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62
861
갑작스레 벌어진 전투.
퍼억!
지크는 악시온을 완전히 끝장내 버리고,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런 지크는 사신(死神) 그 자체였다.
스으으!
지크는 스킬을 켜 기사들과 병사들을 모조리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커헉!”
“끄으으으으윽!”
“사, 살려 줘어어어어어어어!”
고농도의 방사능 에너지 앞에서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털썩, 털썩, 털썩!
그들은 마치 약 맞은 곤충처럼 쓰러져 바들바들 몸부림치다가 죽어갔다.
게다가 지크와 함께 있던 과 길드의 게이머들은 최소 레벨이 250일 정도로 고레벨들이었다.
즉, 왕국의 병력에게는 애초에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 무렵.
“후우.”
지크는 뿜어내던 방사능 에너지를 거두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시체, 시체, 그리고 또 시체.
주변은 온통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죽은 시체, 혹은 죽기 일보 직전인 자들밖에 없었다.
2,000여 명에 달했던 왕국의 병력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전멸해 버렸던 것이다.
“조카.”
용태풍이 지크를 향해 다가와 물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예?”
지크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될 거 있나요?”
“처형 길드야 그렇다 치고, 팔롬 왕국은 그래도 강대국인데.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려고?”
“전쟁 안 납니다.”
“으응?”
“본국이랑 쟤네는 대륙의 끝과 끝이거든요.”
“아!”
용태풍은 그제야 프로아 왕국과 왕국의 거리를 떠올리고 감탄했다.
프로아 왕국은 이제는 사라진 과 가깝고.
반대로 왕국은 과 가까이 있다.
즉, 양측에서 싸우고 싶어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전쟁 자체가 설립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끽해야 외교적 분쟁이나 서로 스파이를 이용한 테러, 혹은 소규모 교전이 전부일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평화회의가 거의 무력화된 상황이라서 게이머들이 깽판 좀 쳐도 NPC들이 제재를 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이 무슨 뜻이냐면… 여기선 마음껏 깽판 쳐도 돼요. 흐흐.”
지크가 히죽 웃었다.
오싹!
용태풍은 그런 지크의 모습이 마치 악마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아서, 미래의 사윗감으로 점찍어놓은 이 청년이 조금은 두려워졌다.
‘내 소싯적에도 저렇게 악마 같진 않았던 것 같은데. 흠흠.’
그러는 사이.
“아직 안 죽으신 분들은.”
지크는 용태풍을 뒤로 하고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다가가 방사능 미생물들을 주입했다.
[알림 : 을 제작하셨습니다!] [알림 : 을 제작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을 제작하셨습니다!]뒤이어 갓 제작된 따끈따끈한 들 150여 구가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그런 들의 눈은 당장에라도 을 터뜨릴 듯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복귀해서 전투에서 패전했다고 보고해. 그리고 너.”
지크가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타이밍 잘 봐서 터뜨려.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주인이시여.”
“나머지도 마찬가지.”
지크가 들에게 말했다.
“인명피해를 많이 내면 많이 낼수록 좋으니까, 이때다 싶으면 바로 폭사해.”
“예, 주인이시여.”
그렇게 들은 지크의 명령을 받고 본진, 아니 적진으로 향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조국이었던 국가에게 끔찍한 방사능 폭탄 테러를 가하기 위해서 말이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하하하.”
지크는 저 멀리 떠나가는 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디 적들이 선물을 좋아해주길 바랐다.
“흠. 그럼 이번 전쟁엔 팔롬 왕국도 끼어든다는 건데. 조카 생각은 어때?”
“그렇겠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대규모 전면전을 치르는 건 불가능할 것 같네요.”
“으음?”
“제국 내전도 있고. 요새 이쪽 나라들끼리 분위기가 좀 미묘하거든요. 갑자기 병력을 이쪽으로 많이 빼면 국경이 위험해져요.”
“오호라!”
“적당한 선에서 투입하긴 할 텐데,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지크는 일국의 왕답게 국제 정세에 훤해서 왕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쪽에서 팔롬 왕국이랑 붙어먹었으면, 저도 다 방법이 있죠. 흐흐흐.”
지크가 웃었다.
‘으윽.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용태풍은 지크의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얼마나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거야?’
용태풍은 지크가 적들을 속된 말로 X되게 만들기 위해 그 교활한 머리를 팽팽 굴리고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
이틀 전.
알렉세이는 인접한 국가들 중 가장 강력한 국력을 자랑하는 왕국을 방문해 A등급 마정석 광산에 관한 업무 협약을 제안했다.
알렉세이로서는 지크에게 광산 전체를 빼앗기느니 왕국과 50대 50으로 나누어 먹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왕국 역시 그런 알렉세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왕국으로서는 알렉세이의 제안 자체가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A등급 마정석 광산의 경제적 가치는 작은 나라 하나만큼이나 엄청났다.
현실로 치자면 양질의 석유가 가득 담긴 유전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왕국은 을 맡아 관리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압력을 수년 전부터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해오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 시한폭탄과도 같아서 떠안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길드가 A등급 마정석 광산도 나누어주고 도 관리해 주겠다니, 왕국으로서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던 것이다.
“좋소! 우리 팔롬 왕국이 알렉세이 경을 도와드리겠소! 껄껄껄!”
그래서 왕국은 알렉세이에게 후작의 지위를 주고 기사 서임까지 해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번 전쟁에서 왕국의 군대가 알렉세이를 지원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거, 아무 걱정 마시오. 지금쯤이면 그 약소국의 왕 나부랭이와 모험가들이 동쪽 차원의 대균열 근처에서 쫓겨났을 것이오.”
왕국의 에를린 공작은 알렉세이를 만나 큰소리를 땅땅 쳤다.
에를린 공작이 생각하기에, 지크는 왕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다.
물론 프로아 왕국이 자발라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최근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러나 에를린 공작이 가진 조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군사력에 관한 자신감은 프로아 왕국을 여전히 약소국으로 보이게끔 했다.
게다가 왕국은 국토도 작고, 인구수도 적었지만 군사력 하나만큼은 엄청나게 뛰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왕국은 골렘 제작 산업이 매우 발전한 나라라서 군대를 기계화 부대로 만들어 운용 중이었기 때문이다.
“에를린 공작님만 믿겠습니다.”
알렉세이는 그런 에를린 공작이 믿음직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한태성. 네깟 놈이 아무리 날뛰어 봤자 강대국의 군사력을 등에 업은 날 이길 순 없을 거다. 큭큭큭. 미안하지만 승리 수당은 내가 챙기도록 하지.’
알렉세이가 전쟁에서 이길 생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을 때였다.
“공작 각하!”
전령이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을 떠는가?”
에를린 공작이 전령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알렉세이 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를 않느냐?”
“그것이….”
전령이 보고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이 본국의 군대를 모조리 도륙내었다고 합니다.”
“뭣이?!”
에를린 공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크게 떴다.
“그 빌어먹을 천둥벌거숭이가 감히 본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죽여 버렸다, 이 말인가!”
“그, 그러하옵니다!”
“이런 위아래도 없는 놈 같으니!”
에를린 공작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지크프리트 이노옴. 아주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구나. 꼴에 자발라 왕국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본국을 동네 똥개라도 되는 줄 아는 것인가?”
“고, 공작 각하! 고정하시옵소서!”
“지금 고정하게 생겼느냐! 약소국의 국왕 따위가 감히 본국의 군인들을 죽였는데! 이건 본국에 대한 선전 포고다! 내 당장 이 사실을 국왕 전하께 보고드리고 응징에 나설 것이야!”
에를린 공작은 열변을 토해내고는, 전령을 향해 말했다.
“살아 돌아온 생존자가 몇이나 되나?”
“150여 명이 복귀해 지금 치료를 받고 있사옵니다.”
“생존자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자를 들라 하라.”
“예, 공작 각하.”
그로부터 약 30분 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당시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도록. 국왕 전하께 보고할 사항이니, 한 치의 거짓이나 과장도 섞이면 아니 될 것이야.”
에를린 공작은 이번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귀환자들 중 가장 계급이 높은 부기사단장 에녹스에게 물었다.
“예, 공작 각하.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그래, 말해보게.”
“프로아 왕국, 만세.”
“으응?”
에를린 공작이 제 귀를 의심하던 순간.
“아, 안 돼!”
함께 있던 알렉세이의 입에서 경고가 터졌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퍼엉!
에녹스 부기사단장의 육체가 폭발하는가 싶더니, 뒤이어 고농도의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좁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테러가 성공한 것이다.
***
털썩!
에를린 공작은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기도 전에, 폭발을 뒤집어쓰고 즉사했다.
알렉세이의 경우 높은 스펙 덕분에 죽지 않았다.
약 30퍼센트의 생명력이 날아갔을 뿐….
“크윽!”
알렉세이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포션을 꺼냈다.
그리고는 포션을 마시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 안은 에녹스 부기사단장의 폭사로 인해 온통 피투성이에 살점이 널브러져 있었고, 죽은 전령과 공작의 시체도 멀쩡하진 못했다.
게다가 초록색 안개가 자욱해서, 눈이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이런 미친. 한태성 이 새끼. 이젠 하다하다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그때.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알렉세이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허억?”
알렉세이는 자신의 생명력 게이지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걸 보고 경악했다.
[알림 :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생명력이 하락합니다!]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에 따라 눈앞의 풍경도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독 저항력이 얼만데!’
알렉세이는 자신의 독 저항력을 떠올리며 경악했다.
299레벨 게이머의 기본 독 저항력 정도면, 웬만한 독에는 중독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딸깍!
찌이익!
알렉세이는 황급히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해독 포션을 꺼내 마시고, 해독 스크롤을 찢었다.
그러나 알렉세이가 해독 포션을 마시고 또 해독 스크롤을 찢는 속도보다,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알림 :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생명력이 0이 되었습니다!]그 순간.
[알림 : 이 해제되었습니다!]해독 포션과 해독 스크롤이 효과를 발휘했단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렇다는 말은….
털썩!
알렉세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생명력이 0이 되는 속도가 더 빨랐던 탓에, 이미 죽어버린 다음에야 해독이 되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