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70
869
“뛰어요! 더! 더!”
지크는 블루팀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게 서라!”
“놓치지 마라!”
그런 지크의 등 뒤에는 팔롬 왕국의 10만 대군이 마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저글링 떼마냥 뒤쫓아 오고 있었다.
한편, 이 장면을 지켜보던 관객들과 해설자들은 블루팀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 안 됩니다! 가면 안 돼요!
– 아아! 가나요? 이렇게 갑니까?
하지만 블루팀이 그런 탄식을 들을 수 있을 리 없었고, 끔찍한 시간은 점점 더 다가왔다.
‘100미터.’
지크는 도망치면서 타이밍을 쟀다.
‘50미터. 30미터. 10미터. 지금.’
그 순간.
“산개!”
그와 동시에 지크가 지휘하는 레드팀이 좌우로 갈라져 이 묻혀 있는 지뢰 지역을 우회해서 통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드팀은 지뢰 지역을 벗어나자마자 다시 뭉쳤고, 쫓아오는 블루팀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그러자 레드팀과 블루팀 사이에 지뢰 지역이 낀 형국이 완성되었다.
“전 병력! 방어!”
“방어!”
그러자 레드팀이 지크를 중심으로 블루팀을 바라본 세모 모양(△)의 진영을 이루었다.
쿵! 쿵! 쿵! 쿵! 쿵!
그리고 승구의 아이언 골렘들이 가장 앞줄에 버티고 서서 바리케이드를 형성했다.
‘온다.’
지크는 를 방패의 형태로 바꾸어 곧 들이닥칠 대폭발에 대비했다.
‘셋, 둘… 하나!’
그 순간 블루팀의 선봉이 지뢰 지역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단 한 개의 도 터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에 매설된 은 자발라 왕국과의 전투 당시에 쓰였던 초기 버전이 아니라 개량형이었기 때문이다.
[C4 초소형 고성능 폭탄 Mk2]크반트가 만들어낸 초소형 고성능 폭탄.
고농축 마정석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굉장히 뛰어난 위력을 가지고 있어 살상력이 엄청나다.
타이머 기능까지 지원하지만, 제작 단가가 매우 비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타입 : 폭탄(설치용)
•등급 : 유니크
•특이 사항 : 안정성이 매우 개선된 개량품으로써, 더는 불안정하지 않지만 제작 단가가 3배로 뛰었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블루팀이 가 심어져 있는 곳에 완전히 들어왔을 무렵.
딸깍.
지크가 기폭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스으으!
그러자 지뢰 지대에 매설되어 있던 들이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알렉세이는 자신의 발밑에서 알 수 없는 불길한 빛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그 생각이 스치던 바로 그 순간.
퍼엉!
알렉세이가 밟았던 이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지뢰 지대에 있던 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펑! 펑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펑! 펑! 펑펑펑! 펑! 퍼엉!
그렇게 블루팀의 10만 대군은 들이 만들어낸 대폭발에 휩쓸리게 되었다.
– 으악! 으아악! 야아아아! 블루티임! 망했어요! 아! 망했어요오! 아아! 블루팀! 피해가 너무 큽니다! 으아아악! 망했습니다아아!
한 해설자는 그 장면을 보며 절규에 가까운 장탄식을 늘어놓았다.
그만큼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냉정하게 경기를 중계해야 할 중계진조차 만을 연발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레드팀을 응원하던 팬들은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은 블루팀 10만 대군의 등장으로 레드팀이 압도적으로 패배할지도 모른단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레드팀의 함정이 보기 좋게 먹혀들어가면서, 블루팀의 10만 대군이 순식간에 터져 나가고 있었다.
사실은 위기가 아니라 회심의 일격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약 1분 동안이나 계속되던 폭발이 멎어들고.
스으으!
피어오른 흙먼지가 전장을 뒤덮어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시작이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블루팀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지 궁금해 했다.
솔직히 말해서, 폭발 장면만 보았다면 10만 대군이 모조리 몰살당했다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은 아주 강하다.
그들은 현실의 인간이 아니었기에, 이런 폭발로 100퍼센트 전멸을 기대한다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중요한 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느냐 하는 거였다.
꿀꺽!
그래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흙먼지가 걷히길 기다렸다.
하지만 레드팀은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갔다.
“셋! 둘! 하나!”
지크가 소리치고.
“Fire!”
“Fire!”
“Fire!”
뒤이어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진 모든 이들이 폭발 현장을 향해 거의 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어 대었다.
2차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치 행성을 파괴할 기세로 퍼부어진 공격이 끝나고, 다시 1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스으으!
바람이 불어오며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블루팀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역시.’
지크는 그런 블루팀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크는 투시력에 가까운 시력을 이용해서, 자욱한 흙먼지가 가라앉기 전에도 블루팀의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블루팀은 전멸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10만 대군 중 무려 5만 명이나 살아 있었다.
전체 병력의 50퍼센트가 한순간에 날아갔다는 건 엄청난 피해인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대폭발과 추가적인 공격에도 50퍼센트나 살아남았다는 건 분명히 대단한 거였다.
물론 살아남은 5만 명 중에서 1만 명은 중상이었고, 나머지 4만 명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역시 강대국은 강대국이라는 건가.’
지크는 블루팀의 진영을 보고 감탄했다.
블루팀의 10만 대군 중 5만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들이 입고 있던 갑옷 덕분이었다.
팔롬 왕국의 군인들은 이라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 갑옷의 효과는 짧은 순간 큰 데미지를 받게 되면, 총 생명력의 80퍼센트를 순식간에 회복하는 거였다.
즉, 마치 목숨이 두 개인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었던 것이다.
‘도대체 얼마를 쏟아부은 거야?’
지크는 팔롬 왕국의 경제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 전쟁에 투입한 10만 병력에게 를 입힐 정도면, 쏟아부은 돈이 도대체 얼마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물론 지크 역시 수만 개를 설치하느라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썼으니, 누가 누구에게 뭐라고 할 건 아니었다.
양측 모두 이번 전쟁에 돈지랄을 할 만큼 했던 것이다.
‘상관없지.’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10만이던 적들이 5만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황.
이만 하면 충분히 할 만한 싸움이었다.
‘끝내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누구보다 먼저 블루팀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공격!”
그와 동시에 레드팀이 지크를 뒤쫓아 만신창이가 된 블루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
그렇게 새로운 국면을 맞은 전투.
– 갑니다! 레드팀! 블루팀을 향해 달립니다!
– 함정 설계에 대성공한 레드팀! 하지만 블루팀의 숫자가 다섯 배는 더 많습니다!
– 아아! 손에 땀을 쥐네요!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시 맞붙은 레드팀과 블루팀은 그야말로 대혈전을 펼치며,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망할!”
알렉세이는 순식간에 거머쥘 수 있었던 승리가 저 멀리 달아나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10만 대군으로 적들을 모조리 휩쓸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건만, 함정에 빠져 병력의 반을 날려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그래도 우리가 많아!’
하지만 알렉세이는 긍정적인 생각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고 전투에 집중했다.
그러나….
“으아아아아악!”
“악!”
“사, 살려 줘어어어어어어어어!”
“어머니….”
블루팀에 속한 게이머들과 NPC들은 레드팀의 맹공 앞에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
그 대폭발에 휘말렸어도 용케 살아남긴 했지만, 부상이 너무 극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레드팀에는 엄청난 강자들이 많아서, 블루팀이 상대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특히나, 지크의 활약은 눈부셨다.
스으으!
지크는 을 켠 채로 블루팀에 속한 이들을 말 그대로 지워버리고 있었다.
알렉세이가 멀리서 봐도 초당 수십 명은 우습게 죽이는 것 같았으니, 지크야말로 지금 이 전투를 지배하는 전장의 화신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번 전투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들의 활약이 그야말로 눈부셨다.
– 아앗! 용태풍 선수! 화룡강림!
– 앗! 한상기 선수! 적들의 고급 병력을 원샷원킬로 저격해 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 김한용 선수의 기마대! 적진을 휩쓸고 있습니다!
– 아! 김기태 선수의 병력 운용이 돋보이네요! 레드팀! 유기적인 움직임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 박기돈 선수! 피지컬이 전혀 죽지 않았어요! 현역 선수들 못지않습니다!
용태풍.
그리고 김한용, 김기태, 박기돈, 한상기.
이렇게 다섯 명의 전설들은 자신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듯 증명이라도 하듯, 각자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레드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한국의 해설자들은 그 광경을 보며 전율했다.
– 맙소사! 저들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 전설의 귀환입니다! 제왕들이 돌아왔습니다!
–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요? 백전노장들이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여러분!
비단 한국의 해설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용태풍, 김한용, 김기태, 박기돈, 그리고 한상기.
이들은 모두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전설적인 게이머들이었다.
비록 게임은 달랐지만,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게이머들의 귀환은 전 세계 게임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저 망할 노친네들이!’
하지만 그런 레전드들의 활약은 알렉세이의 분노를 더해줄 뿐이었다.
‘카곤 공작! 카곤 공작이 나서야 해!’
알렉세이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카곤 공작을 찾았다.
350레벨의 NPC.
카곤 공작만이 지금 상황을 돌파해줄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가 지크를 처치하고, 뒤이어 레드팀의 고급 유닛들을 저지해 주어야만 이 전투에 승산이 있었던 것이다.
“카곤 공작! 어디 계십니까!”
그래서 알렉세이는 목청껏 소리쳐 카곤 공작을 찾았다.
그러나 카곤 공작은 그런 알렉세이의 외침에 대답할 수 없었다.
“…….”
카곤 공작은 지금 세 명의 강자에게 둘러싸인 채 얼어붙어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카곤 공작은 제 눈을 의심했다.
지금 앞을 가로막은 3인방이 과연 자신이 아는 그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카곤 공작은 그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길 빌었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허허. 카곤 공작. 오래간만이구려.”
람다 왕국의 무왕 레오니드.
“껄껄! 어디 짱박혀 있나 했더니, 그간 힘을 숨기고 있던 것이었구먼?”
의 구걸지존.
“언제 한번 뵈었지요?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까지.
지금 카곤 공작은 자신보다 더 강한 선배 마스터 세 명에게 둘러싸인 채 오도 가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