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57
956
“당신은 정말로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이 맞습니까?”
오스칼이 재차 물었다.
“저는 결코…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이 맞습니다. 헉?!”
아레테란 이름의 지혜교 추기경은 오스칼의 질문에 진실을 말하자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니가 쥐새끼였구나.”
그때, 지크가 슥 나섰다.
“일루미나티 조직원이라 이거지?”
“아, 아니오! 난 일루미나티 조직원이오!”
“아?”
“아, 아니! 이 무슨!”
아레테 추기경은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진실만을 말하게 되자 엄청나게 당황했다.
“이런 빌어먹을! 유일신에게 영광 있으리라!”
그러고는 보란 듯 커밍아웃을 한 뒤 스스로 혀를 깨물어 자결하려고 했다.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독약을 압수당했기에 이렇게라도 죽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독약이 없는 이상, 자결이 아레테 추기경의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퍼억!
지크의 발길질이 아레테 추기경의 턱주가리를 강타했다.
“커헉!”
쓰러진 아레테 추기경.
“야.”
지크가 그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말했다.
“넌 내 허락 없인 못 죽어.”
“크, 크윽!”
“넌 내가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어야 돼.”
지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레테 추기경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고 방사능 미생물들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크윽! 크으으으으으으윽!”
아레테 추기경은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곧 축 늘어졌다.
그로부터 약 10초 뒤.
“주인님을 뵙습니다.”
아레테 추기경이 지크를 향해 무릎을 꿇고 노예의 예를 취했다.
이제 이 되어 버린 이상 아레테 추기경은 지크의 노예였다.
의 도움이 없이도 자신이 아는 걸 술술 불게 되는 것이다.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이라지?”
“예, 주인님이시여.”
“일루미나티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일루미나티는….”
그때였다.
“읍! 으으읍! 읍!”
“으으으읍!”
잠자코 있던 다른 고위급 성직자들 몇몇이 몸부림을 치며 아레테 추기경을 덮치려 했다.
“오호라.”
지크는 그런 고위급 성직자들을 바라보며 옳다구나! 하고 미소를 지었다.
“니들도 쥐새끼구나?”
같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이 아니고서야 아레테에게 저렇게까지 발악을 할 이유가 있을까?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일루미나티가 뭔지도 모를 텐데?
“승구야.”
“예, 형님.”
“쟤네 다 쥐새끼니까 따로 모아 놔. 혹시나 자살 못 하게 철저히 감시하고.”
“알겠습니다.”
지크는 다른 쥐새끼들을 뒤로하고, 아레테 추기경을 계속해서 심문했다.
“다시 묻는다. 일루미나티가 정확하게 뭐야?”
“일루미나티는 천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과거 자유의 성전 당시 창조주를 배신했던 자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목표인 조직입니다.”
“너희의 숫자는 얼마나 돼?”
“점조직 형태라 저도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서로 아는 조직원들이 몇 있긴 하지만, 숨겨진 조직원들도 많습니다.”
“그럼 일루미나티를 이끄는 자는 누구야?”
“그건….”
아레테 추기경이 대답했다.
“세계 각국의 군주들….”
“뭐?!”
“몇몇 왕국의 군주들이 일루미나티의 고위 간부인 것으로 압니다.”
“이런 미친.”
“그리고 의술의 신 히포크라테스를 섬기는 치유교 교단이 일루미나티의 가장 큰 세력 중 하나입니다.”
“뭐?! 치유교 교단?!”
지크가 화들짝 놀랐다.
치유교 교단은 그 교세가 매우 커서,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왜?
인간은 누구나 아프니까.
육체를 가진 인간이라면 갓난아기부터 죽음을 앞둔 노인까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유교 교단은 전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가진 종교 집단이었다.
“치유교 교단이… 세네카 왕국에 있었던가?”
“예, 주인이시여. 세네카 왕국의 국교이기도 하옵니다.”
“흠.”
지크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혼잣말했다.
“세네카 왕국이면 강대국이고… 거기 국왕도 골치 아픈 인간인데….”
세네카 왕국은 강대국 중 하나로써, 국왕인 로맨손은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마우레키온 제국에조차 비협조적이었으며, 게이머인 지크를 왕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크의 입국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까다롭게 됐네….”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지크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아무튼, 일루미나티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 봐.”
“예, 주인이시여.”
뒤이어 아레테 추기경의 입에서, 그가 아는 모든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지크는 아레테 추기경을 포함한 쥐새끼들을 심문한 결과, 다음과 같은 정보들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1. 일루미나티는 조직원들을 포섭할 때 7살 이하의 영유아를 표적으로 한다.
그래서 조직원들의 충성심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기에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강력하게 일루미나티의 일원으로 결속되기 때문이다.
2. 일루미나티의 고위급 간부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그들 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자도 있다.
3. 일루미나티의 고위급 간부들은 라 불리며, 그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고 한다.
“와. 이거 아주 지독한 놈들이었네.”
지크는 일루미나티가 조직원들을 포섭할 때 어린이들을 목표로 한다는 걸 듣고 혀를 내둘렀다.
일루미나티가 조직원들의 충성심을 얼마나 각별하게 여기는지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레테 추기경의 추가적인 증언에 의하면, 일루미나티 조직원은 대를 이어서 활동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했다.
수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를 이어오면서 창조주 신앙을 지켜오고, 또한 이 세계의 멸망을 꾸며 왔다.
그만큼 일루미나티는 유서 깊은 비밀 결사였고, 사회 각계각층에 뿌리 깊게 침투해 있었다.
종교계뿐만이 아니라 전 대륙에 걸쳐 스며들어 있었다.
‘치유교부터 조져야 할 텐데.’
지크는 우선 일루미나티의 가장 큰 세력이라는 치유교 교단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치유교 교단의 대사제를 포획한 뒤 심문해서 어떻게 천족을 중간계에 강림시켰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천족이 중간계에 올 수 있는 루트를 찾아 제거하는 것을 이 사태를 진정시킬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지크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세네카 왕국에 협조를 구해 보도록 하죠.”
지크는 그 말을 남긴 후 즉시 통신실로 이동해 로맨손 국왕에게 통신을 걸었다.
– 무슨 일이오. 천하의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이 이 늙은이에게 통신을 다 걸고?
로맨손 국왕은 지극히 보수적인 왕족답게 탐탁지 않다는 듯한 시선으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인사말부터 다분히 빈정거림이 가득한 것이, 지크는 로맨손 국왕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네깟 놈이 꼴에 왕이랍시고 나한테 통신을 걸어? 뭐 이런 느낌인가.’
지크는 그런 로맨손 국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이 급해서 부드럽게 타이르기로 했다.
“존경하는 로맨손 전하.”
– 음?
“부탁드릴 것이 있어 이렇게 통신을 걸게 되었습니다.”
– 허. 슈트카르트 황제의 총애를 받는 그대가 어찌 이 늙은이에게 부탁할 것이 있단 말이오? 뭔가 불편한 게 있으면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말하면 만사형통이질 않소?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저 슈트카르트 황제께서 어여삐 여겨 주시는 게 전부입니다.”
– 흐음….
“로맨손 전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디 들어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거, 말이라도 한번 해보시오. 듣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 말이오.
“사실은….”
지크는 로맨손 국왕에게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천족들을 강림시켜 이 세계를 무너뜨리려는 비밀 결사인 일루미나티가 세네카 왕국의 국교인 치유교 교단에 뿌리 깊게 침투해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질 해악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얘기 말이다.
“로맨손 전하. 저희가 치유교 교단으로 가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게끔….”
– 이보시오, 지크프리트 국왕.
로맨손 국왕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본국의 국교인 치유교 신전을 들쑤시겠단 게요?
“그게 아니라….”
–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려고 통신을 걸었소?
“로맨손 전하. 그게 아닙니다. 이 사안은….”
– 닥치시오!
“……!”
– 안 그래도 법회 준비로 바빠 죽겠는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다니.
“법회… 준비 말씀입니까?”
– 치유교 교단을 국교로 선포한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법회를 준비하고 있던 참이오.
“으음.”
–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맨손 국왕이 싸늘한 시선으로 지크를 보려보았다.
– 개수작을 부리고 싶으면 딴 데 가서 알아보시오.
“로맨손 전하!”
– 이 세상 사람 다 믿어도 그대만큼은 믿지 말란 소리가 왜 있는 줄 알겠소이다.
“예?”
– 그대는 그 영웅적인 명성만큼이나 믿었던 상대를 뒤통수치기로 유명하질 않소?
“크, 크윽….”
– 한 번만 더 그따위 소릴 지껄이면 내정 간섭 및 외교적 분쟁 야기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로맨손 전ㅎ….”
– 이만 끊겠소.
로맨손 국왕은 그렇게 말하고는 지크와의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지크의 전매특허와 같은 일방적으로 끊기를 먼저 시전한 것이다.
“이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지크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서 복수해 줘야겠단 생각으로 다시 통신을 걸었다.
로맨손 국왕이 통신을 받으면, 그때 먼저 끊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 고객이 통신을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 이후에는 추가 골드가….
로맨손 국왕은 지크의 통신을 받지 않았다.
그는 아예 눈과 귀를 닫아 버리기로 작정했다.
***
지크는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한 다음 세네카 왕국에서 열리는 치유교의 법회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 결과.
“뭐가 이렇게 성대해…?”
지크는 이번에 열리는 법회의 규모가 강대국인 세네카 왕국의 수도 전체에 제단을 쌓을 정도라는 걸 보고받고 경악했다.
이 정도 규모의 법회라면 마우레키온 제국의 축제에 못지않은, 성대하다 못해 국가의 재정이 뿌리째 휘청거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고작 50주년 행사에 이 정도 예산을 태운다고?”
지크는 행사의 규모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법회를 열고 축제를 벌인다고 한들, 이만큼 일을 벌인다는 건 극심한 과소비였기 때문이다.
“뀨우! 주인 놈아!”
그때, 햄찌가 지크에게 말했다.
“이거 수상하다! 뀨!”
“뭐가?”
“인간들 종교 행사에 이 정도 돈을 투자할 리 없다! 뀨우!”
“그건 그렇지.”
“이거 설마 천족들 이 세계로 소환하는 의식 같은 거 아니냐? 뀨우?”
그 순간.
오싹!
지크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햄찌의 의심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루미나티는 사람들의 신앙심을 어떠한 방법으로 천족들의 강림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단 말은?
‘이 법회에서 모인 신성력으로… 천계의 문을 열려는 건가?’
지크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법회의 규모가 대륙 역사상 최대이니만큼, 천계와 중간계를 연결하는 워프 게이트를 여는 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