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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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왕성한 마족인 바로크는 약해져버린 아버지 이그나토를 속으로 비웃었다.
‘명색이 마왕이란 자가 이렇듯 나약해서야? 큭큭. 그러니 한낱 인간 따위에게 패배해 소멸할 뻔했던 것이겠지.’
바로크는 이그나토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마왕이란 본래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군주였다.
그런 자가 모자란 첫째 아들을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있자니, 가장 유력한 차기 마왕인 바로크로서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얼른 뒈졌으면 좋겠군. 노친네가 명이 왜 이렇게 긴 거야?’
바로크는 한시라도 빨리 이그나토가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야만 바로크가 차기 마왕이 되어 마계 제7구역을 지배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바로크가 굳이 이그나토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이미 제7구역의 실질적 지배자였기 때문이다.
바로크는 약 50년 전부터 이그나토를 대신해 제7구역을 지배해 왔기에, 굳이 아버지를 죽일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어차피 곧 죽을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여 봤자 민심만 안 좋아질 뿐.
게다가 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당분간은 이그나토가 죽기를 기다리기로 했던 것이다.
“아버지.”
바로크는 속으로 이그나토를 비웃으면서도, 겉으로는 효심 깊은 아들인 척 미소를 지었다.
“형님은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래, 나의 아들아. 믿음직스럽구나. 쿨럭, 쿨럭쿨럭!”
“일단 안정을 취하십시오.”
“그래, 알겠다. 너희들도 물러가도록 하여라.”
“예, 아버지.”
바로크는 이그나토를 뒤로하고 자신의 본거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뒤 자신의 가장 유능하면서도 충실한 심복을 불렀다.
그 충실한 심복이란 다름 아닌 게이머 채형석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채형석은 바로크의 부름에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
마계로 끌려와 바로크의 노예로 지내던 채형석은 우연히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크의 오른팔 가 되어 마계 제7구역의 총사령관에 지위에까지 올랐던 것이다.
“형석이우스.”
“예, 주인님.”
“아버님께서 곧 뒈질 모양이다.”
“감축드리옵니다.”
채형석이 바로크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채형석의 태도는 매우 정중했고, 또한 극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채형석은 진심으로 바로크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채형석은 마계로 끌려온 직후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수십억 대의 빚을 진 상태인지라, 더 이상 게이머로 살아갈 수 없었다면 자살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크의 심복이 되자 모든 게 달라졌다.
채형석은 이곳 제7구역에서 실질적인 2인자 노릇을 해오며 굉장한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채형석은 마계의 신비로운 자원들을 내다 팔아서 현금을 마련했고, 빚을 갚아나갔다.
덕분에 채형석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어느 정도의 사치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 마족들과 성인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비록 게이머지만, 채형석은 어느새 뼛속까지 마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형석이우스.”
“예, 주인님.”
“언제쯤 마검 어벤져를 되찾을 수 있겠나.”
“아직은 마계의 문이 다 열리지 않았사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소서.”
“크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쳐부수는 건 소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옵니다. 성심성의껏, 이 한 몸 아낌없이 다 바쳐 임무를 수행하겠사옵니다. 그러니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채형석은 지크를 향한 복수를 접지 않았다.
마계 제7구역의 군사력을 등에 업은 이상, 복수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다, 형석이우스.”
바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너를 믿고 기다리겠다.”
“그 믿음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리옵니다.”
채형석이 바로크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두고 보자, 한태성.’
채형석은 지크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조만간 네놈의 모든 걸 빼앗아주마.’
채형석은 마계 제7구역의 힘이라면, 지크와 프로아 왕국을 쳐부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의 상위 클래스인 의 능력이란 정말이지 엄청났다.
“으윽!”
고스란은 지크로부터 뿜어져 나온 어둠의 손길들을 어떻게든 뿌리치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꽈악!
어둠의 손길들은 고스란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욱 세게 조여 올 뿐이었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알림 : 공격 속도가 느려집니다!] [알림 : 캐스팅 속도가 느려집니다!]고스란을 휘감은 검은색 오오라는 실시간으로 를 누적시키며, 그녀를 더더욱 힘들게 했다.
[가자… 지옥으로….] [포기하면 편해… 어둠을 받아들여….]게다가 귓속을 파고드는 사악한 목소리들과, 눈앞을 어지럽히는 악귀들의 환영까지 고스란을 괴롭혀 대었다.
“그, 그만… 그마아아아아아안!!!”
고스란은 게임 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내질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륵, 화르륵!
이번에는 지크를 중심으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올라 고스란을 휘감았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방어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항마력이 하락합니다!](중략)
[알림 : 방어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항마력이 하락합니다!]그 시뻘건 불길은 고스란에게 옮겨붙은 뒤 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활활 타오르며 그녀를 불태웠다.
그러면 그럴수록 의 중첩은 계속해서 쌓여만 갔고, 고스란을 더욱 지독한 디버프 지옥으로 끌어들였다.
‘여, 여기서 무너질 수… 없어!!!’
고스란은 찰나의 틈을 이용해 간신히 텔레포트를 해서 지크와의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
고스란은 지크가 자신의 앞에 있는 걸 보고 또다시 경악했다.
[알림 :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알림 : 공격 속도가 느려집니다!] [알림 : 캐스팅 속도가 느려집니다!] [알림 : 방어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항마력이 하락합니다!]그러자 디버프가 더욱 중첩되며 고스란을 약하게 만들었다.
공중전?
소용없었다.
디버프가 필드가 아닌 오오라 형태로 바뀌어서, 지크가 근처에 있는 이상 약해지는 걸 절대로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 공격을….’
고스란은 어떻게든 반격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내, 내 손이!’
고스란은 활시위를 당기는 자신의 팔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걸 보고 경악했다.
중첩될 대로 중첩된 가 움직임을 나무늘보처럼 느려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려터진 움직임의 대가는 참혹했다.
“……!”
고스란은 지크가 를 휘두르는 걸 보고 깨달았다.
‘못… 이겨. 절대로… 못 이겨.’
고스란은 날아드는 를 바라보며 깊은 절망감에 몸서리쳤다.
과연 이름값 한다 싶었다.
라더니, 막상 상대해 보니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의 스킬들은 상대하는 이로 하여금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절망감을 아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다.
쒜엑!
그 순간 가 고스란의 얼굴 앞에서 딱 멈추었다.
“……!”
고스란은 를 바라보며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우웅!
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고스란을 덮치고.
“꺄아아악!”
고스란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은 채 추락하기 시작했다.
디버프에 걸려 약해질 대로 약해진 고스란으로서는, 무기가 휘둘러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압력조차도 견딜 수 없던 것이다.
***
지크는 추락하는 고스란을 간신히 낚아채 땅에 착지했다.
“…….”
하지만 고스란은 이미 로 인해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지크는 고스란을 땅에 눕혀 놓은 뒤 비로소 자신이 각성했다는 걸 실감했다.
띠링!
그와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를 격파하셨습니다!] [알림 : 퀘스트의 진행률 71.4%를 달성하셨습니다!]결국, 이번 각성으로 인해 담당일진인 신궁의 후예를 격파하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엄청나.”
지크는 스스로도 놀랐다.
오오라 형태로 바뀐 디버프의 위력은 가히 엄청났다.
[절망의 포옹]의 상위 스킬.
적을 속박하는 한편 강력한 슬로우 효과를 겁니다.
청각적·시각적으로도 적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선 지옥을 경험하는 셈입니다.
이 효과는 중첩됩니다.
•분류 : 디버프 계열 스킬
•타입 : 오오라
•쿨타임 : 없음
•참고 : 스킬을 사용하면 오오라의 범위와 강도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억겁의 불꽃]의 상위 스킬.
적을 불태워 방어력, 항마력, 그리고 스태미나를 깎습니다.
이 효과는 중첩됩니다.
•분류 : 디버프 계열 스킬
•타입 : 오오라
•쿨타임 : 없음
•참고 : 스킬을 사용하면 오오라의 범위와 강도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20퍼센트 향상된 스펙.
그리고 고정된 필드에서 오오라의 형태로 업그레이드된 디버프 스킬들.
다른 스킬들 역시 업그레이드되었기에, 확실히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새로운 패시브 스킬까지 생겼다.
[살아 있는 저주]•범위 내 모든 적의 능력치 –15%
•범위 내 모든 적의 행운 –50%
•범위 내 모든 적의 스킬 레벨 –5
•분류 : 패시브 스킬
•타입 : 오오라
•쿨타임 : 없음
새로 생긴 패시브 스킬 역시 매우 강력했다.
능력치 감소는 물론, 운이 50퍼센트나 하락한다는 건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거였다.
사부는 말했다.
[제자야. 운 역시 실력이니라. 살아감에 있어서 운은 매우 중요한 요소니라. 강자란 무릇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숱하게 넘나들며 만들어지는 존재이니라. 그 과정에서 운이 없다면 강자가 되기도 전에 뒈졌을 것이다.]…라고.
결국, 운 역시 승리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심지어, 패시브에는 스킬 레벨 저하 옵션까지 붙어 있었다.
디버프로 적을 약하게 만드는 걸 넘어, 이제는 적의 스킬 레벨을 깎고 행운까지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와. 이거 진짜 더럽네.”
지크는 스스로도 의 스킬 체계에 기가 질려버리고 말았다.
“…오빠.”
그때, 고스란이 서서히 눈을 떴다.
“어? 일어났어?”
“결국 넘어서셨네요.”
고스란이 지크가 내민 손을 맞잡고 일어서서 말했다.
“축하드려요, 오빠.”
“고마워. 다 니 덕분….”
그때였다.
우웅!
저 멀리 붉게 달아올라 있던 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
“……!”
지크와 고스란은 그 장면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실패.
폭주한 이 진동을 일으킨다는 건 특정 파티 하나가 전멸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말은, 대기하고 있던 지크의 파티가 움직일 때가 되었단 뜻이기도 했다.
“가요, 오빠.”
고스란이 지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래.”
지크는 곧장 고스란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번쩍!
뒤이어 텔레포트 스킬이 발동되고 지크와 고스란이 섬광에 휩싸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