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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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몰려들기 시작한 타락 천사들.
“천사들이시여! 저는 회개하였습니다! 더는 거짓된 신을 모시지 않습니다!”
배신한 성기사는 타락 천사들을 향해 엎드려 절하며 자신의 목숨을 구걸했다.
“평생 거짓 신을 모셨던 걸 후회합니다! 신은 없습니다! 그는 언제나 침묵했습니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단 한 번의 손길도 내밀어준 적이 없습니다! 저는 더는 거짓 신을 섬기지 않습니다!”
성기사는 평생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 신앙심을 송두리째 부정하며, 스스로의 목숨을 건지려 애썼다.
지크는 굳이 그 성기사의 행동을 부정하지 않았다.
‘뭐. 그럴 수 있지.’
그 성기사의 입장에서, 지금은 교단의 본거지인 신전이 무너지고 불타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도시 전체가 타락 천사들에 의해 점령당해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도, 바다의 신 넵튠은 구원의 손길을 뻗지 않은 채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성기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배신감을 느끼고,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신앙생활에 회의를 느낄 만한 상황인 것이다.
당장 타락 천사들에게 발각되어 죽을지도 모른단 두려움도 있었을 테고.
‘근데 그렇다고 내가 널 살려 둘 순 없지.’
지크는 성기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배신을 정당화시켜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배신한 성기사만큼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크에게는 성기사를 응징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천사들이시여!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
그 성기사가 무릎을 꿇은 채 한창 회개에 열중하던 때였다.
푸욱!
타락 천사 중 하나가 그 성기사의 머리통에 창을 꽂아 넣었다.
“……!”
그렇게 그 성기사는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는커녕, 배신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르게 되었다.
타락 천사들에게 있어 인간과의 약속 따위는 휴짓조각만도 못했다.
“꼴좋다. 쯧.”
지크가 성기사가 쓰러지는 걸 보고 혀를 찼다.
“그러게 다 거짓말이라니까?”
그러나 죽어버린 배신자를 비웃고 욕할 시간은 없었다.
“저기다!”
“죽여라! 모조리 처단하라!”
를 비행하던 타락 천사들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아오.”
지크는 짜증이 한가득 난 표정으로 를 움켜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
타락 천사들과 뼈가 녹도록 싸우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
그렇게 시작된 전투.
지크는 오래간만에 전력을 다해 싸워야만 했다.
거의 만 단위가 넘는 타락 천사들이 일제히 공격해왔던 탓에, 제아무리 지크라 할지라도 전력을 다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퍽! 퍼억!
지크는 오래간만에 신들린 듯 를 휘두르며 자신의 무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악!”
“으아아악!”
지크에게 덤벼들었던 타락 천사들은 뼈도 추리지 못한 채 죽어갔고, 그럴 때마다 경험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쏴아아아!
고스란은 하늘에 떠 있는 타락 천사들을 매우 정확한 사격으로 쏴 맞추었고.
퍽! 퍼억!
용설화는 자신이 직전 만든 레전더리 등급의 망치를 휘두르며 타락 천사들의 머리통을 부숴놓았다.
“모읍니다!”
데이토나는 탱커답게, 스킬을 사용해 타락 천사들을 한데 끌어모았다.
그런 뒤 순간적으로 방어력을 1,000%까지 올리는 자력 버프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길드원들이 일제히 데이토나, 정확히는 그의 주변으로 끌려온 타럭천사들을 향해 광역 스킬을 퍼부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런 지크와 의 정예 길드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타락 천사 1,000여 명을 쓸어버렸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헉, 허억!”
지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죽어라!”
“벌레 같은 인간들이여! 거짓 신을 모신 죄를 죽음으로써 갚아라!”
그렇게 많이 죽였음에도, 몰려드는 타락 천사들의 숫자는 까마득하다 못해 무한해 보일 정도였다.
“캬아악! 캭!”
모찌의 사육으로 인해 덩치가 엄청나게 불어난 햄찌가 연신 앞발을 휘둘러 타락 천사들을 쳐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뀨우우! 주인 놈아! 너무 많다! 햄찌 힘들다! 뀨우우우우!”
햄찌가 지크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이거 안 돼.’
지크는 이 전투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성기사 하나의 배신으로 인해 곳곳에 흩어져 있던 타락 천사들이 모조리 몰려들어서,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빼야 해.’
지크는 후퇴를 결심했다.
싸울 땐 싸우고.
뺄 땐 빼고.
이렇게 승산이 아예 없을 땐 무조건 후퇴하는 게 상책이었다.
“다들! 찢어져요! 각자 알아서 탈출합시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친 후 를 도(刀)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런 뒤 하늘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은빛 선이 일직선으로 그어지는 듯한 임팩트가 생겼다.
그리고 하나, 둘, 셋.
후득, 후드득!
타락 천사 수백여 명이 두 동강이 나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크가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로 하늘을 갈라버린 것이다.
“흩어져요! 지금!”
지크는 그렇게 소리친 후 네레우스 대사제를 포함한 고위급 성직자 몇 명을 데리고 재빨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럴 땐 각자 흩어져 도망치는 게, 그나마 생존율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뭣이? 그 빌어먹을 자식들을 놓쳤단 말인가? 하!”
안다리엘은 지크 일행이 각자 흩어져 도망쳤단 보고를 받고 더더욱 분노했다.
안다리엘의 입장에선 충분히 화가 날만한 일이었다.
기껏 에 흩어져 있던 모든 형제자매를 불러 모아 공격을 했는데, 단 한 명도 잡지 못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짧은 시간 동안 무려 2,5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전사자가 나왔으니, 안다리엘로서는 분노를 다스리는 게 쉽지가 않았다.
“이번 전투에 참여했던 형제자매들 모두….”
안다리엘이 입을 열었다.
“복귀하면 자아비판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그러자 중앙 광장에 모여 있던 타락 천사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아비판은 천사들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 중 하나였다.
자아비판은 천계의 대광장인 한복판에서 모든 천사를 향해 자기를 비판하는 행위를 뜻했다.
즉, 모든 형제자매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을 비판하여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게 정신적 데미지가 상당히 큰 형벌인지라, 천사들은 모두 자아비판을 두려워했다.
“후.”
그렇게 안다리엘은 천사들의 징계를 결정하고는, 분노에 찬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 명령했다.
“형제자매들이여. 이 도시에 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중앙 광장으로 끌고 와라. 남녀노소 가리지 마라. 어차피 모든 인간은 거짓 신들을 믿는 사악한 이교도일 뿐, 모두 죽여 없애야 할 해충에 불과하니!”
“알겠다! 형제여!”
“지금 모조리 잡아들이겠다!”
안다리엘의 명령에 천사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져 숨어 있던 시민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한편, 지크는 어느 허름한 술집에 숨어들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벌컥벌컥!
지크는 햄찌와 를 나눠 마시며 떨어진 생명력, 마나, 스태미나를 채웠다.
그리고 네레우스 대사제와 기타 고위 성직자들은 전투 중에 입은 크고 작은 상처를 꿰매고 치료하며 응급조치를 취했다.
지크는 그러면서도 을 통해 타락 천사들의 동향을 끊임없이 살폈다.
그 결과.
“와.”
지크는 미니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전체에 타락 천사들이 득실거려서 술집 밖을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앙!
우당탕탕!
쨍그랑!
곳곳에서 건물을 때려 부수는 소음과 함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와라! 이 버러지들아!”
“끌고 가라! 형제여!”
타락 천사들이 숨어 있던 시민들을 잡아다가 중앙 광장으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하. 이거 골치 아프네.’
지크는 미니맵을 바라보며 탈출 경로를 고민했다.
하지만 현재 은신처인 술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하수구-큰 하수도로 통하는-까지의 거리가 약 5킬로미터 정도로 꽤 멀었다.
즉, 지금으로서는 조용히 숨어 있는 게 최선이었다.
‘일단 여기 숨어서 때를 기다리자.’
지크는 도(刀) 형태의 를 움켜쥔 채 문가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혹시나 타락 천사들이 술집 안을 수색하러 들어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해버릴 생각이었다.
한편, 해양교의 대사제인 네레우스 대사제는 침통함을 금하지 못했다.
“대사제님. 괜찮습니다. 다들 유능한 친구들이니 나머지 성직자 여러분들도 무사히 탈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크는 네레우스 대사제를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네레우스 대사제가 당장에라도 통곡할 것만 같은 건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닌 듯했다.
“다니엘은….”
네레우스 대사제가 입을 열었다.
“신앙심이 특히 깊었던 청년이었습니다.”
“다니엘이… 누구죠?”
“조금 전 넵튠 신과 우리 모두를 배신했던 그 성기사의 이름이 다니엘이었습니다.”
“아.”
“그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신앙심이 깊은 청년이었습니다. 교단의 성기사로서 그 누구보다 임무 수행도 잘 해냈었지요.”
“…….”
“이런 사건이 벌어지지만 않았더라면 최고위급 성기사의 자리에 올랐을 청년이었는데….”
네레우스가 흐느꼈다.
“안타깝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크는 네레우스 대사제가 오열하자 입을 다물었다.
머리로는 네레우스 대사제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면서도, 100퍼센트 공감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어휴.’
지크가 그런 네레우스 대사제를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에 속으로 한숨을 쉴 때였다.
“이교도들은 들어라!”
안다리엘의 목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숨어 있을 생각인가! 너희는 언젠가는 발각될 테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크는 안다리엘이 또다시 세 치 혀를 놀려 선동을 시작하자 이를 부득 갈았다.
“저거 진짜. 내가 기회만 있으면 혓바닥을 아주 통째로 뽑아 버리든지 해야지. 아오.”
지크는 안다리엘의 이러한 심리전이 매우 싫었다.
물론 영리하고 효과적인 전술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당하는 처지에서는 이가 절로 갈릴 만큼 약 오르는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그렇게 비겁하게 굴겠다면, 나 역시 방법이 있다!”
안다리엘은 계속해서 심리전을 펼치며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지금 당장 중앙 광장으로 와라! 그러지 않으면 1분마다 한 명을 처형할 것이다! 너희들이 모두 나올 때까지 처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너희가 끝까지 버틴다면, 나는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인간을 말살시켜버릴 것이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인질극.
비열하게도, 안다리엘은 의 시민들을 인질로 삼아 해양교의 성직자들이 제 발로 찾아오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