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14
913
아이린의 입궁은 시종장의 평정심마저도 단숨에 박살 내기에 충분했다.
천방지축?
혹은 말괄량이?
그런 발랄하고 귀여운 단어로 아이린을 표현하는 건 실례였다.
악녀, 악마, 개망나니, 안하무인 등등….
심지어, 시종들과 시녀들 사이에서는 희대의 미친년이란 불경스러운 쌍욕도 종종 들려올 정도였다.
문제는 그녀의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아이린은 슈트카르트 황제를 빼면 황가(皇家)인 포스테리오레 가문의 유일한 일원이었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슈트카르트 황제가 특히 아끼는 이복 여동생이기도 했다.
즉, 그녀의 신분이 너무나도 높아서 아무도 그녀를 제어하는 게 불가능했다.
물론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은 잘 듣긴 했다.
그러나 슈트카르트 황제가 24시간 그녀의 곁에 붙어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결국에는 또다시 사고를 치기 마련이었다.
“비, 비상사태다!”
시종장은 아이린이 입궁했단 소식을 듣고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하 시종에게 뭘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질책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당장 전 시종, 시녀들에게 아이린 전하의 입궁 소식을 알려라!”
“예! 시종장님!”
“모두에게 전하라! 각별히 주의하라고! 아이린 전하를 대함에 있어 한 치의 실수라도 하는 날엔 차라리 목을 매달고 죽고 싶어질 테니!”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우레키온 제국의 시종들과 시녀들은 아이린 폰 포스테리오레의 등장으로 전시 상황에 따르는 마음가짐으로 근무에 들어갔다.
아니, 지금은 전시 상황이었다.
시종들과 시녀들에게 있어 아이린 폰 포스테리오레를 상대한다는 건 전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
지크는 승전을 기념하는 개선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개선식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행렬이 제국의 수도 입구에서부터 까지 일직선으로 행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근데 조르제토는 어떻게 됐습니까?”
지크는 개선식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자신을 수행해주던 기사단장에게 물었다.
“예, 전하.”
그러자 기사단장이 대답했다.
“반란군의 수괴 조르제토는 모든 피부와 살점을 분리했사옵니다.”
“네에?”
“그런 뒤 산 채로 수도를 빙 돌며 전시를 했사옵니다.”
“산 채로요?! 모든 피부와 살점을 분리시켰다면서요?”
“마법적 처리를 통해 장기와 얼굴은 건드리지 않아서 가능했사옵니다.”
“히익?!”
지크는 조르제토가 어떠한 몰골로 조리돌림을 당했는지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
말로 들어서는 머릿속에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고, 또 잔혹했다.
“그런 뒤 딱정벌레들에게 뇌를 포함한 모든 살점이 뜯어먹히는 형벌이 가해졌사옵니다.”
“하하… 하하하….”
“그리고 남은 백골은 절구통에 넣고 빻은 뒤….”
“거, 거기까지 들을게요.”
이쯤 되면 마우레키온 제국에서 역적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안 봐도 감이 왔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잔혹함을 만천하에 보여줌으로써, 반란을 꾀하는 무리에게 아주 제대로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었기에, 반란이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당장 슈트카르트 황제만 해도 반란을 통해 황위에 오르지 않았던가?
‘이 동네는 하여간에 무지막지하다니까.’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그 스케일에 기가 질려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지크는 제국의 수도 입구에서 슈트카르트 황제와 함께 개선 행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폐하.”
“타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황금마차에 타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마차의 정중앙 가장 높은 자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것이었지만 말이다.
개선 행진은 그야말로 성대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마우레키온 제국! 만세!”
“만세!”
마우레키온 제국의 수도에 거주하는, 무려 4,000만 명의 신민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부르짖는 스케일이란 지크조차도 압도당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카인은 개선 행진의 맨 마지막 줄에서 말도 타지 못한 채 뚜벅뚜벅 걷고 있었다.
지크가 슈트카르트 황제의 마차에 동승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을 때, 카인은 행진의 꽁무니나 졸졸 쫓아가는 신세였다.
그렇게 행진이 끝난 후.
“…대제국 마우레키온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마우레키온 제국은 영원할 것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앞에서 연설을 끝낸 후.
“제국 신민들은 들어라! 여기! 반란군의 수괴 조르제토를 생포한 영웅이 있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직접 지크를 소개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마우레키온 제국의 신민들이 지크를 향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여기 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은 짐의 훌륭한 제후로서 마계의 침공을 저지해 이 세계를 지켜 내었으며, 또한 반란군의 수괴 조르제토를 생포한 영웅이다! 이제 짐은 여기 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을 의동생으로 삼는 바이다!”
그렇게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의동생이 되는, 엄청난 신분 상승(?)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또한 프로아 왕국은 우리 마우레키온 제국과 형제의 나라로써! 앞으로도 굳건한 혈맹 관계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노라!”
슈트카르트 황제는 프로아 왕국을 단순 제후국에서 마우레키온 제국과 혈맹(血盟) 관계를 맺은 나라로 인정해 주기까지 했다.
국격, 상승!
슈트카르트 황제의 그 선언으로 인해, 프로아 왕국은 신흥 강국으로써의 입지를 아주 확실하게 다지게 된 셈이었다.
“폐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성은이 망극, 또 망극하옵니다.”
지크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슈트카르트 황제의 앞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황제 폐하 만만세! 충성. 충성. 충성!’
사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넙죽 엎드려 연신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에 짐은….”
그때, 슈트카르트 황제가 입을 열었다.
띠링!
그리고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준비하십시오!] [알림: 슈트카르트 황제가 당신에게 보상을 내립니다!]지크는 눈앞에 알림창까지 떠오르자, 보상을 잔뜩 기대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심판처형관으로 임명한다.”
그 순간.
“……!”
“……!”
“……!”
슈트카르트 황제의 발언을 들은 모든 이들이 서릿발처럼 얼어붙었다.
‘으응?!’
지크는 갑자기 반응이 왜 이러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모두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
지크는 사람들이 왜 놀라는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뭔데 반응들이 이래?’
그래서 용기를 내어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폐, 폐하?”
지크가 아주 조그마한 소리로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속삭였다.
“심판처형관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슈트카르트 황제가 피곤하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한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폐하.”
“제발 공부 좀 해라.”
“예…?”
“그대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란 건 이해한다지만, 그래도 일국의 왕인데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몰라서야 하겠나.”
“죄, 죄송합니다.”
그러자 란돌 공작이 슥 다가와, 지크에게 속삭여 심판처형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런 걸 슈트카르트 황제가 구구절절 설명해 준다는 것은 품격이 다소 떨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하, 심판처형관이란 세계평화회의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은 관직입니다.”
“아?”
“심판처형관은 각종 범죄에 대한 수사, 체포, 재판, 그리고 처형의 모든 사법권을 가진 매우 특수한 관직이기도 하옵니다.”
“헉?”
“살아 있는 사법 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그렇군요.”
“전 세계의 범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이지요. 게다가 모험가들에 대한 체포 권한도 있사옵니다.”
“오오!”
지크는 란돌 공작의 설명을 듣고는 심판처형관이 굉장히 대단한 관직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알아들었나?”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에게 물었다.
“예, 폐하.”
“그럼 짐이 계속해도 되겠나?”
“무, 물론입니다.”
“짐은 그대를 심판처형관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그 상징인 미네르바의 안대를 하사하는 바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그렇게 말하자 곁에 있던 신하가 지크에게 황금색 안대 하나를 건네주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아이템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미네르바의 왼쪽 안대]창세기 이후 최초로 법을 만들어냈다는 신화 속 인물인 미네르바를 상징하는 황금 안대.
왼쪽 눈에만 착용하는 황금색 안대이다.
이 안대를 착용하고 범죄자를 바라보면, 안대가 세계평화회의의 법률을 분석해 자동으로 판결을 내려준다.
•타입 : 액세서리(안대)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50,000/50,000
•효과
– 카리스마 +500%
– 위엄 +500%
– 안대를 쓰고 범죄자를 바라볼 시 스킬이 발동되어 자동으로 판결을 내립니다.
‘오? 굳이 수사하거나 법전 같은 걸 찾아볼 필요가 없잖아?’
지크는 가 매우 편리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또한, 심판처형관인 그대가 모험가를 체포할 수 있도록 포승줄도 하사하노라.”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에게 두 번째로 하사한 아이템은 평범하게 생긴 포승줄이었다.
그러나….
[절대 포승줄]마우레키온 제국에서 새로 개발해낸 포승줄.
오직 대(對) 게이머 전용으로 개발된 포승줄로써, 완벽한 속박이 가능하다.
이 포승줄에 묶인 게이머는 로그아웃한다고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타입 : 부무기(밧줄)
•등급 : 레전더리
•효과 : 게이머의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일 때 100퍼센트 확률로 속박함. (생명력이 10퍼센트 이상일 때는 완전한 속박이 불가능합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크는 이번에도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을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렇게 지크는 심판처형관이란 신분을 이용하여, NPC든 게이머든 가리지 않고 단죄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얻게 되었다.
물론 오로지 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사적인 용무로는 사용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또한.”
그런데 슈트카르트 황제의 보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프로아 왕국에 본국의 육군 제8군단 병력 전체를 파견하여 10년간 무상 대여해 주기로 한다.”
“……!”
“추가로 황금 500톤을 하사하고, 프로아 왕국의 농업 발전을 기원하며 초월의 씨앗 주머니도 하사하노라.”
“서, 성은이!”
지크가 입에 저절로 쩍 벌어지고.
“망극하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이어 포효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니?
쿠우웅!
지크는 아예 이마를 바닥에 쾅! 하고 처박기까지 했다.
황금 500톤이야 그렇다 치고.
마우레키온 제국의 1개 군단이 갖는 전투력이란 평범한 강대국의 3개 군단 이상이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전력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공짜로 빌려준다니, 프로아 왕국의 군사력이 족히 두 배는 업그레이드된 셈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는 그 안에 온갖 신비로운 약초와 농작물들의 씨앗이 담긴 것으로, 이를 잘만 이용하면 떼돈을 버는 게 가능했다.
물론 그 안에 어떠한 씨앗이 들어 있을지는 열어 봐야 아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폐하! 망극! 망극하옵니다! 충성충성충성!”
결국,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동해 좀처럼 자신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크에게 있어 슈트카르트 황제란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