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47
946
“천족이… 아몬 산 일대를 장악했다고요?”
“그렇다.”
용인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정도 된 것 같군.”
“한 달 전이라….”
그 정도면 대천사 아우리엘이 브륜힐트에게 빙의했던 시기와 얼추 맞아떨어졌다.
‘이 새끼 이거 피닉스 파괴 못 하게 선수 친 거 아냐?’
지크는 대천사 아우리엘이 자신의 성물인 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썼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딱히 전략적 가치가 없는 을 천사들이 장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화산인 은 주변에 있는 국가들조차 제발 폭발하지만 말아 달라고 비는, 일종의 잠재적 재앙과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려서, 지하자원을 노리고 달려들기에도 쉽지가 않았다.
즉,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땅이었다.
‘그건 그렇고.’
지크는 대천사 아우리엘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보다 브륜힐트의 생사가 더욱 궁금했다.
‘죽지는 않았을 거야. 299레벨의 NPC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가 없어.’
지크는 브륜힐트의 생존을 굳게 믿었다.
사실 추락사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브륜힐트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거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지크와 알프레드 선장도 사지 멀쩡하게 살아남았는데, 브륜힐트 혼자만 죽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찾는다. 아몬 산 전체를 뒤져서라도.’
지크는 브륜힐트를 찾을 생각으로 용인족을 돌아보았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여기 머물 수가 없습니다. 제 아내를 찾아야 합니다.”
“흠.”
그러자 용인족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
“자네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 기다리는 게 좋겠네. 두어 시간 정도만 참아주게. 지금은 천사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자칫 우리 마을이 발각당할 수도 있네.”
“아?”
“그러니 우리 마을을 위해서라도 몇 시간만 기다려 주게.”
“알겠습니다.”
지크는 용인족의 말에 잠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민폐까지 끼칠 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는 이 마을을 나가겠습니다.”
“그거야 자네 뜻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아직 통성명을 안 했군. 나는 드라쿨리스라고 하네. 이 마을의 전사이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합니다.”
지크는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신을 드라쿨리스라고 소개한 용인족을 으로 비추어 보았다.
[드라쿨리스]아몬 산 용인족 마을 최고의 전사.
한 자루 거대한 랜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데, 정말이지 뛰어난 무력의 소유자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용인족(레드)
•나이 : 566
•클래스 : 드래고니안 랜서
•레벨 : 333
•티어 : 마스터(Master)
•특이 사항 : 평생을 창술 수련에만 전념해온 자로서, 마을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무술을 결합해 자신만의 기술 체계를 완성한 무인(武人)이다.
단, 아몬 산 주변을 벗어난 적이 없기에 무명(武名)을 떨칠 기회가 없었던 무명(無名)의 마스터다.
‘마스터 등급의 강자?!’
지크는 자신을 구해준 드라쿨리스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라는 걸 확인하고 살짝 놀랐다.
세상은 넓고, 그만큼 숨은 강자들도 많기 마련.
드라쿨리스 역시 그런 마스터 중의 하나였다.
‘하긴. 용인족이면 유사 인류 중에서는 가장 세니까.’
지크는 드라쿨리스가 마스터인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용인족은 수인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는 가장 강력한 종족이었기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마스터치고 레벨은 낮은데 엄청 세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버프가 퀘스트를 발생시킵니다!] [알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지크는 예기치 못한 퀘스트가 발생하자 알림창을 클릭해 그 내용을 알아보았다.
***
‘뭘까?’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무명의 전사]용인족 전사 드라쿨리스와 함께 아몬 산을 점령한 천족을 몰아낸 후 대련을 통해 실력을 겨루어 보자.
•타입 : 스페셜 퀘스트
•진행률 : 0% (0/2)
– 아몬 산에서 천족들 몰아내기
– 드라쿨리스와의 대련에서 승리하기
•보상 : 드라쿨리스 등용!
•참고 : 용인족 전사 드라쿨리스는 바깥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무명(武名)을 떨치고 싶어 합니다.
‘헉!’
지크는 무려 마스터 등급의 강자를 등용할 수 있는 퀘스트가 발생하자 화들짝 놀랐다.
이런 기회라니?
안 그래도 을 걸어 자주국방을 꾀하던 지크에게 더없이 좋은 퀘스트가 아닌가?
‘무조건 등용해야 해!’
지크는 드라쿨리스를 반드시 자신의 부하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장 슈트카르트 황제가 보유한 마스터 등급의 강자만 해도 무려 아홉 명이 아니던가?
지크의 목표는 제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며 사는 것이었으므로, 드라쿨리스의 등용은 필수적인 거였다.
‘좋아. 이 양반이랑 같이 움직여 보자.’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반 프로아?”
드라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듣기에 반은 왕족들이 사용하는 미들 네임인 것으로 아는데? 그럼 그대는 왕족인가?”
“맞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아 왕국의 국왕입니다.”
“프로아 왕국이라.”
드라쿨리스가 그 이름을 곱씹어 보았다.
“나는 바깥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오. 그래서 프로아 왕국이란 곳이 어떠한 나라인지도 모른다오.”
지크는 드라쿨리스가 프로아 왕국을 모른다고 해서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세상 물정에 어두울 뿐이지, 프로아 왕국을 듣보잡 취급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대가 다스리는 나라는 어떤 나라요?”
“신흥 강국입니다.”
“그렇소?”
“최근에 대륙에서 꽤 알아줍니다.”
“허어. 그런 나라의 국왕이 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던 게요?”
“그게 그러니까….”
지크는 드라쿨리스에게 어째서 아몬 산에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허! 그런 일이 있었구려!”
“아마 아몬 산이 천사들에게 점령당한 이유도 검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선수를 친 것 같습니다.”
“그랬군….”
“일단 제 아내를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 그 검을 산꼭대기에 자리한 분화구로 가져가 녹여야 합니다.”
“혹 그대가 괜찮다면….”
그러자 드라쿨리스가 말했다.
“내 그대를 도와도 되겠소?”
“예?”
“그대가 하려는 일은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오.”
“맞습니다.”
“마땅히 돕는 게 도리 아니겠소이까? 내 비록 큰 도움은 되지 않을지 모르나, 그대를 돕고자 하오.”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지크는 드라쿨리스가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자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멋진데?’
지크는 속으로 드라쿨리스를 높이 평가했다.
이 험한 세상에 이렇듯 올바른 일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정의감 넘치는 용인족이라. 멋있어.’
지크는 겉모습조차 마치 관우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쿨리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우리 마을이 발각당하지 않게 몇 시간만 기다렸다가, 나와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지크가 드라쿨리스에게 물었다.
“혹시 근처에 통신 시설이나 워프 게이트 없나요?”
“없소.”
“알겠습니다.”
지크는 프로아 왕국에 연락을 해보려고 했지만, 드라쿨리스의 대답을 듣고 그 생각을 접했다.
‘문자나 남겨 놓자.’
대신 기다리는 동안 잠시 로그아웃해서 승구에게 연락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몬 산 전체가 천족에게 점령당한 이상, 지크로서도 군대를 동원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근처에 천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소. 슬슬 나가면 될 것 같구려.”
“알겠습니다.”
지크가 드라쿨리스를 따라 막 발걸음을 옮길 무렵.
“크윽… 속이 쓰리구먼… 해장부터 해야겠어….”
죽은 듯 기절해 있던 알프레드 선장이 마치 좀비처럼 몸을 일으키며 해장국을 찾았다.
“닭고기 수프에 고춧가루랑 후추 듬뿍 넣어서… 으응? 여긴 어디지?”
알프레드 선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술에 너무 취해 있어서 비행선이 격추를 당했단 것조차도 까먹은 모양이었다.
혹은 추락할 때의 충격으로 인해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거나.
‘알 게 뭐야.’
지크는 알프레드 선장의 상태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물론 이번 사건은 알프레드 선장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일행이 일어난 모양이구려.”
“알 게 뭡니까? 그냥 뒈질 것이지 아주 꾸역꾸역 잘도 살아남네요.”
“음?”
“답도 없다, 답도 없어.”
지크는 알프레드 선장이 깨어나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알프레드 선장은 그야말로 답 없는 인간이었다.
오죽 했으면 집안에서도 내놓은 자식일까.
“엥? 네놈은 그때 그놈 아니냐?”
알프레드 선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지크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필름이 완전히 나가버린 게 분명했다.
“분명히 2년 전에….”
“그냥 자라.”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깨어난 알프레드 선장의 엉덩이를 뻥! 하고 차 버렸다.
“꾸웨엑!”
알프레드 선장은 지크의 발길질에 훌쩍 날아갔다가 벽에 부딪힌 후 쓰러지며 다시 기절해 버렸다.
“확 죽여 버릴까?”
지크는 알프레드 선장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알프레드 선장이 아주 뻔뻔하고 답이 없으며, 또 매우 얄밉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알프레드 선장의 잘못이 아니었다.
천사들이 비행선을 격추해서 추락한 것이었기에, 이번만큼은 봐주기로 한 것이다.
“귀신은 뭐 하나 몰라.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킁.”
“허허허….”
드라쿨리스는 콧바람을 뿜어내는 지크를 바라보며 그저 웃었다.
“아주 뭐 하나만 걸리기만 해봐. 목을 뎅겅 분리해 줄 테니까.”
지크는 그렇게 툭 쏘아붙이고는 드라쿨리스와 함께 집을 나섰다.
마을에는 용인족들이 꽤 많았다.
다들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천족들의 침공 때문에 비상사태인 모양이었다.
“모두 모였나.”
“예!”
드라쿨리스의 물음에 용인족 전사들이 소리쳐 대답했다.
그 숫자가 약 50여 명.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용인족들 개개인의 무력이 워낙 뛰어나서 수백 명의 기사가 동원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 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의 아내인 브륜힐트 왕비를 찾는 임무다. 붉은색 머리칼을 지닌 엘프 여성이니 찾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예!”
“가자.”
그렇게 지크는 드라쿨리스, 그리고 용인족 전사들과 함께 마을 바깥으로 향했다.
스으으!
마을 입구에는 진한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마법의 안개네.’
지크는 마을 입구에 깔린 안개가 위치를 숨기기 위한 일종의 결계라는 걸 간파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비행 능력을 지닌 천족으로부터 마을을 숨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심하시오. 언제 적들이 나타날지 모르니.”
“예.”
그렇게 마을을 빠져나온 지크와 드라쿨리스는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 숲속에 진입했다.
“이쪽으로 쭉 가면 내가 그대를 발견한 곳이 나올 것이오.”
“흠.”
“아마 그대의 아내도 그 근방에 쓰러져 있지 않을까 하오만, 하늘에서 추락한 만큼 수색이 쉽지는 않을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지크는 드라쿨리스를 따라 걸으며 을 켜 주변을 탐색했다.
아몬 산 전체가 천족에게 점령당한 상황이니만큼 의 활용은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수색 작전을 펼치던 중.
“옵니다.”
지크가 전방을 가리켰다.
“음? 그게 무슨 소리요.”
“천사들이 접근하고 있네요. 정확히 세 명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요? 난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말이오.”
“이 외알 안경을 착용하면 다 보이거든요. 경로와 방향, 그리고 이동 속도를 보니 한 5분쯤이면 여기 도착하겠는데요?”
“허. 신비한 아티펙트를 지니고 있군. 알겠소. 내 그대를 믿어 보도록 하지.”
드라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흩어져 있던 용인족 전사들을 불러 모았다.
“곧 적이 온다고 한다! 여기서 대기한다!”
“예!”
그런 뒤 매복 공격을 준비했다.
‘어떻게 싸울까?’
지크는 드라쿨리스의 실력이 궁금했기에, 처음엔 나서지 않고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같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인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은 지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