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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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퍼억!
지크는 조르제토를 죽일 기세로 밟아댔다.
“악! 으아악! 악!”
조르제토는 온몸이 꽁꽁 묶여서 어떻게 피하지도 못한 채 지크의 발길질에 짓밟혔다.
“난.”
지크가 경멸 어린 표정으로 조르제토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같은 놈들이 제일 싫어. 아주. 진짜 별로야, 너.”
지크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르제토가 빼앗긴 황위를 되찾으려는 건 정당했다.
조르제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복수하고, 황위를 노릴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가 너무 역겨웠다.
조르제토는 자신이 황위에 오를 수만 있다면 제국인들뿐만 아니라 뉘르부르크 대륙인 모두가 고통 받아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이 세계가 코랄 종족의 식민지가 되어 지배당하고, 억압받고, 착취를 당하게 될 텐데도 말이다.
게다가 지크에게 한 제안 역시도 매우 구역질났다.
황제가 되기 위해 여태껏 피땀 흘려 일구어온 프로아 왕국을 버리고, 처자식마저 죽게 내버려 두라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던가?
조르제토는 여태 지크가 피땀 흘려 일구어낸 모든 것들을 헌신짝 취급했다.
버리라고.
언제든 다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이런 사고 회로를 가진 인간이 대제국 마우레키온의 황제가 된다면 어떨까?
폭군이 될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이거 아주 뼛속까지 글러먹은 놈이었네. 너 하나 황제 되겠답시고 외계인들 끌어들여서 전 세계를 팔아넘기고 싶냐?”
“이, 이 세계는 원래… 크윽! 나의 것이었다! 대제국 마우레키온의 황제가 세계의 주인이란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제라고 해서 세계를 외계인들에게 팔아먹을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
“그냥 뒈져.”
“컥!”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자식.”
“끄아악!”
“내가.”
지크가 조르제토의 그곳(!)이 있는 곳에 발길질을 퍼부으며 으르렁거렸다.
“너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팠는 줄 아냐?”
“으아아아아악!”
“니가 벌인 짓거리 때문에 내가 생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주 이가 갈린다.”
맞는 말이었다.
조르제토가 반란을 일으킨 덕분에 프로아 왕국이 자발라 왕국과 전쟁을 해야 했으니, 지크 역시 맺힌 게 많은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이다.
퍽! 퍼억!
그렇게 지크는 조르제토가 걸레짝이 될 때까지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우레키온 제국의 최정예 기사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이윽고 익숙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짐의 형님을 그렇게 패서야 되나.”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슈트카르트 황제가 조르제토 포획 작전에 직접 참가했던 모양이었다.
***
“폐하를 뵙습니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등장하자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사장님(?)께 예를 취했다.
‘마스터가 다섯이나 더 있다고?’
지크는 그런 슈트카르트 황제의 호위 병력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슈트카르트 황제의 호위는 세 명의 여성 그레이트 위저드뿐만이 아니었다.
299레벨의 기사들 여럿.
그리고 350레벨의 기사 다섯 명이 더 있었다.
‘도대체 숨겨진 마스터가 몇 명이야?’
슈트카르트 황제는 300레벨 이상의 마스터들을 무려 여덟 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오성천의 일원인 란돌 공작까지 합치면 무려 아홉 명이었다.
까면 깔수록 강자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러니 반란이 성공할 리 없지.’
지크가 그 생각을 할 때, 슈트카르트 황제가 웃으며 다가왔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폐하.”
“짐의 형님을 그만 패줄 수 있겠나?”
“무, 물론이옵니다.”
“아무리 반란군의 수괴라 할지라도 형님께선 황가의 일원이니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도록 둘 순 없는 노릇이겠지.”
“하하. 하하하….”
그때였다.
“슈트…카르트! 네 이노옴!”
조르제토가 슈트카르트 황제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 천하의 패ㄹ….”
그 순간.
“재워라.”
슈트카르트 황제가 명령하자 세 명의 그레이트 위저드들 중 하나가 수면 마법으로 조르제토를 잠재웠다.
“…….”
그렇게 조르제토는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욕설다운 욕설 한 번을 해보지 못한 채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수십 년 만에 만난 동생을 보자마자 상스러운 소릴 하십니다, 형님.”
슈트카르트 황제가 웃으며 잠든 조르제토를 향해 말했다.
오싹!
지크는 그런 슈트카르트 황제의 미소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진득한 살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를 돌아보았다.
“이번에도 짐의 곤란함을 해결해 주었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대가 있어 늘 든든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만간 내 그대에게 크게 포상을 내릴 것이다.”
“그저 망극하옵니다.”
“일단 자리를 좀 옮기도록 하지.”
슈트카르트 황제가 그렇게 말하자 세 명의 그레이트 위저드가 워프 마법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결계는 풀지 않는다. 반란군이 단 하나라도 남아 있는 한 결계를 풀어서는 안 된다.”
“예! 폐하!”
“단 하나도 남겨두지 마라. 반란군에 가담했던 모든 것을 말살시키도록.”
“예! 폐하!”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슈트카르트 황제는 명령을 내린 후 지크를 돌아보았다.
“잠시 짐과 함께 가지.”
“예, 폐하.”
그와 동시에 워프가 시작되었고,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 일행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하게 되었다.
***
[마우레키온 제국의 수도 : 피의 궁전 어딘가]슈트카르트 황제와 함께 워프한 곳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성인 이었다.
“형님을 잘 모시도록.”
“예, 폐하.”
슈트카르트 황제는 조르제토를 신하들에게 넘긴 후 지크를 자신의 집무실로 데려갔다.
‘쯧쯧. 넌 이제 X됐다.’
지크는 곤히 잠든 채 끌려가는 조르제토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에게 장밋빛 미래 따윈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지독한 고문과 그에 이은 비참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렇게 슈트카르트 황제의 집무실에 도착한 후.
“이번에도 고생이 많았다.”
슈트카르트 황제는 지크에게 몸소 위스키를 따라주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사주(御賜酒).
지크는 황제가 직접 따라준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자고로 높은 사람이 따라주는 술은 원샷 하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아, 폐하.”
지크는 위스키를 원샷 한 다음, 뭔가가 생각나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말했다.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중요한 정보라? 뭔가. 말해봐라.”
“곧 코랄 종족의 제2차 원정대가 침공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랄 종족이?”
“예, 폐하.”
“그런 첩보는 입수하지 못했는데. 출처가 확실한가?”
“시리우스라는 코랄인이 조르제토에게 말했습니다. 곧 2차 원정대가 올 테니 생존해 있기만 하면 황위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정보로군.”
슈트카르트 황제가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코랄인들의 침공은 짐으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문제다.”
“그렇습니까?”
“그들 개개인의 무력은 우리 인간과는 다르다. 코랄인들은 하급 병사 하나조차 어지간한 기사 30명 정도를 상대할 정도로 강한데, 제아무리 짐이라도 감당하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겠지.”
“헉!”
“그들의 세계에는 코랄인들의 인구가 수십억 명은 된다고 하더군.”
“……!”
“코랄인들이 대대적인 침공을 해온다면, 이 세계는 그들의 식민지가 될 것이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을 듣고 이 사건이 결코 가볍게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짐은 대제국 마우레키온의 황제로서.”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의 물음에 대답했다.
“코랄인들의 세계를 침공할 생각이다.”
“예?!”
순간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기상천외한 발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리한데 오히려 쳐들어가겠다니?
이것이야말로 역발상이었다.
“이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 순 없지 않겠나.”
“하지만….”
“코랄인들의 세계에 전진 기지를 확보하고, 원정대를 파견할 것이다. 그리고 모험가들을 그 세계로 보내 코랄인들과 맞서 싸우게 할 것이다.”
“아!”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에 감탄했다.
이계에서 강림한 존재인 모험가들을 이용해 또 다른 이계의 종족을 상대한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들을 이용해 다른 오랑캐들을 물리친다.
그 사자성어를 너무나도 잘 실천하는 생각이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폐하.”
“짐은 그 원정대의 선봉장을 그대가 맡아 주었으면 한다.”
“……!”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닐 것이다. 본국도 내전의 후유증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맡겨만 주신다면.”
지크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심성의껏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크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코랄인들이 주는 경험치는 막대한 것.
코랄인들의 세계로 가 전쟁을 치른다는 건 새로운 최종 콘텐츠의 등장을 의미했다.
즉, 지크로서는 레벨 업을 위해서라도 코랄인들의 세계로 가야 했던 것이다.
“언제나 믿음직스럽군.”
슈트카르트 황제는 그런 지크의 대답을 듣고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피워 올렸다.
“그대를 믿고 큰일을 맡길 수 있겠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대의 노고에 대한 치하는 조만간 공식적인 석상에서 성대하게 치러줄 것이다. 그러니 잠시만 짐에게 시간을 줄 수 있겠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폐하 뜻대로 하소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공식적인 석상에서 포상도 함께 내려지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이번엔 뭘 주실까? 흐흐.’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자신에게 어떠한 포상을 내릴지 기대하며, 한껏 부푼 마음을 애써 억눌러야만 했다.
***
그 후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와 이런저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을 나서게 되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보자.”
“예, 폐하.”
지크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작별 인사를 할 무렵이었다.
“폐하.”
나이델베르크 공작이 다가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보고했다.
그는 지크를 처음 만났을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작 남작의 신분이었는데, 어느새 공작으로 작위가 상승해 있었다.
‘도대체 저 사람 하는 일이 뭘까?’
지크는 꽤 오래전부터 나이델베르크 공작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으로 비추어 보아도 무력이라고는 단 1도 없는 평범한 NPC일 뿐, 딱히 특이 사항이랄 것도 없었다.
그저 25레벨의 관료 NPC일 뿐이었다.
“알카사스 왕국의 국왕인 모험가 카인이 폐하를 뵙고자 찾아왔사옵니다.”
그 순간.
‘어?’
지크의 귀가 쫑긋거렸다.
알카사스 왕국.
게이머들이 새로 건국한 나라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카인은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정체불명의 게이머였다.
그런 그가 슈트카르트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찾아왔다니….
‘그 사람이 여긴 왜 왔지?’
지크는 카인의 의도가 궁금했다.
“모험가들이 만든 국가의 왕이라.”
슈트카르트 역시도 카인이 자신을 알현하러 찾아왔단 사실에 흥미를 느꼈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라. 내 금방 갈 테니.”
“예, 폐하.”
나이델베르크 공작이 고개를 조아리고는 주춤주춤 뒷걸음질 쳐 슈트카르트 황제의 앞에서 물러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