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33
932
지크는 호크스 국왕과의 통신을 마친 후 곧장 가네바 3세를 불러들였다.
“죄인 가네바 3세는 고개를 들라.”
오스칼이 근엄하게 가네바 3세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가네바 3세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 지크프리트 국왕….”
“아이고.”
지크가 가네바 3세를 향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뭡니까? 서로 불편하게. 나를 경우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말이야. 날 이렇게 상스러운 사람으로 만드니까 속이 시원합니까? 예?”
“미, 미안하게 되었소.”
“그나저나 이거 어쩝니까? 세이콘 왕국에 문의해 봤더니 인질 협상 자체를 안 하겠다던데?”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이미 왕세자를 왕위에 앉혀놓고 대관식까지 했던데요?”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이!”
가네바 3세는 신하들이 자신을 드래곤들에게 팔아넘길 때를 생각하며 분노했다.
“아예 폐위까지 시켜버린 모양이던데?”
“폐위?!”
“폭정을 펼치다 드래곤에게 잡혀간 것으로 해서, 새로 즉위한 왕세자의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수작이겠지. 왕세자도 협상에 미적지근하더라고.”
“이… 이이…!!!”
가네바 3세는 지크의 말을 듣고 진심으로 분노했다.
신하들에게 손절당할 때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러려니 했다.
왜?
드래곤들이 협박하는데 제아무리 신하들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납치된 왕을 구하기 위한 협상에조차 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도 너무한 거였다.
이쯤 되면 처음부터 충성심 따위는 1도 없었을 게 분명했고, 어쩌면 반란을 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단 생각까지 들었다.
게다가 새롭게 왕위에 오른 왕세자에 대한 배신감 역시 엄청났다.
아버지가 끌려갔는데 몸값 협상에 미적지근하다?
빨리 왕위에 오르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난 상태였던 게 분명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제가 싸게 준다고 했는데도 싫다던데요?”
“이런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
가네바 3세가 분노에 치를 떨 때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크가 은근슬쩍 가네바 3세에 속삭였다.
“우리 가네바 전하, 왕위에 복귀하셔야죠?”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그,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오?”
“아니~.”
지크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알 거 아시는 양반이 뭘 모른 척 그러신대~.”
“으음?”
“이 타이밍에 딱! 보란 듯이 복귀해 주시고! 어? 가서 불호령 한번 내리고! 왕세자 혼꾸멍내 주고! 신하들 싹 갈아엎고!”
“그, 그런!”
가네바 3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만약 여기서 지크가 도와준다면 왕위에 다시 등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시렵니까?”
지크가 물었다.
“저랑 협상하고 다시 왕위에 복귀하실래요? 아니면 이대로 손절 당한 상태로 본국의 마정석 광산에서 노예로 일하다 죽을래요.”
“그야 당연히….”
가네바 3세가 대답했다.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것 아니오?”
“좋습니다.”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본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세이콘 왕국의 국토를 넘기세요. 딱 이만큼?”
지크가 지도를 펼쳐 가네바 3세에게 보여주었다.
지크가 요구하는 지역은 세이콘 왕국의 전체 국토 면적 중 5분의 1에 해당했다.
“하겠소.”
가네바 3세는 그런 지크의 제안을 단번에 받아들였다.
국토 5분의 1만 떼어주면, 목숨을 건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다시 왕위에 오를 수 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빌어먹을 신하들과 패륜아인 아들놈까지 응징할 수 있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었다.
“그대의 제안, 받아들이리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지크가 히죽 웃으며 가네바 3세에게 악수를 청했다.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지크는 실버 드래곤 키아누스와 함께 가네바 3세를 데리고 세이콘 왕국의 수도로 향했다.
사실 드래곤들에게는 인간들의 정치적 분쟁에 끼어드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키아누스는 프로아 왕국의 수호룡이었다.
게다가 세이콘 왕국을 공격하는 게 아니고 일종의 무력시위로 동원된 것이었기에, 지크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던 것이다.
“드,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나타났다!”
“드래곤이 또 나타났다!”
한편, 드래곤이 다시 왕성에 출현하자 세이콘 왕궁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지난번 드래곤들의 습격으로 박살난 왕성과 수도의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또다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호크스! 네 이놈! 냉큼 이리 나오지 못할까!]키아누스는 열심히 수리 중이던 왕궁을 다시 깔아뭉개며 내려앉은 뒤 소리쳤다.
“위, 위대하신 존재시여!”
호크스 국왕은 실버 드래곤이 자신을 찾는단 소식을 듣고 황급히 뛰어왔다.
그 뒤에는 세이콘 왕국의 대소신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딱 봐도 지난번 가네바 3세 때처럼 대소신료들이 호크스 국왕의 등을 떠민 게 분명했다.
“위대하신 존재시여! 저를 부르셨사옵니까? 제가 호크스라고 하옵니다.”
호크스 국왕이 키아누스 앞에 넙죽 엎드려 절했다.
[이놈!]그러자 키아누스가 호크스 국왕을 향해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이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
[우리 드래곤이 특별히 네놈의 아비를 용서해 주었거늘, 어찌 협상을 거절했단 말이냐!]“그, 그것은!”
[이런 패륜아 같으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키아누스는 그렇게 호통을 치더니 앞발을 들어 그 거대한 발톱으로 호크스 국왕의 목덜미를 콕! 집었다.
“위대하신 존재시여! 소, 소인이 잘못했사옵니다! 제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으악! 으아아악!”
[네놈의 그 불효막심은 도저히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놈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내 레어를 청소해야 할 것이다.]“으악! 으아아아악!”
그렇게 호크스 국왕은 왕위에 오른 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키아누스의 레어에 청소부로 취직(?)하는 영광을 누렸다.
“전하! 전하의 희생을 잊지 않겠사옵니다!”
“희생을 잊지 않겠사옵니다!”
세이콘 왕국의 대소신료들은 지난번에 가네바 3세를 떠나보냈을 때처럼 이번에도 호크스 국왕을 순순히 배웅(?)해 주었다.
“키아누스 님.”
지크는 그런 세이콘 왕국의 대소신료들의 모습을 보고는 키아누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쟤들도 보기 좀 역겹네요. 왕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는 거 보면 충성심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데요?”
그런 지크의 고자질은 매우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이런 불충한 놈들 같으니. 왕에 대한 충성심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구나. 네놈들이 그러고도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하들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위대하신 존재시여! 저희는 그저….”
[닥쳐라!]“……!”
[네놈들은 군신의 신의를 저버린 벌레 같은 놈들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나! 네놈들은 이 패륜아와 함께 죽을 때까지 내 레어를 청소해 주어야겠다!]“위대하신 존재시여! 저희가 잘못했사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를….”
[그 입 다물라!]키아누스는 그렇게 소리치더니 호크스 국왕과 대소신료들을 자신의 레어로 워프시켜 버렸다.
그렇게 세이콘 왕국은 왕과 대소신료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다시 왕 하시죠.”
지크가 가네바 3세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물론이오.”
가네바 3세는 졸지에 다시 왕위에 오르는 영광 아닌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덕분에 지크는 세이콘 왕국의 5분의 1을 집어삼키게 되어서 땅을 사는데 쓴 900억을 순식간에 메꿔버리게 되었고.
그 결과.
띠링!
새로운 칭호가 주어졌다.
[알림: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새 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기적의 협상가]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패왕이라 불리던 어느 지도자
이기적인 협상을 많이 성공시킨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협상 시 이기적인 교환을 할 확률 +30%
호크스 국왕이 가네바 3세를 안 사겠다니 아예 구매자를 바꿔 버렸기에 획득한 칭호였다.
‘나쁘지 않지. 협상은 내가 유리해야 제맛이지. 암, 그렇고말고. 후후후.’
그렇게 지크는 세이콘 왕국의 국토 5분의 1 면적을 꿀꺽 집어삼키곤 키아누스와 함께 프로아 왕국으로 떠났다.
***
다음 날 아침.
아침 일찍 로그인한 지크는 크반트의 공방으로 향하던 중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얍! 야압!”
베르단디가 지크의 개인 훈련장에서 열심히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베르단디는 그 고사리 같은 손에 나무로 만든 훈련용 숏소드를 움켜쥐고 수련에 집중한 상태였다.
그리고….
“옳지! 아주 잘하고 있느니라! 껄껄껄!”
놀랍게도, 사부가 베르단디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사부님을 뵙습니다.”
지크는 훈련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부에게 다가가 문안 인사를 올렸다.
“왔느냐.”
사부는 지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베르단디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얍! 얍! 얍!”
베르단디 역시 아빠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에만 집중했다.
“우리 손주가 검술을 배우고 싶다기에 한 수 가르쳐주고 있었느니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사부님.”
“수고랄 것까지야 있겠느냐?”
사부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손주 녀석이 강해지고 싶다며 스스로 방문하였는데,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그, 그랬습니까?”
“강인한 아이니라.”
사부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베르단디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린 것이 그러한 끔찍한 일을 겪었다면 두려움에 벌벌 떨 만도 한데, 툭 털고 일어나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더구나.”
“아….”
“그 마음이 얼마나 어여쁘냐? 본좌로서도 직접 가르치지 않을 수가 없었느니라.”
사부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크를 흘겨보았다.
“네 녀석과 비교하면 아주 떡잎부터 다르구나.”
“하하… 하하하….”
지크는 사부의 핀잔에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궁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베르단디를 칭찬하는 것이었으므로, 딸바보인 지크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갈 길 가보려무나.”
사부가 지크를 쫓아내었다.
“본좌와 손주는 네놈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느니라.”
“예, 사부님.”
지크는 사부의 말에 얼른 자리를 피해주었다.
괜히 얼쩡댔다가 꿀밤이라도 한 대 맞는 날엔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수련 중에 꿀밤을 맞고 사망할 뻔한 적이 여러 번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검은 완성됐겠지?’
지크는 브륜힐트의 새 검이 완성되는 대로 를 가지고 으로 갈 계획이었다.
“전하! 전하아아-!”
그때였다.
“급보이옵니다! 전하!”
전령이 헐레벌떡 달려와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시죠?”
지크가 전령에게 물었다.
“예! 전하! 현재 북쪽 차원의 대균열이 폭주를 일으켰다고 하옵니다!”
“……!”
“이에 모험가 천우진이 전하께 급히 연락해 왔사옵니다! 최대한 빨리 북쪽 차원의 대균열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이옵니다!”
“이런 젠장.”
지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언제 다시 폭주하나 했더니,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