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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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귓속은 매우 어두컴컴했고, 또 습했으며, 냄새 또한 역했다.
평소 귀 청소와는 담을 쌓고 지냈는지, 곳곳에는 마치 고름과 같은 귀지들이 잔뜩 쌓여 있기도 했다.
“윽!”
“뀨! 더럽다! 더러워!”
지크와 햄찌는 그런 거인의 귓속을 내달리며 투덜거렸다.
그러나 귓속을 선택한 건 꽤 좋은 판단이었다.
그렇다고 입 안으로 들어가 거인의 위액 속에 풍덩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또, 만약 코로 들어갔다가는 거인의 코딱지 속을 헤매다가 콧바람에 휩쓸려 배출될 수도 있었다.
좀 더럽긴 하지만 귓구멍이 그나마 제일 안전한 침투(?) 경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익! 이런 벌레 새끼들이!!!]거인은 가려웠는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이미 귓구멍 안으로 파고든 지크와 햄찌를 잡을 방법은 없었다.
무슨 거인들끼리도 의사가 있어 내시경이라도 집어넣지 않는 이상, 이미 몸속으로 들어온 이물질들을 빼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크와 햄찌는 그 어떤 방해 없이 거인의 귓속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키힉!] [까득, 까드득!]그런 지크와 햄찌를 기다리고 있던 건 대형견 크기만 한 거대 진드기들이었다.
[자이언트 귀 진드기]거인들인 종족의 귓속에 사는 기생충.
•존재 구분 : NPC(몬스터)
•타입 : 기생충
•레벨 : 450
•클래스 : 블러드 패러사이트
•특이 사항 : 한 번 붙잡히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으므로, 접근을 허용해선 안 된다.
거인의 귓속이 더러웠는지, 기생충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까득, 까드득!] [까드득!]무려 450레벨의 진드기들은 효과를 두른 채 지크와 햄찌를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접근해왔다.
‘미친!’
지크는 한낱 진드기들이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해진 걸 보고 혀를 내두르는 한편 를 움켜쥐었다.
그런 뒤 곧장 와 을 펼쳤다.
[까득! 까드득!]그러나 진드기들은 를 앞세워 의 슬로우 효과를 뿌리치고 지크를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
지크는 진드기들이 을 너무나도 쉽게 뿌리치고 덤벼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450레벨이란 스펙과 가 더해지니 이제는 슬로우 효과가 걸렸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였던 것이다.
만약 의 효과가 없었더라면, 도대체 얼마나 빨랐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덥석!
그렇게 을 빠져나온 진드기 하나가 지크를 덮쳤다.
“크윽!”
지크는 어떻게든 그 진드기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꽈악!
진드기의 다리 힘이 얼마나 좋았냐면, 지크가 입은 방어구를 찌그러뜨릴 정도였던 것이다.
쭉! 쭈욱!
뒤이어 진드기가 지크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알림 : 생명력이 10% 하락했습니다!] [알림 : 생명력이 10% 하락했습니다!] [알림 : 생명력이 10% 하락했습니다!]진드기의 흡혈량은 초당 전체 생명력의 10퍼센트.
이론적으로는 10초면 즉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흡혈량이었다.
“뀨우우우우!!!”
햄찌는 지크를 돕기 위해 진드기를 붙잡고 떼어 내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꽈아아악!
쭙, 쭈우웁!
햄찌가 용을 쓰면 쓸수록 진드기는 더 강하게 지크를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지크의 생명력은 더 줄어들어 갔다.
스으으!
지크는 을 켜 보았지만, 진드기는 방사능 내성을 가지고 있는지 힘이 빠지는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면….
“햄찌야! 비켜!”
“뀨!”
지크는 햄찌가 훌쩍 물러서자마자 곧장 스킬을 발동했다.
번쩍!
뒤이어 새하얀 섬광이 빗발쳐 진드기들을 덮쳤다.
다행스럽게도, 은 거의 통하지 않았지만 만큼은 확실했다.
[……!] [……!] [……!]진드기들은 에 걸려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오!”
지크는 자신의 생명력을 탐욕스럽게 빨아대던 진드기를 대충 던져 버리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몬스터의 패턴에 짜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지크는 슬슬 스킬들이 한계를 드러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은 오직 지크 개인적인 문제였다.
를 뛰어넘지 못해 생긴 일인 것이다.
‘방법이 있을 텐데.’
지크는 또다시 어떻게 하면 을 뚫고 300레벨을 찍을까 고민하며, 얼어붙은 진드기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쾅! 콰앙!
에 의해 얼어붙은 진드기들은 평타 한 방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거인의 귓속에 사는 몬스터이기 때문일까?
진드기들은 죽으면서 을 두 개, 혹은 세 개씩이나 떨구었다.
아무래도 거인의 귓속이라는 특수한 던전(?) 안에서 살기 때문인지 템을 좀 많이 주는 모양이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을 불러내 들을 주웠다.
그리고는 무기 공격력을 올려주는 을 즉석에서 에 발랐다.
[알림 : 의 기본 공격력이 5 올랐습니다!] [알림 : 의 기본 공격력이 5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 의 기본 공격력이 5 올랐습니다!]제아무리 지크라 할지라도 지금 바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뿐이었다.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화력을 올려야만 했다.
***
지크는 진드기들을 처치한 후 거인의 고막 앞에 도착했다.
고막 안에 있는 달팽이관은 거인의 덩치만큼이나 거대했다.
“햄찌야, 꽉 잡아.”
“알겠다! 뀨우!”
햄찌는 지크의 말에 거인의 귓속에 난 터럭을 꽉 움켜쥐었다.
콰앙!
그러기가 무섭게 스킬이 부채꼴 형태로 뻗어나가 거인의 달팽이관을 덮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그와 동시에 거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며, 강렬한 음파가 귓속 안을 회오리쳤다.
인간이 귀를 파다가 귀이개를 살짝만 깊이 찔러도 엄청나게 고통스럽기 마련.
하물며 소형 폭탄이 귓속에서 터진 효과라면, 그 고통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으악! 으아아악!]거인은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뀨우우우우! 돈다! 돌아! 뀨우우우우!”
덕분에 지크와 햄찌는 거인의 귓속에 난 터럭을 붙잡은 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다.
‘여기서 멈출 순 없지.’
지크는 미친 듯 흔들리는 귓구멍 속에서도 집요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지크의 목표는 뇌.
귓구멍을 따라 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것만이 이 초대형 몬스터를 처치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를 아예 삽의 형태로 바꾸어 거인의 귓속을 불도저처럼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으아아악! 악! 으아아아아아악!]거인은 그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지크는 멈추지 않았다.
지크는 거인의 두개골이 너무나도 단단해서 스킬로도 해결이 되자 않자, 까지 사용했다.
콰앙!
과연 은 데미지만큼은 확실해서, 거인의 단단한 두개골조차 간단하게 박살을 내버렸다.
물론 피해 면적이 작아서, 지크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는 것에 그쳤지만 말이다.
“가자!”
“뀨!”
지크는 곧장 거인의 뇌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잠깐.”
지크는 거인의 뇌 안에 스킬을 때려 박으려다가 우뚝 멈췄다.
“뀨? 주인 놈아아! 왜 그러냐!”
“되나?”
“뀨?”
“잠깐만.”
지크는 햄찌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스킬을 켜 방사능 미생물들을 내보냈다.
어쩌면 거인도 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거인의 뇌는 방어력이 0인 순수 세포 덩어리라서, 를 켜고 달려드는 진드기와는 달리 방사능 에너지가 먹힐 것 같았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으므로, 지크는 계속해서 방사능 미생물들을 뿜어내 거인의 뇌를 오염시켰다.
거인의 덩치만큼 뇌도 컸기 때문일까?
지크는 평소 을 만들 때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은 방사능 미생물들을 뿜어내야 했다.
‘안 되나?’
지크가 의구심을 가질 때였다.
띠링!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를 제작하셨습니다!]결과는 성공.
제아무리 거인일지라도 방사능 미생물들에 절여질 대로 절여지면 이 되어 지크의 충실한 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됐어!”
“뀨! 주인 놈아아! 이제 거인 지배하냐!”
“응.”
“뀨우! 그럼 이제 어떻게 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크가 그걸 질문이냐는 듯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몰라?”
“뀨?”
“거인에는 거인이지.”
지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
한편, 지크의 파티원들은 거인들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
개미가 사람과 싸우는 격이었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 게이머들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했다.
게이머들은 거인의 몸에 올라타 괴롭히거나, 비행 능력을 이용해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을 다했다.
심지어, 용감무쌍하게 거인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가 잘근잘근 씹혀서 죽는 게이머마저 있을 지경이었다.
지크처럼 거인의 귓속으로 파고든 게이머들도 몇 명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진드기들에게 흡혈당해 죽어버렸다.
그만큼 게이머들이 분전했지만, 한계는 명백했다.
쿠웅!
거인들의 발길질이 연신 땅을 내리찍고.
“……!”
“……!”
몇몇 게이머들은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쥐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짜악! 짝!
거인의 몸에 올라탔다가 손바닥에 맞아 참혹한 죽음을 맞은 게이머들도 상당수.
거의 30여 명에 이르는 파티원들이 사망했으니,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엄청난 전력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악!”
“피해!”
그렇게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우어어어어어어-!!!]세 마리 중 쓰러져 있던 거인 하나가 불현듯 몸을 일으키더니 포효를 내질렀다.
그 거인의 눈은 짙은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위험한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
“……!”
게이머들은 갑자기 쓰러진 그 거인이 고위급 몬스터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패턴인 를 시작한 줄 알고 경악했다.
보통의 몬스터들도 폭주하면 감당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닌데, 하물며 거인이라면 일대가 쑥대밭이 되고도 남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퍼억!
폭주한 줄 알았던 거인이 공격한 건 게이머들이 아닌 동료였다.
즉, 거인이 거인을 때린 것이다.
퍽! 퍼억! 퍽!
눈이 초록색으로 물든 거인은 동료의 죽빵을 인정사정없이 갈기더니, 아예 다리를 걸어 자빠뜨렸다.
쾅! 쾅! 쾅!
그런 뒤 쓰러진 동료에게 올라타 파운딩의 형태로 주먹을 갈겼다.
심지어,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아예 암바를 걸어 제압하기까지 했다.
[이 미친놈아! 뭐 하는 짓이야!]다른 거인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이 된 동료를 뜯어말렸다.
“쟤, 쟤네 왜 싸워?”
“……?”
“뭔데? 갑자기?”
게이머들은 역시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는 사이.
“가자! 햄찌야!”
“뀨!”
지크는 에서 빠져나와 싸움을 말리던 다른 거인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싸워 이기는 것보다 거인들을 로 만드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20분 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거인 세 명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미, 미친.”
“설마… 거인들을 길들였다고?”
“히익?!”
게이머들은 그런 거인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인들이 극진히 예를 갖춘 대상이 다름 아닌 지크였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