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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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왜 갑자기 죽어?”
지크는 그 게이머가 돌연사한 이유를 몰라 당황했다.
띠링!
그때, 죽은 게이머의 시체 위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돌연사!]•원인 : 재채기
•사인 : 뇌출혈
재채기로 인해 뇌압이 일시적으로 상승, 결국엔 급성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
“야, 이! 뭔 위기 탈출 넘버원이냐!!!”
지크는 그 알림창을 보고 소리를 빽!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돌연사의 원인이 너무나도 황당했기 때문이다.
재채기로 인해 급성 뇌출혈을 일으켜 죽었다니?
“아니.”
지크가 어이가 없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돌연사라고 해도 유분수지, 이런 식이면 갑자기 심장 마비로….”
그때였다.
“크윽!”
한 게이머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러고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바르르 떨다가 죽어버렸다.
[돌연사!]•원인 : 심장 마비
•사인 : 심장 마비로 인한 뇌 산소 부족 및 심정지.
급성 심장 마비는 매우 무서운 질병입니다.
평소 심장 마비 예방을 위해 금주와 금연은 물론, 식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십시오.
튀김, 과자 등에 든 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여 혈전을 유발할 수 있으니 멀리하십시오.
짠 음식과 가공식품 대신 과일과 채소 등의 신선한 자연식품 위주의 식단도 예방의 한 방법입니다!
“…….”
지크는 어이가 없어서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재채기로 인해 뇌출혈에 이어 이제는 급성 심장 마비라니?
게다가 더욱 짜증이 나는 것은 응급조치나 힐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일단 저주가 발동되기만 하면 돌연사를 피할 수가 없었다.
“주, 주인 놈아… 우리 이러다 황당하게 죽는 거 아니냐? 뀨우?”
햄찌가 지크에게 물었다.
“우린 좀 멀쩡할 것 같긴 한데….”
지크는 의 효과를 믿었기에 딱히 돌연사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닐걸…?”
그러나 행운 스탯이 낮은 게이머들의 경우 매우 위험했다.
아주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돌연사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서 황당한 죽음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운 스탯이 워낙에 희귀한 능력이라 의도적으로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프로 채워줄 수도 없다는 거였다.
즉, 이번 던전은 운 나쁘면 어이없게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략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다, 다들… 돌연사하시지 않게 각별히 조심해서 움직입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은 행동은 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당부한 지크는 파티원들을 이끌고 던전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저주의 효과는 지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시무시했다.
“크, 크윽!”
한 파티원이 또다시 쓰러졌다.
띠링!
뒤이어 알림창이 떠올랐다.
[돌연사!]•원인 : 코털 뽑음
•사인 :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 및 급성 패혈증
코털을 뽑던 중 생긴 상처에 감염되면 급성 뇌수막염을 동반한 급성 패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코털을 정리할 때에는 손을 이용해 강제로 뽑지 말고, 반드시 코털 제거기를 이용해 잘라내야 합니다.
그 게이머는 무심코 코를 파거나 코털을 뽑는 습관 때문에 죽은 거였다.
현실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게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코를 파고, 또 코털을 뽑다가 그만 돌연사한 것이다.
“야 이.”
지크는 또다시 동료가 돌연사로 죽어 나가자 약이 잔뜩 올라서 이를 부득 갈았다.
“게이머가 이렇게 죽는 게 말이 되냐고!”
사실 게임 속 캐릭터인 모험가는 NPC에 비해 기본 스펙도 아주 높고, 생체 활동에 따른 이런저런 제약도 거의 없다.
모험가는 이계의 존재가 아바타의 형태로 뉘르부르크 대륙에 강림한다는 설정이었기에, 이렇듯 어처구니없이 돌연사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저주는 그 강력한 게이머들을 한낱 개복치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
“…….”
“…….”
지크를 따르는 게이머들의 움직임이 매우 소극적으로 변했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몰라 전전긍긍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죽으면 사망 페널티를 받으니 고레벨 게이머들로서는 자연스레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런 상태론 전투도 치르기 힘든데.’
지크가 그런 걱정을 할 무렵.
둥! 두웅!
어디선가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들 숨어요!”
지크는 재빨리 파티원들과 함께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그러기가 무섭게 화려한 축제 의상과 가면을 쓴 망자들이 나타나 퍼레이드를 벌이기 시작했다.
던전 컨셉 자체가 망자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는 도시에 들어온 것이니만큼, 망자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도 당연했다.
‘괜한 싸움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지크가 게이머들에게 은신하라는 오더를 내린 이유는, 불필요한 전력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어떠한 위험이 닥쳐올지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전투부터 치르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지크의 의도는 적들의 반응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산 자들의 냄새가 나는구나….”
“산 자는 죽은 자를 피할 수 없는 법이다.”
퍼레이드를 벌이던 망자들이 지크 일행이 은신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산 자의 생기(生氣)를 아주 귀신같이 감지해낸 것이다.
“쳇.”
지크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즉시 과 을 깔아 다가오는 망자들에게 디버프를 걸었다.
“빠르게 정리합시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파직! 파지직!
지크는 명 속성 에너지를 주입한 를 휘둘러 스킬을 냅다 때려 박았다.
그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왜?
망자들은 기본적으로 암속성을 갖기 마련이니까.
“크으으윽!”
“으윽! 으아아악!”
망자들은 워낙에 고레벨 몬스터여서 그런지 을 맞고도 분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명속성 에너지를 머금은 쇼크웨이브의 효과는 놀라웠다.
망자들은 안 그래도 디버프에 떡칠이 된 상태에서 분자 구조를 분해하는 쇼크웨이브를 맞고, 거기에 더해 명속성 에너지에 감전까지 당해버렸다.
그 결과.
“으악!”
“악!”
망자들은 파티원들의 평타 두어 방에 쓰러졌다.
파직! 파지직!
파티원들의 평타를 맞을 때마다 스파크를 튀기면서, 본래 받을 데미지에 비해 수십 배는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덕분에 지크의 파티는 퍼레이드를 벌이던 망자 중 무려 절반 이상을 눈 깜짝할 사이에 처치해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순식간에 끝난 건 아니었다.
“이, 이런 미친!”
“뭐 이렇게 세!”
망자들은 고레벨 몬스터였고, 그에 따라 스펙도 워낙 높았다.
때문에, 지크와 파티원들은 고전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 빡센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그러던 중.
“크윽…!”
한 게이머가 망자들의 공격에 크게 다치고 나가떨어졌다.
“어딜.”
하지만 지크가 황급히 끼어들어 그 게이머를 보호해 주었기에,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제가 막겠습니다! 빨리 피 회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지크 님!”
그 게이머는 지크에게 고맙단 말을 전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생명력 포션을 꺼냈다.
그런데.
빰~ 빠바~ 빠밤~ 빰~ 빠바 빠바 빠바 밤~ 빠바바밤~ 빠바빠바빠바 밤~
갑자기 음산하기만 하던 브금(BGM)이 약간은 신나는 EDM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새로운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
둠칫둠칫!
총 일곱의 인간형 몬스터들은 검은색 연미복을 입고 머리에는 실크햇(Silk hat)을 썼다.
또한, 얼굴에는 해골로 만든 가면을 착용했다.
그리고 일곱 명이 함께 커다란 관짝을 어깨에 짊어진 채 들려오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죽음의 인도자들]총 일곱으로 이루어진 저승사자로서, 산 자를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인솔자들이다.
이들은 게이머의 생명력이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면 나타나 춤을 춘다.
그러다가 게이머의 생명력이 20퍼센트 밑으로 떨어지면, 죽음의 세계로 인도해준다.
•타입 : 중립 몬스터
•등급 : 해당 없음
•레벨 : 해당 없음
•클래스 : 죽음의 무용수들
•특이 사항 : 무적 상태이므로, 싸워 이기거나 물리칠 수 없습니다.
“저, 저것들은 뭐야? 거슬리게?”
지크는 관을 짊어진 채 춤을 추는 을 보고 정신이 사나워서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생명력이 20퍼센트 미만이면 죽음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고? 이거 완전 처형이잖아?’
고레벨 던전을 다니다 보면 이러한 패턴을 한 번쯤은 경험하기 마련이다.
이란, 게이머가 일정 이하의 생명력이 되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즉사시켜 버리는 패턴을 뜻했다.
생명력이 얼마가 남았든 상관없이 퍼센티지에 따라 적용되기에, 피통이 큰 탱커조차도 단 한 방에 골로 보내버리는 패턴이 바로 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생각은 옳았다.
둠칫둠칫!
한 게이머의 생명력이 20퍼센트 미만이 되자, 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꺼, 꺼져! 꺼지라고!”
그 게이머는 황급히 생명력 포션을 들이켜며 을 피하려 애를 썼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둠칫! 두둠칫!
생명력이 차오르는 속도보다 이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으악! 놔! 놓으라고!”
표적이 된 게이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을 공격해 보았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은 일종의 중립 몬스터이자 이 던전에 존재하는 오브젝트와 같아서, 밀쳐내거나 죽이는 게 불가능했다.
“사, 살려줘어어어어어-!!!”
그래서 그 게이머는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 치다가 이 짊어지고 있던 관짝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둠칫둠칫!
은 게이머를 관짝 안에 넣은 뒤 들려오는 브금에 맞추어 또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관짝 안에 들어간 게이머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일단 관에 들어가게 되면 판정을 받아 무조건 즉사하고 육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툭! 하고 랜덤 드랍 아이템은 떨구고 죽었다는 거였다.
만약 랜덤 드랍 아이템이 관짝 안으로 떨어졌다면, 영영 되찾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주워서 돌려주자.’
지크는 그 게이머가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워서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전투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 미친! 안 그래도 신경 쓰여 미치겠는데, 이젠 저런 이상한 것들까지 나타나서 사람 혼을 빼놓네!’
지크는 저주에 이어 까지 날뛰자 정신이 사나워서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심지어 지크조차도 혹시나 모를 돌연사의 위험 때문에 움직임이 약간이나마 조심스러워진 상황이었으니, 다른 게이머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악!”
“끄아악!”
게이머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투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환경 때문에 실수가 늘어만 갔다.
‘어쩔 수 없지.’
지크는 어쩔 수 없이 를 움켜쥐고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죽이며 무쌍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원맨쇼를 펼쳐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