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79
978
드르륵!
제작 완료된 아이템을 가지러 간다던 크반트는, 망토가 잔뜩 걸린 이동식 옷걸이를 끌고 왔다.
“정확히 20벌입니다. 많이는 제작할 수 없었습니다.”
크반트가 지크에게 말했다.
“한번 보십시오.”
“예, 크반트 님.”
지크는 크반트의 말에 따라 행거에 걸린 망토를 으로 비추어 보았다.
[유령화 망토]죽음을 피하는 망토.
삼족오의 깃털로 이루어져 있기에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타입 : 의류(망토)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해당 없음
•효과 : 비물리적인 죽음에 면역
“이 망토를 입으면 어떠한 형태의 저주나 영향력 아래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반트가 말했다.
“정말요?”
“그렇습니다, 전하.”
크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리적인 충돌… 그러니까 칼에 찔린다거나 하는 죽음을 제외하면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100퍼센트 생존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오오!”
“죽음의 청기사의 권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니, 싸워 이기시면 될 겁니다.”
“역시 크반트 님!”
지크는 크반트의 엄청난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의 고유 권능인 죽음을 피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믿고 있었습니다!”
“껄껄! 믿음에 보답할 뿐이지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크반트가 고개를 저었다.
“전하께서 이 세계를 수호하시는데 이 늙은 드워프의 재주가 요긴하게 쓰인다니, 제가 더 영광입니다. 전하의 업적과 함께 비머리언 공방과 이 늙은 드워프의 명성 또한 드높아질 텐데, 제가 더 고마운 일이지요.”
“크반트 님….”
지크는 크반트에게 또다시 감동해 버렸다.
장인.
그 어떤 아이템이든 요구 사항대로 뚝딱 만들어 주는 크반트의 활약상이란, 실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지크가 여태껏 이룩한 업적들 모두 크반트가 제작한 아이템들의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해도 무방했다.
“제가 꼭 역사서에 크반트 님을 전설의 대장장이로 기록되게끔 하겠습니다.”
“저야 영광이지요.”
“약속드리겠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의 최종 업그레이드 버전인 헤르베르트의 유작을 완성하리라 다짐했다.
‘뭐가 남았더라?’
지크는 헤르베르트의 유작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다시 한번 체크해 보았다.
[헤르베르트의 설계도]궁극의 살상 병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설계도. 그랜드 마스터급 대장장이에게 이 설계도와 함께 재료를 가져다주면 헤르베르트가 꿈꾸던 궁극의 살상 병기를 완성할 수 있다.
•타입 : 레시피 (세계급 무기 조합법)
•재료 :
– 신의 지팡이 × 1
– 만능 기계장치 × 1
– 크로매틱 드래곤의 뿔 × 1
– 뱀파이어 로드의 영혼 × 1
– 태풍의 눈 × 1
– U등급 마정석 × 3
– 마왕의 심장 × 1
남은 재료는 단 두 개.
은 도대체 어디서 구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고 은 사실상 얻기가 불가능한 재료였다.
‘아니지.’
생각해 보니 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메타트론한테 부탁해 볼까? 아버지 돌아가시면 심장 좀 기증해 달라고?’
메타트론의 아버지인 이그나토가 오늘내일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으므로, 장기 기증 형태로 심장을 기부받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메타트론 걔가 얼마나 효자인데. 요즘은 정신도 차렸는지 나름 똘똘해지기도 했고… 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덜컥 장기를 기증해 달라고 어떻게 말을 꺼내.’
지크는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그 생각은 일단 접어 두었다.
‘어떻게 마왕 하나 사냥할 방법 없으려나?’
지크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크반트와 비머리언 공방을 위해서라도 를 세계급 무기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다.
‘어? 그러고 보니….’
지크는 문득 세계급 아이템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진짜 그런 물건이 있기는 한가 싶었던 것이다.
“크반트 님.”
“예, 전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크가 조심스레 말했다.
“세계급 아티펙트가 실존하긴 하나요?”
“음!”
크반트는 지크의 질문에 약간은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문헌이 몇 개 있습니다.”
“그래요?”
“예컨대… 바다 전체를 갈랐던 기적의 검이 있겠지요.”
“바다 전체를 갈라요?”
“그렇습니다.”
“그, 그게 가능해요?”
지크는 일전에 바다의 신 넵튠의 힘을 빌려서 해일을 일으켰던 걸 떠올리며 놀랐다.
해일만 해도 그 파괴력이 재앙 그 자체인데, 바다 전체를 반으로 갈랐다면 그 권능이 얼마나 강한지는 두말하면 입 아픈 거였다.
“예, 그런 일이 있었다고 기록은 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크반트가 고대 서적을 대륙 공용어로 번역해 필사한 양피지를 지크에게 넘겨주었다.
“두어 개가 더 있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도 없지만 말입니다.”
“그렇군요.”
지크는 크반트가 건네준 양피지를 펼쳐서 읽어 보다가, 한 아이템에 시선을 빼앗겼다.
[회귀의 토끼발]이 세상 모든 것을 원하는 지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세계 등급의 아티펙트.
과연 세계 등급의 아이템이라고 할 만한 능력을 지닌 이 지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회귀의 토끼발이라….”
지크가 을 보고 놀라서 크반트에게 물었다.
“이거 과거로 돌아가는 거 아닙니까? 이런 아티펙트가 있어요?”
“역시.”
크반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회귀의 토끼발에 관심을 가지실 줄 알았습니다. 허허허.”
“이게 정확히 어떤 아티펙트죠?”
“고대 문헌에 의하면… 과거에 그런 적이 딱 한 번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 회귀의 토끼발을 이용해 이 세상을 3년 전으로 되돌렸단 기록이 있습니다.”
“시간 여행?”
“엄밀히 따지면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음?”
“회귀의 토끼발은 이 세상 모든 만물을 물리적으로 되돌릴 뿐이지, 진짜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서에도 사용 기록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냥 이 세계를 조작하는 것이지요.”
“아!”
지크는 크반트의 말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시간이 되돌려졌단 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거네요? 그래서 역사서에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역시 현명하십니다.”
크반트가 지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시간 여행이 아니라고는 해도… 현재를 과거와 똑같이 되돌려버리는 현실 조작 아이템이라… 과연 세계급이라고 할 만하네. 가만, 이거 완전 빽섭이잖아.’
빽섭.
서버에 오류가 나서, 게임의 시간대가 과거로 되돌아가는 버그.
은 그 빽섭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고작 한 시간을 되돌렸을 때도 엄청났었는데.’
사실 지크는 1년도 더 전에 한 시간짜리 빽섭을 일으켰던 경험이 있다.
[기적의 모래시계]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대의 마법이 깃든 모래시계.
사용 시 1시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타입 : 액세서리(소모품)
•등급 : 에픽
•주의 사항 : 이 아이템은 사용 직후 파괴됩니다.
오즈릭 교단과의 전투 당시 를 사용해서 한 시간짜리 빽섭을 일으켜 세계를 구해 낸 적이 있었다.
단 한 시간의 빽섭으로도 그런 드마라틱한 변화를 일으켰는데,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시간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오싹!
지크는 이 어떠한 파급력을 갖는지 깨닫자 너무 무서워졌다.
‘누가 이걸 이용해서 빽섭을 일으키고 음모를 꾸민다면… 엄청나겠는데?’
지크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치던 순간.
‘어?!’
지크는 문득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전하, 왜 그러십니까?”
크반트가 지크의 반응을 보고 이상해서 물었다.
하지만 지크는 크반트에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걸 잃기 싫다면, 제안을 받아들여.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아닌 일개 마법사인 태성 말야.] [우리에겐 너를 그때 그 시절로 되돌릴 힘이 있어. 모든 걸 되돌릴 힘이.]이라는 세계급 아이템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일루미나티의 마스터가 했던 경고가 불현듯 뇌리를 스쳤던 것이다.
‘설마… 그 경고가… 회귀의 토끼발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거였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단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마스터가 했던 얘기들은 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고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자식이 회귀의 토끼발을 가지고 있다면….’
지크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나한테 당해 준 다음 시간을 되돌려서… 시행착오를 수정하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오싹!
지크는 소름이 끼쳐서, 으슬으슬 몸을 떨었다.
‘이건 진짜 최악의 사태가….’
그때였다.
“전하, 전하?”
지크의 귓가에 크반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예?”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그게….”
“전령이 왔습니다.”
“그래요?”
고개를 돌려보니 전령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전하를 뵙습니다.”
“예,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케이오스 부시종장이 전하께 전달사항을 올렸습니다.”
“내용이 뭡니까?”
“그것이….”
전령은 케이오스가 메타트론을 구하러 마계로 향했단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예, 전하.”
“이런 젠장….”
지크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메타트론이 위험에 처했으니 기꺼이 도와줄 생각은 있는데, 하필 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도저히 몸을 빼는 게 불가능했다.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지크가 입을 열었다.
“예, 전하.”
“혹시나 추가적인 보고가 들어오면, 바로 알려주세요.”
“그리하겠사옵니다.”
지크는 어쩔 수 없이 메타트론을 도와주기를 포기하고 부터 처치하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메타트론이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죽지 말고. 살아만 있어. 어떻게든 도와줄게.’
지크는 지금쯤 마계에서 고초를 겪고 있을 메타트론을 떠올리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갈까요?”
“네, 여보.”
지크는 브륜힐트와 함께 로 향했다.
브륜힐트를 데려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는 불사조의 화신과도 같은 로 전직한 상태.
생명의 화신인 테라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불사조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브륜힐트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앞은 그야말로 죽음의 영역으로 변해 있었다.
시체, 또 시체.
폭주해서 붉게 달아오른 주변은 온통 시체로 가득했다.
스으으!
또한,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색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아 있어 그 불길함이 더욱 흉흉했다.
“왔냐?”
그때, 기다리고 있던 천우진이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우진은 승구, 고스란, 데이토나, 용설화, 용태풍, 박기돈, 한상기, 김한용, 김기태, 그리고 베오울프 등의 고레벨 게이머들과 함께 지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뭐야?”
지크가 앞을 가리키며 천우진에게 물었다.
“뭐긴 뭐야. 다가가면 죽는 거지.”
천우진이 대답했다.
“저 안개에 닿기만 해도 죽어. 그냥 즉사야.”
“그래?”
“던전 클리어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여섯 시간? 정도. 그 안에 들어가서 클리어를 해야 해. 안 그러면 죽음의 청기사가 빠져나올… 으응?”
천우진은 말을 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자자. 패 돌립니다. 장난질 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다들 아시죠?”
지크가 천우진의 말에 대꾸하기는커녕,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테이블과 의자 등을 꺼내더니 을 즐기기 위한 세팅이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