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28
827
섬은 백사장조차 없는, 그냥 바다 위로 우뚝 솟은 돌덩이 위에 각종 식물들이 뒤덮은 형태였다.
게다가 온통 절벽이라서, 밧줄 같은 장비를 이용하지 않으면 섬에 올라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흠.”
지크는 가 섬 가장자리에 도착하자 절벽 위쪽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정도면 그냥 봉우리 아닌가.”
섬이 딱히 뭔가 있을 만한 형태가 아니었기에, 지크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뀨! 주인 놈아아! 그래도 뭐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냐!”
“그건 그렇지.”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를 펼쳤다.
“살펴보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뀨! 알겠다!”
그렇게 지크는 비행 능력을 이용해 섬에 올랐다.
섬 안은 역시나 별 게 없었다.
우거진 수풀과 나무만이 있었을 뿐….
“뭐지.”
지크가 눈살을 찌푸릴 때였다.
띠링!
지크의 머리 위로 칭호의 임팩트가 떠올랐다.
[보물 사냥꾼]보물 창고를 많이 턴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 우연치 않게 보물 창고를 발견할 확률 +50%
문제는 칭호가 떠오르긴 했는데, 보물 창고의 정확한 위치가 나타나진 않았단 거였다.
‘뭔가 있긴 있단 소린데.’
지크는 을 켜서 섬 전체를 스캔해 보았다.
칭호가 떠올랐으므로, 반드시 무언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고?’
스캔 결과 섬은 섬일 뿐, 어떠한 오브젝트나 숨겨진 비밀 통로 같은 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어딘가에 보물 창고, 그러니까 돈이 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칭호의 임팩트가 떠오를 리 없었다.
그렇게 섬을 샅샅이 더 뒤져보던 중.
“으응?”
지크는 웬 바위들이 쌓여 있는 곳에 화살표가 떠올라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초록색 화살표는 마치 여기라는 듯, 바위들이 잔뜩 쌓인 곳 정중앙에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어쩌란 거지? 파보라는 건가?”
지크는 바위들이 쌓인 곳을 살펴보다가 를 곡괭이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런 뒤 제일 큰 바위를 찍어보았다.
푹!
곡괭이의 날이 큰 바위에 30센티미터 정도로 깊숙이 박히던 순간.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엄청난 규모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
지크는 미쳐 피할 틈도 없이 그 대폭발에 휘말려 수십 미터를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번쩍!
그러기가 무섭게 오색 찬연한 섬광이 번뜩였다.
그 섬광은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 빨간색 등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이 뒤섞여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내었다.
“…크윽.”
지크는 간신이 몸을 일으키며 폭발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오색으로 빛나는 버섯구름이 피어올라 있어서, 조금 전 벌어졌던 대폭발이 얼마나 큰 규모였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뀨! 주인 놈아아! 무슨 일이냐!”
그때, 햄찌가 헐레벌떡 지크에게로 달려와 부축해 주었다.
“으. 갑자기 바위가 폭발했어.”
“뀨?”
“아오. 죽을 뻔했네.”
그런 지크의 생명력은 고작 20퍼센트.
자칫 잘못했다간 폭발에 휘말려 진짜로 죽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뭐지?”
지크는 를 꺼내 포션을 꿀꺽꿀꺽 마시며 폭발 지점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보았다.
반짝반짝!
그곳에는 여러 가지 돌덩어리들이 각기 다른 빛깔을 뿜어내며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까악! 까아아악!]그때 이 나타나 그 돌덩어리들을 주워 지크의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어주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알고 보니 여기저기 떨어져 있던 돌덩어리들은 일반 돌덩어리가 아니라, 마정석을 비롯하여 신비한 힘이 담긴 재료템들이었던 것이다.
***
뉘르부르크 대륙에는 여러 광산이 존재했다.
그중 마정석이나 화염석처럼 신비한 광물이 나오는 광산들에서는 보통 한 가지 광물만 채굴되는 게 일반직이었다.
예컨대, 마정석 광산이면 마정석만 채굴되고 화염석 광산이면 화염석만 채굴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두 개 이상의 신비한 광물이 채굴되는 광산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광산이 이루어질 당시 여러 에너지가 뒤섞인 곳에는 그에 따라 여러 광물을 채굴할 수 있었는데, 지금 이 섬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한 개의 광산.
하지만 채굴 가능한 광물은 수십여 종.
뉘르부르크 대륙에서는 이러한 광산을 흔히 이라 부르곤 했다.
“오오!”
지크는 섬의 정체를 깨닫고 환호했다.
은 같은 규모의 다른 광산들보다 수익성이 최소 다섯 배는 더 좋았다.
매장량도 많은 데다가, 값비싼 광물들이 종류별로 채굴되기에 속된 말로 를 현실에서 실현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아! 부자다! 부자!”
햄찌 역시 지크와 함께 덩달아 좋아했다.
햄찌는 지크가 돈을 버는 이유가 자신을 오래오래 만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좋아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좋아.”
지크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를 호미 형태로 바꾸었다.
“캐보자.”
“뀨우?!”
“프레이 스톤도 나올 수 있으니까.”
은 여러 가지 신비한 광물이 다채롭게 채굴되었으므로 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던 것이다.
“뀨! 햄찌도 도와준다!”
햄찌 역시 주머니(?)에서 호미를 꺼내들었다.
“일단 캐보자.”
“뀨! 알겠다!”
지크와 햄찌는 깨진 바윗덩어리들을 치우고, 호미로 조심스레 땅을 파 묻혀 있던 광물들을 캐내기 시작했다.
맘 같아선 곡괭이를 마구 내려쳐 빠르게 캐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은 여러 가지 성질의 광물들이 동시에 섞여 있어서, 큰 충격을 가했다간 조금 전처럼 대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채굴.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1/150)]지크는 비로소 을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예상대로 에서는 도 나왔던 것이다.
“좋아, 좋아.”
지크는 미소를 지으며 채굴을 계속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2/150)]그렇게 지크는 여러 가지 광물과 함께 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나갔다.
마지막 에픽 연계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서 말이다.
***
한편, 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드레이크 선장이 기어코 해적왕에 등극해 를 평정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측에서 보내온 한 장의 공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드레이크 선장의 이름으로 온 공문에는 가 해적 소굴이 아닌 해상 왕국으로써 거듭날 것이며, 앞으로 그 어떤 해적질도 하지 않겠단 내용이었다.
또한, 앞으로는 해적 집단이 아닌 정식 국가로써 국제법을 준수할 예정이니 부디 의 협조를 바란다는 간곡한 부탁 역시도 담고 있었다.
덕분에 은 발칵 뒤집어졌다.
물론 해적들이 더 이상 해적질을 하지 않고 합법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겠다며 선언한 이상 걱정거리는 줄어든 셈이었다.
전 세계의 해적 중 50퍼센트 이상이 노략질을 그만두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제는 그런다고 해적들이 그간 저지른 각종 범죄들이 사라지진 않는단 점이었다.
게다가 해적들이 새로운 해적왕인 드레이크 선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만약 드레이크 선장이 강력한 해군력을 갖추어 정복 활동이라도 벌인다면 과 그에 가입된 국가들 또한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수뇌부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런 빌어먹을! 등 푸른 생선이 빤다고 흰 살 생선이 되오? 한 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요! 당장 토벌해야 마땅하오!”
“아니! 녹색 군도가 어딘 줄 알고 쳐들어가자는 게요? 게다가 이제부터라도 지난날의 잘못을 깨닫고 갱생하겠다는데, 굳이 벌집을 들쑤셔놔야겠소?”
“거 해적들을 믿소이까? 차라리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시오!”
“이런 앞 뒤 꽉 막힌 인간들 같으니! 일단 지켜보면 될 것을!”
로부터 공문이 날아든 이후 의 회의실에서는 연신 오성이 오가고, 때론 몸싸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크흠.”
의 총사령관인 클로드 원수는 머리가 다 지끈거려서 눈을 꽉 감고 안면을 감쌌다.
클로드 원수로서도 지금 벌어진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맘 같아선 이참에 세력이 약해진 로 쳐들어가 해적들의 씨를 말려버리고 싶은데, 위치를 모르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가 해상 왕국으로 거듭나는 걸 내버려 두자니 뭔가 찜찜하기도 했고.
앞으로 벌어질 영토 분쟁과 마찰도 걱정되었다.
당분간은 해적들이 노략질을 멈춘다는 건 좋은데, 도통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드레이크 선장. 자넨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클로드 대원수는 지크를 만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었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진정 이때가 녹색 군도를 공격할 절호의 기회이거늘….’
총 네 명이었던 해적 영주 중 셋이 죽은 게 확인된 이상 의 전력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
위치만 안다면 당장에라도 총공격에 들어가 해적들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고만 싶었다.
“총사령관님.”
그때, 부관이 황급히 회의실로 들어와 클로드 원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슨 일인가.”
“그것이….”
부관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녹색 군도의 정확한 위치를 안다는 자가 찾아왔습니다.”
“뭣이?!”
클로드 원수는 제 귀를 의심했다.
의 정확한 위치는 수백 년 동안이나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이제 와 정확한 위치를 안다는 사람이 나타났단 게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정말인가?”
“예, 총사령관님.”
“하지만 그걸 어찌 믿겠나? 드레이크 선장이 보낸 스파이일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닙니다.”
“근거라도 있나?”
“예, 총사령관님.”
“말해보게.”
“녹색 군도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자의 신원이 매우 확실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자네가 그리도 확신하는 것이지?”
클로드 원수는 부관의 보고에 놀라 물었다.
“녹색 군도의 위치를 아는 자가 최근….”
부관이 클로드 원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으음!”
클로드 원수는 부관의 보고를 듣고 눈을 크게 떴다.
부관이 말대로, 그자의 신원이 매우 확실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알겠네. 내 바로 가지.”
“예, 총사령관님.”
클로드 원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뒤 회의에 참석했던 세계 각국의 해군 장성들에게 말했다.
“긴급한 보고가 있어 잠시 회의를 중지할 터이니, 쉬고들 있으시오.”
클로드 원수는 그렇게 말한 뒤 부관을 뒤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만약 그자가 진정 녹색 군도의 위치를 안다면….’
발걸음을 옮기는 클로드 원수는 어느새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다.
클로드 원수가 제아무리 별 다섯 개를 단 의 원수라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조차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왜?
만약 이번에 들어온 정보가 정확하다면, 의 오랜 숙원인 정벌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