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63
862
그렇게 캐릭터 사망으로 인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직후.
“으악!”
알렉세이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고함을 버럭 내지르며 캡슐 뚜껑을 주먹으로 쾅! 쳤다.
방송 경기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일주일.
그런데 사망 패널티로 인해 49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분 1초를 아껴가면서 전쟁을 준비해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중에서 이틀이나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은 길드에게 뼈아픈 손실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랜덤 드랍 아이템이야 왕국으로부터 돌려받으면 그만이라고 해도, 레벨을 잃은 건 더더욱 큰 손해였다.
사망 패널티로 인해 299레벨에서 296레벨로 강등되어서, 알렉세이의 전투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문제는 부활하자마자 레벨 업에 집중한다고 해도 불과 5일 만에 3레벨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단 점이었다.
중간에 게임 과다 이용을 피하기 위한 휴식 시간을 고려하면, 5일에 1레벨을 올린다고 해도 기적이라 할만 했다.
즉, 절대 죽어서는 안 되는 타이밍에 테러를 맞고 어이없이 죽어버린 것이다.
“한태성! 이 X발 새끼! 개새끼! X같은 새끼!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새끼이이이이이이이!!!”
알렉세이는 분통에 분통을 터뜨리며 태성을 향해 쌍욕을 내뱉었다.
같은 시각.
“아. 누가 내 욕하나.”
지크는 어귀에서 전쟁 준비를 하다가 귀를 후비적거렸다.
갑자기 귀가 너무나도 간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다.
“아, 몰라. 어디 한둘인가.”
지크는 자신을 욕할 사람이 많다는 걸 쿨하게 인정하고는, 다시 전쟁 준비에 집중했다.
한편, 이미 폭사한 에녹스뿐 아니라 다른 들 역시 대활약하고 있었다.
들은 로부터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왕국의 군부대를 초토화시켰다.
식사가 한창인 식당, 수뇌부들이 모여 있던 회의실, 병영 생활관 등등 들은 피해가 큰 곳만 골라가며 자살 폭탄 테러를 가했다.
그 결과 왕국은 불과 반나절 만에 1,000여 명에 가까운 전사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 1,0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하나같이 고위급 부사관, 혹은 장교들이란 점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입은 피해는 1만 명이 전사한 것 이상으로 컸다.
덕택에 왕국의 분위기는 당장에라도 프로아 왕국을 침공할 듯 들끓었다.
전쟁이 채 시작되기도 전.
약 2,000여 명의 병력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자살 폭탄 테러로 1,000여 명에 이르는 주요 인물들이 죽었으니, 분노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네놈이 감히!”
왕국의 국왕인 로젠느 국왕은 보고를 받자마자 극대노했다.
이른바 라 불리는 여걸인 그녀는, 국제 사회에서도 전쟁광이라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다혈질인 군주였다.
또한, 유서 깊은 왕가의 자손으로서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의 당시에도 다른 군주들과 함께 지크를 혹은 라며 무시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프로아 왕국이 신흥 강국의 반열에 오르고, 지크가 마족들의 침공을 저지하여 세계를 구한 지금에도 변하지 않았다.
로젠느 국왕은 당장에라도 프로아 왕국으로 쳐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프로아 왕국과 팔롬 왕국은 서로 대륙의 끝과 끝에 자리해 있었고, 최단 기간으로 진격한다고 해도 무려 13개 국가의 국경선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크도 그걸 알았기에 대놓고 시비를 걸고 깽판을 친 것이었지만 말이다.
“당장….”
로젠느 국왕이 씹어내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사신을 보내라… 보내서… 경고해라.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그 미천한 놈에게 경고하란 말이다!”
로젠느 국왕은 프로아 왕국 침공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기에, 우선은 지크를 압박하고 위협하기 위해 사신을 보내기로 했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라고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
그로부터 반나절 후.
“오빠.”
용설화가 지크에게 다가와 말했다.
“팔롬 왕국에서 사신이 찾아왔어요.”
“그래? 잠깐만.”
지크는 용설화의 말에 하던 생각을 마치겠다는 듯 10분 정도 침묵을 지켰다.
‘대충 다섯 시간 전쯤 죽은 거 같은데. 그럼 앞으로… 44시간 후에나 접속하겠네.’
지크는 현실에서 뉴스 기사를 통해 알렉세이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알렉세이가 언제쯤 게임에 접속할 수 있을지를 계산해냈다.
‘그럼 44시간 후에는 얘가 뭐부터 할까.’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흐흐. 그러면 되겠네. 흐흐흐.”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무슨 음모를 꾸미시는 걸까? 이 오빠는.’
용설화는 지크가 뭔가 사악한 계략을 떠올려 냈다는 걸 짐작했다.
물론 그 계략이란 게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를 뵙습니다. 저는 백작 후터라고 합니다.”
“응. 그런데?”
“예?!”
후터 백작은 지크가 대뜸 물어오자 당황했다.
‘이런 예의도 없는 놈 같으니. 일국의 왕이라는 자가 격식도 없이 반말을 찍찍 내뱉어? 허!’
후터 백작은 지크의 품위 없음을 욕하면서도, 짐짓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 프로아 전하. 저는 지엄하신 로젠느 국왕 전하의 명에 따라….”
그 순간.
서걱!
도(刀) 형태의 가 후터 백작의 목을 갈랐다.
털썩!
쓰러진 후터 백작.
데구르르르….
후터 백작의 머리가 바닥을 나뒹굴더니, 이내 목의 잘린 단면에서 시뻘건 피가 푸화아악! 하고 뿜어져 나왔다.
“이 무슨!”
“아니!”
후터 백작과 함께 지크를 찾아온 수행 기사들은 지크의 돌발 행동에 경악했다.
그래도 일국의 사신인데, 이렇듯 단칼에 목을 날려버릴 줄이야….
“어우야. 누가 저거 좀 치워줄래요? 보기 흉하네, 흉해.”
지크는 후터 백작의 시체가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형님.”
그때, 승구가 지크에게 물었다.
“같이 온 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한 놈만 빼고 어떻게 해버려.”
“예, 형님.”
“부탁할게~.”
“가서 쉬십쇼!”
승구는 멀어져 가는 지크에게 그렇게 소리친 후 후터 백작과 함께 온 이들에게 기다란 나무 막대기가 든 원통을 내밀었다.
“야, 니들 다 들었지. 빨리 하나씩 뽑아.”
그러자 후터 백작과 함께 온 이들 중 하나가 승구에게 물었다.
“이, 이게 무엇이오?”
“보면 모르냐? 제비뽑기잖아, 이 머저리야.”
“제, 제비뽑기?!”
“한 놈만 살아서 돌아가고 나머지는 슥삭 되는 거니까, 빨리들 뽑아.”
승구가 히죽 웃으며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싸, 싸이코야!’
‘이런 미친놈들 같으니!’
‘이런 정신병자 소굴일 줄이야!’
팔롬 왕국 사람들은 지크와 승구의 행태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왕이나 그 밑에 동생이란 놈이나 둘 다 똑같은 싸이코, 또라이 중의 개또라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자, 얼른들 뽑으시오.”
승구가 제비가 가득 든 원통을 흔들며 사악하게 웃었다.
***
“지크프리트… 그 개 같은 놈을 당장 잡아와라! 당장!”
로젠느 국왕은 보고를 받고 또 한 번 극대노했다.
하지만 지크는 로젠느 국왕이 극대노하든 말든 전쟁을 준비하는 한편, 자신이 꾸민 사악한 음모를 실행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지크는 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업그레이드된 을 활용했다.
[입력: Yes!] [알림 : 지금부터 300레벨 이하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숨깁니다!]그러자 다른 게이머들의 을 방어하는 무형의 방어막이 생겨 지크를 감쌌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흐흐흐.’
지크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로 잠입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형들. 저도 끼워주세요.”
그리고는 신입 길드원인 척하며 길드원들과 함께 을 즐겼다.
그러던 중.
“모두 모여! 사냥 고고!”
알렉세이는 복귀하자마자 을 돌아 레벨을 복구하려 했다.
‘그럴 줄 알았지.’
지크는 속으로 히죽 웃으며, 파티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지크는 알렉세이가 레벨 업부터 하려는 것을 예측하고 로 왔던 것이다.
그렇게 길드원들은 자신들의 속에 스파이가 있단 사실도 모른 채 에 입장했다.
인원수가 워낙에 많아서, 소수의 정예 멤버 몇몇을 제외하면 다들 누가 누군지 100퍼센트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던전에 입장한 직후.
[동쪽 차원의 대균열 : 학살의 늪]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지크는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는 길드원이 되어 알렉세이의 뒤를 따랐다.
‘기회를 보자.’
지크는 알렉세이와 함께 사냥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트롤을 해서 파티를 전멸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알렉세이를 포함한 길드원들은 랜덤 드랍 아이템을 떨구고, 더불어 49시간의 사망 패널티를 떠안게 될 터.
그러면 5일 후 벌어질 전쟁에서 지크가 얼마나 유리해질지, 두말하면 입 아팠다.
즉, 지크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에 길드를 너덜너덜한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
던전은 찌는 듯한 더위와 거의 100퍼센트에 달하는 습도로 이루어진, 정말이지 가혹한 환경이었다.
걸으면 땀이 줄줄 흐르다 못해 속옷까지 흥건히 젖을 정도였고, 우거진 정글 사이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은 스치는 것만으로도 피부를 따끔거리게 했다.
게다가 아주 작은, 이름 모를 날파리들이 득실거리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가혹한 환경.
이런 던전이라면, 제아무리 게이머들이라 할지라도 시간당 소모하는 스태미나가 엄청나게 높을 수밖에 없었다.
땀이 계속해서 흘러서 체내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더운 날씨와 험악한 지형 탓에 소모되는 칼로리 역시 엄청났던 것이다.
“헉, 허억.”
“으! 더워!”
“잠깐만요. 저 너무 목이 말라서 물 좀 마시고 갈게요. 상태 이상 걸리기 직전임.”
길드원들은 던전의 혹독한 환경에 힘겨워했다.
그러나 지크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지크는 더위를 타지 않았다.
마나홀에 자리한 가 냉기를 뿜어내 몸을 식혀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크는 아공간 인벤토리에 귤과 를 잔뜩 가지고 다녀서, 당분과 수분을 끊임없이 보충하는 게 가능했다.
반대로 길드원들은 게이머의 특성상 음식물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소모된 스태미나를 쉽사리 보충하지 못했다.
보통 게이머들은 생명력 포션과 마나 포션은 들고 다녀도, 음식이나 스태미나 포션은 들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힘겨운 길을 가던 중.
“아, 목말라.”
물이 다 떨어져 물방울만 똑똑 떨어지는 수통에 혀를 할짝거리던 길드원을 향해 화살 한 발이 날아들었다.
푸욱!
화살은 그 길드원의 이마 정중앙에 박혀들었다.
습격.
던전 입장 두 시간 만에 적들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