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64
963
“어디 용한 무당이라도 찾아서 데려가야 하나. 휴우.”
지크는 승구가 지지리도 운 없게 죽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타까워했다.
하필 죽어도 저렇게 죽다니, 승구의 기분이 어떨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거, 봐라! 뀨우! 햄찌가 그러지 않았느냐! 뀨! 승구, 운 없어서 다 된 밥에 재 빠뜨린다! 실력 없는 게 아니라 운 없어서 일 망친다! 뀨우!”
햄찌가 거 보란 듯 소리쳤다.
“이, 인정.”
지크는 햄찌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너 승구 잘 아네.”
“뀨! 그렇다! 햄찌 승잘알이다! 승잘알!”
“그나저나….”
지크는 승구가 죽은 건 그렇다 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세네카 왕국의 전투순양함이 추락하면서 도 파괴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제단은 무사했다.
추락을 교묘히 비껴가는 바람에 아주 멀쩡했다.
“뀨! 주인 놈아! 얼른 가자! 주인 놈아 마무리해라!”
“응.”
지크는 마지막 남은 을 파괴하기 위해 계속해서 비행했다.
안 그래도 주변에 살아남은 아군이 없어서, 누군가는 마무리해야 했다.
그렇게 날아가던 중.
우웅!
저 멀리 위에 떠올라 있던 이 진동하는가 싶더니,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지크와 햄찌는 그 광경을 바라보고 경악했다.
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건, 뒤이어 대천사와 그의 군대가 이 세계에 강림한단 뜻이었기 때문이다.
‘안 돼!’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놀라 날아가던 속도를 높였다.
‘절대… 절대 안 돼! 절대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대천사의 본체가 강림한다는 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아는 지크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다.
‘더 빨리!’
그래서 지크는 의 출력을 최대치로 높이고, 저 멀리 을 향해 최고 속도로 날아갔다.
***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지크가 이끄는 프로아 왕국군은 에서 진행되는 의식을 저지하지 못했다.
작전이 펼쳐지는 동안 이런저런 변수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다 보니 을 미처 파괴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위에 떠 오른 이 서서히 열렸고, 이윽고 환한 빛을 내뿜으며 천족이 강림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아.”
지크는 앞에 도착하자마자 탄식을 내뱉었다.
은 이미 열려 버렸고, 천족의 강림은 이제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천상의 분노가 이 땅을 불태우리라.”
“드디어… 강림인가.”
뒤이어 활짝 열린 을 통해 천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뀨, 뀨우? 주, 주인 놈아! 이제 우리 어떡하냐! 뀨우! 도망쳐야 하는 거냐! 뀨우우우!”
“그건 모르겠고.”
지크가 이를 악물고 를 움켜쥐었다.
“막을 수 있는 데까지는… 막아 봐야지.”
“뀨우?”
햄찌는 지크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걸 막겠다는 거냐! 뀨우!”
“막진 못해도. 최소한 이 자식들이 온전히 이 세계에 강림하는 건 막아야지. 최소한 숫자는 줄여 놓을 수 있을 거 아냐.”
지크가 그렇게 말하던 순간.
띠링!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세상을 구할 시간]천계의 문을 파괴해 천족들의 강림을 막아라.
•타입 : 타임 어택 퀘스트
•제한 시간 : 1시간
•진행률 : 0%(0/1)
•보상 :
– +10레벨
– 신성력 +500%
•주의 사항 : 정해진 시간 내에 천계의 문을 파괴하지 못하면, 대천사 라파엘이 강림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위에 떠 오른 의 HP는 거의 수백억 정도는 되어 보였다.
[천계의 문]•HP : ■■■■■■■■■■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려도 한 시간 안에 저 HP를 깎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을 기회가 주어진 이상 절대로 포기할 지크가 아니었다.
지크는 즉시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신호탄을 꺼내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그런 다음 를 움켜쥐고 을 향해 달려들었다.
망설임?
그런 건 없었다.
지금 지크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을 파괴해야겠단 생각뿐이었다.
***
을 파괴하는 건 쉽지가 않았다.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손도 대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더러운 필멸자여! 죽어라!”
“이 버러지 같은 놈!”
을 통해서 빠져나온 천사들이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디버프 걸고.’
지크는 즉시 과 을 시전해 덤벼드는 천사들을 약하게 만들었다.
‘스플래시로 조진다.’
그런 뒤 스킬을 킨 뒤 로 덤벼드는 천사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죽이기 시작했다.
“악!”
“커헉!”
천사들은 그런 지크의 엄청난 화력 앞에 하나둘 쓰러져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퍼억!
가 한 천사의 머리통을 내리찍었을 때.
“크윽! 감히! 버러지 주제에!”
그 천사는 죽기는커녕,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며 지크를 향해 반격을 가했다.
“……!”
지크는 천사의 반격에 화들짝 놀라 몸을 틀었다.
그러고는 또다시 를 휘둘러 천사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그런데.
“감히!”
그 천사는 지크의 공격에 정통으로 얻어맞았음에도 악다구니를 내지르며 또다시 덤벼 왔다.
‘미친! 뭐 이렇게 강해?’
지크는 천사의 엄청난 맷집에 경악했다.
여태껏 상대해 왔던 천사들은 지크의 적수가 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을 통해 빠져나온 천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약하지 않았다.
공격력 자체는 평범했지만, 그들의 방어력과 생명력은 어지간한 탱커도 울고 갈 정도였다.
본체로 강림한 천사들의 강력함이란, 중간계의 생명체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빌어먹을!’
덕분에 지크는 을 파괴하기는커녕, 수백의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지크가 죽이는 것보다 을 통해 강림하고 있는 천사의 숫자가 더 많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입구부터 막아야 해.’
지크는 그렇게 판단을 내리자마자 스킬을 시전했다.
번쩍!
그러자 새하얀 섬광이 번뜩이며 극저온의 냉기가 지크를 포위했던 천사들을 덮쳤다.
그 다음엔?
‘일단 싹 다 녹여버리고.’
지크는 스킬을 켠 상태로 얼어붙은 천사들을 닥치는 대로 부숴 버렸다.
펑! 퍼엉!
그럴 때마다 스킬의 폭발 효과와 더불어 강력한 스플래시 데미지가 터져 나가 얼어붙은 천사들을 폭사시켜 버렸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만큼 많은 경험치가 주어졌지만, 지크에게는 알림창을 들여다보고 있을 여유라는 게 없었다.
천사들의 숫자를 어느 정도 줄여 놓았으니, 이제는 입구를 막아야 할 때였다.
“햄찌야! 버프 좀!”
“뀨! 알겠다!”
지크는 햄찌에게 버프를 요청하고는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막아야 해.’
지금으로서는 입구를 막아서 천사들이 을 넘어오는 족족 처치하는 것만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오빠!”
“태성 오빠!”
용설화와 고스란이 제일 먼저 합류해 주었다.
지크가 쏘아 올린 신호탄을 보자마자 즉시 달려와 준 것이다.
“여긴 신경 쓰지 말고!”
지크가 용설화와 고스란을 향해 소리쳤다.
“입구는 내가 막을 테니까! 천계의 문을 부숴!”
지크는 을 부술 여유가 없었다.
“죽여라!”
“어딜 버러지가 고귀한 천족의 앞길을 막는가!”
지크가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입구를 막고 있으면서 동시에 을 파괴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용설화와 고스란을 시작으로, 신성력을 가진 게이머들이 속속들이 도착해 전투에 합류해 주었다.
그들은 모두가 함께 을 공격하는 한편, 지크가 흘린 천사들을 상대하며 전투를 수행해나갔다.
한편, 지크는 미칠 지경이었다.
‘망할!’
홀로 을 가로막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사들이 강림하는 족족 최대한 빨리 죽여 버린다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게이머들이 을 공격해 준 덕분에 희망이 보였단 거였다.
[천계의 문]•HP : ■■■■■■■■□□
게이머들이 공격을 퍼붓자 절대로 파괴되지 않을 것만 같던 의 HP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됐어!’
지크는 의 HP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쾌재를 불렀다.
덕분에, 힘들지만 더욱 집중해서 바로 앞에서 버티며 강림하는 천사들을 때려 죽였다.
‘이대로…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그 다음에 내가 마무리하면 끝나.’
지크는 을 파괴하는 데 앞으로 3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지크의 생각은 옳았다.
[천계의 문]•HP : ■□□□□□□□□□
약 25분여 정도가 흐르자 의 HP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버티는 거다. 거의 다 됐어.’
지크는 동료들이 을 파괴할 때까지 이를 악물고 전투에 임했다.
그러던 중.
우웅!
갑자기 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엄청난 에너지를 토해 내었다.
“악!”
지크는 을 통해 뿜어진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 에너지가 얼마나 강력했느냐 하면, 지크의 피부가 화상을 입어 시뻘겋게 부어오를 정도였다.
그건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을 공격하던 게이머들 역시 한순간에 나가떨어져 저 멀리 날아갔다.
최후의 발악이라고나 할까?
은 파괴되기 직전 광분 상태에라도 돌입한 것 같았다.
“크, 크윽….”
지크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거의 다 됐어. 빨리 파괴하면….’
바로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이 파괴되었다.
HP가 다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폭발을 일으키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알림: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레벨 업!] [알림: 358레벨 달성!] [알림: 359레벨 달성!] [알림: 360레벨 달성!] [알림: 361레벨 달성!](중략)
[알림: 368레벨 달성!]보상이 주어지며, 10레벨이 한순간에 상승했다.
‘뭐지?’
지크는 레벨이 오른 건 좋았지만 이 스스로 파괴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해했다.
‘왜 지 혼자 파괴되고 난리….’
그 순간.
두근!
지크는 자신의 심장이 크게 두방망이질을 치는 걸 느꼈다.
찌릿찌릿!
뒤이어 온몸의 피부가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가웠다.
오싹!
그뿐만이 아니라, 한 줄기 소름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후들후들!
심지어, 두 다리가 지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벌 떨리기까지 했다.
‘이 무슨….’
지크가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에 당황할 때였다.
“징벌의 시간이다.”
파괴된 이 있던 자리에서 섬뜩한 음성이 들려왔다.
“……!”
지크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냐하면….
[대천사 라파엘]13명의 대천사 중 하나인 대천사 라파엘이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