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66
965
지크가 황급히 라파엘과의 거리를 벌린 직후.
콰아아아아아아앙!!!
천둥보다 더 큰 폭음이 울려 퍼지며, 라파엘로부터 무시무시한 에너지의 폭풍이 뿜어져 나왔다.
과연 지크의 예상대로, 엄청난 후폭풍이 터져 나온 것이다.
“크윽!”
그게 얼마나 강력했느냐면, 지크가 저 멀리 수백 미터나 날아갔을 정도였다.
의 강력한 쇼크웨이브가 라파엘의 내부에서 휘몰아치면서,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충돌을 일으키는 바람에 폭발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결과.
슈우우우우우- 콰앙!
대천사 라파엘은 조금 전 자신의 몸속에서 일어났던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저 아래로 추락한 뒤 처박혔다.
“미친.”
지크는 추락한 라파엘을 보며 만족하기는커녕, 오히려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700레벨 NPC라고 해도 그렇지, 몸속에서 이 터졌는데 버틸 줄이야….
다른 적 같았으면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거나, 혹은 안쪽에서부터 분해됐어야 정상이었을 텐데 말이다.
‘약하게 강림한 상태가 이 정도면… 온전히 강림한 상태는 얼마나 세다는 거야?’
지크는 대천사가 가진 본래 힘이 얼마나 강력할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기야, 마왕 하나가 온전히 강림하면 전 대륙에 흩어져 있던 드래곤까지 튀어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평소 힘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지크는 라파엘이 을 강제로 뚫고 나오느라 엄청나게 약해진 상태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지크는 라파엘이 쓰러진 틈을 타 끝장을 내기 위해 급강하했다.
지크와 라파엘까지의 거리는 수백 미터도 넘어서, 가는 데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끝내자.’
지크는 라파엘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자 스킬을 장전했다.
거리가 멀어 스킬을 이용해 라파엘을 저격하려는 것이다.
‘집중. 셋, 둘, 하나. 던진다.’
뒤이어 스킬을 머금은 가 쓰러져 있는 라파엘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설마 이걸 맞고도….’
지크는 라파엘이 스킬마저 버텨낼지도 모른단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지크가 가진 스킬 중 최강, 최악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라파엘을 죽이는 방법이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쒜에에엑!
그렇게 지크의 기대감을 안고 날아간 가 쓰러져 있던 라파엘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을 무렵.
덥석!
라파엘이 별안간 몸을 일으키더니 를 잡아채는 것이 아닌가.
“……!”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여태 그 누구도 스킬이 맺힌 를 잡아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감히… 네놈 따위가… 버러지 주제에….”
라파엘의 입에서 분노 섞인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감히… 감히… 네놈 같은 하등한 존재가… 나 대천사 라파엘에게 치욕을… 안겨주려고 하는가!!!”
다음 순간.
쒜에에에에에에엑!!!
라파엘이 내던진 가 총알, 아니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지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
‘주, 죽어!’
지크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저걸 맞았다간 뼈도 추리지 못할 게 분명하지 않겠는가?
쒜엑!
가 아슬아슬하게 지크를 스치고 지나갔다.
퍼엉!
는 저 멀리 날아가 멀쩡하던 건물 하나를 완전히 박살을 내 버렸다.
‘휴. 다행….’
지크는 자신의 스킬에 자신이 맞아 죽을 뻔한 불상사를 가까스로 넘기고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욱신!
가 스치고 지나간 옆구리 부분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어?”
지크는 눈앞에 어지러운 걸 느끼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스킬은 단지 스치고 지나간 것만으로도 지크에게 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생명력 또한 대부분 날아가 버려서,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되고야 말았다.
‘모, 몸이 안 움직여…!’
지크는 덕분에 하염없이 추락하다가 쿠웅! 하고 지면에 떨어지고 말았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 [알림: 기절 해제까지 앞으로 4분 59초!] [알림: 4분 58초!] [알림: 4분 57초!]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크는 추락할 당시의 충격으로 기절까지 하고 말았다.
‘아.’
게이머 한태성은 로 인해 눈앞이 시커멓게 물들자 길게 탄식했다.
설마하니 라파엘이 그런 식으로 반격을 가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제발… 제발 버텨 줘.’
태성은 동료들이 자신이 깨어날 때까지 대천사 라파엘을 붙잡아 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만약 여기서 놓쳤다간, 라파엘이 본래의 힘을 되찾은 후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한편, 라파엘은 지크를 쓰러뜨린 후 광분 상태에 돌입했다.
비록 약해진 상태로 강림했다고는 하지만, 지크에 의해 궁지에 몰리다 보니 잠재되어 있던 힘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모조리… 죽어라!”
라파엘은 분노로 이성을 잃었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지적 생명체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으악!”
“아아아악!”
“미, 미친… 커헉!”
게이머들은 분노한 라파엘을 막아 보려다가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했다.
광분 상태에 돌입한 700레벨 NPC의 무력이란 가히 엄청나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게이머들은 일개 고블린만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
“제발… 제발 무사해라. 제발.”
게이머 한태성은 자신의 캐릭터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기절해 있는 동안 간절히 빌었다.
캐릭터가 기절한 후로 무슨 일이 벌어졌든, 동료들이 라파엘을 상대로 최대한 버티면서 시간을 끌어주기 바랐던 것이다.
더불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캐릭터가 죽지 않고 무사히 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알림: 기절 해제까지 앞으로 3초!] [알림: 2초!] [알림: 1초!]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정신을 되찾았습니다!]이 해제되자 검게 물들어 있던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뀨! 주인 놈아! 이제 정신이 드냐! 뀨우!”
정신을 차린 지크를 기다리고 있던 건 역시나 소울메이트인 햄찌였다.
“…안 죽었네.”
“뀨! 그렇다! 주인 놈 아직 안 죽었다! 뀨우!”
“어떻게… 됐어.”
“뀨우… 다 죽었다… 라파엘이 동료들 다 죽였다….”
“…….”
“주인 놈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도망쳐야 한다! 뀨우! 빨리 일어나라! 얼른!”
햄찌는 그렇게 소리치며 지크를 다급히 일으켜 세워 주었다.
햄찌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간단했다.
저벅저벅-
저 멀리 피칠갑을 한 라파엘이 지크가 쓰러져 있던 장소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라파엘은 끔찍한 풍경을 등지고 있었다.
시체, 또 시체.
산더미처럼 쌓인 게이머들의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용설화, 고스란, 데이토나 등 이번 작전에 참여한 네임드급 게이머들의 캐릭터 역시도 끔찍하게 찢긴 채 나뒹굴고 있었다.
전멸.
불과 5분 사이에 최상위권 게이머들이 전부 몰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미친.”
지크는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며 기가 막혀서 혀를 내둘렀다.
위험하리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뀨우! 뭐 하냐! 주인 놈아! 빨리 도망가야 한다!”
“못 가.”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캬악! 왜 못 가냐!”
“도망칠 힘도 없어.”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마나 : ■□□□□□□□□□
•스태미나 : □□□□□□□□□□
•신성력 : ■■□□□□□□□□
현재 지크는 에서 깨어났을 뿐이지, 죽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었다.
도망치기는커녕, 사실 두 다리로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뀨우! 주인 놈아! 햄찌가 업어 준다! 그러니까 빨리 가자!”
“됐어.”
지크는 고개를 젓고는, 애써 집중력을 발휘해 스킬을 사용했다.
휘리릭!
그러자 저 멀리 날아가 있던 가 다시 지크의 손에 빨려 들어왔다.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지.”
“캬아악! 주인 놈아! 미쳤냐! 진짜 죽고 싶어서 그런 거냐!”
“누가 죽고 싶어서 그러냐? 어차피 못 도망가니까 싸우기라도 하려는 거지. 그리고….”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며 덧붙였다.
“이젠 할 만해.”
“뀨우?”
“봐.”
지크가 턱짓으로 옆을 가리켰다.
“뀨우?!”
햄찌는 지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가, 무언가 다가오고 있는 걸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왜냐하면….
“고생하셨습니다.”
대천사 미카엘.
“전하!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메타트론.
한때 천계의 대천사장이었던 자와 마왕의 아들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뀨우? 미카엘 씨랑 메타트론 여기 어떻게 온 거냐!”
햄찌는 를 찾기 위해 세계를 여행 중이던 미카엘과 메타트론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신호탄.”
지크가 대답했다.
“뀨우?”
“아까 내가 터뜨렸잖아. 그게 터지면, 통신병이 미카엘 씨랑 메타트론한테 연락하게 되어 있어.”
“뀨우우우우! 그랬던 거냐!”
“그래.”
지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근처에 있던 무너진 돌무더기에 등을 기대었다.
“아. 조금만 쉬어야겠어. 몸이 안 움직여.”
“뀨우! 그렇다! 주인 놈 잠깐이라도 휴식 필요하다!”
햄찌는 미카엘과 메타트론이 나타나자 안심이 좀 된 모양이었다.
“지크 님.”
그때, 미카엘이 지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버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뭘요.”
“이제부터는 제가 맡겠습니다.”
미카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가오는 라파엘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하, 좀 쉬십시오.”
메타트론 역시 지크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는 미카엘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지크는 지원군의 도착에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계속해서 생명력과 마나와 스태미나를 채우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근데 햄찌야.”
지크가 햄찌에게 말을 건넸다.
“저거 좀 장면이 이상하지 않냐?”
“뀨우? 그게 뭔 소리냐!”
“아니. 그렇잖아.”
지크가 라파엘을 향해 다가가는 미카엘과 메타트론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 명은 전직 대천사장. 한 명은 마왕의 아들. 저 둘이 힘을 합쳐서 대천사를 상대한다는 게 말이 되냐?”
“뀨, 뀨우?”
햄찌는 지크의 말에 순간 어리둥절해져서 눈을 끔뻑끔뻑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지크의 말마따나, 미카엘과 메타트론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라파엘을 상대하려는 모습이 어째 좀 심각하게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쩝.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싸움은 될 거 같으니까. 지켜보자.”
“뀨! 알겠다!”
그렇게 지크는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크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미카엘과 메타트론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지금의 라파엘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떨어진 생명력과 마나와 스태미나를 어느 정도 보충하고 난 다음에는 전투에 합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