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52
851
“엥?”
지크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야, 니가 뭘 모르나 본데. 대천사장은 미카엘 씨가 아니라 루시퍼란 놈이야.”
지크가 그것도 모르냐며 메타트론에게 핀잔을 주었다.
“걔 엄청 세. 난 상대도 안 되더라고.”
“예?”
“차원의 대균열에서 만났어. 진짜는 아니었겠지만.”
“아닙니다. 대천사장은 미카엘입니다.”
“아니라니까.”
“미카엘입니다!”
“루시퍼야!”
“미카엘이라니까요!”
“이 자식이 진짜!”
“악!”
메타트론은 지크의 꿀밤에 맞고 쓰러졌다.
“왜 때리십니까!”
“대천사장은 루시퍼인데 니가 자꾸 위아래도 없이 우기잖아!”
“대천사장은 미카엘입니다!”
메타트론은 지크에게 한 대 얻어맞았음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하! 전 마족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쁜 짓 하면 벽장에서 대천사장 미카엘이 튀어나와서 잡아간단 얘기를 듣고 자랐단 말입니다!”
지크는 잘 몰랐지만, 마계에서 대천사장 미카엘이란 현실의 부기맨 같은 존재였다.
한국으로 치면 망태할아버지와 같은, 마계의 어린이들에게는 공포의 대명사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과거 천계와 마계의 전쟁이 빈번할 당시에는 수없이 많은 마족들, 그리고 마왕들이 미카엘의 손에 죽은 게 사실이기도 했고 말이다.
“전하! 제가 저자를 볼 때마다 오금이 저리는 이유가 뭔 줄 아십니까? 그건 저자가 대천사장 미카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능에 각인된 공포란 말입니다!”
“그래도 대천사장은 미카엘 씨가 아니라니까? 루시퍼가 대천사장이었….”
그때였다.
“대천사장은… 루시퍼가 맞습니다.”
미카엘이 끼어들어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거 봐! 루시퍼라잖아!”
“컥!”
메타트론은 지크의 꿀밤에 머리를 움켜쥔 채 괴로워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대천사장이 바뀔 수 있….”
그러자 미카엘이 말했다.
“저는 대천사장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대천사장은… 루시퍼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지크가 미카엘에게 물었다.
“쫓겨나시다뇨?”
“말 그대로입니다.”
미카엘이 대답했다.
“저는 창세기부터 저의 아버지이신 창조주께 대천사장으로 임명되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루시퍼를 포함한 다른 대천사들에게 쫓겨난 자에 불과합니다.”
“아.”
“이제는 날개도 모두 잃어버려서 더는 천사라 할 수도 없는 몸이지요. 지금의 저는… 그냥 인간일 뿐입니다.”
“어떻게 된 거죠? 쫓겨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천계의 중간계 침공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
“지금의 천족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해 있는 상태입니다.”
미카엘의 입에서 이번 사건의 숨겨진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천족들은 당시 창조주를 모시는 교단을 지원했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패배였다.
그렇게 창조주는 잊혀지고, 교단이 사라지자 천족들 역시 이곳 중간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천사들은 점점 더 분노에 휩싸여갔다.
사실 그 분노는 을 일으킨 인간들보다 창조주에 대한 게 훨씬 더 컸다.
천사들은 자신들을 만든 존재인 창조주의 침묵에 실망했다.
그리고 창조주가 자신들보다 중간계의 지적 생명체들과 마족들을 더더욱 아낀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수만 년 동안 천족들을 이렇게 방치해 놓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불만이 쌓이고 쌓였을 무렵.
[형제여. 중간계를 멸망시키고 나아가 마계까지 멸망시켜야 한다. 그때의 복수를 해야 할 때다.]루시퍼는 천사들을 대표해 미카엘에게 건의했다.
[형제여. 우리 천족들은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존재들이다. 전쟁이라니, 당치도 않다.] [아버지는 우릴 버리셨다.] [그건 신성 모독이다. 루시퍼, 나의 형제여. 아버지께서 침묵하시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노를 가라앉혀라, 나의 형제여.]미카엘은 그런 루시퍼를 달래고, 또 달랬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었다.
거의 모든 천사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루시퍼는 날이 갈수록 미카엘을 압박했다.
그리고 그건 미카엘에게 큰 정치적 압박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여. 너는 동족의 배신자다. 언제까지 우리 천족들을 억압할 생각인가?]루시퍼는 천사들, 그리고 대천사들을 이끌고 미카엘을 공격해왔다.
미카엘은 대천사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강력한 천사였지만, 홀로 모든 천족들을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루시퍼가 일으킨 쿠데타는 성공했고, 미카엘은 전투 끝에 천계에서 추락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억을 잃고, 날개마저 모두 잃어버림으로써 대천사장에서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건 덤이었다.
“모두가 타락해 버렸습니다.”
미카엘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모든 날개가 검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우리 천족들은… 타락했습니다.”
“아….”
“이제는 그들을 멈출 방법이 없습니다.”
“천계가 중간계를 침공합니까?”
“그럴 겁니다.”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떻게든 동족들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게다가 루시퍼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 엄청납니다. 루시퍼는… 중간계와 마계를 파괴하면,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중간계와 마계를 파괴해도 아버지께서 침묵하실지 알아보고 싶은 겁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만들어내신 피조물들을 모조리 파괴함으로써 말입니다.”
“그, 그렇군요.”
“막아야 합니다.”
미카엘이 힘주어 말했다.
“루시퍼는 중간계와 마계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만한 힘을 가졌습니다.”
“마계가 가만히 안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천계는 중간계와 마계를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
“우리 천계는 수만 년 동안이나 그 어떤 피해 없이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해 왔습니다.”
“아.”
“게다가 중간계에서는 우리 천족들에 대항할 힘을 갖춘 존재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천족들에게는 신성력, 혹은 마족들의 마력이 아니면 어지간해선 데미지가 박히지 않다는 건 지크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미카엘이 덧붙였다.
“루시퍼는 중간계에 네 개의 차원문을 열어… 천계의 감옥에 갇혀 있던 네 개의 재앙을 풀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설마.”
지크가 뭔가 짚이는 게 있어 말했다.
“그게 차원의 대균열인가요?”
“맞습니다.”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 서, 남, 북. 네 개의 차원문을 가리켜 중간계의 지적 생명체들은 차원문이라 부르더군요.”
드디어 의 진실이 밝혀졌다.
알고 보니 이란 중간계 침공을 위한 천계의 사전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럼 천계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던 네 개의 재앙은요?”
“그들은 각각 질병, 전쟁, 기근, 그리고 죽음을 상징합니다. 하나같이 초월적인 존재이며, 단 하나의 힘만으로도 중간계를 초토화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지요.”
“그럼 차원의 대균열이 폭주하는 걸 멈추지 못하면….”
“네 개의 재앙 중 하나가 차원문을 통과해 중간계로 나오고, 대재앙이 펼쳐질 겁니다. 일단 그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어떻게 막습니까?”
“사실상 차원문을 닫는 방법은 없습니다. 차원의 대균열이 폭주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잠재우는 방법밖엔….”
“만약 폭주를 막지 못해서 네 개의 재앙 중 하나라도 빠져나온다면?”
“빠져나온 즉시 처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초월적 존재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차원의 대균열을 빠져나온 순간 처치하는 것만이 유일한….”
그때였다.
“크윽!”
미카엘이 갑자기 코피를 쏟으며 괴로워했다.
“크, 크윽!”
“미카엘 씨!”
“머, 머리가… 머리가 너무… 크으윽!”
“괜찮으세요?”
그러자 게오르그가 황급히 끼어들어 미카엘에게 수면 마법을 걸어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르신?”
“아무래도 단기간에 기억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뇌에 무리가 간 것 같네.”
“아?”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 테니, 일단은 말을 너무 많이 시키지 말고 휴식을 취하게끔 하는 게 좋겠네.”
“알겠습니다.”
“미카엘은 내가 보호하고 있을 테니, 자네는 자네 일 보게. 치료가 끝나면 내 연락함세.”
“감사합니다, 어르신.”
지크는 게오르그에게 미카엘을 맡겨두고 다시 로 향했다.
***
다시 로 간 지크는 고스란과 합류해 한적한 곳에서 을 즐기며 시간을 때웠다.
나머지 두 개의 파티가 던전 공략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대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지크와 고스란은 슬슬 피곤해졌다.
‘아. 좀 졸린데.’
밀려드는 졸음에 지크의 눈꺼풀이 감길 무렵.
띠링!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과도한 게임 이용은 정상적인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알림 : 게임 과다 이용으로 1시간 뒤 로그아웃될 예정입니다!]정신없이 게임만 해댔더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던 모양이었다.
“슬기야.”
“네, 오빠.”
“나 좀 있으면 강제로 로그아웃돼.”
“그래요? 전 아직 4시간 남았으니까, 오빠 쉬다 오세요.”
“그럴까? 지금 몇 시지.”
지크는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알림 : 의 폭주까지 18시간 11분 32초 남았습니다!]확인 결과 제한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고. 다른 파티들은 나올 기미도 안 보이고. 좀 자다와도 되겠어.’
지크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네다섯 시간쯤 휴식을 취하고 다시 로그인하기로 했다.
그 정도면 혹시나 다른 파티들이 던전 공략에 실패한다고 해도 뒷수습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 그럼 좀 자고 올게.”
“네, 오빠.”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
지크는 그 말을 남기고 로그아웃했다.
그로부터 약 다섯 시간 후.
“아. 더 자고 싶다.”
쪽잠을 잔 태성은 피곤에 찌들 대로 찌든 채 입주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꼬르륵!
졸린 것도 졸린 거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지도 꽤나 오래되었기에 배가 너무나도 고팠던 것이다.
때마침 오전 시간이라, 태성은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식사조차도 편히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한태성 선수 맞죠?”
“축하드립니다, 한태성 선수. 이번에 300레벨 찍으셨다고 하던데요?”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태성이 300레벨을 찍고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단 소식은 어느새 SNS와 뉴스를 통해 퍼질 대로 퍼져 나간 뒤였다.
그래서 소식을 접한 입주민들이 축하한다는 의미로 하나둘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덕분에 태성은 팬서비스를 해주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 졸려.’
태성은 여전히 피곤했지만, 혹시나 이 폭주할 것이 염려되어 게임에 접속했다.
[알림 : 의 폭주까지 10시간 1분 55초 남았습니다!]한숨 자고 밥까지 먹고 왔음에도, 아직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이거, 불안한데.’
지크는 정말이지 거대한 타원형으로 생긴 포탈, 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폭주로 인해 시뻘겋게 달아오른 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기둥처럼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잘 해줘야 할 텐데.’
지크는 각각 과 던전에 들어간 두 개의 파티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못내 불안한 게 사실이었다.
지크가 클리어한 와 던전의 난이도를 떠올려 보면, 다른 파티가 과 를 클리어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차라리 실패할 거면 빨리 실패해라. 그래야 내가 들어가서 뒷수습이라도 할 거 아냐.’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앞에서 노닥거리는 게이머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지크가 이끌던 파티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전멸했기 때문에, 새로운 파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