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22
921
움찔!
오스칼은 순간 흉악스러운 살기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화아악!
실제로, 지크로부터 매우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세이콘 왕국의 왕이… 가네바 3세였던가요?”
지크가 오스칼에게 물었다.
“예, 전하.”
그러자 오스칼이 대답했다.
“그 인간이 그랬다. 이거죠? 흐.”
“…전하.”
“제가 직접 얘기해보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즉시 통신실로 가서 세이콘 왕국에 통신을 걸었다.
‘내 도움에 목숨을 건지고도 이런 짓거리를 한다고?’
가네바 3세는 지난 에서 벌어졌던 사냥 대회 테러 사건 때 지크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당시 지크가 구한 군주 중에 가네바 3세 역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협조를 해주지 않고, 오히려 돈을 요구한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이었다.
– 아, 지크 국왕. 이거 오래간만이오. 그간 잘 지내시었소?
가네바 3세는 지크가 통신을 걸어오자,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크는 당장에라도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꾹 참고 가네바 3세를 타일러 보기로 했다.
“예, 전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 나야 별일이야 있겠소이까? 껄껄껄!
“…….”
– 그런데 무슨 일로 이 늦은 시각에 통신을 거시었소?
“조금 전 본국에서 보낸 요청 때문에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 아, 그 문제 때문이었소? 이런. 어지간히 급한 일인 모양이구려. 신흥 강국의 잘나가는 젊은 국왕인 그대가 이렇게까지 통신을 걸어올 정도이니 말이오.
지크는 가네바 3세의 말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아서, 폭발할 뻔했다.
가네바 3세의 말을 해석해 보면,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는 로 해석이 가능했다.
는 로 해석할 수 있었다.
즉, 지금 가네바 3세는 지크를 놀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참는다.’
지크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는, 가네바 3세에게 부탁했다.
“전하. 제 처가인 엘론델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니 워프 마법의 주파수를 열어주실 순 없으시겠습니까?”
–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오. 워프 마법의 주파수를 제어하는 것이 좀 어려운 일이오? 주파수 통제를 해제하면 망을 다시 구성하는 것만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오.
“비용은 제가 대겠습니다.”
– 비용이 문제가 아니오. 망을 다시 구성할 때까지 본국의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셈인데, 내 어찌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소이까?
“그럼 프로아 왕국군이 통과할 수 있게 길만 열어주신다면….”
– 그 역시 불가능하오.
“……?”
– 그대가 마음을 바꾸어 본국을 침공해올 수도 있지 않겠소? 엘론델과 프로아 왕국의 자작극일 수도 있겠지.
“절대 아닙니다. 제가 미쳤다고 이런 자작극을….”
– 이보시오, 지크 국왕.
가네바 3세가 지크를 타이르듯 말했다.
– 그냥 본국이 제안한 대로 국토의 절반을 주겠단 협정서에 서명만 하시오. 그럼 바로 워프 마법의 주파수를 열어주겠소. 그럼 서로 깔끔하지 않겠소이까?
“전하.”
지크가 말했다.
“제가 전하를 구해드린 것 잊으셨습니까?”
– 물론 잊지 않았소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우 고마워하고 있소. 하지만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해야지 않겠소?
“아?”
– 이보시오, 지크 국왕. 아직 그대가 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국제 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업소다. 개인적으로는 그대를 도와주고 싶으나, 과인은 일국의 왕으로서 국가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
“야.”
지크가 가네바 3세의 말을 끊었다.
– 으음?
그러자 가네바 3세가 눈살을 찌푸렸다.
– 방금 뭐라고 하시었소? 야…라고 한 것이오?
“그래, 이 새끼야.”
– 허허!
“뭘 쳐 웃어?”
– 이건 좀 선을 넘은 게 아니오?
“선은 니가 넘었지.”
지크가 냉소를 지었다.
“딱 5분 준다. 5분 안에 워프 게이트 주파수 열어.”
– 허허. 지금 과인을 협박하는 것인가?
“5분 안에 워프 게이트 안 열면… 수도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릴 거다.”
– 푸하하하하하하하!
가네바 3세는 지크의 협박을 듣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말 같지도 않은 협박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프로아가 신흥 강국이라고 한들, 무슨 수로 세이콘 왕국의 수도를 지도상에서 지워 버리겠는가?
게다가 이번 건은 마우레키온 제국에서도 끼어들기 힘들었다.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이상, 마우레키온 제국에서도 내정 간섭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 지금 그걸 협ㅂ….
“5분 준다고 했다.”
지크는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최후통첩.
구구절절하게 협박하는 대신 딱 정해진 시간만을 준 것이다.
***
통신이 끊긴 후.
“껄껄!”
가네바 3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즐거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크의 협박이 뭔가 와닿기는커녕 허무맹랑하게만 들렸기 때문이다.
“귀엽구먼! 껄껄껄!”
가네바 3세는 지크가 단순히 화가 나서 능력에 안 맞는 협박을 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네바 3세로서도 마우레키온 제국이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국은 내전이 끝난 지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서,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프로아 왕국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의 정치적, 외교적 부담을 떠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가네바 3세는 마음 놓고 배짱을 부릴 수가 있었다.
지금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보호를 받는 프로아 왕국을 압박할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마우레키온이 끼어든다면 못 이긴 척 통행료를 좀 깎아 주어야겠군. 그럼 슈트카르트 황제도 만족할 테지.’
가네바 3세는 그런 생각으로 일단 배짱을 튕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프로아 왕국의 국토 2분의 1을 달라는 건 가네바 3세가 생각해도 무리한 요구였다.
그러므로 적당한 협상을 통해 깎아 주는 척하면서 최대한 이득을 챙길 생각이었다.
“전하.”
그때였다.
“마우레키온 제국에서 통신이 걸려 왔사옵니다.”
“허! 벌써!”
가네바 3세는 지크가 그사이를 못 참고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이 사실을 일러바친 줄 알고 기가 막혔다.
하지만 곧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짐짓 근엄한 자세를 취했다.
슈트카르트 황제와 통신을 나누게 될 텐데, 꿇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을 걸어온 사람은 슈트카르트 황제가 아니었다.
‘헉?!’
가네바 3세는 통신을 걸어온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씨익-
마법의 수정구 너머 잔뜩 꼬이고 뒤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미모의 여성은 다름 아닌 슈트카르트 황제의 여동생 아이린 폰 포스테리오레였기 때문이다.
– 야.
싸가지없게도, 아이린은 가네바 3세를 보자마자 대뜸 반말을 찍찍 내뱉었다.
“바, 방금 뭐라고 하시었소?”
– 야, 라고 했다. 왜? 꼽니?
“허!”
가네바 3세가 기가 막힌다는 듯 어이없어했다.
“그대가 제아무리 황가의 일원이라지만, 엄연히 일국의 왕인 내게….”
– 시끄럽고 지금 당장 워프 게이트 주파수 열어. 엘론델로 워프해야 하니까 빨리.
“그럴 순 없소. 이건 명백한 내정 간섭이오. 그리고 이렇듯 예의 없이 반말을 찍찍 지껄이면서 협박을 해온다면 나도 다 생각이….”
바로 그때였다.
“전하!”
전령이 황급히 달려와 가네바 3세를 향해 보고했다.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의 육군 제8군단이 본국의 국경 근처에서 무력시위에 들어갔단 보고이옵니다!”
“뭐, 뭣이?!”
가네바 3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1개 군단의 전투력은, 세이콘 왕국의 3개 군단 그 이상이었다.
즉, 단순한 무력시위로 보기에는 대대적인 침공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 너 워프 게이트 주파수 안 열면….
그때, 아이린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가네바 3세를 향해 협박을 가했다.
– 내가 8군단 이끌고 니네 국토를 가로지를 거야.
“……!”
– 만나는 도시, 마을은 다 지도상에서 지워주면서 엘론델까지 달려갈 생각인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히, 히익?!”
가네바 3세는 아이린의 협박을 듣고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가네바 3세도 아이린의 악명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이 천하의 개망나니가 진짜로 세이콘 왕국을 침공해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너 내가 딱 5분 줄 거야.
아이린이 가네바 3세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 그 안에 워프 주파수 안 열어주면, 그땐 진짜 재밌어질 줄 알아.
“…….”
– 아니다. 그냥 열지 마.
“그, 그건 또 무슨 소리요?”
– 니가 워프 주파수를 열지 못해야 내가 그 코딱지만 한 나라를 뭉개버릴 수 있잖아? 깔깔깔깔깔!
그 순간.
‘와, 완전히 싸이코잖아?!’
가네바 3세는 아이린이 들려오던 소문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악녀(惡女)라는 걸 깨달았다.
– 아무튼, 5분 줄게. 그 안에 결정해.
뚝.
통신은 거기까지.
아이린은 가네바 3세에게 5분의 시간을 주고는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이 미친 연놈들이!”
가네바 3세는 지크와 아이린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5분이란 시간을 주고 통신을 끊어버리자 분통을 터뜨렸다.
“이것들이 슈트카르트 황제를 등에 업고….”
가네바 3세는 그 말을 미처 끝내지 못했다.
쾅! 콰앙!
갑작스레 들려온 소음이 왕궁 전체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
“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 무슨 소리야!”
가네바 3세는 때아닌 소음에 매우 당황했다.
쿵! 콰앙! 와르르르!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소음이 끊이질 않고 들려왔기 때문이다.
“전하!”
그때, 근위기사단의 단장이 황급히 가네바 3세를 향해 뛰어와 보고했다.
“전하! 비상사태이옵니다!”
“아니! 펠릭스 경! 이 도대체 무슨 일이오! 무슨 일이기에 비상사태라는 것이오!”
“드, 드래곤들이 나타났사옵니다!”
“뭐, 뭐요?!”
가네바 3세는 제 귀를 의심했다.
드래곤도 아니고 드래곤‘들’이라니?
그렇단 말은, 드래곤들이 떼로 몰려왔단 소리가 아니던가?
“아니! 드래곤들이 뭐 볼일이 있다고 쳐들어왔단 말이오! 그게 말이 되오?”
“하, 하오나 사실이옵니다! 드래곤들이 나타나 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사옵니다!”
“이 무슨!”
가네바 3세는 기사단장의 보고를 믿지 못하고, 황급히 테라스로 달려갔다.
드래곤들이 수도를 공격해오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마, 맙소사!”
가네바 3세는 테라스에 도착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만 까무러칠 뻔했다.
때마침 수도를 방어하던 전투순양함 한 척이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에 관통당해 추락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설치해 놓았던 수천 문의 대공포 역시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워프 게이트 주파수를 관리하던 수백 미터 높이의 통신 시설도 뚝! 하고 부러져 무너지는 모습도 보였다.
세이콘 왕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어 건설했던 통신 시설이었건만, 드래곤들의 강력한 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드래곤들은 세이콘 왕국의 수도를 방어하던 모든 수단을 무력화시킨 후 유유히 왕궁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과연 지상 최강의 생명체들답게, 강대국인 세이콘 왕국의 수도를 무력화시키는 데 불과 2~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왕궁도 3분의 1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이로 인해 수도와 왕궁의 각종 군사 시설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 덤이었다.
“아, 아니! 도대체 왜 드래곤들이 본국의 수도를 공격해온단 말인가! 왜!”
그 외침에 대한 답은 금방 풀렸다.
[네 이노오오옴! 가네바! 당장 나오지 못할까!]가장 선두에 있던 골드 드래곤의 입에서 가네바 3세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