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36
935
그렇게 펼쳐진 지크의 원맨쇼.
퍽! 퍼억!
지크는 디버프 떡칠을 한 망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파티원들이 도저히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양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챙기면서, 덤벼들었던 망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 시간이 불과 5분.
수천의 망자들을 홀로 처치해버린 것이다.
“미친….”
“저게 마스터인가…?”
“뭐 저렇게 강해?”
게이머들은 그런 지크의 압도적인 무력과 활약상에 아주 기가 질려버려서, 입을 떡 벌리고 놀라워했다.
그만큼 299레벨과 마스터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 차이가 얼마나 심하냐면, 비전투 클래스의 마스터가 전투 클래스 299레벨 150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정도였다.
사실상 넘사벽.
그야말로 어나더 클래스라 할 만큼의 차이가 존재한다.
“후우.”
지크는 파티원들이 놀라든 말든 숨을 고르며 전투를 마무리했다.
짧은 시간 동안 고도로 집중을 했더니 살짝 정신적 피로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일단 움직입시다.”
지크는 한숨을 돌릴 여유도 없이 파티원들을 이끌고 즉시 이동했다.
한바탕 대규모 전투를 치렀으니, 주변에 있던 다른 망자들까지 몰려들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황급히 자리를 피하던 중.
“크, 크윽!”
한 게이머가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더니, 마치 활처럼 등이 휘어진 채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컥….”
그러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어버렸다.
[돌연사!]•원인 : 전투 중 생긴 상처
•사인 : 급성 파상풍
파상풍은 클로스트리듐 테타니(Clostridium tetani)라는 세균에 감염되어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전투 중 적의 공격을 받아 전사한 군인보다 파상풍에 감염되어 죽은 케이스가 더 많았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질병이었습니다.
파상풍은 예방 주사를 맞음으로써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으니, 가까운 보건소를 찾아가세요!
단, 예방 접종의 효과는 10년입니다!
“그래.”
지크는 죽은 게이머를 바라보며 이제 지쳤다는 듯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파상풍 정도면 양반이지, 뭐.”
재채기를 하다가 뇌출혈로 죽은 사람도 봤는데, 파상풍 정도는 매우 합리적인 죽음이라고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다.
띠링!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강림하는 죽음]죽음이 죽음을 부르노니….
전투 중 사망하거나 돌연사한 게이머의 숫자가 1,500명 이상이 되면 죽음의 화신이 강림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 : 121/1,500
쉽게 말해서 아군 전사자가 1,500명을 찍으면 가 나타난단 이야기였다.
즉, 이번 던전의 핵심 목표는 아군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면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거였다.
‘그건 그렇고.’
지크는 사망자 숫자에 집중했다.
‘벌써 121명이나 죽었다고?’
던전 입장 30분 만에 벌써 1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건 매우 안 좋은 징조였다.
이 던전의 클리어 제한 시간이 120시간인데,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너무나도 많은 사망자가 나온 상황이었다.
‘이러다 나가리 나겠는데…?’
안 그래도 아군이 돌연사로 픽픽 죽어 나가는데, 병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라니?
‘확실히 최종 콘텐츠는 최종 콘텐츠라는 건가?’
지크는 어째서 이 현존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낚였어. 입장 제한 인원이 없다고 해서 최대한 많이 데려왔는데, 그게 실수였어.’
만약 이번 레이드에 참가한 인원이 1,500명 미만이었다면 가 등장할 확률은 0이 되는 셈이다.
‘와 이젠 던전이 게이머를 낚네. 어휴.’
지크는 어이가 없어서 혀를 내두르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
“…….”
“…….”
게이머들은 첫 번째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한 상황이었음에도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평균 레벨이 299에 근접하는 고레벨 게이머들이 오합지졸이 되어버린 것이다.
‘안 되겠어. 전투에 투입하는 건 최대한 자제하고 나 혼자 알아서 해야지.’
지크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는, 다시 게이머들을 이끌고 던전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
지크가 에 들어가 한창 던전 공략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오, 왔구먼.”
마계 제5구역의 마왕 단탈리온은 자신을 찾아온 바로크를 바라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윽. 저런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같으니.’
바로크는 그런 단탈리온의 미소를 보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걸 가까스로 참아야만 했다.
단탈리온은 마계에서 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만 리면 가 술술 흘러나온단 의미였다.
단탈리온이 열 마디를 말하면 그 열 마디가 다 거짓말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탈리온이 무려 마왕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설득력.
상대방이 거짓말인 걸 뻔히 알면서도 믿게 만드는, 그야말로 개미지옥과 같은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언변을 지녔던 탓이다.
“단탈리온 전하를 뵙습니다.”
바로크는 서열상 우위인 단탈리온에게 공손히 예의를 갖추었다.
단탈리온이 제아무리 마왕 중 전투력이 최약체라고는 하나, 마왕이 아닌 바로크보다는 강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반갑네. 어서 와 앉게.”
“예, 전하.”
“요즘 고생이 많다지?”
“예?”
“어벤저도 회수하지 못하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는 애송이에게 엿을 먹었다면서? 심지어 제7구역의 1개 사단 병력을 모조리 날려 먹었….”
“그만하시지요.”
바로크가 단탈리온의 말을 잘랐다.
자고로 진실은 뼈아픈 법 아니겠는가?
만나자마자 이렇듯 대뜸 팩트 폭행을 날리면, 듣는 바로크로서는 심기도 불편할 뿐더러 속이 쓰린 건 당연했다.
“만나자마자 그런 불쾌한 이야기라니….”
“허~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건넨 말인데,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하구먼. 알다시피 나 역시 그 빌어먹을 애송이 때문에 중간계 침공에 실패하지 않았나?”
“그건 그렇지요….”
“아무튼, 내가 이렇게 자네를 부른 이유는 우리 마계 제5구역과 제7구역이 힘을 합쳐 중간계를 침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라네.”
“그걸 왜 저랑 상의하십니까? 아버지랑 상의하셔야지.”
“허허.”
그러자 단탈리온이 혀를 내둘렀다.
“그걸 지금 몰라서 묻나?”
“예?”
“마계 제7구역의 차기 마왕이 자네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게 발뺌하긴가?”
“그야 그렇지만….”
“하긴.”
단탈리온이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입지도 완벽한 것은 아니니 틀린 말은 아니구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바로크가 살짝 언성을 높였다.
“그건 자네가 더 잘 아는 것 아닌가? 마검 어벤저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의 손에 있네. 그리고 자네의 형인 메타트론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의 측근 중의 측근이지.”
“크흠….”
“만약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자네의 형인 메타트론에게 마검 어벤저를 준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 그건…!”
바로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만약 그렇게 되면, 메타트론이 마왕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후후. 걸려들었군.’
단탈리온은 그런 바로크의 반응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게 바로 단탈리온의 장기였다.
상대방이 물 수밖에 없는 떡밥을 던져놓고 농락하는 것.
그게 바로 단탈리온이 란 별명을 지녔음에도 다른 사람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수 있는 비결이었다.
“어쩌면… 이미 줬는지도 모르지.”
“……!”
“내가 생각하기엔….”
단탈리온이 자신의 추리를 바로크에게 들려주었다.
“메타트론은 이미 마검 어벤저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크네.”
“어, 어째서입니까.”
“메타트론은 사실상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와 노예의 계약을 맺었을 테지. 그러지 않고서는 마왕의 아들이 한낱 인간의 시종이 될 리가 없으니 말일세.”
“크흠.”
“그렇다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는 메타트론에게 마검 어벤저를 쉽게 넘겨줄 수 있었을 걸세. 어차피 노예의 계약으로 묶어 놓았으니, 메타트론은 뒷공작을 펼치지도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젠장….”
“그래도 이건 자네에게 큰 행운일세.”
“예?”
“자네도 익히 알다시피, 메타트론은 물러 터진 놈이 아닌가?”
“예, 뭐….”
“그 모지리는 아마도 자신이 인간의 노예이기 때문에 마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네. 지금 상태로는 마왕이 된다고 해도, 마계 제7구역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에게 통째로 가져다 바치게 될 테니까 말일세.”
단탈리온은 만나본 적도 없는 메타트론의 심리마저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
“마족으로서의 긍지. 그리고 자신의 조국인 마계 제7구역에 대한 애국심. 메타트론은 이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려서 마계로 오지 못하고 있는 걸세.”
“그,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단탈리온의 얘기를 듣던 바로크는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메타트론이 마음을 바꿔 어떻게든 마왕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덤비면, 바로크로서는 막을 힘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뭐…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마왕이 될지를.”
“설마….”
단탈리온의 말을 들은 바로크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왜냐하면….
“지금 저더러 반란을 일으키란 말씀입니까?”
지금 단탈리온은 바로크가 아버지인 이그나토를 죽이고 마왕의 지위를 찬탈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
던전을 공략하는 지크의 고생은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만날 때마다 거의 원맨쇼를 펼치다시피 하면서 공략을 진행하다 보니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 효과만은 확실했다.
지크가 이끄는 파티의 경우 추가적으로 돌연사한 일곱 명을 빼면, 전투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만이 나왔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싸우다가 죽은 것은 아니었고, 순간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고 회복하던 중 들에 의해 관짝 안으로 끌려 들어간 것이었다.
그런 지크의 노력 덕분에 몇 차례의 전투를 치르는 동안 사망자가 고작 여덟 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실로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지크는 만족할 수 없었다.
‘망할.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
지크는 오른쪽 아래에 떠 있는 알림창을 보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강림하는 죽음]죽음이 죽음을 부르노니….
전투 중 사망하거나 돌연사한 게이머의 숫자가 1,500명 이상이 되면 죽음의 화신이 강림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 : 529/1,500
121명이던 사망자가 어느새 529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다른 쪽의 파티에서 사망자가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었다.
‘이거 이러다 진짜로 나가리….’
그때였다.
“뀨! 주인 놈아! 이 가면 이상하다!”
햄찌가 죽은(?) 망자들의 잔해에서 그들이 쓰고 있던 가면을 주워와 지크에게 보여주었다.
“왜?”
“뭔가 음습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뀨우!”
“그래?”
원래 몬스터가 죽으면서 떨어뜨리는 아이템은 게이머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편이었다.
아이템의 이름이 버젓이 떠올라 있다거나, 혹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시선을 끌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망자들은 아이템을 떨구는 것 같지가 않아서, 지크와 게이머들은 딱히 땅에 떨어진 것들을 체크해보지 않았다.
“뭔 음습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거야?”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햄찌가 주워온 가면을 으로 비추어 보았다.
그 결과.
[망자의 가면]죽음의 기운을 품은 가면.
이 가면을 쓰면 망자들에게 산 자인 것을 들키지 않을 확률이 올라간다.
•타입 : 액세서리(가면)
•등급 : 매직
•내구도 : 1/1
•특이 사항 : 내구도가 매우 약해서, 살짝만 스쳐도 장비가 파괴되니 특별히 주의하세요.
“어?”
지크는 햄찌가 주워온 을 보고 눈을 번쩍 떴다.
“이 자식 이거… 이번에도 한 건 하는구나?”
“뀨우?”
“됐다, 됐어!”
지크는 햄찌를 얼싸안고 아주 즐거워했다.
왜냐하면, 이 을 잘만 이용하면 이번 던전을 큰 피해 없이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