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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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까앙!
밤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공방에선 망치질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늘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 전하. 오셨습니까.”
크반트는 웃통을 벗어젖힌 채 망치질에 열중하다가 지크가 오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불끈불끈!
그런 크반트의 상체는 그야말로 근육 덩어리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람했고, 팔뚝은 거의 허벅지만 한 굵기를 자랑했다.
평생 망치질을 벗 삼아 살아온 대장장이의 육체란 최정상급 보디빌더에 못지않았다.
물론 크반트는 드워프이기에 근성장이 인간보다 몇 배는 빠른 체질이지만 말이다.
“어쩐 일이십니까?”
크반트가 땀을 슥 닦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전능석 때문에 오신 겁니까? 죄송하지만, 아직은 전능석의 연구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 건은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그럼 어쩐 일로….”
“이거.”
지크가 를 크반트에게 내밀었다.
“파괴해주실 수 있나요?”
“이건 성검 피닉스가 아닙니까? 창세기쯤에 만들어진 물건인데, 이런 성스러운 명검을 왜 파괴하려고 하십니까?”
크반트의 말은 옳았다.
사실 의 고고학적, 역사적 가치는 엄청난 거였다.
게다가 성능 또한 최신형 고렙 무기들과 비교해 절대 꿇리지 않았다.
그런 무기를 파괴해 달라고 하니 크반트 입장에서는 의아해하는 게 당연했다.
“그게 알고 보니 요물이더라고요.”
“예?”
“그게 그러니까….”
지크가 크반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허!”
크반트는 지크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탄식했다.
“이런 성스러운 검이 그런 요망한 짓을 했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당장 부숴버려야 할 것입니다.”
크반트는 지크의 이야기를 듣고 를 파괴하는 데 동의했다.
“한데 이 검을 파괴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요?”
“무한의 내구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견고한 물건인지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하기가 어렵지요.”
“그럼 어떡하죠?”
“녹여야 합니다.”
“용광로에?”
“용광로에 녹을 검이 아닙니다.”
크반트는 그렇게 말하더니 를 공방에 있는 용광로에 휙! 하고 던졌다.
“어어?”
지크는 가 용광로 안 쇳물에 녹기는커녕, 그저 둥둥 떠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이 검은 강력한 화속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지간한 열기엔 녹지 않습니다.”
“쿤룬산에서 녹이면 어떨까요?”
“태고의 분화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쿤룬산 꼭대기에 자리한 는 사부 전용 목욕탕으로써, 엄청난 열기를 자랑했다.
과거 을 파괴할 때에도 후보지로 고려되었던 장소이니만큼, 그 화력이야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태고의 분화구라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인가요?”
“같은 등급의 다른 아티펙트라면 충분히 가능할 테지만, 화속성을 가진 성물이니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어디서 파괴하죠?”
“태고의 분화구보다 더욱 강력한 열기를 자랑하는 화산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어딥니까?”
“대륙 남부에 자리한 아몬 산의 분화구라면, 이 검을 능히 녹여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몬 산이라….”
지크는 월드맵을 켜 의 위치를 알아보았다.
아몬 산은 크반트의 말대로 대륙 남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쿤룬산의 3분의 2수준이었다.
즉, 지크로선 얼마든지 올라갈 만했다.
“얼른 가서 녹여 버려야겠네요.”
지크는 다른 무엇보다 를 녹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빌어먹을 요물이 언제 브륜힐트의 육체를 빼앗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예, 전하. 그런 요망한 물건은 한시라도 빨리 녹여버리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네요.”
지크는 크반트의 조언을 듣고 를 에 가져가 녹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띠링!
그러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녹아라! 요망한 검!]아몬 산 정상에 자리한 분화구로 가져가 대천사 아우리엘의 성물인 를 녹여라.
•타입 : 듀오 퀘스트
•진행률 : 0% (0/1)
•보상 : 뜻밖의 행운
•주의 사항 : 는 브륜힐트에게 귀속되어 있으므로, 그녀가 직접 아몬 산 정상까지 가야 합니다.
이번 퀘스트는 지크 혼자가 아닌 브륜힐트와 함께하는 퀘스트였다.
***
퀘스트 창을 확인한 직후.
“귀속 때문인가?”
지크는 을 단독으로는 진행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르륵!
용광로 안 쇳물 위에 둥둥 떠 있던 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
지크는 가 사라지자 깜짝 놀랐다.
“쟤 어디 갔죠? 설마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가요?”
“아마 왕비마마께 돌아간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크반트가 당황한 지크에게 조언해 주었다.
“아. 귀속이라서 본래 주인에게 돌아간 건가요?”
“매우 높은 확률로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지크는 퀘스트가 어째서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는지를 깨달았다.
를 가지고 으로 가봤자, 검이 브륜힐트에게로 다시 돌아갈 것이 아닌가?
똥개 훈련을 하고 싶지 않다면, 이 퀘스트는 브륜힐트와 함께 진행하는 게 옳았다.
혹은 지크 없이 브륜힐트 혼자서 단독으로 진행하거나.
하지만 보상인 을 얻기 위해서는 브륜힐트 혼자가 아니라 지크와 함께 퀘스트를 진행해야 했다.
‘이번 기회에 부부끼리 여행이나 가는 거지 뭐.’
지크는 브륜힐트와 단둘이 여행도 갈 겸, 퀘스트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해요.”
“아닙니다.”
크반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시는데, 당연히 도와야지요. 껄껄껄.”
“크반트 님….”
“전에 말씀해 주셨던 의뢰는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이긴 하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시 작업을….”
“항상 고생하십니다.”
지크는 그 말을 남기고 크반트의 공방을 떠났다.
“크반트 님 야식 좀 챙겨드리세요.”
“예, 전하.”
지크는 공방을 떠나며 시종을 시켜 크반트를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태성은 로그아웃한 다음 곧바로 단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난 태성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조식을 먹은 후 집을 나섰다.
태성이 오늘 집을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부동산 쇼핑.
훗날 여동생이 직접 운영하게 될 병원 대지를 미리 마련해 두려는 것이다.
왜?
부동산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격이 더 오르기 마련이니까.
여동생이 병원을 개원할 때쯤이면 부동산 가격은 조금이라도 더 올라 있을 게 분명했으므로, 여유 자금이 있는 지금 구매해 버리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심지어 건물을 지어 세도 주고 실컷 굴리다가, 동생이 병원을 개원할 때쯤에 대대적으로 증·개축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뭘 타고 가나….”
주차장에 도착한 태성은 자신의 자동차 컬렉션들을 훑어보다가 초고급 세단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은 부동산 중개 법인에 들러 땅만 사고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기에, 직접 운전하기가 귀찮았다.
“출발하겠습니다, 도련님.”
“네, 실장님.”
그렇게 태성은 경호실장이 운전하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부동산 중개 법인 사무실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계약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VIP 고객이신데 확실히 모셔야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확실히, 태성은 중개 법인의 VIP가 맞았다.
태성이 한 번 거래할 때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중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으니, 확실히 이만한 고객은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누가 이런 땅을 파는 거죠?”
태성이 궁금해서 중개 법인의 이사에게 물었다.
강남.
그것도 청담동 한복판에 500평 규모의 공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도대체 어떤 재력가이기에 이런 알짜배기 땅을 그냥 놀리고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
중개 법인의 이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땅 주인이 누구냐면….”
그때였다.
“뭐야? 니가 여기 웬일이냐?”
천우진이 사무실로 들어서며 태성에게 말을 건넸다.
“오셨군요.”
그러자 중개 법인의 이사가 태성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진 도련님이 땅 주인이십니다.”
“예?!”
태성은 땅주인의 정체가 천우진이란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자식 도대체 얼마나 부자인 거냐?’
지금 태성이 사려는 토지의 가격은 1,000억 원.
이 토지도 천우진의 재산 중 일부에 불과할 게 뻔했으므로, 그 부(富)가 얼마나 거대한 것일지는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뭐야. 너였냐?”
천우진이 태성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런 비싼 땅을 매물로 내놓자마자 산다는 호구가 있다기에 누군가 했잖아.”
“뭐 인마?”
태성이 발끈했다.
“하긴. 요즘처럼 현금 안 돌아간다고 다들 난리인 시기에 이런 땅을 살 인간이 너밖에 없긴 하지. 후후후. 그럼 여기 도장 찍으면 되나?”
천우진이 자신의 인감을 들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던 때.
“잠깐.”
태성이 천우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응? 왜?”
천우진이 눈을 끔뻑끔뻑하면서 태성을 바라보았다.
“900억.”
“응?”
“900억에 줘.”
“뭐?!”
천우진은 태성이 100억 원이나 깎아달라고 하자 눈을 부릅떴다.
깎는 데도 분수가 있고 흥정에도 도리가 있는 법이거늘.
무려 100억이나 깎아달라는 슈퍼 빌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야 이. 말이 되냐? 1,000억짜리 땅을 900억에 달란 게?”
“왜 말이 안 돼~ 너 돈 많잖아~.”
“이 미친놈아! 깎아줘도 유분수지 10억, 20억도 아니고 100억을 깎아달란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왜 없어~ 친구 사이에~ 그리고 아까 호구가 누군가 했었다면서~ 1,000억은 호구 같으니까 그냥 900억에 줘~.”
“시, 싫어!”
“900억에 줘라~.”
“싫다니까!”
“아~ 제발~.”
“으으윽!”
천우진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태성에게 시달렸다.
사실 평범한 거래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흥정이었다.
아니?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이 정도 큰 금액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서로 감정이 상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태성과 천우진은 달랐다.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에서 현금이 많기로 유명한 들이었다.
금전 감각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일까?
“아오! 야! 더러워서 준다! 가지고 꺼져! 으으!”
결국, 천우진은 태성의 말도 안 되는 생떼에 항복하고 말았다.
값을 깎아 주지 않았다간 두고두고 괴롭힘을 당할 게 뻔했기에, 앞으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그냥 100억 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아오. 저기요, 이사님.”
천우진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중개 법인의 이사에게 말했다.
“예, 도련님.”
“앞으로 제가 내놓는 매물은 얘한테 절대로 보여주지 마세요. 아시겠어요? 이게 뭔 중고로운 평화나라도 아니고 100억이나 네고해 달라는 미친놈이랑 연결해 주시면 어떡해요?”
“아, 알겠습니다. 하하… 하하하….”
중개 법인의 이사는 천우진의 핀잔에 진땀을 뻘뻘 흘리며 궁색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
반대로, 태성은 천우진이 짜증을 내든 말든 자신이 원하던 땅을 원래 가격보다 싸게 사서 기분이 매우 좋아진 상태였다.
게다가 이번에 깎은 100억을 나중에 건물을 올릴 비용에 보탤 생각을 하니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야~ 우진아~ 내가 오늘 밥 한번 살….”
그때였다.
쿠웅!
사무실 밖에서 꽤 큰 소음이 들려왔다.
“뭐지?”
태성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 결과.
“뭐야.”
태성은 웬 경차 한 대가 자신의 롤스로이스 팬텀을 크게 들이받은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밖에서 사고가 났었던 모양이다.
“꼴 조오타~ 캬~ 소화제 한 병 꿀~꺼억~!”
천우진은 태성에게 당한 게 못내 약이 올랐는지, 사고가 난 현장을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아오!”
태성은 분통을 터뜨리며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무리 부자인 태성이라도 자신의 컬렉션 중 하나인 롤스로이스가 박살이 났는데 아무렇지 않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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