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82
881
지크는 그 후로도 약 5분 정도 계속해서 음식물을 섭취하며 열량을 채웠다.
햄찌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오직 먹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알림 : 가 모두 해제되었습니다!] [알림 : 이 해제되었습니다!]지크는 자신을 괴롭히던 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후.”
지크는 비로소 몸을 일으키며 숨을 골랐다.
눈앞은 또렷했다.
두 다리도 굳건했다.
저혈당으로 인해 덜덜 떨리던 손 역시 여느 때처럼 힘이 넘쳤다.
“넌 이제 뒈졌어.”
지크는 컨디션을 회복하자마자 를 움켜쥐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쥐새끼가!”
“캬아악! 누가 쥐새끼냐!”
“뒈져라!”
“캬악!”
햄찌는 멩기스투를 상대로 매우 선전했지만, 차츰차츰 밀리는 중이었다.
에 면역이라서 어느 정도 싸움은 되었지만, 홀로 멩기스투를 이기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야! 햄찌야!”
그때, 지크가 달려와 햄찌를 향해 소리쳤다.
“수고했어! 빠져!”
“뀨! 알겠다!”
햄찌는 지크의 외침에 멩기스투로부터 훌쩍 물러서 다시 마법의 쳇바퀴를 불러내었다.
그러고는 지크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크윽!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이!”
멩기스투는 황급히 흑마에 올라타려고 했지만, 지크가 더 빨랐다.
콰앙!
스킬에 의해 날아간 가 멩기스투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크악!”
멩기스투가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우웅!
지크는 곧장 스킬을 이용해 의 범위와 위력을 높였다.
멩기스투가 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소용없다!”
멩기스투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버럭 소리치며 지크에게 를 뿜어내었다.
하지만 지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응~ 니가 소용없어~.”
지크는 다시 에 걸렸지만, 즉시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민트초코에이드를 꺼내 꿀꺽꿀꺽 마셨다.
‘민트초코에이드는 초콜릿이 잔뜩 들어간 음료라서, 칼로리가 높고 흡수가 빠르지. 게다가 비타민과 무기질은 물론이고 항산화 물질도 풍부해. 그리고 맛도 개쩔고!’
지크는 속으로 민트초코에이드를 찬양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지크의 선택은 매우 현명했다.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가 해제되었습니다!]가 걸리자마자 풀리면서, 지크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이 기회야. 몰아붙여서 조져야 돼.’
지크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멩기스투가 가장 약한 타이밍이라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방심은 금물.
지크는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방심으로 놓쳐선 안 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래서 곧장 멩기스투에게 접근해 스킬로 의 위력을 더욱 높였다.
화르르르!
뒤이어 시뻘건 불꽃이 피어올라 멩기스투를 불태우며, 그의 방어력을 아예 삭제시켜 버렸다.
그 다음은?
‘팬다.’
지크는 버프를 켜고 멩기스투를 향해 를 휘둘렀다.
쾅! 쾅! 쾅!
세 번의 망치질이 멩기스투의 머리통을 내리치고.
띠링!
뒤이어 멩기스투의 머리 위에 이 떠올랐다.
콰앙!
마지막 네 번째 공격이 작렬하자 이 터지며 멩기스투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안겨주었다.
“크아아악!”
멩기스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하지만 지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우웅-!!!
뒤이어 이 멩기스투를 덮쳤다.
“으아아아아악!”
멩기스투는 워낙에 레벨이 높아 분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서일까?
“두, 두고 보자!”
멩기스투는 의 슬로우 효과를 꾸역꾸역 뿌리지며 흑마에 올라타려 했다.
삼십육계, 줄행랑!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망치려는 게 분명했다.
‘어딜.’
지크는 즉시 스킬을 사용해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빛의 검들을 불러내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수직으로 바닥에 꽂힌 빛의 검들이 원을 그리며, 흑마에 올라타려던 멩기스투를 둘러쌌다.
그 다음은?
‘터뜨리고.’
폭발!
퍼어어엉!
빛의 검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멩기스투를 찢어발겼다.
[기근의 흑기사 : 굶주림의 멩기스투]•생명력 : ■■□□□□□□□□
이제 멩기스투의 남은 생명력은 20퍼센트.
쒜에엑!
스킬을 머금은 가 멩기스투를 향해 날아갔다.
퍼엉!
그 순간.
“……!”
멩기스투는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듯 제자리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스륵, 스르륵!
멩기스투의 육체가 미립자의 형태로 분해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지크는 까지 처치해 4대 대재앙 가운데 둘을 처치하는 업적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
멩기스투가 사라진 직후.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레벨 업!] [알림 : 309레벨 달성!]지크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해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이룩했다.
“뀨! 주인 놈아아! 수고했다!”
햄찌가 쪼르르 달려와 지크에게 소리쳤다.
“수고는 무슨. 다 니 덕분이지.”
“뀨우?”
“너 아니었으면 굶어서 죽었을 거다.”
“뀨!”
“진짜 잘했어. 왕궁에 복귀하면 최고급 견과류를 선물해 줄게.”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 견과류 좋다! 좋아! 뀨우우우우우!”
햄찌는 지크가 칭찬과 함께 선물을 약속하자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짜식. 하여간 든든하다니까.’
지크는 중요한 순간마다 크게 활약해주는 햄찌가 믿음직스러워 미소를 지었다.
우웅!
그때, 저 멀리 바깥으로 통하는 포탈이 생성되었다.
“햄찌야. 일단 나가자. 시간 없어.”
“뀨! 알겠다!”
지크는 서둘러 포탈을 타고 을 나섰다.
나머지 과 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크가 포탈에서 나오자 소용돌이치던 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4대 대재앙 중 하나인 멩기스투가 죽자 역시도 사라진 것이다.
‘좋아. 넷 중에 둘은 해결이야.’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무렵.
“전하! 고생하셨사옵니다!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포탈을 나서자 대기하고 있던 정보국 요원이 지크를 반겨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지크는 그들에게 과 의 상황부터 물었다.
“예, 전하. 북쪽 차원의 대균열은 폭주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천우진과 베오울프.
각각 그랜드 마스터와 마스터답게,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북쪽 차원의 대균열도 사라졌습니까?”
“사라진 건 아니고 폭주하던 게 잠잠해진 정도랍니다.”
“그래요? 흠.”
지크는 보고를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난 기근의 흑기사를 처치해서 차원의 대균열이 사라졌는데. 북쪽에서는 나처럼 4대 재앙이 등장하지 않은 건가?’
자세한 건 천우진이나 베오울프를 만나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남쪽은요?”
“남쪽은… 실패했습니다.”
“……!”
“던전 공략에 나섰던 파티가 전멸한 모양인지, 붉은 적토마를 탄 기사가 나타난 직후 차원의 대균열이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아.”
지크는 요원의 설명을 듣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으으.”
끝끝내 4대 재앙 중 하나인 가 뉘르부르크 대륙에 강림해버릴 줄이야….
“그 다음엔 어떻게 됐죠?”
“그, 그것이….”
요원이 다소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다 죽었습니다.”
“다요? 전부?”
지크가 놀랐다.
앞에는 수없이 많은 고레벨 게이머들이 죽치고 있기 마련이었다.
최소 수백 명.
많을 땐 만 단위까지도 몰려들 때가 있었다.
그런데 다 죽었다?
“그것이… 적기사가 직접 죽인 건 아니라….”
“……?”
“갑자기 모험가들끼리 서로 싸우는 바람에 한바탕 패싸움이 일어났다고 하옵니다.”
“패, 패싸움이요?”
“그러하옵니다.”
“그래서요?”
“패싸움 끝에 거의 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은 이들은 적기사의 손에 죽었사옵니다.”
“으음.”
“적기사는 모험가들을 모조리 처치한 후 말을 타고 유유히 사라졌사온데, 본국의 요원들이 추격했지만 끝끝내 놓쳤다고 하옵니다.”
“아.”
지크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진짜 X됐다….”
가 강림한 것으로도 모자라 놓치기까지 했다면, 이제 정말 큰일이 났다고 봐도 좋았다.
“정보국 인력들을 총동원해서 추적하세요.”
지크가 명령했다.
“어떻게든 찾아내서 제거해야 합니다. 모든 업무 중지하고, 적기사의 추적에만 집중하세요. 정보국 국장 나인테일에게도 그렇게 전하시고요.”
“예! 전하!”
요원은 지크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뀨! 주인 놈아아! 이제 어떡하냐!”
햄찌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글쎄.”
솔직히, 지크는 가 어느 정도 수준의 재앙을 일으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뉘르부르크 대륙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집어넣으리라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 규모나 피해가 얼마나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이 불가능했다.
“나도 모르지. 일단 X된 건 확실하니까, 어떻게든 찾아내서 조져야지 않을까?”
“뀨! 그건 그렇다!”
“그래도 죽음의 청기사는 막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래도 긍정적인 결과가 아주 없진 않았다.
의 폭주를 잠재웠고, 그 안에 있는 게 라는 중요한 정보를 얻었으니 이만하면 마냥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인 멩기스투를 처치하기도 했고.
‘애들을 좀 만나 봐야겠는데?’
지크는 천우진, 그리고 용설화를 만나 당시 상황을 좀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햄찌야.”
“뀨?”
“나 잠깐 쉬다 올게. 내일 프로아 왕궁에서 보자.”
“뀨! 알겠다!”
지크는 햄찌를 뒤로하고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된 거야?’
지크는 과 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정확한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
그날 저녁.
태성은 천우진, 용설화, 고스란, 승구 등 지인들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식사는 프라이빗한 룸에서 이루어졌다.
유명한 프로게이머들이 오픈된 공간에서 식사를 하면, 팬들뿐만 아니라 파파라치들까지 모여들어 밥 한 숟갈을 뜨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야?”
태성은 지인들이 모이자마자 대뜸 천우진에게 물었다.
“아, 빨리 썰 좀 풀어 봐. 어떻게 된 건데?”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천우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더럽게 어려운 던전 클리어하고 나니까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더라고.”
태성이 경험했던 것과 똑같았다.
역시 던전을 클리어한 직후 가 등장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청기사가 나타났고?”
“그렇지.”
“그럼 이겼어?”
“이겼겠냐?”
천우진이 되물었다.
“개발렸어. 철저하게.”
천우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까지 쳤다.
“아? 좀 멍청한 질문이었네. 헤헤헤.”
태성이 멋쩍은 듯 웃으며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하긴 이겼을 리 없었다.
정면 대결에서 를 이긴다는 것은 그랜드 마스터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졌다고 생각하기도 뭣했던 게, 천우진은 의 폭주를 잠재웠다고 했다.
이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임무에 실패해서 가 뉘르부르크 대륙에 강림한 것도 아니라니.
뭔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야, 잠깐만. 당 떨어져서 눈앞이 다 어지럽다. 잠깐만.”
천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장 먼저 나온 요리를 한 점 집어먹고, 콜라까지 꿀꺽꿀꺽 마셨다.
태성은 천우진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끔 배려해 주었다.
딱 봐도 천우진은 엄청난 고생으로 인해 진이 다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후.”
콜라 한 캔 분량을 원샷해버린 천우진이 이제야 좀 살 것 같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