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70
969
취조실로 향하던 길.
“전하께서 지나가신다!”
“방역팀! 방역팀!”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대원들이 지크의 뒤를 따르며 연신 해독 스크롤을 찢어 대었다.
혹시 지크로부터 방사능 에너지가 흘러나올지도 몰랐기에, 방역 작업을 해 가면서 뒤따랐다.
“지금은 방사능 안 나와!”
지크는 순간 짜증이 나서 방역 작업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후욱!
지크로부터 초록색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지크의 감정이 살짝 격해지면서, 또다시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진 것이다.
“앗!”
“방사능이 뿜어졌다!”
“전하! 저희가 해독하겠습니다!”
“전하께서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셨다!”
방역대원들은 지크가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자마자 더더욱 분주해졌다.
“…….”
덕분에 지크는 화조차 낼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지금은 안 나온다고 소리를 치자마자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 버렸으니, 더는 무어라 변명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휴. 내 신세야.”
지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취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취조실 안에는 이 된 아폴로나스 대사제가 지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아폴로나스 대사제는 곧 폭발할 시간이 다가왔는지, 두 눈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 그러네.’
지크는 아폴로나스 대사제를 로 만들었을 시기를 떠올리며 그러려니 했다.
의 생존 시간은 최대 168시간으로, 즉 일주일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면 체내에 있는 방사능 에너지를 터뜨리는 스킬로 자폭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잠깐. 얘 지금 한 10분밖에 안 남았는데?’
지크는 아폴로나스 대사제가 곧 자폭할 것이라는 걸 깨닫고 난감해했다.
10분이면 필요한 정보를 얻어 내기에 너무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거 어떻게 생존 시간 늘릴 수 없나?’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아폴로나스 대사제에게 방사능 에너지를 더 많이 주입해 보았다.
그 결과.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업그레이드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레디에이터]방사능 구울이 더욱 강력한 방사능에 노출되어 업그레이드된 존재.
절망군주에게 영혼의 충성을 다하는 존재이다.
절망군주의 스킬인 안에서는 모든 능력치가 150퍼센트나 상승합니다.
•타입 : 키메라(강화 인간)
•등급 : 레전더리
•레벨 : 개체의 수준에 비례함
•생존 시간 : 100년
•특이 사항 : 자폭 스킬인 은 물론, 고유 액티브 스킬인 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오?”
지크는 이었던 아폴로나스 대사제가 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보고 매우 감탄했다.
의 강력함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
그런데 새로운 액티브 스킬인 라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는 생존 시간이 기존의 일주일에서 무려 100년으로 늘어나, 반영구적인 생존을 보장했다.
지금까지 은 필요할 때마다 소량(?)씩 제작해 왔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만나는 적마다 족족 로 만들어서 부려 먹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거 개꿀인데?’
그러면 구성원 전체가 로 이루어진 부대를 만들 수도 있을 거였다.
무시무시한 방사능 에너지를 내뿜는, 살아 있는 재앙 덩어리들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것이다.
‘만나는 놈들마다 내 부하로 만들어야겠다.’
어차피 방사능 에너지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으니, 지크는 들로 이루어진 전투 부대를 하나 꾸려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지크가 고개를 돌려 아폴로나스 대사제에게 물었다.
“야.”
“예, 주인님이시여.”
이제는 가 된 아폴로나스 대사제가 지크를 향해 깊이 고개를 조아렸다.
“일루미나티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예, 주인님이시여.”
뒤이어 아폴로나스 대사제로부터 비밀 결사인 일루미나티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사실 아폴로나스 대사제에게서 들은 일루미나티에 관한 이야기는 지크가 아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창조주를 모시는 비밀 결사며, 대를 이어 활동해 왔으며, 조직원들을 포섭할 때에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꼬드긴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내용은 굉장히 중요했다.
“일루미나티가 어떻게 사람들의 신성력을 이용할 수 있었지? 천족들이 이 세계에 오려면 신도들의 믿음이 필요한데?”
“예, 주인님이시여. 그것은 매우 간단하옵니다.”
“어떻게?”
“대륙 곳곳에 세워진 신전들과 신상에는 프레이 스톤이 박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란 인간의 의지를 전하는 전도체 역할을 하는 신비한 돌이었다.
일례로, 지크는 을 에 박아 신도들의 민원과 신앙심이 신성력으로 전달되게끔 하고 있었다.
다른 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 교단마다 모시는 신을 상징하는 성물, 석상, 신전에는 을 이용하기 마련이었다.
“일루미나티는 각 교단의 프레이 스톤을 바꿔치기해서 신앙심의 주파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
“예컨대… 제가 몸담았던 치유교 교단의 신전에 가서 기도하면, 그 신앙심이 의술의 신 히포크라테스가 아닌 대천사 라파엘에게 전달되는 거지요.”
“신박하네.”
지크는 일루미나티의 수법에 혀를 내두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일루미나티의 세력이 어느 정도까지 퍼져 있는 거야?”
“제가 알기로는… 조직원들의 숫자만 다를 뿐이지 전 교단에 걸쳐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알고는 있습니다.”
“쩝. 골치 아프게 됐네. 이 자식들을 어떻게 다….”
그 순간.
“잠깐.”
지크는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야.”
“예, 주인이시여.”
“너 혹시….”
“말씀하소서.”
“석상을 제작하거나 프레이 스톤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상단 같은 거 알지? 아니면 신전을 주로 만드는 건축 회사라던가.”
“몇 개 있사옵니다만….”
“중간에 바꿔치기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드는 게 낫잖아? 일루미나티가 하루 이틀 이어져 온 조직도 아니고.”
“아!”
그때, 아폴로나스 대사제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주인이시여! 고위급 조직원들 가운데 건축가인 미켈란젤로가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래?”
“혹시 걔가 최근 신축한 신전들이나 조각상 만들었냐?”
“그러하옵니다.”
“오케이. 일단 알겠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부터 파 봐야겠네.”
“예, 주인이시여.”
“그리고….”
지크가 추가로 덧붙였다.
“니가 아는 고위급 조직원들 여기 이 종이에 아는 대로 싹 다 써. 다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 아냐. 너도 나름 고위급인데.”
“예, 주인님이시여. 그리하겠사옵니다.”
아폴로나스 대사제는 지크의 명령을 듣고 양피지 위에 자신이 아는 일루미나티의 고위급 인사들의 명단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지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왜냐하면….
“이, 이런 미친!”
아폴로나스 대사제가 아는 고위급 인사들 중에서는 강대국의 국왕이 무려 다섯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
지크가 아폴로나스 대사제를 심문하고 있을 무렵.
“마왕 전하를 뵙습니다!”
“마왕 전하를 뵙습니다!”
“마왕 전하를 뵙습니다!”
이그나토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르고 그 마력을 흡수해 새로운 마왕이 된 바로크는, 아버지의 것이었던 옥좌에 앉아 마계 제7구역의 마족들에게 사열을 받았다.
“전하, 감축드립니다.”
형석이우스가 그런 마족들을 대표해 바로크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형석이우스는 이번 반란에서 이그나토의 친위대를 성공적으로 처단한 일등 공신으로서, 이제는 명실공히 마계 제7구역의 2인자가 되었다.
“고맙다, 형석이우스.”
이제는 마왕이 된 바로크가 활짝 웃으며 형석이우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몇 시간 전 아버지인 이그나토를 자기 손으로 죽이며 그 마력을 흡수했지만, 바로크의 얼굴에 슬픔이나 죄책감 따위는 단 1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너의 노고가 컸다.”
“아닙니다. 마왕에 등극하신 걸 다시 한번 감축드립니다.”
“참, 친위대는 모두 제거했는가?”
바로크가 물었다.
“몇몇 놈들이 탈출한 것 같사오나, 추격대를 보낸 상황입니다.”
“단 한 명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 전하.”
“그중 하나라도 마계를 탈출해 형님께 가면 곤란해지니 말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형님이 마검 어벤저를 가진 이상 나 역시 100퍼센트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형님이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도망친 놈들이 형님께 가는 걸 막아야 한다.”
“흠.”
형석이우스가 이그나토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하.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솔직히 추격대가 탈출한 친위대를 잡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차라리 전하께서 형님을 마계로 초대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으음?”
“탈출한 친위대가 형님께 가기 전에, 전하께서 부르시는 겁니다. 승하하신 이그나토 전하께서 위독하시니, 급히 부른다고 연락하시면….”
“……!”
“미리 함정을 파놓고 형님을 손쉽게 제거하시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마검 어벤저를 확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형석이우스… 너는 정말….”
바로크가 형석이우스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과연 너는 내 심복 중의 심복답구나. 마족으로서 아주 훌륭하다. 어찌 그리 사악한 계획을 떠올렸는가?”
“단지 어떻게 하면 전하를 잘 보필할 수 있을지 궁리했을 뿐입니다.”
“오오! 형석이우스!”
바로크는 형석이우스가 제안한 작전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봐라! 형석이우스가 얼마나 유능한가! 이 사악함은 여느 마족에 못지않다! 참으로 된 마족이다! 참마족인 것이야!”
“예, 전하!”
그러자 마족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바로크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좋다. 형석이우스.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망극하옵니다.”
“아, 그리고….”
바로크가 옥좌에서 일어나더니 형석이우스에게 말했다.
“따로 할 이야기가 있으니 따라오도록.”
“예, 전하.”
그렇게 형석이우스는 바로크를 뒤따라 마왕 전용 집무실로 향했다.
“전하. 어인 일이십니까?”
집무실에 도착하자 형석이우스가 바로크에게 물었다.
“형석이우스.”
“예, 전하.”
“사실은 말이다….”
“……?”
“내가 이번 거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였다.
“쿨럭!”
바로크가 갑작스레 피를 토했다.
“전하!”
형석이우스가 황급히 바로크를 부축했다.
“쿨럭! 쿨럭눌럭!”
바로크는 연신 피를 토해내며 괴로워했고, 가슴팍을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불끈불끈!
그런 바로크의 혈관들은 당장에라도 터질 듯 툭툭 불거져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크, 크윽….”
바로크가 힘겨워하며 입을 열었다.
“아, 아버지의 마력이… 너무나도 강대하여… 크으으윽!”
“전하!”
“흡수하긴 했다만… 제어하기가… 크아아아아악!”
“전하, 전하!”
“한시라도 빨리 어벤저를 손에 넣어야… 그러지 않으면….”
거기까지.
“크아아아아아아악!”
바로크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부작용.
아직 마왕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주제에 억지로 이그나토의 마력을 흡수한 결과 육체가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