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56
955
지크는 오스칼과 함께 로 가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각 교단의 종교 지도자들은 지크의 부름을 받고 황급히 로 몰려들었다.
지크가 예언에 등장하는 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그런 지크가 회의를 소집했으니 각 교단의 종교 지도자들로서는 만사를 제쳐 놓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옵니까?”
“특이 사항이 있는 것이옵니까?”
종교 지도자들은 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웅성웅성 궁금증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지크는 조용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침묵을 지켰다.
“으음?”
“지크프리트 국왕 전하?”
각 교단의 종교 지도자들은 지크의 그런 모습에 매우 당황했다.
회의를 소집하고, 모두가 모인 지 30분이 넘도록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크흠! 도통 속을 알 수가 없구나!’
종교 지도자들의 답답함이 극에 달했을 무렵.
“우선.”
지크가 입을 열었다.
“문을 좀 잠가 주세요, 오스칼 경.”
“예, 전하.”
지크의 명령에 오스칼이 회의실 문을 걸어 잠갔다.
“전하.”
그러자 성녀 자네트가 지크에게 말을 건넸다.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지크가 자네트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했다.
“저는 이번에 매우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천족의 침공에 대한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신가요?”
“물론이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족들이 어떻게 우리 세계로 넘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거든요.”
“세상에….”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비결이 굉장히 발칙하더라고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를 슥 꺼내 들어서는 곤봉 형태로 바꾸었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일루미나티란 조직이 있습니다.”
지크가 말했다.
“자유의 성전 이후부터 비밀리에 활동해 온 비밀 결사죠. 그들은 창조주이자 유일신을 섬기는 자들이며, 천족의 중간계 침공이 있어 매우 강력한 조력자들입니다.”
“그런 조직이 있었군요.”
“그리고 그들은….”
지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우리들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그 순간.
“……!”
“……!”
“……!”
회의실에 모여 있던 종교 지도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사실, 내부에 적이 있었단 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사이에 숨어 있단 말씀은… 그들이 지금 이 자리에도 있단 말씀이신가요?”
“그거야 저도 모르죠.”
지크가 자네트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확인해보려고요. 일단 여기 계신 분부터 검증해볼까 합니다.”
“내부의 적을… 색출하실 생각이셨군요.”
“맞습니다.”
지크는 고개를 끄덕인 후 오스칼을 돌아보았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쥐새끼를 찾아주세요.”
“명령 받들겠사옵니다.”
오스칼은 지크의 명령을 받고는 를 뽑아들었다.
그런 뒤 각 종교 지도자들의 목 언저리에 를 가져다대고 쥐새끼를 색출해 내기 시작했다.
‘진짜로 있을까?’
지크는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각 교단의 교주이거나, 그 바로 밑에 해당하는 초고위급 성직자들이었다.
이런 사람` 중에서도 일루미나티의 첩자가 있다면,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란 말밖엔 되지 않았다.
최고위급 지도자가 첩자라면, 그 교단은 아예 뿌리째 썩어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없어라. 여기는 없어야 돼.’
그래서 지크는 지금 이 자리에 일루미나티의 첩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검증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
“당신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입니까?”
오스칼이 물었다.
“당치도 않소!”
그러자 무신교 대사제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버럭 성질을 내었다.
“내가 모시는 건 오직 무신 아레스님뿐이오! 나는 천족들에게 이 세계를 팔아넘길 파렴치한이 아니오!”
“알겠습니다.”
오스칼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각 교단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를 들이밀어 검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던 중.
“당신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입니까?”
오스칼이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섬기는 교단의 대사제에게 물었다.
그런데.
“…….”
교단의 팔라스 대사제는 오스칼의 물음에 묵묵부답 침묵을 지켰다.
“팔라스 대사제님. 당신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입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팔라스 대사제는 오스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십시오. 팔라스 대사제님. 당신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이냐고 물었습니다.”
무려 세 번에 걸친 물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서 대답하시오!”
“지금 뭐하는 거요!”
그 광경을 본 종교 지도자들이 일제히 팔라스 대사제를 재촉했다.
특히나, 무신 아레스를 섬기는 무신교 교단의 대사제는 더 심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더러운 년 같으니! 네년이 쥐새끼였구나!”
본래 무신교와 지혜교는 서로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했고, 늘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그래서 무신교 교단의 대사제는 이때다 싶어 팔라스 대사제를 압박했다.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그때, 오스칼이 냉랭한 말투로 팔라스 대사제를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다.
“당신은….”
바로 그 순간.
“커헉!”
팔라스 대사제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파르르르!
그러더니 마치 간질 환자처럼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젠장!”
지크는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쓰러진 팔라스 대사제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자네트가 더 빨랐다.
우웅!
자네트는 황급히 신성력을 끌어올려 팔라스 대사제를 치료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
자네트의 힐이 들어가기도 전에 팔라스 대사제가 죽어버리고 말았다.
“독약을… 삼킨 모양이에요.”
자네트가 시퍼렇게 물들어 있는 팔라스 대사제의 입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엄청난 맹독이에요. 이렇게까지 빨리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약이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아오!”
지크는 팔라스 대사제의 시체를 발로 툭 걷어차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홱! 돌려서 아직 검증을 끝마치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을 노려보았다.
“아무도 움직이지 말아요. 지금부터 움직이는 사람은 쥐새끼로 간주하고 머리통을 부숴 버릴 테니까.”
지크는 그렇게 엄포를 놓고는, 오스칼을 향해 계속 심문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끝났습니다, 전하.”
다행스럽게도 안에 더 이상의 쥐새끼는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침통했다.
“거, 보쇼! 옛날부터 내 그리도 말하지 않았소! 지혜교 놈들은 도통 믿을 수가 없다고!”
이때다 싶어 신이 난 무신교 대사제를 제외하면, 나머지 종교 지도자의 표정은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이럴 수가….”
“허! 어찌 이런 일이!”
“이 일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그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간 팔라스 대사제가 빼 갔을 정보를 생각하면, 아주 등골이 오싹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크가 사실은 신탁 속 고, 추락한 대천사장인 미카엘이 이며,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다닌단 정보도 결국 여기서부터 흘러나갔단 말이 아니던가?
쥐새끼를 하나 잡았다고 해서 결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디 그뿐인가?
팔라스 대사제와 같이 한 교단을 총책임 지는 사람이 일루미나티였다는 것은 정말이지 충격적인 결과였다.
다른 일루미나티의 조직원들이 어느 교단의 어느 위치에 숨어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으므로, 색출해 내는 작업 또한 엄청나게 어려울 게 분명했다.
‘사실상 대륙의 전 교단에 일루미나티가 있는 게 분명해.’
문제는 일루미나티들을 색출해 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단 거였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어디에 어떻게 숨어 있는지도 모르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전 대륙의 종교 단체들을 무슨 수로 수색해?’
일루미나티의 조직원들을 모두 색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수십만의 종교인들을 일일이 어떻게 검증한다는 말인가?
오스칼이 한 명 한 명 검증하는 사이 진짜 일루미나티 조직원들은 멀리멀리 도망갈 게 뻔했다.
그러나….
‘아냐. 모든 쥐새끼를 다 잡을 필요는 없어. 큰 쥐새끼만 몇 마리 잡으면 돼. 정보가 중요한 거지. 조직원들이 누구인지 중요한 게 아니야. 빨리 급습해서 큰 쥐새끼 몇 마리만 잡아도 충분해.’
지크는 팔라스 대사제와 같은 고위급 쥐새끼를 잡은 다음 심문해서 정보를 빼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모든 쥐새끼들을 잡을 수 없다고 해서 그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여러분.”
지크가 발걸음을 옮기며 각 교단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지혜교 교단을 습격할 예정입니다.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크의 의견에 반대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장 쳐들어가야 마땅할 것이오!”
“갑시다!”
각 교단의 지도자들은 오히려 지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갑시다.”
그렇게 지크는 각 교단 지도자의 동의를 얻어 지혜교 교단을 습격하기 위해 를 나섰다.
‘딱 기다려라.’
그런 지크의 입가엔 냉랭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반격.
그간 천족에게 일방적으로 습격을 당했지만, 이번에는 지크가 공격할 차례였다.
***
지크는 지혜교 교단을 습격하면서 의 성기사를 동원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각 교단에서 병력을 이끌고 지혜교로 쳐들어가는 건 너무 요란한 일이었다.
그랬다간 일루미나티의 조직원들이 미리 정보를 알아채고 도망치거나 역공작을 펼칠 수 있었기에, 보안이 가장 잘 유지될 수 있는 게이머들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쳐들어간 지혜교 교단.
“어디 몇 군데 부러지고 깨져도 상관없으니까, 죽이지만 말고 모조리 제압합니다.”
지크의 명령이 떨어지고.
“가자!”
“수고들 많으십니다!”
길드원들이자 성기사들인 2,000여 명의 게이머들이 일제히 지혜교 교단을 습격했다.
“왜 이러시는 게요? 으악!”
“스, 습격이다! 적의 습격이다!”
“모험가들이 교단을 공격해오고 있다!”
대혼란에 빠진 지혜교 교단.
“감히!”
“네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온 것이냐!”
지혜교 교단의 성기사들이 황급히 튀어나와 방어를 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어떤 준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2,000여 명의 고레벨 게이머들을 상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0여 명의 게이머들 곁에는 인 지크가 있지 않던가?
처음부터 지혜교 교단에게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지크와 길드원들은 지혜교 교단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형님, 고위급 사제들을 모조리 제압해 놨습니다.”
승구가 지크에게 보고했다.
“재갈은 잘 물렸지?”
“예, 형님.”
“재갈이 중요해. 이 자식들 독약 먹고 자살해 버리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확인했습니다.”
“수고했어.”
“가시죠.”
“응.”
지크는 승구의 안내에 따라 지혜교 교단의 신전에 입성했다.
“읍! 으읍! 읍읍! 읍!”
“으으으읍!”
“으읍! 읍읍! 으으읍!”
신전 중앙에는 지혜교의 사제들이 입에 재갈이 물리고 꽁꽁 묶인 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쥐새끼들 찾아내세요. 이번엔 반드시 살려둬야 합니다.”
“명령 받들겠사옵니다.”
오스칼은 지크의 명령을 받자마자 를 이용해 지혜교의 고위급 사제들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입니까?”
“그렇소. 나는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이 맞… 이, 이럴수가!”
한 고위급 사제가 오스칼이 던진 질문에 스스로 쥐새끼임을 인정했다.
‘좋아. 걸려들었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