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22
821
“프로아 왕국의 메타트론 시종장이 직접 보고해온 사항입니다. 여행 도중 의문의 노인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노인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도저히 대항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샤키로 사부님께서도 정체불명의 노인에게 상대조차 되지 못해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일단 가죠.”
지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샤키로 일행부터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크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던 곳을 나서 곧장 워프 게이트를 타고 메타트론과 케이오스가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도대체 무슨 조합이지? 같이 안 다닐 것 같은 사람들끼리?’
지크는 샤키로, 미하일, 메타트론, 그리고 케이오스 등이 함께 여행을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 친분도 없고, 같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끼리 여행길에 오를 이유가 있을까?
그런 지크의 의문은 이내 곧 풀렸다.
워프 게이트를 타고 이동한 직후.
“전하!”
“오셨습니까! 전하!”
만신창이 상태의 메타트론과 케이오스가 지크를 반겼다.
그들은 프로아 왕국에 연락을 취한 다음부터 이렇게 지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게….”
메타트론이 그간 있었던 일들을 지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사부님께서?”
“예, 전하.”
“음.”
지크는 이번 여행이 사부의 권유로 시작되었단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부님이 괜히 그러실 리도 없고. 만약 미하일 씨가 별이라면? 그리고 노인이 미하일 씨를 잡으러온 천사라면? 그럼 말이 돼. 샤키로 사부님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노인은 천사가 분명해.’
지크는 순식간에 자초지종을 유추해 내었다.
“고위급 천사라니….”
지크가 노인의 정체를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해내고, 걱정스레 중얼거렸을 때였다.
“아! 전하!”
메타트론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노인 말입니다!”
“응?”
“대천사, 대천사입니다!”
“대천사가 뭔데?”
게임 BNW에는 천사의 개념조차 없었으므로, 지크가 대천사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천사 말입니다! 천계에는 최고위급 천사들이 있습니다! 마계에 마왕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 엄청 센 천사란 거네?”
“예, 전하. 특히나 그 빌어먹을 놈은 엄청나게 강한 대천사입니다! 한 손엔 불! 한 손엔 검!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는 대천사 아우리엘이 분명합니다!”
“그럼 더 큰일이잖아!”
지크는 최하급 천사들조차 신성력이 없이는 거의 죽이는 게 불가능할 정도라는 걸 떠올리며 인상을 구겼다.
최하급 천사조차 그 정도인데, 마왕과 동급이라는 대천사라면 샤키로의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은 게 결코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이건 각 교단의 도움을 무조건 받아야 돼.’
지크는 곧장 통신 시설을 이용해 각 교단의 지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미하일이 신탁에 등장하는 이라면, 그를 반드시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이 대천사라면 신성력을 갖춘 전사들이 필요했다.
지금으로서는 각 교단의 고위급 성전사들만이 대천사 아우리엘이라는 노인을 상대할 수 있기도 했고.
그러자 각 교단의 지도자들은 지크의 연락을 받자마자 최고의 성전사들을 모아 보내주었다.
그들은 모두 299레벨의 정예 중의 정예였으며, 그 숫자가 무려 500명이나 되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지크는 성전사들이 합류하자마자 곧장 샤키로와 미하일을 찾아 나섰다.
‘샤키로 사부님, 조금만 고생해 주십시오. 제가 금방 가겠습니다.’
지크는 샤키로가 걱정되었지만, 그를 믿었다.
제아무리 대천사 아우리엘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전투 경험치를 가진 샤키로를 쉽사리 잡아 죽이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강자는 그저 싸움만을 잘한다고 해서 강자가 아니라는 걸 지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강자는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과 판단력 역시도 뛰어나기에 강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
샤키로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지크는 메타트론과 케이오스의 증언을 토대로 샤키로의 행적을 뒤쫓았다.
그러나 메타트론과 케이오스가 샤키로와 헤어진 시간이 꽤나 길었기에, 곧장 흔적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아우리엘이 일으킨 불꽃이 단서가 되어주었단 거였다.
지크 일행과 성전사들은 그런 불꽃의 흔적을 뒤쫓아 샤키로를 찾아내려 애썼다.
지크는 를 펼쳐 공중 정찰까지 하면서 샤키로를 찾았다.
그렇게 약 열 시간이 지났을 무렵.
“여기 발자국이 있습니다!”
수색 작전에 참여한 성전사 하나가 거대한 폭포 바로 앞에서 샤키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을 발견해냈다.
‘샤키로 사부님의 발자국 같아 보이는데 조금 깊어. 몸무게가 이 정도는 안 나가실 텐데? 아, 만약 미하일 씨를 업었다면 충분히 이 정도 깊이의 발자국이 날 수도 있어. 그리고….’
지크는 샤키로의 발자국 뒤에 난 다른 발자국도 살펴보았다.
‘미하일 씨 것이라기엔 좀 작아. 그리고 이 발자국은 여기까지 왔다 다시 돌아가잖아? 그렇다면… 샤키로 사부님은 미하일 씨를 업고 여기서 뛰어내리신 거다. 노인은 두 사람이 사라진 걸 보고 돌아선 거야.’
지크는 발자국들을 보고 당시 상황을 귀신같이 추리해 내었다.
지크는 때때로 머리가 엄청나게 잘 돌아갔으므로, 이 정도 추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 폭포에 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들은 빙 돌아서 폭포 아래쪽으로 내려오세요. 전 먼저 가겠습니다. 가자, 햄찌야.”
“뀨!”
지크는 수색 작전에 참여한 성전사들에게 그렇게 말한 뒤 를 펼쳐 폭포를 따라 비행했다.
‘샤키로 사부님이라면 이만한 폭포에 뛰어내렸다고 큰 부상을 입을 리 없어. 다이빙하신 후에 물살을 타고 최대한 멀리 이동하셨겠지. 그게 흔적도 안 남으니까.’
지크는 강을 따라 비행하는 한편, 양옆으로 발자국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약 5킬로미터쯤 이동했을 무렵.
‘저기다!’
지크는 각각 샤키로와 미하일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두 개가 강가에서 시작돼 숲까지 쭉 이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햄찌야, 너 샤키로 사부님 냄새 알지.”
“뀨! 당연히 안다!”
“찾을 수 있겠어?”
“뀨! 기다려라! 뀨우!”
햄찌는 지크의 물음에 코를 킁킁! 킁킁! 거리며 샤키로의 냄새를 찾아보았다.
“뀨! 난다! 나! 샤키로 냄새 난다! 뀨우!”
“그래?”
“이쪽이다! 뀨우!”
“가라! 햄찌!”
“뀨우!”
그렇게 지크는 햄찌를 따라 샤키로의 냄새를 뒤쫓았다.
슈우우- 펑!
지크는 샤키로를 뒤쫓는 한편 틈틈이 신호탄을 터뜨려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전사들이 지크를 뒤쫓아 오려거든 이렇게 신호탄으로 위치를 알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우당탕탕!
샤키로는 몇 번이나 구르고 굴러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에 처박혔다.
“크윽!”
샤키로는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상처가 너무 심했다.
또한,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마나 또한 고갈되어 더는 오러 블레이드 무기들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했다.
“버러지 주제에.”
기어코 샤키로와 미하일을 뒤쫓아 온 노인, 아니 대천사 아우리엘은 경멸 어린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제발 그만하십시오!”
그때, 미하일이 나섰다.
“그냥 저만 죽이시면 될 일입니다!”
“동족의 배신자여.”
아우리엘이 미하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낱 버러지 같은 인간을 위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끝까지 날 실망시키는구나.”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 하나만 죽이면 될 일이 아닙니까? 이분을 놔두십시오. 그냥 저만 죽이시면 되질 않습니까!”
“네놈이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쉽군.”
아우리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검을 들어 미하일을 겨누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이제 그만 소멸하라, 동족의 배신자….”
그때.
휘리릭, 콰앙!
가 날아와 아우리엘의 옆통수를 때렸다.
홱!
그러자 아우리엘의 고개가 돌아가고.
“사부님!”
지크는 그 틈을 타 재빨리 샤키로를 향해 달려가 그를 부축해 주었다.
“…왔나.”
샤키로는 거의 다 죽어가는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올 줄 알았다. 안 그래도 한계였는데, 마침 잘 와주었어.”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좀 쉬시죠.”
지크는 샤키로에게 를 쥐어주고 그를 나무에 눕혔다.
“햄찌야, 부탁해.”
“뀨! 걱정 마라!”
지크는 햄찌에게 샤키로와 미하일을 보호해줄 것을 부탁하고는, 대천사 아우리엘 앞에 섰다.
“대천사 아우리엘?”
“버러지 주제에 날 아나?”
아우리엘은 인간인 지크가 자신의 정체를 알자 놀라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조주를 포함한 천사들은 이 대륙에서 잊힌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버러지는 말이 좀 심한데.”
지크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쨌든, 대천사 아우리엘. 만나서 반가워.”
“감히. 그 하찮은 주둥이에 내 이름을 올리지 마라.”
“자꾸 그러면 대화가 안 통할 텐데?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버러지와 나눌 대화는 없다.”
“그래?”
지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리던 순간.
슥, 스윽!
각 교단의 성전사들이 풀숲을 헤치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호라.”
대천사 아우리엘은 그런 성전사들을 보고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들의 후손들이로군.”
대천사 아우리엘은 각 교단의 성전사들이 지닌 신성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들이 그 옛날 옛적 데미갓들을 모시던 자들의 후예들이라는 걸 간파했다.
“마침 잘됐군. 동족의 배신자와 쓰레기들의 후손들까지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테니.”
대천사 아우리엘은 500여 명의 정예 성전사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그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살기등등해진 모습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시뻘건 불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조리 태워주마, 버러지들아.”
그 순간.
펄럭!
대천사 아우리엘의 등 뒤에서 여덟 장의 검은 날개가 펼쳐져 강렬한 에너지의 폭풍을 일으켰다.
***
진정한 힘을 드러낸 대천사 아우리엘의 전투력은 엄청났다.
그리고 그 전투력은 지크의 예상을 한참이나 빗나가 있었다.
“죽어라, 죄인들의 자식들이여.”
대천사 아우리엘이 검을 한 번 휘두른 직후.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수십 명의 성전사들이 두 동강이 되어 쓰러졌다.
“……!”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놀랐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재빨리 와 을 사용해 아우리엘에게 디버프를 걸었다.
그러나 마왕과 동급이라는 아우리엘의 스펙이란, 지크의 디버프를 깔끔히 씹어버릴 정도로 높았다.
본체도 아니고, 한낱 평범한 노인의 육체에 강림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마스터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악!”
각 교단의 성전사들은 그런 아우리엘의 힘 앞에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갔다.
‘이런 미친!’
지크는 신성력을 가진 최고위급 성전사들조차 아우리엘의 압도적인 힘 앞에 허무하게 쓰러지는 걸 보고 경악했다.
지크가 가진 필드에 500명의 최상급 성전사들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천사라는 존재가 발휘하는 힘은 가히 절대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던 것이다.
‘망할!’
지크는 급한 대로 전투에 뛰어들었다.
비록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어 아우리엘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성전사들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그를 귀찮게 하는 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