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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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00명의 길드원들이 의 동쪽 항구를 공략해 어그로를 끌어주는 사이.
“갑시다.”
지크가 이끄는 나머지 1,000여 명의 길드원들은 로 통하는 하수도로 숨어들었다.
하수도 안은 썩은 악취로 가득했고, 온갖 오물들이 뒤섞여 둥둥 떠다니는 등 위생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해안가에 자리한 도시라서 그런지, 특유의 비린내가 아주 많이 진동했다.
“윽.”
그래서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 지크로서도, 투덜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 하수도는 역대 경험해본 곳 중에서도, 단언컨대 T.O.P였기 때문이다.
“잠깐.”
지크는 하수도를 통과하던 중 뭔가 생각났다는 듯 발걸음을 멈췄다.
“뀨우? 주인 놈아! 왜 그러냐?”
“아니.”
지크가 대답했다.
“…맨날 뭐만 하면 하수도로 기어들어 가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생각해 보니 그랬다.
지크는 잠입, 침투 작전 등등 적들의 눈을 피해 움직일 때면 늘 하수도를 애용하곤 했다.
물론 그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철통같은 방어를 자랑하는 적진에 은밀히 침투하는 데 하수도만 한 경로는 드물기 때문이다.
“뀨! 그걸 이제 알았냐! 주인 놈 하수도 사랑한다! 뀨우!”
“뭐 인마?”
“주인 놈 맨날 더럽다고 질색하면서 하수도 또 온다! 주인 놈 하수구 성애자다! 뀨우!”
“이 자식이 진짜!”
지크가 햄찌에게 달려들려던 때였다.
띠링!
갑자기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새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칭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현실은 시궁창]하수도를 많이 들락거린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몸에서 악취가 좀 나지만, 매우 유용한 칭호이다.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 하수도에서 공격력 +50%
– 하수도에서 이동 속도 +30%
– 주변에 있는 아군들에게 공격력 +30% 이동 속도 10%의 버프를 걸어줌
•부작용 :
– 하수도를 빠져나온 후 10분 동안 몸에서 악취가 풍겨 나옴
“…….”
지크는 칭호의 옵션을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한동안 잊고 있었더니,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내용의 칭호가 또 주어질 줄이야….
하여간에 이놈의 시스템은 지크가 도무지 방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건수를 잡았다 싶으니 아주 귀신같이 부정적인 이름의 칭호를 떠넘긴 것이다.
띠링!
그러자 지크의 머리 위에 진한 녹색의 털을 가진 더러운 시궁창 쥐새끼 아이콘이 떠올랐다.
우웅!
뒤이어 지크에게 버프가 걸렸다.
[알림: 공격력이 50% 증가했습니다!] [알림: 이동 속도가 30퍼센트 증가했습니다!]지크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대박!”
지크를 뒤따르던 길드원들에게도 버프가 걸렸다.
그러나….
“큭!”
“현실은 시궁창이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위에 아이콘 뭐야? 풉!”
길드원들이 지크의 머리 위에 떠오른 시궁창 쥐새끼 아이콘을 보고 키득거렸다.
어디 그뿐인가?
위잉~ 위이잉~.
어디선가 날아든 똥파리들이 지크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기 시작했다.
아주 구질구질하게도, 악취에 이어 파리 떼까지 달고 다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빠직!
지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아오! 진짜! X나 빡치네!”
지크는 과거에도 파리 떼를 몰고 다닌 적이 있었다.
의 핵을 섭취한 이후 그 부작용으로 디버프를 획득해서 30일 동안 파리 떼를 몰고 다녔었다.
‘설마 이번에도 30일 동안 파리 떼가 꼬이는 건 아니겠지?’
지크는 순간 두려워졌다.
디버프 때는 30일이라는 지속 시간이라도 있었지, 지금 꼬인 파리 떼들은 언제 사라진다고 딱히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수도를 나가면 알아서들 사라지겠지.’
지크는 애써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적이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내디뎠는가!”
저 멀리 하수도를 지키고 있던 타락 천사들이 지크 일행을 발견하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갖췄다.
“그냥 다 뒈져, 아주.”
지크는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으므로 하수도를 지키고 있던 타락 천사들을 향해 를 휘둘렀다.
우웅!
그러자 를 중심으로 강력한 쇼크웨이브가 뻗어 나가 좁은 하수도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타락 천사들을 덮쳤다.
“……!”
“……!”
“……!”
그로부터 셋, 둘, 하나.
스르륵!
타락 천사들이 미립자의 형태로 분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스킬 이름이 괜히 이 아닌 것이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러자 처치한 타락 천사의 숫자만큼 경험치가 올랐다.
그 결과.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320레벨 달성!]지크가 지난번에 코랄인의 지휘관인 시리우스를 처치했을 때, 경험치가 살짝 모자라 하지 못했던 레벨업까지 이루게 되었다.
“헉….”
“디, 딜 보소?”
한편, 길드원들은 그런 의 데미지에 경악했다.
타락 천사 하나를 상대하기도 쉽지 않은데, 다수를 스킬 한 방에 삭제시켜 버렸으니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비병들이 없는 건 아니네. 한 번은 전투를 치르겠는데?’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약 10분쯤 더 갔을 무렵이었다.
좁은 하수구를 지나자 의 모든 오물이 모이는 거대한 정화조가 나타났다.
그리고….
“적이다!”
“모두 죽여라!”
수없이 많은 타락 천사들이 수십 개의 하수도를 통해 나타나 정화조 안을 꽉 채웠다.
그와 동시에 전투가 벌어졌다.
‘니들은 실수한 거야.’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여긴 좁거든.’
타락 천사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비행 능력을 이용한 빠른 기동성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에서 흘러나온 오폐수가 모이는 정화조가 자리한 곳.
비행 능력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소였다.
우웅!
지크는 즉시 과 을 이용해 정화조 안을 뒤덮었다.
“크, 크윽!”
“이런 빌어먹을!”
타락 천사들은 정화조 안을 꽉 채운 의 효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뒤로 빠져요!”
지크는 타락 천사들에게 디버프를 떡칠해 그 움직임을 제한한 후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동료들이 뒤로 훌쩍 물러나주었다.
지크는 곧바로 정화조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간 후 스킬을 사용했다.
번쩍!
새하얀 섬광이 번뜩이고 극저온의 냉기가 타락 천사들을 집어삼켰다.
“……!”
“……!”
“……!”
타락 천사들은 얼어 죽지는 않았지만, 에 빠져 아예 움직임이 멈추어 버렸다.
“다 죽여 버리죠.”
지크의 한마디가 끝나기가 무섭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길드원들이 얼어붙은 타락 천사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길드원들이 알아서 타락 천사들을 처치해줄 텐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화조에 몰려들었던 타락 천사들은 길드원들에게 반항 한 번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죽임을 당했다.
‘어? 저게 뭐지?’
지크는 타락 천사들의 시체 더미 근처에서 웬 반짝이는 물건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타락한 천사의 회색 깃털]타락한 천사가 죽어가면서 남긴 깃털.
본래 검은색이었지만, 타락 천사가 죽으면서 검은 물이 빠져 회색이 되었다.
•타입 : 재료(깃털)
•등급 : 유니크
•특이 사항 : 약간의 신성력이 깃들어 있으며, 깃털을 많이 모으면 날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은 전에는 드랍되지 않던 아이템이다.
하지만 지금 떨어진 걸 보니 레벨이 높은 타락 천사들을 사냥하면 일정 확률로 드랍하는 모양이었다.
‘딱히 나랑 상관은 없네?’
어차피 지크에게는 가 있었기에,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든다고 해도 딱히 메리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었기에, 지크는 을 불러내어 들을 주웠다.
그런데 다시 불러낸 은 더는 날지 못했다.
깃털이 없어졌기 때문일까?
호다닥!
은 나는 대신 두 다리로 뛰어서 땅에 떨어진 을 주웠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주사위 운이 좋았기 때문인지 전체 중 약 60퍼센트가량이 지크에게 들어왔다.
한편, 길드원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바, 방금 뭐지?”
“생닭이 지나간 것 같은데?”
뭘 보긴 봤는데, 이 뛰어다니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채지 못했다.
‘너도 부끄러웠구나.’
지크는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아이템을 주워서 주고 사라진 을 안쓰러워했다.
어쨌거나 정화조 전투는 그렇게 끝이 났고, 지크는 다시 길드원들을 이끌고 목표한 지점으로 이동했다.
***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지크는 바다의 신 넵튠을 모시는 해양교의 신전으로부터 약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어느 하수구를 통해 하수도를 빠져나왔다.
신전 바로 근처까지 하수도를 타고 가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는 통로가 너무 좁았기 때문이었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기어갈 정도로 좁은 하수도를 1,000명이 함께 통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하수구를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온 지크는, 길드원들을 각각 200명씩 짝지어 주었다.
그런 뒤 그들을 각자 다른 지역으로 보냈다.
“알아서 소란을 피우시면 돼요. 중요한 건 흩어져서 어그로를 끄는 거니까, 직접적인 전투는 가능하면 피하세요. 불리하면 하수도로 도망가시고요.”
200명씩 총 다섯 개의 그룹이 곳곳을 휘저어 타락 천사들의 어그로를 끌고.
그러는 사이 지크와 최정예 길드원들은 신전으로 가 해양교의 성직자들을 구출할 계획이었다.
“갑시다.”
그렇게 지크는 약 20여 명의 최정예 길드원들을 이끌고 해양교 신전으로 향했다.
물론 해양교 신전으로 가는 길은 절대 수월하지 않았다.
타락 천사들이 밤하늘을 비행하며 를 감시하고 있기에, 움직임을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조급해하지 않고 되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어차피 다섯 개의 그룹들이 곧 타락 천사들에게 발각당해 어그로를 끌어줄 텐데, 굳이 무리해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약 10분쯤 이동했을 무렵.
푸득, 푸드득!
공중을 배회하던 타락 천사들이 특정 방향을 향해 일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지크는 그런 타락 천사들의 움직임이 길드원들의 어그로 덕분이라는 걸 깨닫고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좋아.’
지크가 생각하기에 작전은 아주 잘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해양교 대사제와 그를 따르는 성직자들을 무사히 구출해서 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