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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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은 지크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하는 듯했다.
“뀨! 삼족오야! 너 쟤랑 말 통하지 않냐!”
햄찌가 불사조를 가리키며 에게 물었다.
“깍! 까악!”
그러자 이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지저귀었다.
“뀨! 그러냐! 그럼 됐다! 대충 알아들으면 되는 거 아니겠냐! 뀨우!”
“까아악! 깍!”
“대화 좀 나눠 봐라! 뀨우!”
일단 햄찌와 은 진짜로 말이 통하는지, 무어라 대화를 나누었다.
“야.”
지크가 햄찌에게 물었다.
“삼족오의 환영이 뭐래?”
“뀨! 사실 불사조와 말이 다 통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으응?”
“삼족오한테 불사조 말은 사투리라고 한다! 뀨우!”
“사, 사투리?!”
“그래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뀨우!”
“…….”
“주인 놈 조금만 기다려라! 뀨우!”
“그, 그래….”
지크는 햄찌에게 전적으로 통역을 맡겼다.
축생(?)들끼리 나누는 대화 따위, 지크가 알아들을 리가 없었으므로 끼어들지 않는 게 속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소통.
“뀨! 삼족오야! 불사조가 왜 온 거냐!”
먼저 햄찌가 에게 물었다.
“까악! 까아악! 깍!”
그러자 이 햄찌 대신 불사조에게 물었다.
“꾸륵! 꾸르르륵! 꾸륵! 꾹! 꾸륵!”
불사조는 그런 의 질문에 대답했다.
“까악! 까아아악! 깍! 까아아아악! 까악!”
뒤이어 이 불사조의 말을 햄찌에게 전했고.
“뀨! 그런 거였냐! 왜 그런 거냐!”
햄찌가 다시 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소통은 무한으로 반복되었다.
[햄찌 ▶ 삼족오의 환영 ▶ 불사조 ▶ 삼족오의 환영 ▶ 햄찌]위와 같은 순서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던 것이다.
“뀨우! 뀨우우우! 뀨!”
“까아악! 까악! 까아아악!”
“꾸륵! 꾸르륵! 꾹! 꾸르르르르륵!”
“까아악! 깍!”
“뀨우! 뀨뀨! 뀨! 뀨우우우!”
지크는 세 마리의 축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그저 멍하니 소통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약 10분 후.
“뀨! 주인 놈아! 불사조가 주인 놈 찾아온 이유 알았다!”
“뭔데?”
“뀨! 불사조 지금 주인 놈한테 부탁하러 온 거다!”
“무슨 부탁?”
“지금 천사들이 불사조 새끼 잡아서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뀨우!”
“엥?”
지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뭔 소리야?”
“뀨! 불사조 새끼 낳았다! 뀨우!”
“그래서?”
“근데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천사들이 새끼 불사조 잡아갔다! 뀨우우!”
“아?”
“천사들이 새끼 불사조 계속 죽이고 있다고 한다!”
“새끼 불사조를 계속 죽인다고…? 그게 가능하냐?”
솔직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소리였다.
불사조가 왜 불사조이던가?
죽지 않으니까 불사(不死)의 새(鳥)라고 해서 불사조가 아니던가?
“뀨! 죽이는 건 가능하다!”
“엥?”
“대신 계속 살아날 뿐인 거다! 뀨우!”
“그래? 흠.”
지크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
“그럼 불사조 아니고 부활조라고 불러야 정상 아니냐?”
“캬아악! 지금 말장난할 때냐!”
“헤헤.”
“뀨우! 어쨌든 불사조 지금 도움 필요한 거 같다! 뀨우우!”
“근데 천사들이 뭐 한다고 불사조 새끼를 잡아다가 계속 죽인다는 거야?”
“뀨! 기다려라! 햄찌가 물어봐 준다! 뀨우!”
그렇게 햄찌와 삼족오의 환영과 불사조의 소통이 한 번 더 이루어졌다.
“뀨! 천사들이 새끼 불사조 죽인 다음에 부활할 때 에너지를 뽑아 쓴다는 것 같다! 뀨우!”
“으응?”
“그래서 새끼 불사조 엄청나게 고통스럽다고 한다! 뀨우! 불사조라도 죽을 때 고통은 엄청나다! 뀨우우!”
“설마….”
지크는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불사조 새끼를 죽여서 부활을 걸어주는 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제아무리 천사들이라고 한들 무한하게 부활하는 게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끼를 구하는 걸 도와달라고?”
“뀨! 그렇다!”
“좋아.”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새끼를 구해주면, 대신 생명의 화신 테라를 강림시키는 걸 도와달라고 해.”
“잠깐만 기다려라! 뀨!”
햄찌가 지크의 말을 삼족오의 환영에게 전하고, 삼족오의 환영이 불사조에게 전했다.
그 결과.
끄덕끄덕!
불사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브앤테이크.
거래를 수락한 것이다.
“좋아.”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불사조를 향해 다가섰다.
“그럼 우리 지난 일은 잊고, 이제부터 협력하는 거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사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꾸륵.”
불사조는 지크가 내민 손을 맞잡기 위해 자신의 한쪽 날개를 펼쳐 내밀었다.
덥석.
그렇게 지크의 손과 불사조의 날개가 서로 마주하던 순간.
홱!
지크가 불사조의 날개를 확 잡아챘다.
“넌 뒤졌어.”
그러고는 저 멀리서 모닥불에 스프를 끓이고 있던 용인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커다란 솥단지 안에는 용인족들의 점심인 닭고기 수프가 펄펄 끓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악! 주인 놈아 뭐 하는 짓이냐!”
“어차피 불사조잖아! 다시 살아날 텐데! 복수는 해야지!”
“주인 놈 미쳤냐! 캬악!”
햄찌가 지크를 향해 드롭킥을 날리고.
“꾸웨엑!”
지크가 엎어지면서 우당탕탕! 하고 굴렀다.
푸드덕!
덕분에 불사조는 지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닭고기 수프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쳇.”
지크는 복수에 성공하지 못해 입을 삐죽거렸지만 말이다.
***
그로부터 10분 뒤.
“아깐 미안했고. 그럼 진짜로 협력하는 거다. 알겠지?”
“…꾸르륵.”
지크와 불사조는 다시 악수를 나누고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알림: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새끼 불사조 구출 작전]불사조를 도와 새끼 불사조를 구해주자.
•타입 : 스페셜 퀘스트
•진행률 : 0%(0/1)
•보상 : 불사조의 보은
‘한 번에 퀘스트 세 개를 깨네. 여기 뭐 퀘스트 맛집인가?’
지크는 아몬 산에서 퀘스트가 주렁주렁 열린다고 생각했다.
를 파괴하는 퀘스트.
용인족 마스터인 드라쿨리스를 등용하는 퀘스트.
마지막으로 새끼 불사조를 구출하는 퀘스트까지.
한 번에 무려 세 개의 퀘스트가 동시에 걸려 있었다.
일석삼조.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라고나 할까?
“햄찌야.”
지크가 햄찌를 돌아보았다.
“뀨우?”
“불사조한테 새끼 불사조 어디 있냐고 물어봐.”
“알겠다! 뀨우!”
그러자 햄찌가 다시 삼족오의 환영을 통해 불사조에게 새끼 불사조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뀨! 불사조가 안내해 준다고 한다! 뀨우!”
“그래? 정확한 위치랑 방어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좀 알아오라고 해. 그래야 작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니까.”
“뀨! 알겠다! 주인 놈 기다리고 있어라!”
“응. 부탁해.”
지크는 햄찌가 불사조와 함께 정보를 수집해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무턱대고 대규모 병력을 움직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세 시간쯤 기다렸을 무렵.
“뀨! 주인 놈아!”
“불사조 새끼 잡혀 있는 위치 알아냈다! 뀨우!”
“그래? 어디야?”
지크가 햄찌에게 물었다.
“여기다! 뀨우!”
햄찌가 지도를 가리켰다.
“흠. 딱 있을 만한 곳에 있네.”
새끼 불사조가 잡혀 있는 장소는 분화구가 있는 아몬 산 정상에서 조금 밑이었다.
“근데 여길 어떻게 뚫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문제는 그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천사들의 방어선을 뚫어야 했다는 것.
“잘못 달려들었다가는….”
그때였다.
“뀨! 주인 놈아! 아무 걱정 마라! 불사조가 근처까지 이동시켜 줄 수 있다고 했다! 뀨우!”
“어? 진짜?”
“뀨! 그렇다! 불사조 텔레포트 능력으로 30명 정도 이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근처까지 이동하는 데 무리 없다! 뀨우! 그러니까 소수 병력으로 기습하면 된다! 뀨우우우!”
“오케이. 그럼 얘기가 다르지.”
불사조의 텔레포트 능력으로 천사들의 방어선을 무시하고 이동할 수 있다면, 작전 자체는 매우 간단해지기 마련이다.
‘대천사 아우리엘. 그 빌어먹을 놈만 처치하면 돼.’
불사조의 새끼가 잡혀 있는 장소에서 가장 강력한 적인 아우리엘만 처치한다면,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부활 능력이 사라진 천사들을 처치하기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아몬 산을 탈환하는 건 그리 어려울 일이 아닐 것이다.
“내일 하자.”
지크가 말했다.
“뀨? 지금 당장 안 가냐! 뀨우우!”
“지금은 안 돼.”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전투로 아군의 신성력이 다 고갈됐잖아. 적어도 내일 오후까지는 기다려야 해.”
신성력이 차오르는 속도는 매우 느려서, 한번 고갈되면 24시간을 기다려야 다시 100퍼센트가 된다.
즉, 지금으로서는 전투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오늘 쉬고. 내일 바로 친다.”
“뀨! 알겠다!”
“그나저나….”
지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혼잣말했다.
“이 새끼 이걸 어떻게 조지지….”
작전이야 수립한 것.
지크의 다음 관심사는 대천사 아우리엘을 처치할 방법이었다.
‘내가 이기긴 할 텐데.’
아우리엘이 브륜힐트 정도 되는 강자에게 빙의한 게 아니라면, 승리는 당연히 지크의 몫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또 천계로 튀었다가 다른 그릇에 빙의해서 기어 나오겠지. 그게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 대천사인 아우리엘을 하면 완벽하게 처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천계에 있는 본체가 큰 타격을 입거나, 혹은 이곳 중간계에서 죽여 버릴 수 있을까?
그게 관건이었다.
지크는 아우리엘과 번번이 대립하면서도 끝장을 보지 못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마치, 같은 게이머를 상대하는 기분이랄까?
차라리 채형석이라면 데리고 노는 재미라도 있을 텐데, 아우리엘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적일뿐이었다.
‘궁리해 보자. 어떻게 하면 그 망할 자식을 끝장낼 수 있을지.’
그 후로도 지크의 고민은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
다음 날 오전.
“갑니다.”
지크는 승구, 고스란, 용설화, 용태풍 등 정예 게이머들과 함께 대천사 아우리엘 사냥에 나섰다.
불사조가 텔레포트할 수 있는 인원수가 30여 명 정도였기에, 최정예들만 데려간 것이다.
“불사조 새끼를 구하면, 제가 신호탄 터뜨릴게요. 그때 총공격하시면 돼요.”
지크가 브륜힐트에게 말했다.
“네, 여보. 기다릴게요.”
브륜힐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운을 빌겠소. 신호를 기다리리다.”
드라쿨리스 역시 지크를 격려해 주었다.
브륜힐트와 드라쿨리스는 산기슭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지크가 신호를 주면, 5,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아몬 산 정상까지 돌파하기로 약속이 된 상태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다리고 있던 불사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자.”
“꾸르륵!”
불사조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이어 붉은색 섬광이 번뜩였다.
번쩍!
뒤이어 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몬 산 : 부활의 제단]지크는 텔레포트하자마자 을 켜 일대를 스캔했다.
“꾸륵! 꾸르륵!”
그러자 불사조가 지크를 향해 뭐라고 지저귀었다.
“쟤 뭐래?”
지크가 햄찌에게 물었다.
“뀨! 잠깐만 기다려라!”
그러자 햄찌가 삼족오의 환영을 통해 불사조의 말을 지크에게 전해주었다.
“불사조 여기서부터는 갈 수 없다고 한다! 뀨! 결계가 있어서 접근이 불가하다고 한다! 뀨우!”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
지크는 그렇게 말한 후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을 통해서 이 일대를 훤히 살펴볼 수 있기에, 굳이 불사조의 도움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 지크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될까….’
어젯밤, 밤새도록 고민했던 게 있었다.
‘그 방법으로 그 자식을 죽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크는 어떻게 하면 대천사 아우리엘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마침내 시도해볼 만한 방법 하나를 떠올리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시도라도 해보자.’
지크는 그 방법이 먹힐지 직접 실험해볼 생각이었다.
대천사 아우리엘.
마왕에 준하는, 그 어마어마한 존재를 한번 죽여 보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