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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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에 나선 지크는 햄찌와 함께 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를 둘러보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섬마다 워프 게이트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일일이 돌아다니는 건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이거 본국에 연락해서 워프 게이트 좀 많이 설치해 둬야겠네. 하긴. 녹색 군도로 오는 워프 게이트도 없으니까.’
가 제아무리 빨라도 워프 게이트보다 느리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지크는 이참에 전체에 걸쳐 워프 게이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각 섬을 이동할 때 배를 탄다는 것 자체가 지크뿐 아니라 의 주민들에게도 불편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크는 워프 게이트 설치뿐 아니라 각 분야의 행정직 공무원들도 많이 뽑아서 투입할 생각이었다.
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해적질이나 할 줄만 알았지, 공부와는 평생을 담 쌓고 살아온 이들이었다.
때문에, 현재의 사람들에게 행정을 맡기는 건 바보짓이었다.
즉, 가 앞으로 번듯한 영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행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들과 소수의 엘리트 공무원들을 투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중계 무역도 추진해야 하는데. 하! 바쁘다, 바빠.’
지크는 햄찌에게 의 운전을 맡겨놓고 어떠한 지시 사항을 내릴지 노트에 메모해 두었다.
지크는 워낙에 바쁜 사람이었으므로, 이렇듯 생각났을 때 메모해두지 않으면 까먹고 두 번 다시는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크가 이동 중에도 짬짬이 왕으로서의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내던 도중.
촤락! 촤라락!
꿈틀꿈틀!
갑자기 거대한 촉수들이 솟구쳐 를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에는 예로부터 수없이 많은 바다괴수들이 서식하며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었는데, 이 촉수들의 주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초거대 문어.
즉, 바다의 폭군이라 불리는 이 등장한 것이다.
“아오, 바빠 죽겠는데.”
지크가 거대한 촉수들이 덮쳐오는 걸 보고 분통을 터뜨리던 중.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지난번 를 상대할 때처럼 퀘스트가 발생했다.
“흠.”
지크는 매우 귀찮았지만, 바다괴수를 길들일 수 있었기에 짜증까지는 내지 않기로 했다.
바다괴수 한 마리는 어지간한 군함 몇 척과 맞먹는 전투력을 지녔기에, 일단 길들일 수만 있다면 상당히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먹이도 알아서 찾아 먹으므로, 유지비 또한 군함에 비해서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단 잡지 뭐.’
지크는 무시무시한 바다괴수인 을 무슨 포켓몬이라도 되는 것마냥 잡아서 길들이기로 결정하고, 냅다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뀨! 주인 놈아아! 어디 가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란 말도 모르냐!”
“뀨우! 주인 놈아아! 호랑이가 아니라 문어다! 문어! 뀨!”
“거 대충 알아들어! 이따 보자!”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바다 밑으로 잠수했다.
***
지크가 패시브를 발동시킬 겸 광산도 찾을 겸 를 돌아보고 있을 무렵.
“흠.”
프로아 왕국의 경제를 총괄하는 재부무장관 슈미트는 최근 올라온 한 보고서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무슨….”
슈미트는 지난번 지크가 가져온 레드 드래곤-오즈릭 교단에 의해 세뇌되었던-의 사체를 해체한 뒤 대륙 이곳저곳에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번 레드 드래곤의 시체는 크반트의 가공을 거쳐 상품성이 극도로 업그레이드되었기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는커녕, 이미 계약되어 있던 판매조차 번번이 불발되기 일쑤였다.
또한, 드래곤의 사체 가격이 평소보다 30퍼센트 정도 폭락해 있기도 했다.
덕분에 프로아 왕국은 레드 드래곤의 사체를 처분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가공을 마친 이상 빨리 팔아치워서 국가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해진 것이다.
슈미트는 이 알 수 없는 현상에 매우 당황했다.
도대체 왜 안 팔리는 걸까?
이 정도로 안 팔리는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드래곤의 사체로부터 얻어낸 뿔, 비늘, 뼈, 고기, 피, 눈, 가죽 등은 제아무리 비싸다고 한들 없어서 못 파는 물건들이었건만….
“도대체 왜….”
슈미트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최근 뉘르부르크 대륙에서 거래된 드래곤 사체의 시세를 확인해 보았다.
결과는 매우 놀랐다.
“……!”
슈미트는 최근 3개월 동안 드래곤의 사체 거래량이 평소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확인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드래곤의 사체는 유통량이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어야 했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었다.
드래곤이 동네 뒷산에 서식하는 고블린도 아니질 않은가?
통계를 내보면, 드래곤의 사체는 평균적으로 30년에 한 구가 나올까 말까였다.
그런데 최근 3개월 동안 풀린 드래곤의 사체는 무려 11구였다.
한 달 평균 네 마리 정도의 드래곤이 사냥당해서 그 사체가 시장에 풀렸던 것이다.
“나인테일 국장을 좀 불러오도록.”
“예, 장관님.”
슈미트는 통계를 확인하자마자 나인테일을 불러들였다.
“무슨 일이시죠?”
나인테일은 때마침 왕궁 안에 있었는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슈미트를 찾아왔다.
“그게….”
슈미트는 나인테일에게 이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건 불가능해요.”
나인테일 역시도 슈미트와 같은 생각인지, 이 현상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드래곤을 전문적으로 사냥하지 않고서야….”
“하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하죠.”
나인테일이 슈미트의 물음에 딱 잘라 말했다.
“아무리 모험가들이 강해지고 있다곤 하지만, 드래곤을 이렇듯 많이 단기간에 사냥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건 전하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에요.”
“확실합니까?”
“나이 어린 드래곤들이라면 몰라도, 시장에 풀린 드래곤의 사체들은 최소 3,000살이 넘는 개체들의 것이에요. 심지어 그중에는 에이션트 등급의 드래곤도 두 마리가 있었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슈미트가 혼란스럽단 표정을 지었다.
“일단 알아볼게요.”
나인테일 역시도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챈 듯 대답했다.
“본국과 관련이야 없겠지만, 확실히 수상하긴 하네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별말씀을요. 하필 본국이 드래곤의 사체를 판매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많이 아쉽네요.”
“그렇습니다, 나인테일 국장님.”
“일단 이 건은 덮어두세요. 제가 따로 알아보고 보고드릴 테니까요.”
“예.”
“그럼, 수고하세요.”
나인테일은 슈미트의 집무실을 나서 곧장 정보부로 향했다.
‘드래곤들이 이렇듯 짧은 시간에 여러 마리가 사냥당하는 게 가능할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도대체 누굴까? 누가 드래곤들을 사냥하고 있는 걸까?’
정보국으로 향하는 나인테일의 머릿속에는 온통 의문 부호가 가득했다.
***
지크는 를 둘러보던 중 무려 14마리나 되는 바다괴수들과 마주쳤고, 그들을 모조리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괴수들은 다양했다.
과 같은 거대 문어부터, 거대 상어, 거대 거북이, 거대 말미잘(!) 등등 온갖 종류의 바다괴수들이 지크에게 길들여졌다.
그 결과.
쏴아아아아-!!!
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크륵!] [캬아아악!] [거북, 거북!]그런 의 뒤를 14마리의 바다괴수들이 줄지어 따랐다.
“…내가 뭔 피리 부는 사나이냐.”
지크는 저 뒤로 자신을 쫓아오는 바다괴수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바다괴수들이 무슨 동네 강아지처럼 줄줄이 따라오는 모양새가 영 황당했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아! 주인 놈아 이제 바다괴수 함대 가지고 있다! 뀨우!”
“으응?”
“뀨우! 바다괴수들로 다른 나라 해군 다 박살내는 거다! 뀨!”
“오, 그러네.”
지크는 햄찌의 말을 듣고 저 바다괴수들을 프로아 왕국의 해군에 입대(?) 시켜서 부려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바다괴수들은 유지비도 저렴한 데다 전투력도 강력했고, 또한 적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에도 좋았다.
“뀨! 주인 놈아아! 햄찌가 쟤네한테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으응?”
“햄찌 소통 가능하다! 뀨우!”
햄찌는 축생(?)답게 바다괴수들과 말이 통했던 모양이었다.
“진짜?”
“뀨! 햄찌가 쟤들한테 물고기 많이 사는 지역도 물어봤다! 뀨우! 주인 놈아 생선 많이 잡을 수 있다!”
“오오오!”
“뀨! 햄찌가 주인 놈아 도와준다! 뀨우우!”
“오케이!”
지크는 햄찌의 도움을 받아 각 바다의 황금어장(?)을 찾아 대대적인 어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한, 를 통해 무역업도 하고 내륙 지방에 운송 루트도 뚫어 신선한 생선을 프로아 왕국에 공급할 계획까지 세웠다.
쨍그랑, 쨍그랑!
지크는 벌써부터 금화가 짤랑이는 듯한 환청을 듣고 매우 좋아했다.
그렇게 지크는 를 타고 바다괴수들을 줄줄이 이끈 채 를 돌아다니며 크고 작은 섬들을 체크해 나갔다.
그로부터 이틀 후.
지크는 딱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 워낙에 크고, 섬의 개수도 많았기에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에는 바다괴수가 많이 살아 사람이 얼씬도 하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곧 아직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섬이 많이 남아 있단 뜻이었으므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이거 자꾸 바다괴수만 길들이는 느낌인데.’
지크는 또 다른 섬을 탐사하기 위해 항해하던 중 힐끔 뒤를 바라보았다.
거의 30여 마리에 이르는 바다괴수들이 줄줄이 지크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지난 이틀 동안 바다괴수들을 더 많이 잡아 이제는 그 숫자가 30여 마리까지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 드래곤이 여기서 제일 돈 되는 특산물인가?’
지크는 바로크 선장 소유의 광산 지하에 잠들어 있는 실버 드래곤을 떠올렸다.
‘잠들어 있을 때 슥삭 해버려? 아니지. 괜히 건드렸다가 녹색 군도가 쑥대밭이 되면 어떡해.’
게다가 그 실버 드래곤은 수백 년 전 해적왕 프리드레이크와 어떠한 계약을 맺고 를 만들었다고 전해졌다.
그러므로 아무리 돈에 눈이 먼 지크로서도 굳이 건드릴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드래곤이 잠에서 깨어나 미쳐 날뛰면 몰라도.
‘쩝. 슬슬 하나 걸릴 때도 된 것 같….’
지크가 그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뀨! 주인 놈아아!”
“으응?”
“갑자기 배가 제멋대로 간다! 뀨우!”
“으응?”
“뀨! 통제불능이다!”
그 말대로 는 햄찌가 운전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거 그거다!’
지크는 지금 이 현상이 패시브가 발동된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내버려 둬.”
“뀨우?”
“알아서 갈 거야.”
“뀨! 알겠다!”
햄찌는 지크의 조언대로 조타기를 아예 놓아버렸다.
드르르륵!
그러자 조타기가 제멋대로 돌아가더니, 저 멀리 커다란 섬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