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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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은 지크와 메타트론을 VIP 전용 마력 인출실로 안내해 주었다.
마력 인출실 안에는 마치 관처럼 생긴 검은색 캡슐이 하나 있었고, 캡슐에는 수없이 많은 금속 재질의 호스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저 금속 재질의 호스들을 통해 인출한 마력이 캡슐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메타트론에게 흡수되는 모양이었다.
“지크프리트 고객님.”
지점장이 지크에게 말했다.
“여기 보이십니까?”
지점장이 캡슐 옆에 자리한 자그마한 구멍을 가리켰다.
“여기 소울 코인을 넣으시면 됩니다. 그럼 자동으로 마력이 인출됩니다.”
“그래요? 잠시만요.”
지크는 지점장의 안내에 따라 자그마한 구멍 앞으로 가서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고는 구멍에 가진 들을 모조리 때려 박기 시작했다.
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러자 8억 4,000개가 넘는 들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구멍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알림: 을 마력으로 환전하셨습니다!] [알림: 을 마력으로 환전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을 마력으로 환전하셨습니다!]그러나 지크가 가진 의 양이 워낙 많아서, 코인을 투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젠장.’
지크는 밖의 상황을 상상하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힘들 텐데.’
입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좁은 입구를 두고 지크의 동료들과 바로크의 부하들이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빨리 가야 돼.’
그러나 의 개수에 비례해 인출 속도가 느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10분이 지난 후.
쨍그랑~!
마지막 이 들어갔다.
“이제 여기 들어가시면 됩니다, 메타트론 님.”
“아, 예.”
메타트론은 지점장의 안내에 따라 8억 4,500만 개가 넘는 이 충전된 캡슐 안에 누웠다.
이제 캡슐의 뚜껑이 닫히면, 막대한 양의 마력이 메타트론에게로 들어갈 것이었다.
“기분이 어때?”
지크는 마력인출실을 떠나기 전 메타트론에게 물었다.
“떨리냐?”
“아닙니다.”
메타트론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오직 강해져야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좋아, 그런 자세.”
지크가 메타트론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강해져서 돌아와.”
“예, 전하.”
“좋은 시간 보내~.”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메타트론이 들어가 있는 캡슐의 뚜껑을 손수 닫아 주었다.
그러고는 지점장을 돌아보았다.
“시작하시죠.”
“예, 고객님.”
지점장이 캡슐 옆에 있던 검은색 레버를 당겼다.
우웅!
그러자 마력 저장고에 있던 마력들이 금속 호스들을 통해 캡슐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까?”
“그렇습니다, 고객님.”
지점장이 지크의 물음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지크는 즉시 발걸음을 돌려서 마력인출실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
같은 시각.
“후우.”
바로크는 분노로 인해 길길이 날뛰던 마력을 겨우 진정시키고, 어전으로 나섰다.
“마왕 전하!”
그때, 그의 친위대원 중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와 보고했다.
“드디어 반역자들을 잡았다고 합니다!”
“뭐라?”
바로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반역자들을 잡았다고?”
“예! 마왕 전하! 아직 완전히 잡은 건 아니긴 한데, 거의 다 잡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상세히 보고하라.”
“예, 마왕 전하. 현재 반역자들이 데몬 뱅크를 점거한 채 농성 중입니다. 형석이우스 총사령관이 이끄는 우리 군이 데몬 뱅크를 포위한 상태입니다. 놈들은 독 안에 든 쥐에 불과합니다, 마왕 전하.”
“오오오!”
바로크는 친위대원의 보고를 받고 매우 좋아했다.
메타트론 일당이 를 점거한 상황이라면, 사실상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버텨 봐야 얼마나 버티겠는가?
결국엔 지칠 대로 지쳐서 진압당할 텐데.
“형석이우스….”
바로크는 이번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형석이우스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네가 드디어 임무를 완수하는구나. 믿고 있었다. 흐흐흐.”
바로크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흘리며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친위대를 소집하라. 데몬 뱅크로 갈 것이다.”
“예?”
친위대원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접 가십니까?”
“물론이다.”
바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역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닌가? 게다가 어벤저도 확보할 기회이니 당연히 직접 가 보는 게 옳겠지.”
“알겠습니다, 마왕 전하. 즉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바로크는 를 점거한 지크 일행을 사냥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게 되었다.
***
입구에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으악!”
“으아아아악!”
“죽어라!”
형석이우스가 이끄는 군대는 발라그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하루살이 신세조차 되지 못했다.
일방적인 학살.
시체가 쌓이다 못해 의 입구에 언덕을 만들었고, 그 덕에 형석이우스와 그 부하들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단 한 발자국도 넘어가지 못하리라!”
발라그는 마치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비처럼 의 입구를 철통같이 가로막고 버텼다.
미카엘의 활약도 눈부셨다.
비록 날개를 다 찾지 못해 전성기 시절의 무력은 꿈도 꿀 수 없지만, 그럼에도 미카엘은 강했다.
지난 여정을 통해 네 장의 날개를 되찾은 상태였기에, 어중이떠중이들은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전투력을 발휘하는 건 가능했다.
게다가 전직 대천사장으로서의 전투 경험과 실력 역시, 미카엘로 하여금 가진 힘보다 더욱 강력한 무력을 뿜어내는 걸 가능하게 했다.
“후우!”
“헉… 허억….”
그렇게 미카엘과 발라그는 서로에게 등을 맡긴 채로,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보시오, 미카엘 대천사장.”
발라그가 미카엘을 향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런 날이 있을 줄 알았소?”
“당연히 몰랐습니다.”
미카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몰랐소. 말년에 대천사장인 그대와 전우가 되어 등을 맞대고 싸울 줄 누가 알았겠소이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사실 믿기지도 않소이다.”
“하하하….”
“그래도 영광이오. 옛날 같았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텐데, 이렇듯 전우가 되었으니 평생의 영광이오.”
발라그가 전성기 시절 제아무리 날고 기는 강자였다고 한들, 대천사장이었던 미카엘에 비하면 피라미에 불과했다.
발라그의 말마따나, 예전 같았으면 쳐다보지도 못하는 잡몹1에 불과했다.
“저 역시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게 마족 동료들이 생길 줄은….”
미카엘 역시 지금 상황이 황당하다는 듯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작 저 둘한테 고전할 텐가! 덤벼라! 덤비란 말이다! 내 너희들에게 무한한 힘을 줄 테니!”
형석이우스가 전력으로 버프 능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바로크의 부하들의 전투력이 거의 다섯 배나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옵니다.”
미카엘이 또다시 밀려드는 적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창을 움켜쥐었다.
“쉽지 않아 보이는구려.”
발라그는 미카엘의 말을 받으며 자신의 무기인 을 움켜쥐었다.
위기.
형석이우스의 버프를 받은 적들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게 분명했으니,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힘내시죠!”
그때, 지크가 등장했다.
“제가 돕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과 이 동시에 전개되며 몰려드는 적들을 향해 강력한 디버프 효과를 걸었다.
그런 지크의 디버프는 형석이우스의 버프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지크의 개인적인 무력은 마계로 온 페널티 때문에 약해졌다.
그러나 디버프 능력만큼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적.
죽었다 깨어나도 지크를 이길 수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점은, 형석이우스가 마족으로 거듭났음에도 뒤집히지 않았다.
우웅!
지크는 추가로 스킬을 써서 덤벼드는 마족들의 공격력도 낮추었다.
‘내가 제대로 싸우기 힘들면 유틸로 승부하면 돼.’
그게 가 가진 무서움이었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디버프 스킬들을 켜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2인분 이상의 몫은 해 주는 셈이었다.
개인 전투력을 뺀다고 해도 속칭 이 가능했다.
그 결과.
“으악!”
“으아아아아아악!”
지크의 디버프에 걸린 적들은 발라그와 미카엘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며, 누적 사망자의 숫자만 키웠을 뿐이었다.
‘좋아.’
지크는 적들이 미카엘과 발라그 듀오를 뚫지 못한 채 죽어 나가자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라면 메타트론이 마력을 흡수할 때까지 버티고도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재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야? 저 마족들은…?’
지크는 갑자기 늙은 마족들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걸 보고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눈살을 찌푸렸다.
‘적인가?’
하지만 아니었다.
“이보게! 발라그!”
“말년에 고생이 많구먼!”
“오래간만일세! 참으로 오래간만이야!”
뜬금없이 전투 현장에 합류한 늙은 마족들은 적이 아니라, 과거 발라그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제7구역의 원로들이었다.
***
“자, 자네들이 여길 어떻게!”
발라그는 과거에 자신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상급 마족들이 한꺼번에 나타나자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거, 혼자만 재미를 볼 생각이었나?”
“그렇지않아도 좀이 쑤셨는데 잘됐다 싶었지. 끌끌끌!”
“자격도 없는 놈이 제 아버지를 죽이고 마왕이 되었는데,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구먼.”
원로들이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크는 마왕에 등극하면서 마계 제7구역 주민들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했다.
물론 마계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마왕이 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달랐다.
바로크가 이그나토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도 없는 상태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으니, 7구역의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원로들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발라그가 메타트론을 지지하면서 반역자가 되자, 원로들로서는 이때다 싶었다.
메타트론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어쨌거나 바로크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이 쿠데타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 틀딱 새끼들이!!!”
형석이우스의 입에서 분노가 터져 나왔다.
제7구역의 원로들까지 나타나 의 입구를 틀어막은 채 아군 병사들을 학살하자 답이 없다 싶었다.
원로들 개개인이 최상급 마족인 데다가 짬도 장난이 아니라서, 상대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형석이우스의 버프가 지크의 디버프에 무력화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달아가는 중이었다.
“아, 안 돼… 이번에도 실패하면….”
형석이우스가 불안감에 몸을 떨 때였다.
“마왕 전하께서 납신다!”
“마왕 전하 납시오!”
바로크가 500명의 친위대원을 이끌고 앞에 나타났다.
“마, 마왕 전하!”
형석이우스는 바로크의 등장에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이 섬기는 군주에 대한 예를 올렸다.
“형석이우스.”
“예, 마왕 전하.”
“임무 수행이 쉽지 않은 것 같구나.”
“그, 그게….”
“걱정하지 마라.”
바로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형석이우스를 지나쳐 제7구역 원로들이 버티고 있는 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빌어먹을 늙은이들…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는데 때마침 잘됐다. 이 기회에 반역을 일으킨 죄로 모조리 쓸어버려야겠어.”
바로크의 그 말이 끝나던 순간.
척! 척! 척! 척!
저 멀리서 또 다른 군대가 나타나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들의 소속.
지금 접근하고 있는 군대는 제7구역 소속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바로크의 부하들도 아니었다.
펄럭!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복수의 마왕을 상징하는 문장이 아닌, 기만의 마왕을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즉, 단탈리온의 군대가 이번 사태에 개입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