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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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크는 을 통해 계속해서 조르제토를 뒤쫓았다.
“프로아 전하?”
“프로아 전하께 경례!”
“어디 가십니까!”
그러는 중 수없이 많은 제국군들과 마주쳤지만, 지크는 오직 조르제토를 쫓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바짝 뒤쫓지는 않았다.
조르제토가 가진 능력이 매우 까다로워서, 들이대 봤자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는 마치 스토커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르제토를 지켜보았다.
그 결과.
‘어?’
약 한 시간쯤 따라다녔을 무렵, 지크는 조르제토가 입고 있던 로브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을 보았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지크는 조르제토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조르제토가 지크를 감쪽같이 속이고 기습에 성공했던 비결은, 그의 능력 덕분이 아니었다.
조르제토가 입고 있던 은색의 로브.
그게 의 비결이었다.
[망자의 로브]사후세계를 구현한 신비한 로브.
이 로브를 입으면 죽음조차도 피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타입 : 의류(로브)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1/1,000
•방어력 : 0
•항마력 : 0
•특이 사항 : 수리 불가
•효과 :
– 이동 속도 +25%
– 사용 가능
– 망토를 착용해 기능을 켜면 내구도가 하락합니다.
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가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보물이었다.
역대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제들은 이 를 입음으로써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곤 했다.
하지만 과거 슈트카르트 황제가 반란을 일으켰던 시점에서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조르제토가 를 물려받은 후 도망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르제토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눈을 피해 달아나 목숨을 부지했고, 코랄인들과 함께 반란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크로서는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리가 없었다.
‘어쭈. 저런 좋은 걸 가지고 있었다고?’
그저 를 본 지크의 눈이 탐욕으로 빛났을 뿐이다.
“어, 어떻게?!”
그때, 조르제토가 경악에 가득 찬 눈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지크가 여기까지 쫓아온 건 분명히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를 입은 조르제토를 뒤쫓아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시, 시리우스마저 처치한 것인가?’
조르제토는 지크가 시리우스라는 강력한 코랄인마저 뿌리치고 뒤쫓아 왔단 사실에 더더욱 놀랐다.
그렇다는 말은….
‘강한 줄은 알았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을 줄이야….’
조르제토는 지크의 강함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설마 하니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빨리 도망쳐야….’
조르제토가 서둘러 를 다시 입으려 했다.
그러나….
[까아아아악!]번개처럼 날아온 시커먼 까마귀의 환영이 조르제토를 덮치고.
“으악!”
조르제토는 순간 놀라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를 그만 빼앗기고 말았다.
이 조르제토를 물어뜯으며 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땡큐!”
그렇게 마우레키온 제국 황가의 보물이던 는 지크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되었다.
[알림 : 를 획득하셨습니다!]물론 내구도가 고작 1밖에 남지 않아서, 앞으로 쓸 일도 단 한 번밖에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런 빌어먹을!”
조르제토는 를 빼앗기게 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자신의 검을 움켜쥐었다.
화아악!
그러자 조르제토가 움켜쥔 검에서 시퍼런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얘는 그래도 좀 강한 애구나.’
지크는 그제야 조르제토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조르제토는 강했다.
그는 299레벨로 란 클래스를 가진 강자였다.
비록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봤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크에게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겠지만 말이다.
“죽어라!”
조르제토는 지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대었다.
하지만 지크에게 그런 조르제토의 공격은 그저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퍽, 퍼억!
지크는 굳이 디버프 스킬을 사용할 것도 없이, 무왕 레오니드로부터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 조르제토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
퍼억!
지크의 하이킥이 조르제토의 얼굴에 꽂히던 순간.
“커헉!”
조르제토의 입에서 박살 난 치아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털썩!
그렇게 쓰러진 조르제토.
휘릭, 휘리릭!
지크는 곧장 을 이용해 조르제토를 꽁꽁 묶어버렸다.
를 이용했기에, 조르제토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완벽하게 제압당하는 굴욕을 겪게 되었다.
띠링!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가 조르제토를 넘기고 보상을 받으세요!]지난 6개월 동안 세계 최강대국인 마우레키온 제국을 뒤흔들었던 반란군의 수괴 조르제토를 포획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이… 이이!”
조르제토는 에 제압당하자 얼굴까지 시뻘게지면서 분노했다.
“가, 감히! 짐을 이렇게 욕보이는가!”
“짐은 개뿔.”
지크가 피식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반란군의 수괴 주제에 짐은 무슨? 니가 황제냐?”
“그렇다!”
“으응?”
지크는 조르제토의 뻔뻔함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너 반란에 실패했잖아? 니가 뭔 황제야?”
“짐이야말로 마우레키온 제국의 진정한 주인이다! 황가의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황족이란 말이다!”
“아?”
“짐이 황제가 아니면 누가 황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슈트카르트 그 빌어먹을 놈은 황위를 찬탈하고 황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킨 희대의 패륜아일 뿐이다! 결코 대제국 마우레키온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는 놈이란 말이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지크는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리고 황위 계승은 언제나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었다.
황위를 계승하기 위한 형제들 간의 권력다툼은 마치 자연의 섭리와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게 바로 권력의 속성인 것이다.
슈트카르트 황제 역시 생존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하니, 당시에 벌어졌던 황위 쟁탈전이 얼마나 비정하고 잔혹했는지는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조르제토가 지크에게 물었다.
“으응?”
“이름을 물었다.”
“나?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슈트카르트가 총애한다던 모험가가 바로 네놈이었군.”
조르제토도 지크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네놈만 아니었으면 세계평화회의에서 슈트카르트를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헤헤.”
지크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웃었다.
“내가 본의 아니게 방해를 했나? 미안.”
“이… 이이…!!!”
조르제토는 지크가 능청을 떨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당장에라도 고혈압으로 쓰러질 기세였다.
“됐고.”
지크가 조르제토를 질질 끌면서 말했다.
“가자, 이 반란군 놈아.”
“크윽!”
“너 잡아서 이번 달은 흑자야. 헤헤헤.”
“자, 잠깐!”
조르제토가 소리쳤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지, 짐의 제안을 먼저 들어봐라!”
“으응?”
“짐의 편에 서라! 지크프리트!”
“그게 뭔 소리야?”
“짐을 도와 황위를 되찾는 것이다!”
“……?”
“너의 능력이라면 짐을 황제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짐을 도와 마우레키온 제국을 되찾아라! 이 세계의 반을 너에게 약속하겠다!”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달콤한 속삭임 : 양자택일]잘 생각해 보고, 조르제토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해보자.
•타입 : 에픽 퀘스트
•보상 : 예측 불가
•진행률 : 0%(0/1)
•참고 : 이 퀘스트의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심지어 에픽 퀘스트였다.
게임 BNW의 메인 시나리오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갈림길이 지크의 앞에 놓여 있게 된 것이다.
***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조르제토가 지크에게 애원했다.
“짐이 마우레키온 제국을 되찾는 걸 도와준다면, 나머지 세계의 반을 너에게 주겠다.”
“세계의 반이라….”
“프로아 왕국같이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의 절반을 경영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너 역시 짐과 같이 황제가 될 수 있다!”
“헉?!”
지크는 황제란 단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황제.
왕보다 위에 있는, 사실상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권력의 정점.
어지간한 강대국의 왕들조차 스스로 황제로 칭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 아니던가?
“짐이 약속하겠다! 짐은 충성을 다하는 신하들의 신의를 저버린 적이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흐음.”
“그러니 짐을 도와다오! 슈트카르트 놈보다 짐이 더 잘해줄 자신이 있다!”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긴 한데….”
지크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말했다.
“내가 널 도와주면 슈트카르트 황제를 배신하는 거잖아? 그럼 슈트카르트 황제가 가만히 안 있을걸? 프로아 왕국이 잿더미가 될 거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으응?”
“그까짓 작은 나라 하나쯤 없어지면 뭐가 어떤가? 세계의 반을 가질 수 있게 되는데!”
“…….”
“지크프리트! 이건 투자다! 지금 가진 걸 모두 잃는다 해도, 넌 세계의 절반을 경영하는 황제가 될 수 있다! 작은 것 하나를 잃고 세계의 절반을 얻는 일인데 뭘 망설이나!”
“그래도 나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처자식쯤이야 언제든 다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황제가 되면 삼처사첩쯤은 우스운 것이다! 수백 명의 미녀를 거느리고 수백 명의 자손을 가질 수 있단 말이다!”
그 순간.
‘이 새끼 봐라?’
지크는 조르제토의 말에 순간 빈정이 상했다.
뭔가 듣기가 굉장히 거북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르제토는 그런 지크의 속내도 모른 채 자신의 할 말만을 계속해서 떠들어대었다.
“지크프리트! 곧 코랄 종족의 제2차 원정대가 도착한다! 그들이 도착하면 짐이 황위를 되찾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그들의 강함! 그들의 문명! 그들의 기술력! 모든 것들이 우리 세계를 압도한다! 승산이 없단 말이다!”
“그래서?”
“그들이 짐을 도울 것이다! 그러니 짐은 그저 생존해 있기만 한다면 된다. 그럼 마우레키온 제국을 되찾고 세계를….”
“그럼 백성들은? 외계 종족의 침공에 계속 전쟁이 벌어지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질 텐데?”
“그건 잠시간의 고통일 뿐이다.”
“그래?”
“짐이 황위에 오르면 선정을 펼쳐서….”
“퍽이나.”
지크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이 세계가 코랄 종족의 식민지가 될 텐데, 니가 무슨 재주로 선정을 펼쳐?”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넌 걔네가 세운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될 텐데.”
“아니다! 짐이 황위에 오르면 코랄 종족을 몰아내고….”
그 순간.
퍼억!
지크가 조르제토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꾸웨엑!”
그러자 몸이 꽁꽁 묶인 조르제토가 바닥에 처박혔다.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그와 동시에 지크의 발길질이 조르제토를 향해 쏟아졌다.
[알림 : 조르제토의 제안을 거절하셨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당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좋기를 바랍니다!]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대충 넘겨버리고 조르제토를 향해 무자비한 발길질을 퍼부어 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