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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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매우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
검은 날개를 가진 천사들은, 기다란 창으로 에 있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며 한바탕 학살을 벌였다.
‘검은 날개? 도대체 왜?’
지크는 어째서 천사들의 날개 색이 검은지, 왜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학살을 저지르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은 저 천사들을 막아야 할 때라는 거였다.
“다들 피해요!”
지크는 크게 소리친 후 즉시 를 움켜쥐고 검은 날개를 지닌 천사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뀨우!”
햄찌 역시 정신없는 와중에 지크를 뒤따라 검은 날개를 지닌 천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쒜엑!
그렇게 휘둘러진 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천사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퍼억!
그런데.
스윽.
에 머리통을 얻어맞은 천사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개를 돌려 지크를 바라보았다.
‘이게 딜이 안 들어간다고?’
지크는 그 천사와 눈이 딱 마주친 직후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금 전 들어간 데미지는 고작해야 한 자릿수에 불과해서, 조금도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실패한 피조물 주제에… 감히.”
천사의 입에서 분노에 찬 음성이 흘러나오던 순간.
콰앙!
지크는 천사가 휘두른 창에 복부를 얻어맞고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크윽!”
햄찌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뀨! 뀨우! 뀨!”
햄찌는 몸을 거대화시켜 천사들을 마구마구 후려쳐 보았지만, 천사들은 약간 밀려났을 뿐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긴 창을 내질러 햄찌의 몸 이곳저곳을 쿡쿡 찔러 그 두꺼운 가죽에 구멍을 내놓고, 기어코 피를 흘리게끔 만들기도 했다.
‘이 미친!’
지크는 벌떡 일어나 와 을 펼쳤다.
[쉭! 쉬익!] [쉭! 쉭!] [캬아아아악!]들과 들은 곧장 디버프 브레스들을 내뿜으며 천사들을 공격했다.
또한, 들 역시 천사들을 붙잡아 그들을 꼼짝 못하게 속박했다.
지크는 거기에 더해 을 켜 방사능 미생물들을 뿜어내 천사들을 중독시키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천사들은 방사능 에너지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 듯했다.
‘그럼 버프인가?’
지크는 내친 김에 까지 뿜어내었다.
혹시나 천사들이 어떠한 버프나 강화 효과로 인해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버프 묻혔고.’
지크는 그 즉시 몸을 날려 천사들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퍽!
가 에 의해 붙잡혀 허우적대던 천사 하나의 얼굴을 강타했다.
“컥!”
그러자 천사의 입에서 피가 터지며, 그 아름답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뭉개졌다.
하지만 지크는 결과에 만족할 수 없었다.
‘딜이 이거밖에 안 들어간다고?’
지크는 조금 전 공격에 천사의 생명력 게이지가 고작 한 칸도 달지 않았단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디버프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아니, 매우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디버프 없이 공격했을 때는 한 자릿수 데미지가 들어갔지만, 디버프를 건 후에는 세 자릿수의 데미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자릿수의 데미지가 들어갔다고 해도, 그 수치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게 문제였다.
마치 지크가 가진 물리력이 천사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이게 말이 돼?”
지크는 천사들이 여태껏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타입의 적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디버프는 통한다.
그러나 지크가 가진 물리력은 통하지 않는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적들이었다.
“감히!”
“아버지의 실패작이여!”
“벌레만도 못한 네놈 따위가 우리를 어쩔 수 있을 것 같은가!”
한편, 천사들은 지크의 디버프 지옥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분노를 토해내며 덤벼왔다.
‘미친!’
지크는 천사들의 접근에 재빨리 스킬을 발동했다.
번쩍!
새하얀 섬광이 빗발치고.
“……!”
“……!”
“……!”
지크에게 덤벼들던 천사들이 그대로 얼어붙어 선 자리에서 ‘정지’했다.
‘지금!’
지크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얼어붙은 천사들을 향해 냅다 을 때려박았다.
우르릉, 콰아앙!
뒤이어 부채꼴 형태로 뻗어나간 스킬이 지진을 동반한 천둥 번개를 내리치며 하늘과 땅을 뒤집어놓았다.
‘됐나?’
지크는 스킬이 휩쓸고 지나난 직후 천사들을 처치했는지 알아보았다.
몇 명의 천사들이 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죽은 게 보였다.
그러나 아직 살아남은 천사들이 더 많았다.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닌데, 모조리 몰살을 시켜버리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죽어라!”
“벌레 주제에 어딜!”
살아남은 천사들은 오히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듯 지크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왔다.
“해, 햄찌야?”
“뀨우?!”
“튀어!”
지크는 천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재빨리 칭호를 켜고 줄행랑쳤다.
‘방법을 찾아야 해.’
지크는 멍청하게 계란으로 바위를 칠 생각이 없었다.
아까운 계란을 바위에 왜 던지겠는가?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애꿎은 계란을 계속 던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지크는 천사들을 피해 도망치는 한편 틈틈이 을 깔아 슬로우 효과를 걸었다.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디버프 효과는 먹혔으므로 추격을 뿌리치는 데에는 이 최고였다.
물론 지크는 홀로 도망치지 않았다.
쾅!
지크는 도망치던 중 를 휘둘러 학살을 벌이던 천사들을 날려버리고, 사람들을 구했다.
“먼저 가세요! 여긴 제가 막겠습니다! 빨리요!”
“가, 감사합니다!”
“젠장! 딜이 안 박히니까 미치겠네!”
지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노력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데 힘쓰면서, 계속해서 도망쳤다.
그러면서도 지크의 머릿속엔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뭐야? 왜 천사들이 대륙종교진흥위원회를 습격해? 날개는 왜 검고?’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자고로 천사란, 신을 보좌하면서 정의를 수호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그때였다.
“이야아아아아아압!”
“가자!”
“용맹한 무신의 전사들이여! 적들을 섬멸하라!”
때마침 무신교 교단의 성기사들이 달려와 천사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태양신의 이름으로!”
“모조리 처단하라!”
머리를 빡빡 밀고, 두피에 태양신을 상징하는 원형의 문신을 새겨 넣은 수도승들 역시 나타나 천사들과의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태양신을 섬기는 교단의 성기사들로서, 그 전투력이 가히 무시무시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안 돼!’
지크는 태양신 교단의 수도승들과 무신교 교단의 성기사들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황급히 몸을 날려 그들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다음에 펼쳐진 광경은, 지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챙! 채앵! 챙!
태양신 교단의 수도승들과 무신교 교단의 성기사들, 그리고 천사들이 서로 뒤엉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싸움이… 된다?!’
지크는 각 교단의 전사들이 천사들을 상대로 불리하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에 경악했다.
지크의 데미지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데, 기이하게도 각 교단 전사들의 공격은 천사들에게 꽤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왜?’
지크는 상황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각 교단의 전사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았어도, 디버프 효과만큼은 확실하게 들어간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지? 나는 안 되는데, 나보다 약한 성직자들은….’
그때, 문득 지크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신성력인가?’
생각해 보니 그랬다.
사제, 성전사 계열의 클래스들은 마나가 아닌 신성력을 주요 에너지 자원으로 삼았다.
지금도 그랬다.
저들은 신성력을 이용해서 싸우고 있었지, 결코 마나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 맞아. 신성력이야.’
천사들에게는 일반적인 물리력, 혹은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지크는 아직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기에, 신성력을 자신의 뜻대로 활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화륵, 화르륵!
스륵, 스르륵!
지크는 곧장 와 을 사용해 각 교단의 전사들을 지원해 주었다.
딜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럼 서포터의 역할을 수행하면 그만!
“크악!”
“컥!”
“이 실패작들이… 컥!”
디버프에 걸린 천사들은 각 교단의 전사들에게 차츰차츰 밀리더니, 이내 곧 하나둘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지크가 가진 디버프의 효과가 워낙에 강력했기에, 천사들로서도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진짜 천사들인가?’
지크는 각 교단의 전사들이 천사들을 상대하는 사이 을 비추어 보았다.
아까는 미처 경황이 없어 알아볼 틈조차 없었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기니 궁금했던 것이다.
[분노한 하급 타락 천사]태초의 창세기 속에서나 등장하던 천사.
천계에서도 가장 계급이 낮은 하급 천사로서, 현재는 타락하며 날개가 검게 물든 상태이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천족
•레벨 : 220
•클래스 : 타락 천사
•주의 사항 : 매우 분노한 상태이므로, 평범한 천사라고 생각했다간 죽을 수 있다.
그래도 명색이 천사인지라, 최하급이라도 무려 220레벨인 모양이었다.
그러는 사이.
푸욱!
무신교 교단의 성전사 하나가 천사의 가슴 정중앙을 꿰뚫음으로써, 전투는 끝이 났다.
지크가 디버프 떡칠을 해준 덕분에 전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피해는 너무나도 컸다.
지크가 있던 곳뿐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가 천사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수없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맞으십니까?”
그때, 무신교 교단의 성전사 하나가 지크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 예. 맞습니다.”
“전하이실 줄 알았습니다. 일전에 뵌 적이 있었지요.”
“예?”
“에리얼 백작이 스스로를 유일신이라 칭했을 때, 전하와 함께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아!”
그 기사는 지크가 에리얼 백작을 토벌할 당시의 에 참전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셨군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별말씀을….”
“근데 무슨 일입니까?”
“자세히 설명드리기는 어렵고… 일단 가시죠.”
그렇게 지크는 얼떨결에 의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는 영광 아닌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
급하게 소집된 의 분위기는 무겁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태는 대륙의 모든 종교 단체를 향한 도발이자 테러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단 거였다.
세상에 누가 있어 천사들을 보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천사들은 상상 속 산물이라 여겨지던 존재들이었다.
그런 천사들이 실제로 나타났으니, 각 교단의 지도자들이 이 사건을 무척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
“…….”
“…….”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각 교단의 최고 지도자들은 침묵을 지킬 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오. 바빠 죽겠는데.’
졸지에 이 심각한 회의에 참석하게 된 지크는 따분하고 지루해서, 아무 말이나 막 던져질까 고민하던 중.
“이번 사건은….”
무신교 교단의 최고 지도자인 테르모필레 대주교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천상의 분노가 드디어 이 세계에 들이닥쳤다고 보는 게 옳소.”
그 순간.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달의 신을 섬기는 교단의 대주교가 날이 선 어조로 소리쳤다.
“테르모필레 대주교께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천상의 분노라니요?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자 다른 교단의 대주교들 역시 거의 발작에 가까운 반응으로 테르모필레 대주교의 발언을 부정했다.
“맞습니다!”
“이 세상에 천상이 어디 있으며, 천사가 가당키나 한 소리요!”
“천상의 분노라니! 얼토당토않소!”
그러나….
“그럼 검은 날개를 가진 타락한 천사들이 진흥위원회를 습격한 건 어떻게 설명하실 생각들이시오?”
테르모필레 대주교의 한마디에 나머지 다른 교단의 지도자들은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타락 천사들이 를 습격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상, 천계와 천족이 실존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애써 무시하고 싶다는 것, 잘 알고 있소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오. 때가 온 것이오. 우리의 선조들과… 우리가 모시는 신들께서 저지른….”
테르모필레 대주교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거지?’
지크는 각 교단의 지도자들 간에 오가는 대화가 흥미로워서,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잠자코 오가는 대화를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게임 BNW의 메인 시나리오인 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