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1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7화
테스타 팬들은 악성 개인 팬들의 물밑 개싸움부터 루머 유포, 소속사의 어그로까지 다양한 개판에 이미 익숙했다.
물론 익숙한 것 중에 부정적인 일들만 있는 건 아니다.
입 벌어지는 무대 퀄리티, 정성스러운 팬서비스, 깨알 같은 귀여운 이야기와 훈훈한 그룹 에피소드에도 흐뭇하게 익숙해졌다.
다만 이걸 무작정 좋아해야 하나 애매한 것도 있었다.
바로 테스타의 예능 속성이다.
-테스타 예능 = 불지옥 파티
-이게 다 제작진 때문이다
-힐링하라고 보내놨더니 조난당하는 거 보고 포기함ㅋㅋㅋㅋ
재미는 있다.
확실히 재밌다 못해 사정 봐주는 것 없는 전개로 화제성이 터지는 덕에 테스타의 예능은 대중성 타율이 높았다.
그 와중에도 전문 예능인의 느낌보다는 ‘예능에 휘말린 아이돌’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에 이미지의 변질이 없는 것까지.
팬들은 즐겁게 컨텐츠와 흐름을 즐겼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이야기하곤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애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도 한번은 보고 싶은데
-애들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가끔해요ㅠㅠㅋㅋ 본업도 죽을 둥 살 둥 하는 애들이잖아요
데뷔부터 원체 우여곡절이 많은 그룹이었기 때문에 아무 장애물 없이 편안하게 노는 모습에 대한 수요가 은은히 존재하던 것이다.
게다가 원래 예능이 본업이 아닌 연예인들이 특집 예능을 한다면, 그런 일상을 벗어나 잔잔한 힐링을 즐기는 구성이 보편적이지 않은가.
‘관찰형 힐링 여행!’
그런데 지금… 느닷없이 멤버들이 그걸 하고 왔다는 것이다.
팬들은 일단은 다들 좋아했다.
-애들 캠핑해서 스모어 해먹고 온천하고 승마하고 양하고 놀다 왔대 뭉게도 데려갔다고 미친ㅠㅠㅠ
-엥
-야 왜 없어
사진 한 장 없다는 걸 알기 전까진.
러뷰어는 당황했다.
좋은 일은 맞았다. 잘 쉬고 왔으니 콘서트 더 열심히 하겠다며 싱글벙글 웃는 애들은 잘 먹고 잘 잤는지 때깔도 좋고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그런데 말이다.
-아니 우리는
-왜 러뷰어 왕따시켜요
-어떡게 아무것도 업을 수 잇어
자체 컨텐츠용, 하다못해 영상이라도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게다가 W앱에서 드러나는 징조가 있었다.
[야 물 여기. 근데 일어나서 먹어.] [히히!] [와 우리 이러다 차 터져 나가는 거 아니야? 다 드러눕네.]원래도 같은 팀으로서 보기 좋게 돈독하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으로 무언가가 한 꺼풀 벗겨진 느낌이었다.
-헐 애들 은근히 말 놓는데요
-(유교 토끼는 제외임)
W라이브 내내 서로 다 오픈한 듯 편안한 분위기가 흐르면서도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게 약간 애틋할 정도였다.
마치 해체했다가 다시 만나기라도 한 것 같은 단합력이 넘치는 광경.
의미심장했다.
-다 그룹 뽕이 맥스로 차오른 것 같은데
-뭐했냐
-알려줘! 알려줘!ㅜㅠㅠㅠㅠ
다녀온 캠프에서 뭔진 몰라도 서사적 전환점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을 짐작하자 W라이브 시청자들은 더 울부짖었다.
그리고 사진 한 장 안 가져온 것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당황하는 멤버들을 보며, 이 상황의 원인을 알았다.
…수요가 있으리라고 짐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애들 맨날 예능에서 개짓거리 하니까 힐링은 개노잼 공식이 머리에 박혔잖아 어쩔거임ㅋㅋㅠㅠ
-박문대 눈치 보는 거 봐 사진 존잘이면서 한 장도 안 찍은 네 잘못이지만 귀여우니 화가 풀린다
-님들 오히려 카메라가 없어서 편하게 있으니까 애들이 더 잘 논 게 아닐까요… 물론 그래놓고 다 알려줘서 미치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넘 미안해하니까 뇌절도 못 하겠잖아ㅠㅠㅠㅠㅋㅋㅋ
테스타는 댓글에서 울부짖으며 아우성대는 팬들을 보고 최선을 다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했다.
[음… 아, 양떼 목장에서 유진이가 그 목양견처럼 양몰이를 해봤는데 진짜 되더라고요. 되게 웃겼어요!] [맞아, 주인분이 엄청 웃으셨죠.]역효과였다.
-흐아아악
-그래 얘들아 너희만의 멋진 캠프를 존중해ㅎㅎ (사실 울고 있음 제발 돈 받고 팔아줬으면 좋겠음)
-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들린다 이게 바로 질투심이구나
그리고 이 욕망의 파도는 테스타의 드라이브 방송과 함께 순식간에 팬 커뮤니티와 SNS 계정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 * *
글램핑에서 복귀한 뒤 며칠 후.
-안녕하세요 테스타 분들~ 아휴 잘 지내시죠?
“…예, 그럼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는 한창 투어 준비 중에 걸려온 전화를 하나 받았다.
정확히는 류청우가 고개를 흔들고 넘겨준 것이지만.
“PD님도 잘 지내시나요.”
바로 외국에서 호떡 팔아먹는 예능부터 당근 코인까지 각종 주옥같은 예능을 만든 예능 사단의 대표 PD였다.
그리고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할지도 이미 짐작했다.
-아, 저희야 잘 지내죠! 그리고 테스타도 그러신 것 같더라고요. 저희도 들었거든요.
“네?”
-글램핑~ 아, 테스타의 힐링 캠프!
“…….”
그래. 이걸 줄 알았지.
나는 지난 며칠간 인터넷 상황을 떠올리며 잠시 침묵했다.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자극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영상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도리어 팬들의 궁금증과 기대를 극대화한 것 같다.
-테스타 자기들끼리 요리 캠핑 온천 승마 동물까지 예능 다 잡은 미친 휴가를 즐기고 왔어…
팬들의 말만 들어서는 고작 4박 5일 갔던 테스타 글램핑이 감동, 코믹, 힐링을 다 섞은 희대의 캠핑 예능으로 변질 중이었다.
게다가 그 분위기에 하나씩 공갈이 아닌 떡밥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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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올려도 되나? 테스타 본 후기]글램핑장에서 알바 중인데 갑자기 개웃기고 수상한 차림으로 등장해서 잘생기게 체크인 했음 007작전인줄
이건 인증샷 (사진)
체크아웃할 때 흔쾌히 해주더라 다들 존잘에 진짜 착했어 그리고 뭉게는 귀엽더라
질문받을게 댓글로 달아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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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참은 알바생의 후기를 시작으로 캠핑장 사장의 홍보글, 양떼 목장과 승마장에서도 직원들의 목격담이 올라왔다.
사진과 짧은 동영상은 간접 증거물 겸 훌륭한 떡밥이 된 것 같다.
-차유진 말 타는 거 미쳤다 카우보이 영화 23413241324개 지나감
-와 양 쓰다듬는 거 역광 들어오는데 화보인줄 선아현 갓기밤비엘크왕자님…
-청우 사장님이랑 체격차이 무슨 일이야 아니 사랑한다고
스마트폰으로 찍어 흔들리는 저화질의 짧은 동영상과 몇 컷 안 되는 인증샷들은 팬들을 더 목마르게 만들었다.
‘분명 거기 있었다는 흔적은 있는데, 알맹이가 없으니까 말이지….’
심지어는 테스타가 썼던 카라반과 텐트를 빌려서 흔적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SNS에서 중계하다가 욕을 먹고 내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개뷰어들 자제를 모르네 지금 너무 과열돼서 그냥 사생활 침해임
└셤별 지들이 입털어서 떠든 거잖아 사생활 침해 이지랄ㅋㅋㅋㅋㅋㅋ
└니 같은 마인드가 사생되는 거임
-아 요새 돌아가는 꼴 웃기네 니들 이럴까 봐 셤별이 지들끼리 조용히 갔다 온 거잖아 멍청이들ㅋㅋ
개판이 되기 일보 직전에, 투어 홍보가 대대적으로 들어가면서 좀 진정국면에 접어들긴 했으나 아슬아슬했다.
극도로 빌드업된 흥분이 과열로 넘어가지 않게 간신히 잡은 정도.
그래도 시위하듯 힐링을 부르짖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나는 내심 혀를 찼다.
‘10개월이나 다른 시간대에서 그룹 했더니 감을 덜 잡았나.’
이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보고 싶다는 멍청한 발상으로 라이브 켜는 짓은 금지다.
아무튼, 그럼 이 상황에서 우리랑 원래도 일했던 예능 제작진이 할 말은 뻔하지 않은가.
-텀이 좀 짧긴 하지만 시기가 너무 좋죠? 원래 저희 약속했던 힐링 예능! 마침 투어 시즌이시니까 딱~ 가시죠. 테스타분들.
바로 공급 창출이다.
약속된 테스타 힐링 예능을 지금 한번 찍어보자는 것.
“예능?”
“아~ 우리 PD님이셔? 오랜만입니다, 정 PD님!”
차 안에서 졸던 놈들이 슬금슬금 반응하기 시작하는군.
그리고 열심히 인사를 돌려준 PD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영업을 시작한다.
-저희가 시간이 촉박해도 테스타 모시는 데 제대로 준비를 또 했거든요.
구독자가 300만이 넘은 본인들의 채널에서 위튜브 전용 컨텐츠 시리즈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첫 타자로 테스타를 선보이고 싶다는 거다.
-투어 중에 쉬시는 구간에 딱 찍으면 최고이지 않겠어요?
음.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수로 분위기 잡을까.’
하지만 류청우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연다.
“문대 하고 싶은 대로 할까?”
음?
“좋아요…!”
“맞아~ 이건 솔직히 문대문대가 결정해도 돼.”
“문대 형께서 지난 예능에서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셨기 때문에 합당한 말씀입니다.”
오냐.
지난 예능에서 이 제작진 자식들한테 제일… 거하게 엿을 처먹은 게 나다 보니 나한테 진행권이 돌아온 것 같군.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오오오!
여기서 한번 팬덤 분위기 해소해 주는 게 맞겠지.
어차피 투어 시즌이랑 병행이면 그렇게 화제성에 목매지 않아도 괜찮을 테니 쉬어가는 회차라고 생각하자.
“힐링 예능, 이번을 마지막으로 제작진을 믿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맹세할게요. 제 모든 예능 커리어를 걸고!
“설마 맹세하신 예능 커리어가 여기선 배신하는 게 맞다고 외쳤다는 뜻은 아니시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문대 씨 저희가 죄송해요. 아니, 아이돌한테 이런 불신 처음인데요.
PD가 떨리는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물론 웃겨서 떨리는 거다.
-정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셨나 봐요. 제가 눈물이 다 나네요.
“아닙니다.”
아니라고 새끼야.
“크흡!”
통화 너머에서 작가들이 끕끕거리며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처웃는 큰세진의 등짝을 후려쳤다.
“악!”
“어쨌든 그렇게 됐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류청우의 수습과 함께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테스타의 힐링 예능 위튜브 판이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 * *
그리고 급박한 미팅과 연습 후.
투어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출국한 순간부터 촬영은 시작되었다.
“여러분의 시간을 절약해 드리고자 저희가 찾아왔어요.”
“엄마야!”
제작진은 이런 개그라도 포기할 순 없다면서 중간 경유지에서 깜짝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공항 라운지가 용케 허락해 줬나 싶은 요란한 꼴을 하고서.
‘진짜 사기 칠 생각이 없나 본데.’
저런 거라도 챙겨 먹으려고 하는 걸 보니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힐링시켜 줄 모양이다.
나는 천사 날개를 단 PD를 보고선 분위기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투어를 가시는 여러분이 무대 외에는 신경 쓸 게 있으면 안 되니까, 전폭적으로 여러분의 의사를 존중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오오.”
“바로바로… 셀프 기획입니다!”
곧 그윽한 표정의 PD에게 이미 다 논의된 이야기가 나온다.
‘간단하지.’
1. 테스타는 2명씩 짝지어서 팀마다 원하는 힐링 코스를 하나씩 만든다.
“그리고 차례대로 모두 즐기는 거예요! 예외나 조작 없습니다.”
“오오오~”
2. 미니 게임에서 단독 우승한 1명은 단독으로 원하는 힐링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축하합니다, 래빈 님!”
“축하해!”
그게 여기선 바로 김래빈이다.
김래빈은 고작 땅따먹기 보드게임으로 얻어낸 이 보상이 과분하단 표정으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즐길 수 있으며 부담을 느끼시지도 않을 효율적인 코스를 짜보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래빈아, 너 하고 싶은 거 해!”
훈훈하다.
정말 제대로 된 힐링, 평화롭고 스트레스 없는 장면이 연출될 것 같은 분위기다.
‘흠.’
게다가 조건도 그랬다.
“서로 막 코스 확인하면서 견제하고 이런 거 안 되고, 진짜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예요~”
“넵!”
그저 원하는 걸 하라는 것이다.
있는 건 여행비와 시간제한 정도인데 이건 없으면 위화감이나 조성할 테니까 있는 게 맞고.
그럼 마지막으로 테스타 내부에서 결성된 2인조 팀을 보자.
“이거 할까?”
“…! 저는, 괜찮은데요.”
1팀, 류청우와 선아현. 팀명은 이다.
“오~ 여기 좋아 보이는데.”
“…예산에 좀 과하지 않아? 아니, 이걸 하고 다른 걸 좀 덜해도 난 괜찮긴 한데.”
“아니, 그냥 좋아 보인다는 거예요 형~ 다른 것도 같이 봐요!”
2팀의 이름은 . 당연하지만 이세진과 배세진이 결성한 팀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각 나오는군.’
어느 쪽이든 문제없이 괜찮은 힐링 코스가 나올 것이다.
앞 팀은 원래 성향이 부드러운 놈들이고, 동명이인 두 놈은 취향이 반대라 예능 카메라 앞에서 타협하면 결국 대중적인 코스가 나오겠지.
‘그렇다면 말이지.’
결국 약간이라도 자극을 담당하는 팀도 나오기 마련이지 않냐는 뜻이다.
나는 내 팀원을 돌아보았다.
“형! 제가 리더 해도 돼요?”
“어. 그럼.”
차유진이 눈을 빛내며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었다.
그렇다.
3팀 차유진과 박문대.
-팀명 :
캠프를 가서도 목양견 흉내를 내며 양을 쫓아다닌 미국 놈과 닭발 뜯는 걸로 첫인사를 한 한국 놈이라.
이래서 이미지가 중요했다.
‘힐링이라는 게 원래 주관적인 표현이지.’
나는 든든한 팀원을 돌아보며 흡족히 킬링… 아니, 힐링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