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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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으!
가 사라지고 난 뒤.
“아가!”
브륜힐트는 그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만신창이가 된 베르단디를 부축했다.
“…….”
베르단디는 지크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아가! 괜찮니?”
브륜힐트는 이제는 다 커버린 딸을 안아들고 눈시울을 붉혔다.
“…꺼져.”
베르단디는 만신창이가 된 와중에도 고개를 홱 돌린 채 브륜힐트를 외면했다.
“여보.”
그러자 브륜힐트가 지크를 돌아보았다.
‘지금이야.’
지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발걸음을 옮겼다.
“딸.”
지크가 베르단디의 손을 잡아주었다.
“놔!”
베르단디는 그런 지크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려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미안해.”
지크가 베르단디에게 사과했다.
“아빠가 미안해.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사정이 있었어.”
“…닥쳐.”
“가족을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널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브륜힐트와 함께 베르단디를 꼭 안아주었다.
띠링!
그러자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뒤이어 필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프로아 왕궁의 모습이 사라지고, 브륜힐트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또한, 지크가 안아주고 있던 베르단디의 모습도 마치 허깨비처럼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알림 : 폭주하는 을 잠재우는 데 성공하셨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고오오오오!!!
필드가 블랙홀처럼 시커멓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더니, 마치 우주 공간과 같이 변했다.
“엥?”
지크는 갑작스러운 필드의 변화에 당황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통 던전을 클리어하면 밖으로 나가는 포탈이 생성되게 마련인데, 이렇듯 필드가 변화하는 건 드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아!”
햄찌가 지크에게 쪼르르 달려와 소리쳤다.
“뭔가 이상하다! 뀨우!”
“나도 알아.”
지크가 부릅뜬 눈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대답했다.
“포탈도 안 나타나고. 이게 뭔가 싶어.”
“뀨! 그렇다!”
“던전을 클리어한 건 맞는데….”
바로 그때였다.
“누가 나의….”
어디선가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림을 방해하는가.”
지크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홱!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색 흑마를 탄 흑기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기근의 흑기사?’
지크는 곧장 으로 그를 비추어 보았다.
[기근의 흑기사 : 굶주림의 멩기스투]천계의 감옥에 갇혀 있던 재앙으로써, 초월적인 존재이다.
굶주림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써, 과거 뉘르부르크 대륙의 생명체들을 굶주림으로 대학살한 적이 있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초월체
•레벨 : 350
•클래스 : 굶주린 왕
•특이 사항 :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죽게 만들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집니다.
사람들을 굶주리게 만들 때, 그 굶주린 만큼의 힘을 빼앗아 옵니다.
‘던전을 클리어해서 폭주를 잠재웠는데도 등장했다고?’
지크는 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물론 가 을 빠져나와 뉘르부르크 대륙에 강림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타난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일이었다.
그렇단 말은….
‘북쪽이랑 남쪽에서도 던전을 클리어하면 대재앙을 만나게 된다는 건데?’
지크는 다른 들을 걱정했다.
특히나 가 있을 곳은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지만 생각을 오래 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필멸자여.”
멩기스투가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우리 4대 대재앙은 자연 현상과 같은 것이다. 왜 우릴 막아서는가?”
“글쎄?”
지크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냥 계속 처박혀 있지? 뭐 좋은 꼴을 보겠다고 다시 세상에 기어 나오려고 하냐?”
“어리석군.”
멩기스투의 투구 아래서 다분히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굶주림이 없는 세상은 없다. 흉년, 기근, 기아. 모두 세상의 일부다. 나는 그 화신이다. 그런 내가 세상으로 나가는 것에 이유 따위가 필요한가?”
“틀린 말은 아닌데.”
지크는 멩기스투의 말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화신까지 기어 나와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건 마음에 안 들거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대가는 겁대가리도 없이 기어 나온 니가… 치러야지.”
그 순간.
파앙!
지크가 총알처럼 튀어나가 멩기스투를 덮쳤다.
***
지크의 마음은 급했다.
‘빨리 죽이고 다른 곳으로 지원 가야 돼.’
다른 에도 4대 대재앙이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지크에게는 1분 1초가 아쉬운 판국이었다.
게다가 4대 재앙은 갓 등장해 따끈따끈할 때가 가장 약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즉, 지금이 멩기스투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굶주려라! 필멸자여!”
그때, 멩기스투가 버럭 소리치며 오라를 뿜어내었다.
[알림 : 상태 이상!]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허기짐을 느낍니다!] [알림 : 칼로리 소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알림 : 지방이 빠르게 연소됩니다!] [알림 : 지방의 연소에 따라 근손실이 일어납니다!]멩기스투의 는 일종의 디버프 스킬이었다.
‘뭐 이런 디버프가 다 있어!’
지크는 급성 괴혈병을 일으키던 에 이어, 이제는 사람을 굶겨 죽이는 디버프까지 경험하게 되자 황당해 했다.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엄청났다.
꼬르륵!
지크는 몹시 배가 고파져서, 당장이라도 뭔가를 좀 먹어야 할 것 같은 욕구에 사로잡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 스태미나가 하락합니다!] [알림 : 스태미나가 하락합니다!] [알림 : 스태미나가 하락합니다!]허기짐에 따른 스태미나의 폭발적 하락.
[알림 : 근손실로 인해 근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근손실로 인해 근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 근손실로 인해 근력이 하락합니다!]그에 따른 근력의 약화까지.
그만큼 의 위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강한 필멸자로군! 하지만 네놈의 강함은 곧 나의 양분이다!”
멩기스투는 지크의 하락한 스태미나와 근력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는지, 힘이 넘친다는 듯 맹공을 가해 왔다.
“뀨! 주인 놈아아! 힘내라! 힘!”
햄찌는 그런 지크를 위해 마법의 쳇바퀴를 불러내 버프를 걸어 주었지만, 이건 버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알림 : 가 중첩됩니다! (×2)]알림 : 가 중첩됩니다! (×3)]
멩기스투의 디버프는 와 마찬가지로 중첩되면서, 지크를 더욱 힘들게 했다.
“크윽!”
그래서 지크는 햄찌의 버프를 받고도 멩기스투의 맹공에 좀처럼 반격하지 못했다.
그나마 의 강력한 슬로우 효과가 멩기스투를 허우적거리게 해주어서 다행이었다.
‘일단 방사능.’
지크는 을 켜서 멩기스투를 오염시켜 보았다.
“소용없다!”
하지만 멩기스투는 방사능 에너지에 면역인 것 같았다.
‘아, 안 돼!’
게다가 멩기스투가 의 강력한 슬로우 효과를 뿌리치며 꾸역꾸역 다가오자 지크는 화들짝 놀랐다.
굉장히 느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아주 조금씩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스킬을 발동했다.
번쩍!
새하얀 섬광이 번뜩이며 극저온의 냉기가 멩기스투를 집어삼켰다.
“크, 크윽! 이, 이런 잔재주를!”
멩기스투가 화가 나 버럭 소리쳤다.
비록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지만, 4대 재앙인 멩기스투로서도 의 빙결 효과는 극복하기 힘든 수준인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화를 내면서도 지크에게 단 한 발자국도 다가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의 효과가 탄력을 받아서, 순간적으로나마 멩기스투를 완벽하게 속박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지크는 즉시 으로 방어력을 깎았다.
그러고는 강력한 스킬들을 퍼부어 폭딜을 때려 박으려 했다.
‘일단 소멸의 파동부터….’
그런데.
“어?”
지크는 순간 눈앞이 핑 돌아서 을 채 사용하지 못하고 그만 주저앉았다.
“뀨! 주인 놈아아!”
햄찌는 지크가 마법의 쳇바퀴를 굴리다 말고 쪼르르 달려왔다.
“주인 놈아아! 왜 그러냐! 뀨우! 일어나라!”
“히, 힘이… 없어… 공격만… 하면… 되는데….”
지금의 멩기스투는 완벽한 무방비 상태라서, 그냥 샌드백이라고 해도 좋았다.
즉, 지크에겐 다 된 밥상이나 다름없는 기회였다.
그러나 지크는 멩기스투보다 상태가 더 나빴다.
그 이유가 있었다.
[알림 : 혈당이 떨어졌습니다!] [알림 : 10초 뒤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알림 : 쇼크 상태까지 앞으로 10초!] [알림 : 9초!] [알림 : 8초!]지크는 의 중첩으로 인해 저혈당 쇼크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킬을 쓰고 싶어도 눈앞이 어지러워서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스킬을 사용한다고 해도 멩기스투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고, 공격을….”
“뀨! 주인 놈아아! 힘내라! 어서 일어나라!”
“해야….”
“뀨!”
“크윽!”
지크는 햄찌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두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알림 : 쇼크 상태까지 앞으로 7초!] [알림 : 6초!] [알림 : 5초!]바로 그때였다.
“뀨! 주인 놈아아! 입 벌려라! 뀨우!”
“크윽….”
“어서 벌려라!”
햄찌가 만능 주머니에서 꿀단지를 꺼내더니 지크의 입에 깔때기를 꼽고, 꿀을 있는 대로 들이붓기 시작했다.
***
‘이 자식 왜 이러는 거야…?’
지크는 햄찌의 돌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주는 대로 꿀을 받아 꿀꺽꿀꺽 넘겼다.
‘윽!’
너무 달아서 혀가 다 얼얼하고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지만, 지크는 꾹 참았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알림 : 혈당이 올랐습니다!] [알림 : 칼로리가 보충되었습니다!]꿀은 액체 상태의 고칼로리 음식이라서, 흡수가 매우 빨랐다.
그래서 저혈당 쇼크로 정신을 잃는 걸 막을 수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 가 해제되었습니다! (×5)] [알림 : 가 해제되었습니다! (×4)]혈당이 올라가자 의 중첩이 하나씩 해제되기 시작했다.
‘아!’
지크는 그제야 햄찌가 꿀을 먹여준 이유를 깨달았다.
는 적을 순식간에 굶어 죽이는 디버프였다.
그렇다면?
칼로리를 보충해 주면서 싸우면 그만.
매우 간단하지만, 굉장히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디버프가 일으킨 괴혈병을 귤이나 라임을 섭취해 극복했듯이 말이다.
“햄찌! 너 이 자식!”
지크는 햄찌가 를 극복할 최고의 방법을 제시해준 것을 극찬했다.
“야! 잘했다! 역시 햄찌 너밖에 없다!”
“뀨! 그렇다! 햄찌가 똑똑하다! 뀨우! 주인 놈아아 당 떨어지면 안 된다! 뭐든 먹어라! 뀨우!”
그렇게 말한 햄찌는 갑자기 몸을 거대화시킨 다음 멩기스투를 향해 달려갔다.
“뀨! 햄찌 정령이라 굶주리지 않는다! 뀨우! 햄찌가 시간 번다! 주인 놈아는 얼른 뭐라도 먹고 기력부터 되찾아라! 뀨우!”
“알겠어!”
“주인 놈아 괴롭히지 마라! 캬아아악!”
햄찌는 버럭 포효를 내지르더니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던 멩기스투를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커헉!”
멩기스투는 햄찌의 드롭킥에 얻어맞고 타고 있던 흑마에서 떨어져 저 멀리 날아갔다.
‘지금이야!’
지크는 햄찌가 멩기스투를 상대하는 사이 재빨리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쿰척쿰척!
그러고는 칼로리가 높고 흡수가 빨라 보이는 음식물들을 꺼내 닥치는 대로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많은 열량을 빠르게 보충해주는 것만이 답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