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34
933
상황은 좋지가 못했다.
아직 를 막을 수단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지금 가 을 빠져나온다면, 모든 게 끝이었다.
막을 방법이 없으니 전 세계가 죽음으로 뒤덮이게 되는 것이다.
‘하필 이럴 때.’
지크는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전령에게 말했다.
“금방 간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크반트 님의 공방에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예! 전하!”
전령은 지크의 명령을 받고는 천우진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다시 전력질주해서 사라졌다.
지크는 곧장 크반트의 공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브륜힐트의 새로운 무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늘 저녁엔 완성될 겁니다.”
“그렇군요. 혹시 망자의 로브는요?”
“아직 제작 단계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일이 터졌거든요.”
지크가 크반트에게 이 폭주했단 소식을 알렸다.
“허!”
크반트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탄식했다.
“맙소사… 안 그래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과 작업을 계속했건만… 이 일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어쩔 수 없죠.”
지크가 다소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는 죽음의 청기사가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허어….”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작업 속도를 좀 올려주셨으면 해요.”
“예, 전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크반트와 헤어진 지크는 곧장 워프 게이트를 타고 로 향했다.
를 녹여버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했기 때문이다.
***
그렇게 도착한 앞에는 고레벨 게이머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게이머들뿐만 모여 있는 건 아니었다.
“맛 좋은 파스타 팔아요!”
“포션이 쌉니다! 싸요!”
“장비 수리합니다! 싸게 수리하세요!”
게이머들이 모이는 곳에는 늘 그렇듯이 장사꾼 NPC들도 득실대고 있었다.
“이것들이….”
지크는 그런 NPC들을 보자마자 이를 부득 갈며 손가락 관절을 우드득! 꺾었다.
“누구 허락받고 여기서 장사하는 거냐! 뀨우!”
햄찌 역시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대었다.
지크와 햄찌가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저 NPC 중에는 상인으로 위장한 들이 섞여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실제로, 지크가 에서 체포한 NPC 중 무려 일곱 명이 였다.
지크는 그런 들을 모조리 처형한 후 드래곤들에게 황금을 받아 챙긴 적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 아닌 거로 확인된 NPC들에게는 정중한 사과와 더불어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들은 상인으로 위장한 채 기다리고 있다가, 드래곤들이 를 막으러 나타나면 본색을 드러낼 게 분명했다.
“야! 한태성!”
그때, 천우진이 지크를 향해 알은체를 해왔다.
“잠깐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야구 방망이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러고는 상인들을 향해 다가가 가판을 때려 부수고 깽판을 치기 시작했다.
“누구 허락을 받고 여기서 장사하는 거야! 엉?”
“죽고 싶냐! 누가 장사하라고 했냐! 캬악!”
지크와 햄찌는 장사를 하던 NPC에게 갖은 행패를 부렸다.
“야! 한태성! 뭐야! 왜 그래!”
그러자 천우진과 몇몇 게이머들이 다가와 지크를 뜯어말렸다.
“야 이. 말리지 마. 이것들 다 한통속이니까.”
“뭐?”
“얘네 중에 천족에게 협력하는 스파이가 있어.”
지크는 천우진에게 어째서 행패를 부리는지 설명해 주었다.
“아.”
천우진은 지크의 설명을 알아듣고, 게이머들과 함께 NPC를 모조리 포획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끝난 후.
“쟤네 다 프로아 왕국으로 연행해.”
지크는 게이머들의 도움을 받아 NPC들을 프로아 왕국의 헌병대에게 넘긴 뒤에야 의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지크는 천우진과 함께 있던 베오울프와 재회하게 되었다.
“어? 안녕하세요!”
지크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난 베오울프가 반가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지크 님.”
베오울프 역시 지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거의 1년 6개월 만에 만난 베오울프는 더더욱 강해져 있었다.
‘4, 449레벨?!’
으로 확인해 본 결과.
베오울프는 어느덧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놀란 만한 일은 아니었다.
베오울프는 지크가 200레벨 언저리이던 시절부터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었으니, 449레벨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부터라도 따라잡으면 돼.’
지크는 베오울프의 레벨을 보고 절망하지 않았다.
베오울프는 어차피 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테니, 시간적인 여유는 많다고 할 수 있었다.
299레벨에서 마스터에 이르기도 어렵지만, 449레벨에서 그랜드 마스터로 가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와. 지크 님 마스터 되셨네요? 축하드려요.”
베오울프는 지크의 마스터 등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베오울프 님은 더 강해지셨네요.”
“뭘요.”
“참.”
지크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베오울프에게 말했다.
“죄송한데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을 꺼내 베오울프에게 보여주었다.
“저번에 빌려주신 인자기의 길잡이가 다른 아이템들과 저절로 합쳐져서 이게 됐거든요….”
“아.”
베오울프는 그제야 를 지크에게 빌려주었다는 걸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네?”
지크는 베오울프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이제는 저한테 필요 없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그게 그러니까….”
베오울프가 자신이 가진 스킬의 설명창을 띄워 지크에게 보여주었다.
[절대 감각 : 살기 감지]주변에 숨어 있는 적과 함정을 발견합니다.
멀리 있는 보스 몬스터 위치도 어렴풋이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오?”
지크는 스킬의 설명창을 읽어보고는 감탄했다.
비록 나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사기 스킬임에는 부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건 괜찮습니다. 그냥 선물로 드린 셈 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크는 베오울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간 으로 얼마나 꿀을 빨았던가?
그간 빤 꿀을 생각하면, 과도한 당분 섭취로 인해 당뇨병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제가 나중에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
“에이. 뭘요.”
“아니에요.”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게요. 도움이 필요하실 때 망설이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지크는 당한 것만 갚아주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었다.
받은 만큼 베풀 줄도 알았다.
그래서 지크는 베오울프를 진심으로 도와줄 생각이었다.
물론 베오울프가 지크의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그럼… 꼭 기억해 놓았다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베오울프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잡담은 그쯤하고.”
그때, 천우진이 끼어들었다.
“슬슬 던전 공략 들어갑시다. 1분 1초가 아깝잖아.”
“그래, 그러자.”
지크도 천우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어차피 베오울프와의 대화야 던전 안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터였다.
***
“던전 몇 개 열렸냐?”
지크가 천우진에게 물었다.
“하나.”
천우진이 대답했다.
“입장 제한 인원은?”
“무제한.”
“그래?”
“나한테 묻지 말고 직접 봐.”
천우진이 이글이글 붉게 타오르는 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지크는 천우진의 말에 으로 을 비추어 보았다.
그 결과.
[죽음의 카니발]죽음은 숨 쉬는 것과 같지.
늘 내 곁에 있으니.
– 어느 칼잡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죽음의 도시에서는, 망자들이 각자의 사망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는 중입니다.
•타입 : 스페셜 던전
•제한 시간 : 120시간
•입장 제한 인원 : 무제한
•주의 사항 : 이 던전은 죽음이 넘쳐납니다. 때문에, 아주 작은 실수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흠.”
지크는 던전에 대한 설명을 읽고 과연 가 최종 보스로 등장할 만한 던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여기 보스가 죽음의 청기사인가?”
“글쎄.”
천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지난번엔 아니었어. 보스를 쓰러뜨리니까 나타나던데?”
“도대체 조건이 뭐야?”
“우리야 모르지. 청기사가 뜨는 조건을 알아내기엔 데이터가 너무 적잖아.”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폭주한 을 클리어한 횟수는 단 1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어 내기에는 표본이 너무 적은 게 사실이었다.
“하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수 있냐. 일단 들어가서 공략해 봐야지.”
“그래야지.”
“다들 모이라고 해.”
“오케이.”
그렇게 게이머들은 지크, 천우진, 베오울프를 중심으로 던전 공략에 나서게 되었다.
물론 당장 던전에 입장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 던전은 제한 시간이 무려 120시간이나 되었기에,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던전 안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각종 포션 종류부터 이런저런 식음료들을 두둑하게 챙겨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비의 내구도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기에, 휴대용 간이 대장간까지 챙겨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용설화는 아군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용설화의 간이 대장간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장비를 수리할 수 있었고, 그 가격 역시 50퍼센트 이상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30분 후.
“슬슬 갑시다.”
지크는 게이머들과 함께 에 입장했다.
띠링!
던전에 입장하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저주가 걸렸습니다!]그 저주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죽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저주는 죽음을 증폭시킵니다.
당신은 이제 개복치입니다!
•효과 : 돌연사 확률 +250%
•참고 사항 : 행운 능력치가 높은 사람에게는 이 저주 효과가 급감합니다.
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저주가 될 수도 있었지만, 지크에게는 별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지크에게는 행운을 올려주는 이 두 개나 있었기에, 저주의 효과가 실효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햄찌야. 이거 차.”
“뀨?”
“돌연사할 수도 있으니까 이거 차고 있고.”
“뀨우! 알겠다!”
지크는 두 개의 중 하나를 햄찌에게 나누어주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
거의 2,000여 명에 달하던 게이머들이 반 토막도 아니고 열 토막은 난 것 같았다.
천우진, 베오울프, 용설화, 승구, 고스란, 용태풍, 데이토나 등 주축이 되는 게이머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찢어졌네. 쩝.”
지크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이러한 스페셜 던전은 입장할 때 모두가 같은 위치에 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심지어, 서로 다른 시간대에 떨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자자. 다들 당황하지 말고 조심해서 이동합시다.”
지크는 침착하게 게이머들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폐허가 된 회색 도시의 형태를 한 은 엄청나게 넓은 던전이었다.
얼마나 넓었나 하면 으로도 맵 전체를 탐색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지크는 일단 도시의 중심부로 방향을 잡고, 게이머들을 이끌었다.
그러던 중.
“에… 에에… 에취!”
한 게이머가 코가 간질거렸는지 재채기를 했다.
그런데.
털썩!
재채기한 게이머가 그대로 쓰러지더니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뭐, 뭐야!”
“힐! 힐러 힐 주세요! 빨리!”
다른 게이머들이 황급히 쓰러진 사람에게 들러붙어 응급조치를 시행했지만, 헛수고였다.
“…꽥.”
그 게이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요단강을 건너고 말았다.
돌연사.
재채기하다가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