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23
822
지크는 전투에 뛰어들자마자 를 움켜쥐고 아우리엘을 향해 맹공을 퍼부어댔다.
그러나….
“네놈은 나중에 손봐주마.”
아우리엘은 영리하게도, 지크가 자신을 때리든 말든 맞으면서 성전사들을 공격했다.
지크로부터 받는 데미지가 기껏 해야 0 혹은 1이었고 넉백조차 당하지 않았기에, 마치 들러붙는 파리를 무시하는 정도로 여긴 것이다.
‘망할!’
지크는 하급 천사들과는 달리 대천사인 아우리엘에게는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단 사실을 깨닫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달리 방법은 없었다.
번쩍!
오죽하면 스킬까지 사용했을까?
“네놈은 날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아우리엘은 조차 버텨내었다.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추위를 느낀다는 듯, 아우리엘이 눈살을 찌푸리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급 천사들의 경우 와 의 콤보로 꾸역꾸역 한두 명 정도는 죽일 수 있었지만, 아우리엘에게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꺼져라.”
아우리엘은 지크가 계속해서 자신을 귀찮게 하자 검을 매섭게 휘둘렀다.
카강!
아우리엘이 휘두른 검과 가 맞부딪히던 순간.
“악!”
지크는 저 멀리 날아가며 나무를 세 그루나 파괴한 다음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죄의 대가를 치러라.”
아우리엘은 마치 도축업자처럼 최고위급 성전사들을 학살했다.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악!”
최고위급 성전사들은 지크가 디버프 필드들을 깔아 주었음에도 아우리엘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대천사는 마왕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
생명체로 따지자면, 에인션트 등급의 드래곤 서너 마리는 너끈히 상대가 가능한 존재가 바로 대천사였다.
비록 완전한 강림은 아니었지만, 신성력의 유무를 떠나 대천사의 스펙 자체가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
대천사 아우리엘은 지크가 여태껏 만난 적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괴력난신과 같았다.
만약 아우리엘이 본체로 강림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었다.
‘빌어먹을! 한 번만! 딱 한 번만 쓰자! 제발 좀!’
지크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마나홀에 자리한 신성력을 다그쳤다.
‘기적을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공격이라도 할 수 있게 조금만 도와달라고! 조금만!’
그런 지크의 간절하고도 절박한 마음이 통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상황이 기적이 필요할 만큼 암담했던 탓일까?
우웅!
꼼짝하지 않던 신성력이 조금씩 움직이며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웅!
그와 동시에 지크가 가진 마나와 신성력이 서로 융합하는가 싶더니, 이내 곧 매우 강력한 에너지가 되었다.
‘됐어!’
지크는 신성력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곧바로 스킬을 켜보았다.
파직! 파지직!
그러자 마나와 신성력이 합쳐진 에너지가 지크의 몸을 감싸며 강렬한 에너지 폭풍을 일으켰다.
‘더.’
지크는 스킬을 제2단계까지 끌어올린 후 아우리엘을 향해 덤벼들었다.
“뀨! 주인 놈아아! 힘내라! 힘!”
그에 발맞추어 햄찌 역시 를 불러내 지크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꽈악!
지크는 아우리엘과의 거리를 좁힌 직후 를 거세게 움켜쥐고 힘껏 휘둘렀다.
빠악!
뒤이어 가 아우리엘의 옆통수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커헉!”
그러자 아우리엘의 고개가 꺾이며, 그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마나와 신성력이 서로 융합하고, 거기에 햄찌가 가진 정령의 힘까지 더해지면서 아우리엘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
지크는 유효타가 먹혀 들어갔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아우리엘의 머리통을 향해 스킬을 냅다 때려 박았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콰앙!!!
가 마치 속사포처럼 아우리엘의 머리통을 두드리고.
“커헉!”
아우리엘의 입에서 또다시 시뻘건 피가 터져 나왔다.
‘죽여야 돼.’
지크는 그 기세를 몰아 를 도(刀)의 형태로 변화시켜 스킬을 시전했다.
목표는 아우리엘의 목.
찰나의 순간 머리를 뎅겅 날려버리겠단 의도였다.
쒜엑!
도 형태의 가 아우리엘의 목 언저리에 닿았을 무렵.
콰직!
아우리엘의 손이 번개처럼 솟구쳐 를 움켜쥐었다.
“이 벌레 같은 놈이.”
아우리엘이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대천사인 나 아우리엘을….”
“크, 크윽!”
“어딜 감히!!!”
그와 동시에 아우리엘로부터 뿜어져 나온 충격파가 지크를 덮쳤다.
그 충격파가 오직 강력했으면, 스킬의 효과 중 하나인 마저도 산산히 부서졌을 정도였다.
“악!”
덕분에 지크는 저 멀리 튕겨져 나가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알림 : 경고, 경고!] [알림 : 을 입었습니다!] [알림 : 으로 인해 에너지 자원의 순환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알림 : 상처를 치료하십시오! 에너지자원을 무리하게 운용하면 마나홀이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아우리엘의 충격파는 심지어 지크의 신체 내부까지 엉망진창으로 박살 내버렸던 것이다.
***
최악의 상황이었다.
샤키로는 전투불능.
성전사들은 마치 개 돼지처럼 학살을 당했다.
게다가 지크는 신성력까지 끌어올렸음에도, 아우리엘이 뿜어낸 충격파 한 방에 나가떨어져 내상을 입었다.
그게 대천사가 가진 힘이었다.
대천사는 창조주가 만들어낸 지적 생명체들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으며, 아주 먼 옛날에는 이 세계를 관리하던 존재였다.
이만큼 강력한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모조리 사라져라, 쓰레기들아.”
아우리엘은 지크에게 몇 대 얻어맞은 탓에 크게 분노했는지, 작정하고 살육을 벌였다.
쏴아아아아아!
하늘에서 내리는 검의 비.
수십만 개에 달하는 빛의 검들이 성전사들을 향해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악!”
“악! 신이시여! 으아악!”
그렇게 성전사들은 마치 꼬치에 꿰이듯 하늘에서 떨어진 빛의 검들에 찔려 죽음을 맞이했다.
대학살.
단 한 명도 남겨놓지 않은, 그야말로 무자비한 살육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미하일은 털썩 쓰러진 채 절망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자신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몰살을 당하는 걸 지켜보고 있노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던 것이다.
한편, 지크는 덕분에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도 못했다.
“뀨! 주인 놈아아! 괜찮은 거냐!”
“안… 괜찮아.”
지크가 애써 목소리를 내어 대답했다.
“몸이 잘… 안 움직여. 크윽.”
“뀨우!”
“망할. 마나도 안 움직여.”
마나를 아예 끌어올릴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마나와 신성력을 함께 사용하려 할 때마다 몸속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을 뿐….
“네놈은 특별히 더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불태워줄 것이다.”
그때, 아우리엘이 지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미친.’
지크는 아우리엘이라는 이 불가항력적인 존재에 맞서 처음으로 절망감을 느꼈다.
자신의 디버프가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스펙을 가진 적은 아우리엘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우리엘은 강력한 적이었다.
아우리엘은 디버프 떡칠을 한 상태에서도 이게 디버프가 걸린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높은 스펙의 소유자였다.
아직 마스터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지크가 마왕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는 아우리엘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했다.
‘이렇게 죽나.’
지크는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는 아우리엘을 바라보며 가 된 후 처음으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동안 단 한 번도 죽지 않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전하!”
그때, 메타트론이 지크를 향해 뛰어왔다.
삐걱!
물론 관절염 때문에 지크 앞에 볼썽사납게 엎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커헉!”
“…너 뭐 하냐.”
지크는 메타트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야, 빨리 튀어. 너까지 죽지 말고. 난 어차피 죽어도 되살아나니까.”
“전하!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엥?”
지크는 메타트론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기회?”
“제가 한번 상대해 보겠습니다!”
“니가? 너 관절염 심해서 잘 뛰지도 못하잖아? 허리 디스크 때문에 맨날 고생하면서 뭔 기회를 달라는 거야?”
지크의 지적은 옳았다.
메타트론은 하필 빙의해도 늙디늙은 노마법사의 육체에 빙의하는 바람에, 마왕의 아들임에도 관절염과 허리 디스크를 포함한 온갖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메타트론이 무슨 수로 아우리엘을 상대한단 말인가?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유분수지, 검토할 가치도 없는 발언이었다.
***
메타트론에게는 나름의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전하! 제가 상대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한테 어벤져를 빌려주신다면, 저 빌어먹을 대천사를 박살을 내버리겠습니다!”
“아!”
지크는 그제야 자신이 메타트론의 아버지이자 마계 제7구역의 지배자인 복수의 마왕 이그나토의 신물 를 가지고 있단 사실을 기억해냈다.
“너 마검 빌려주면 가지고 튀려고 그러지?”
하지만 지크는 메타트론을 믿지 않았다.
“너 이 새끼 아주 얌체같이 이런 틈을 타서….”
“전하!”
메타트론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저는 전하께 노예의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어벤져를 가지고 달아날 수 있겠습니까!”
“그, 그런가?”
“전하! 저는 마왕의 아들입니다! 대천사 아우리엘이라면 최소한 저 정도 되는 최상급 마족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고로 마족과 천족은 서로 견원지간이자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상극의 관계.
그런 마족이라면, 신성력이 없이도 천족에게 피해를 주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던 것이다.
“너 튀면 알지?”
“안 튑니다!”
“그래, 알겠어. 믿어볼게.”
지크는 속는 셈치고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를 꺼낸 뒤 메타트론을 돌아보았다.
“튀면, 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알겠어.”
지크가 의 자루를 메타트론을 향해 내밀었다.
“부숴버려, 저 빌어먹을 대천사 새끼.”
“예, 전하.”
메타트론은 지크의 말에 대답하고는 의 자루를 덥석 움켜쥐었다.
우웅!
그러자 가 이제야 진정한 주인을 만났다는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륵, 화르륵!
시퍼런 귀화(鬼化)가 치솟아 올라 메타트론을 집어삼켰다.
“크윽… 크으으으으으으윽!!!”
메타트론은 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마력에 고통스러워하는가 싶더니, 이내 곧 평온을 되찾았다.
“크흐흐흐!”
뒤이어 메타트론의 입가에 살기등등한 미소가 떠올랐다.
‘헉?! 이 자식이 나 배신하려고 그러나?!’
지크는 그런 메타트론의 모습에 잠깐이나마 쫄았지만, 다행히도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딜 천족 주제에 감히. 흐흐흐.”
메타트론은 를 움켜쥔 채 마주 오는 아우리엘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툭, 투욱!
그러는 동안 메타트론의 육체가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입고 있던 옷의 단추가 떨어져 나가고, 찢어지기 시작했다.
“네놈은.”
아우리엘은 메타트론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느끼고,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촤락! 촤라락!
어느새 메타트론은 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본체로 현신한 상태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