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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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석이우스가 비상을 걸었단 소식이 바로크의 귀에 들어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형석이우스. 무슨 일이냐?”
바로크는 형석이우스를 찾아가 갑자기 경비 병력을 늘린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 오고 있습니다.”
형석이우스가 바로크에게 말했다.
“그 빌어먹을 자식…?”
“한태ㅅ… 아니,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오고 있습니다.”
“뭐…?”
바로크는 형석이우스의 답변을 듣고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바로크가 생각하기에, 모험가인 지크가 마계 제7구역까지 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얌전히 중간계에 짱박혀 있어도 모자랄 판국에 마계까지 제 발로 기어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크가 제아무리 날고 기는 모험가일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중간계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기도 했다.
이곳은 마계.
상위급 마족만 되어도,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간을 능히 상대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들이 감히 넘볼 곳이 아닌 것이다.
그 강력한 지적 생명체인 드래곤들마저도 마계에서는 한 수 접어 주는 판국인데, 여기가 어디라고 모험가 따위가 온다는 말인가?
“형석이우스. 어디 아픈가?”
“예?”
“갑자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요즘 업무가 과다해서….”
“아닙니다.”
형석이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느낄 수 있습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마계에 온 게 틀림없습니다.”
“느낄 수 있다…?”
“예, 전하.”
“어떻게?”
“그 빌어먹을 놈이 접근하면… 제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도대체 뭐라는 건가?”
바로크는 형석이우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단 1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특별한 징후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형석이우스? 특별한 증거도 없이?”
“바로크 전하! 저와 그 빌어먹을 놈은 벌써 5년 가까이 악연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으음?”
“그동안 그 자식과 얼마나 많이 부딪히고 싸웠는지 아십니까? 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 빌어먹을 자식을 감지할 수 있단 말입니다!”
“그, 그렇군….”
“그 자식이 메타트론을 구하러 마왕성에 침투해 올 겁니다.”
“확신할 수 있나?”
바로크가 형석이우스에게 물었다.
“그놈 입장으로 보면 마왕성은 무덤이나 다름없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마왕성에 침투하리라고 확신하나?”
“예! 확신합니다!”
형석이우스의 대답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 자식은 무모하기가 이를 데 없는 놈입니다. 그리고 근성도 남다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일수록 그놈을 더 자극하는 흥분제 역할밖에는 안 됩니다. 그러니, 재미를 위해서라도 올 겁니다.”
“허….”
“전하, 어쩌면 그 자식을 잡을 좋은 기회입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질 않습니까?”
형석이우스가 힘주어 말했다.
“미리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는 겁니다. 그럼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뒤엔?”
“익히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벤저는 그 자식에게 있습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도 잡고, 어벤저도 확보하시는 겁니다.”
“오오!”
바로크는 형석이우스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만약 지크가 정말로 마왕성에 온다면,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오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지크도 죽이고, 어벤저도 뺏고, 그 다음엔 메타트론까지 처치한다?
바로크로서는 일생일대의 큰 기회였다.
“좋다, 형석이우스.”
바로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제 발로 마왕성까지 찾아온다면, 나는 비로소 진정한 마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전하.”
“작전은 형석이우스 네가 직접 지휘하도록.”
바로크가 굳이 형석이우스에게 작전을 맡긴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욱신욱신!
현재 바로크는 마왕의 마력을 감당하지 못해서, 심장이 계속해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나서기가 매우 힘들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형석이우스가 굳은 어조로 말했다.
“반드시… 이번에는 그 망할 자식에게 지옥을 선물해 주겠습니다.”
형석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한편, 지크 일행은 마왕성 지하에 자리한 하수도를 통해 메타트론이 갇혀 있는 지하 감옥까지 쭉 직진했다.
“잠깐 대기.”
지크는 어느 정도 깊숙하게 들어왔다 싶어 보이자 을 꺼내 마왕성 전체를 스캔해 보았다.
그 결과.
“어우야….”
지크는 마왕성 안에 마족들이 득실거리는 걸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뭐 이렇게 많아?”
심지어, 마왕성에 있는 마족들은 삼삼오오 조를 짜서 이동하고 있는 듯했다.
“뀨! 주인 놈아! 이거 경비가 너무 삼엄한 거 아니냐!”
“그, 그러게….”
“뀨우! 이거 들어가면 자살행위다!”
햄찌의 말은 옳았다.
지금 마왕성에 들어갔다간 순식간에 포위당할 테고, 그렇게 되면 죽음뿐이었다.
‘감옥은 어떻지?’
지크는 마왕성이 아닌 메타트론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감옥도 스캔해 보았다.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틈도 없잖아?’
지크는 감옥에도 엄청난 숫자의 경비병들이 득실대는 걸 보고 그만 기가 질려 버리고 말았다.
이쯤 되면 몰래 침투하는 게 아예 불가능했고,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야 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메타트론이 갇혀 있는 감방의 위치 역시도 경비병들이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어서, 도저히 은밀하게 접근할 수가 없어 보였다.
“어떤가?”
샤키로가 지크에게 물었다.
“어떻게 파고들 틈이 있나?”
“없습니다, 샤키로 사부님.”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안 들키고 메타트론을 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으음.”
“메타트론이 갇혀 있는 감방 밑으로 구멍이라도 내지 않….”
그 순간.
“어?!”
지크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하던 말을 멈추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지금 지크가 있는 곳은 지하 3층이라고 봐도 좋았다.
마왕성이 1층.
그 밑의 여러 시설물이 자리한 곳이 지하 1층.
감옥이 지하 2층.
그리고 하수도가 지하 3층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 밑에서부터 구멍을 파는 거야!’
지크는 메타트론이 갇혀 있는 감방까지 구멍을 파서 침투해야겠단 결정을 내렸다.
경비 병력이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침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투를 치르기보다는, 차라리 개구멍을 하나 파서 메타트론만 쏙 빼 오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딱히 다른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갑시다.”
결정을 내린 지크는 휘적휘적 걸어서 메타트론이 갇혀 있는 감방 바로 밑으로 이동했다.
그런 뒤 를 야전삽 형태로 바꾸어 천장을 파기 시작했다.
“…….”
“…….”
“…….”
일행은 지크가 진짜로 천장을 파기 시작하자 할 말을 잃어버린 채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푹, 푸욱!
지크는 열심히 천장을 파면서, 사람이 드나들 만한 크기의 구멍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
“…아버님.”
한편, 메타트론은 사지가 꽁꽁 묶인 채 매달려 있는 상태로 이그나토를 떠올렸다.
[이런 멍청한 녀석!] [네놈이 내 아들이란 게 수치스럽구나!] [왜 그리도 못난 것이냐! 이 모자란 것아!]사실 메타트론이 가진 이그나토에 대한 기억이란, 언제나 호통을 내지르는 모습뿐이었다.
이그나토가 장남인 메타트론에게 거는 기대가 워낙에 컸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그런데도, 메타트론은 이그나토가 호통치던 모습마저도 그리워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그나토는 소멸한 지 오래고, 이제는 화를 내던 모습조차도 영영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을….
“아버지께 훌륭한 마족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찌… 어찌 그렇게 가셨습니까….”
이그나토를 그리워하는 메타트론의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버지… 이 못난 아들은… 끝까지 모자란 놈입니다… 아버지께 효도다운 효도 한 번을 못 했는데… 아버지의 복수조차 못 해 드리고….”
그렇게 메타트론은 몇 날 며칠을 고통스러워하며, 죽을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곧 붙잡힐 것만 같았던 케이오스는 아직도 잡혀 오지 않았다.
게다가 바로크 역시도 며칠째 메타트론을 찾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메타트론은 그저 감방에 갇힌 채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와 이그나토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슥, 스윽!
메타트론은 문득 자신의 귀를 파고드는 소리에 눈을 돌렸다.
‘뭐지? 이 소리는? 쥐라도 있는 건가?’
뭔가 서걱서걱 가는 소리 같기도 한데,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걱대던 소리가 몇 분쯤 흘렀을 때였다.
“으음?”
메타트론은 자신이 묶여 있는 형틀의 바닥이 원형으로 금이 가는 걸 발견했다.
푹, 푸욱!
이윽고 구멍은 점점 더 커졌다.
‘이 무슨…?’
그로부터 약 5분 후.
“아오.”
바닥에 뚜껑이 열리더니, 얼굴에 흙과 모래를 잔뜩 뒤집어쓴 지크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저, 전하?!”
메타트론은 지크가 바닥을 뚫고 나타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야, 이.”
지크가 그런 메타트론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조용히 안 해?”
“……!”
“아주 광고를 해라? 광고를?”
“죄, 죄송합니다….”
메타트론이 슬쩍 주변을 돌아보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행스럽게도, 간수들이 담당 구역 순찰이라도 나갔는지 감방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전하… 어떻게 여기까지….”
“보면 모르냐? 구하러 왔지.”
“저, 전하….”
메타트론은 지크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친동생인 바로크는 아버지를 죽이고, 이제는 메타트론까지도 죽이려는데 생판 남인 지크가 자신을 구하러 찾아올 줄이야….
그것도 이 무시무시한 마계까지 말이다.
“감동했냐?”
“예….”
“자식.”
지크는 히죽 웃어 보이고는, 메타트론에게 주의하라고 하였다.
“니 맘 알겠으니까, 일단 얌전히 있어.”
“예…?”
“간수들이 한눈파는 사이에 수갑도 제거하고 발목에 찬 쇠사슬도 풀어야 하니까. 일단 평소처럼 행동해.”
“아, 알겠습니다.”
메타트론은 지크의 지시에 따라 평소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아무 일도 없는 척을 했다.
지크는 그러는 동안 잠깐씩 감방으로 올라가 메타트론의 손목에 찬 수갑과 발목에 찬 쇠사슬을 차근차근 풀어주었다.
그로부터 약 세 시간 뒤.
“야, 가자.”
“예.”
지크와 메타트론은 간수들이 교대하러 간 사이에 재빨리 구멍 밑으로 기어 내려간 뒤 뚜껑을 닫았다.
급하게 만든 허접한 뚜껑인지라 금세 발각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전하!”
케이오스는 메타트론과 재회하자 매우 기뻐했다.
“케이오스!”
“크흑! 전하! 이렇듯 다시 뵙게 되어 너무나도….”
“케이오스… 역시 넌….”
하지만 지크는 메타트론과 케이오스가 청승을 떨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둘 다 나중에 하고 빨리빨리 움직여. 기껏 탈출해 놓고 여기서 뒈지고 싶냐?”
지크는 이곳이 마왕성 지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에, 1분 1초라도 빨리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대화는 나중에 나누고, 다들 갑시다. 얼마 안 돼서 발각될 테니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즉시 출구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를 비웠던 간수들이 돌아오면 메타트론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될 터, 그럼 제7구역 전체에 적들이 쫙 깔릴 게 분명했다.
“더 빨리! 놈들이 알아채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도망쳐야 해!”
그래서 지크는 일행을 독촉하는 한편,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수도 안을 질주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