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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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부관은 형석이우스의 명령에 의아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형석이우스가 부관의 물음에 대답했다.
“저 영감탱이의 집에 놈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예?!”
부관은 형석이우스의 말에 깜짝 놀랐다.
“초, 총사령관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발라그 님은 우리 제7구역의 원로 중의 원로이십니다. 그런 발라그 님이 반역자들을 숨겨 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그래서 더 수상해.”
형석이우스가 딱 잘라 말했다.
“오래전 은퇴해서 자취를 감추었던 원로가 뜬금없이 여기 있는 게 이상하지 않나?”
“그건….”
“게다가 저택은 관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더군.”
“으음!”
“그리고.”
형석이우스가 덧붙였다.
“마계의 원로라면 지금의 마왕이신 바로크 전하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솔직히… 그건 그렇습니다.”
부관이 형석이우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직 바로크 전하께서는 정당한 마왕으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계신 상황이니… 원로들도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지요.”
“바로 그거다.”
“마땅히 다른 후계자가 없으니 지켜보는 것이긴 한데… 이그나토 전하께 충성을 바치던 원로들의 경우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비협조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딱히 훼방을 놓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저 영감탱이가 반역자들을 숨겨 주고 있을 거로 추측한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법도 합니다. 물론 발라그 어르신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는 할 겁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형석이우스는 이미 발라그를 반역자라고 생각했기에, 후폭풍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당장 전 병력을 집결시켜라.”
“예, 총사령관님.”
그렇게 형석이우스는 발라그의 저택 주변에서 대기하며, 병력이 모여들기를 기다렸다.
‘한태성. 딱 걸렸어. 쥐새끼처럼 여기 숨어 있었네. 기다려라. 이번엔 내가 널 개박살을 내줄 테니.’
형석이우스는 잠자코 병력을 기다리며, 지크에게 복수할 순간만을 기다렸다.
이곳은 마계.
게다가 최상급 마족으로 거듭난 형석이우스에게는 지크를 충분히 박살낼 힘이 있었다.
그리고 수만에 달하는 군대가 형석이우스를 뒷받침하는 중이었다.
즉, 이번만큼은 형석이우스가 포식자의 입장인 것이다.
***
발라그는 형석이우스 일당을 돌려보낸 후 다시 지하실로 내려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별문제 없었네.”
“그래요?”
지크가 벽에 기댄 채 물었다.
“순순히 가던가요?”
“순순히 안 가려는 걸 나를 알아보는 마족들이 있어서 건드리지 못한 것 같더군.”
“아하!”
“내가 들어와서 확인해 보라고까지 했는데, 굳이 들어와서 수색하지 않은 걸 보면 그냥 넘어갈 모양일세.”
“그럼 다행이네요.”
“형석이우스라고 했던가? 새로운 총사령관이었는데….”
“예?!”
지크는 이 저택에 찾아온 게 다름 아닌 형석이우스였단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형석이우스요?”
“그렇다네. 아는 사이인가?”
“알죠. 잘 알죠.”
지크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죠.”
“그렇구먼.”
“아아.”
지크가 근처에 있을 형석이우스를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형석이 마렵다… 하앍….”
햄찌는 그런 지크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주인 놈… 저러다 진짜 형석이우스 없으면 어떻게 사냐. 뀨우. 금단 현상으로 죽을 거다.”
이쯤 되면, 지크는 형석이우스 없이는 죽고 못 사는 몸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적어도 6개월 한 번쯤은 형석이우스를 괴롭혀 주어야 욕구 불만이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 욕구 불만이란 게 오직 형석이우스를 괴롭힘으로써 풀리는 것이기도 했고.
“아무튼, 다행이네요. 근데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게….”
그때.
“어?”
지크는 말을 하던 중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던 적 중 50퍼센트 이상이 일제히 움직이는 걸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몰라서 를 켜 놓았던 것이다.
‘뭐지? 왜 갑자기 움직이지?’
지크는 적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적들이 이동하는 방향이 마치….
‘여기잖아?!’
지금 지크가 숨어 있는 발라그의 저택 쪽이었던 것이다.
“망할!”
지크는 적들의 움직임을 간파하고는, 버럭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미카엘이 지크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걸린 것 같네요.”
지크가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
“음? 걸렸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발라그가 지크에게 물었다.
“그냥 돌아갔는데?”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적들의 움직임을 보니까 여기로 오고 있는 게 맞습니다. 말은 그냥 돌아간다고 한 거고, 실상은 의심한 겁니다. 아니, 확신한 거죠. 우리가 여기 있다고.”
“허….”
“이거 진짜….”
지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했다.
“X됐네요.”
비속어긴 했지만, 그게 딱 알맞은 표현이었다.
전력의 열세인 상황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포위당하게 생겼으니, 정말이지 큰일이 난 것이다.
“어, 어떻게 합니까?”
케이오스가 지크에게 물었다.
“어떡하긴. 일단 여기서 탈출해야지. 이대로 포위당하고 싶어?”
“하지만 어디 갈 곳도….”
“있지, 왜 없어.”
“예…?”
“일단 여길 탈출해서….”
지크가 말했다.
“데몬 뱅크로 가면 돼.”
“예? 갑자기 데몬 뱅크를 왜….”
“왜긴 왜야?”
지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포위당하기 전에 뚫고 나가서 데몬 뱅크를 점거하는 거지. 그리고 내가 가진 소울 코인을 마력으로 환전해서 쟤한테 몰아주고.”
지크가 메타트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쟤가 세지겠지? 쟤가 세지는 동안 우린 데몬 뱅크를 점거하고 버티는 거야. 쟤가 세져서 나올 때까지만.”
지크의 그 말이 끝나던 순간.
“……!”
“……!”
“……!”
햄찌, 메타트론, 케이오스, 미카엘, 샤키로, 그리고 발라그는 지크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지금 지크가 제시한 방법이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였으니까.
어렵지만,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뀨우! 주인 놈아! 주인 놈은 천재냐! 뀨우우우!”
햄찌가 크게 감탄하며 지크를 칭찬했다.
“역시 전하이십니다.”
“오오!”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도 놀랐다.
“지크 님의 지략은 보통이 아니시군요.”
“훌륭한 전술이다.”
미카엘과 샤키로도 마찬가지.
“으음! 전략적으로 탁월한 선택이구먼!”
발라그 역시도 지크가 제안한 방법에 매우 감탄하며, 지지를 보냈다.
“갑시다.”
지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를 꽉 움켜쥐었다.
일단 방법을 정했으니, 이제는 움직일 때였다.
적들이 몰려들고 있어 1분 1초도 아쉬운 상황에, 더는 쑥덕이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
한편, 형석이우스는 멀리서 발라그의 저택을 지켜보고 병력이 모여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라그의 저택 앞에는 약 100여 명의 병사가 몸을 숨긴 채 대기하는 중이었다.
‘빨리 와라. 빨리.’
형석이우스는 불러 모은 병력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지크를 잡아 죽일 생각에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한 10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바로 그 순간.
콰앙!
안 그래도 반쯤 부서져 있던 발라그의 저택 문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며, 지크 일행이 튀어나왔다.
“……!”
형석이우스는 지크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본래 형석이우스의 의도대로라면 병력이 모두 모일 때까지 안쪽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어야 했는데, 벌써 튀어나올 줄이야….
“한태성 이 눈치 빠른 새끼!”
형석이우스는 지크가 자신의 의도를 귀신같이 알아차렸다는 걸 깨닫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여간에, 뭔가 일을 꾸미는 사람에게는 눈치 빠른 놈들이 눈엣가시이기 마련이었다.
“놈들을 잡아!!!”
형석이우스의 입에서 고함이 터졌다.
“잡아라!”
“반역자들을 처단하라!”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지크 일행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벌어진 전투.
“으악!”
“으아아아악!”
그러나 형석이우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투는 지크 일행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발라그.
마계 제7구역의 원로 중의 원로이자 한때는 투신(鬪神)이란 칭호를 거머쥐기도 했던 절대 강자.
지금은 많이 쇠락하기는 했지만, 발라그는 전성기 시절 마왕 이그나토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런 발라그가 자신의 무력을 100퍼센트 발휘했으니, 형석이우스의 부하들이 학살당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촤락! 촤라락!
발라그의 채찍은 마계에서만 채굴되는 특수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채찍 마디마디에 시퍼런 칼날이 달린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이른바 이라 불리는 이 채찍은, 단순히 적들을 후려치는 것만이 아니라 작고 예리한 칼날로 베어 버리는 악마의 무기였던 것이다.
게다가 적을 휘감은 다음 칼날을 이용해 두 동강 내 버리는 것도 가능했으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재앙이라 할 만했다.
“이런 개 같은! 물러서지 마라! 싸워라! 싸우란 말이다!”
형석이우스는 그렇게 소리치며 황급히 자신의 주특기인 버프 능력을 끌어올렸다.
우웅!
뒤이어 마족 병사들에게 형석이우스의 강력한 버프들이 차례차례 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 일행은 전투를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
호다닥!
발라그가 한 차례 무력을 뽐내 적진을 와해시켜 놓자마자 다 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형석아!”
지크가 칭호를 켠 채로 도망치며, 형석이우스에게 소리쳤다.
“나 잡아 봐라~!!!”
그 순간.
빠직!
형석이우스는 혈압이 치솟아 올라 그만 쓰러질 뻔했다.
지크의 저런 뺀질뺀질하면서도 얄밉고, 또 능글맞은 모습이 형석이우스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 이이….”
형석이우스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분노를 토해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알림: 경고, 경고!] [알림: 사용자의 혈압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알림: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10초 후 접속을 종료합니다!] [알림: 10, 9, 8….]형석이우스는 뇌경색으로 두 번이나 쓰러진 전적이 있어서,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캡슐이 자동으로 게임을 종료하고 작동을 중지하게끔 세팅이 되어 있었다.
“차, 참아야 돼… 참아야… 숨… 숨 쉬자… 숨… 후-하- 후- 하-!”
형석이우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크게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다스렸다.
의사가 말하길, 만약 한 번만 더 쓰러지면 그땐 입이 돌아가고 사지가 마비되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식물인간이 되거나 뇌사 상태에 빠질 거라고 했다.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는 확실한 경고였다.
‘아, 안 돼… 참아야 돼… 숨 쉬자… 숨….’
그래서 형석이우스는 살기 위해 분노를 억누르며,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뭣들… 해… 쫓아… 얼른… 한 명도 놓쳐선… 안 돼….”
“예! 총사령관님!”
부관은 혈압이 올라 휘청대는 형석이우스를 대신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뭣들 하는가! 어서 놈들을 추격하라! 반역자들을 처단하라!”
“예!!!”
그렇게 형석이우스가 지휘하는 군대는 도망치는 지크 일행을 뒤쫓아 내달렸다.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