의 선박도 없었다.
[크르르!]는 도대체 누가 감히 자신을 공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리고 웬 인간 청년 하나를 발견했다.
“어우야. 크다. 이거 가죽 벗겨서 가방 만들면 몇 개나 나올 거 같냐?”
“뀨! 적어도 1,000개는 나올 거다! 뀨우우우!”
지크는 가 자신을 노려보든 말든 햄찌와 함께 악어가죽 가방을 만들어 팔 생각, 그러니까 돈 벌 궁리부터 하고 있었다.
[크르르….]는 비록 인간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지크와 햄찌가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분노했다.
감히 나약한 인간과 한입거리도 되지 않는 쥐새끼 주제에, 자신을 앞에 두고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이러쿵저러쿵 잡담을 나누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흠. 근데 악어가죽은 별로 안 비싸지 않나. 드래곤 가죽이면 몰라도.”
지크는 를 사냥한 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골드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