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64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42화
관객석 바로 앞까지 가수가 다가가는 벅찬 신곡 무대.
그걸 기점으로 후반부에 접어든 테스타의 콘서트 무대는 물살이 거세지듯 점점 빠르게 최신곡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휠을 돌려줘네 꿈에 찾아가도록]
지난 콘서트에서 박문대가 홀로 선보인 아름다운 의 편곡 버전을 멤버들이 다 같이 부르며 벅찬 분위기를 이어가다가, 로 바뀌며 거칠게 확 템포를 올린다.
그리고 멜로디는 밝고 청량하지만 퍼포먼스는 물을 사용해 더없이 화려한 .
대표곡들이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해태 컨셉의 강렬한 로 격렬히 몰아친 후엔 빨려들 듯 아름다운 반주와 목소리의 까지.
[Black holeLet me swallow it]
마지막 후렴구, 머리를 넘긴 김래빈의 약간 허스키한 보컬에 환호와 응원봉 불빛이 쏟아졌다.
테스타는 후반으로 갈수록 곡 배치에 신경 썼다.
체력 문제로 지쳐서 나가떨어지거나 집중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없도록, 감성적인 유명 곡과 미친 듯이 환호할 퍼포먼스곡을 번갈아 배치한 것이 절묘했다.
‘너무 좋아….’
아니, 어쩌면… 테스타의 역대 활동 내역, 그 흐름 자체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올팬은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한 곡들이 이토록 절묘한 템포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In the pose!오늘을 너무 아끼지 마
지금이 중요해 Right now]
그들이 해왔던 활동들이 무대 위에서 하이라이트를 보듯이 펼쳐진다.
대중적인 미국 하이틴 컨셉의 를 지나 아주 컨셉추얼한 .
다시 이지리스닝의 이 분위기를 잡고 나면….
[Bad feelingsfollows you til the end]
마침내 나타나는 것은, 오프닝 무대에 썼던 의 리믹스 버전.
올해를 강타한 비밀 요원 컨셉의 퍼포먼스 곡. 딱 맞는 전문 슈트를 입은 그들이 각 잡힌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들의 현재 모습이다.
테스타는 마침내 다시 현재에 도착했다.
마지막…일 것이다.
“…….”
벅찰 타이밍이 아니었는데도, 올팬은 괜히 울컥해서 침을 삼켰다.
기쁘고,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너무 아쉬웠다.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어어어?
으아아아악!
관객석 여기저기서 아쉬움과 놀라움으로 탄식 같은 감탄사가 속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들 대충 짐작은 했을 것이다.
이미 테스타는 자신들이 활동한 모든 곡을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에서 쏟아내어 현재 활동 곡까지 왔지 않은가.
무대가 어두워지며, 고개를 끄덕인 테스타들이 사라진다.
물론 모든 콘서트가 그렇듯이 앵콜이 준비되어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너무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 같았다.
‘나는 내일은 표도 없는데….’
조금만 더 이 시간이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녀는 ‘앵콜’을 외치면서도 약간 허전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렇지!]밝은 폭죽과 무대 효과가 터지며 무대가 극적으로 밝아졌다.
그리고 당연하게 다시 무대 위에 등장한 7명의 실루엣.
거기까진 예상했다.
다만 삼각형 대형으로 선 테스타는… 옛날 옛적의 유니폼 차림이었다.
“…?!”
윙크를 날린 박문대를 중심으로 안무가 들어갔다.
[무대 위 서 있는 나아직은 모를 거야
내 안에 요동치는 STAR LIGHT]
.
여전한 칼각을 맞추는 그들에게선 첫 무대 같은 긴장과 딱딱함은 없었지만, 그만큼의 여유와 팬서비스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도!
[오늘 무대 위에 빛나는 건…바로 나!]
“어어어!”
응원법도 없는 무작위 환호와 감탄사, 떼창 비슷한 것이 넘쳤다.
몇 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관객들은 이상하고 그리운 반가움 속에서 그 놀라움을 즐겼다.
“바로 나!”
물론 음악이 끝난 순간 테스타는 민망한 듯이 각자 머리를 박았다.
[진짜 이거 다시 할 줄 몰랐는데.] [그래도 우리 뿌리가 이거니까, 한번 보여드려야겠다고 합의해 버려 가지고… 어이고.]으하하하!
객석 여기저기서 폭소와 웃음이 터졌다. 테스타가 머리와 옷을 털어내며 멋쩍은 듯이 웃었다.
생각도 못 한 유머러스한 앵콜의 시작이었다.
울적함도 순간 잊고, 올팬도 신나게 웃으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테스타도 웃으며 돌출무대를 뛰어다녔다.
[또 뭐 듣고 싶으신 거 있어요? 다 해드릴게요, 다!] [우리가 놓친 게 있나 보자!]그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과 멘트가 쏟아졌다. 유명한 곡들은 다 지나갔어도 다들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나만의 곡들이 있기에.
[행차 솔로곡들? 아니, 지금 앵콜로… 7곡을?] [과연…. 도전해 보겠습니다!] [래빈아, 아냐!] [그거 아니다.] [차 끊겨! 러뷰어들 집에 못 들어가셔!]비장한 김래빈에 멤버들이 기겁해서 뜯어말리자 다시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진짜 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놀리는데….
[근데.]근데?
[우리가 이럴 줄 알고… 메들리를 준비했다면?]…!!
[갑니다. 착호갑사 메들리.]찢어지는 듯한 환호와 내지르는 소리 속에서 각종 전통악기와 함께 솔로곡들이 티저처럼 이어졌다.
다른 멤버들을 대충 댄서처럼 쓰며, 솔로곡 주인공은 팬서비스와 라이브감을 미친 듯이 풀어내어 무대를 꽉 채웠다.
황급히 대충 걸친 도포가 어깨에서 펄럭거렸다.
노는 듯 재밌는 무대가 과연 앵콜다웠다!
[커버곡들도 좀 볼까요?]“으아아악! 네!”
“네!!”
올팬은 이제 옆자리 사람이 자신과 같이 소리를 지르는 것에 놀라지도 않았다.
테스타는 그렇게 팬들과 한바탕 잘 놀았다. 앵콜 내내.
[우우우 놀라워!그대의 모든 것이
난 매일 두근대!
오늘도 잠들 수 없어요]
유닛을 선보였던 각종 커버곡들이 멤버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웃음과 함께 튀어나왔다.
긴 시간 미친 듯이 빡세게 퍼포먼스 위주로 달렸으면서, 무대 위 테스타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펄펄 날아다니고 있었다.
기뻐 보여서 기뻤다.
‘고마워.’
올팬은 크게 숨을 쉬었다. 마음이 따스했다.
[감사했습니다!]그렇게 테스타는 즐거운 앵콜을 끝냈고, 이번에야말로 무대의 불이 꺼졌다.
“…….”
올팬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언제나처럼 콘서트 참여 스탭들과 비하인드 연습 영상들이 뜨며 여운 있게 엔딩을 알렸다.
그리고 그것도 다 끝난 후.
“…….”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는 올팬의 눈앞에 다시 불이 켜졌다.
‘어?’
어두워진 콘서트장 무대 위에 설치된 거대한 표지등에 깜박, 따스한 불빛이 들어오며 천천히 주변 톱니바퀴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오프닝에 봤던 다락방이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선아현.
그는 홀로 그 다락방에서 보드게임들을 다정하고 섬세한 손길로 정리하고 있었다.
내레이션이 들린다.
-에필로그가 무슨 뜻인지 알아?
-후일담. 이라는 뜻이야.
화면의 따스한 색감 속에서 선아현은 보드게임들을 제자리에 보내고, 졸업앨범을 읽었다.
붙은 포스트잇을 만지는 손길이 부드럽고 그리워 보였다.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도… 궁금한 점이 남잖아. 이야기 속 사람들은 이후로도 잘살고 있을지.
-후일담은 그런 궁금증에 응답하기 위한 거래.
-한 이야기가 끝나도, 그 너머에서도 계속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
-그러니까….
투둑.
‘어.’
머리를 톡 치는 감각에 올팬은 고개를 들었다.
비가 오고 있었다.
-우리는 에필로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내레이션이 울렸다.
화면 속, 졸업앨범까지 정리를 마친 선아현이 포스트잇 하나를 떼어내 일어섰다.
그리고 다락방 구석에 설치된 옛날 전화기로 걸음을 옮겨서, 포스트잇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이전에 함께 즐겁게 게임을 했던 그 친구들에게로.
[우리 만날까?]전광판이 부드럽게 꺼졌다.
싸르르.
한밤의 야외 공연장에서 빗발이 부드러운 소나기가 촘촘히 내리는 소리만 울렸다.
그 침묵 속에서.
한 목소리가 텅 빈 무대 위로 울린다.
[여러분.] [원래 앵앵콜까지 보고 가셔야 어디 가서 테스타 콘서트 봤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짠!]무대가 터질 듯 밝은 빛이 들어왔다.
다시 호쾌하게 울리는 드럼과 함께 전광판에서 이미지가 쏟아졌다.
테스타가 지금까지 활동하며 공개했던 온갖 안무 동영상, 무대 공연, 연습실 사진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듯 우수수 나타난다.
지난 앨범 활동기의 모습들.
‘아.’
올팬은 문득, 테스타가 말하고자 하는 콘서트 테마의 뜻을 깨달은 것 같았다.
앨범이 아이돌의 이야기라면 콘서트는, 공연은 에필로그다.
테스타의 공연에선 어떤 앨범이든 꺼내어 함께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몇 년이나 된 앨범, 이야기라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그 에필로그에 참여하고 있었다.
“…….”
어쩌면, 바깥의 누군가는 ‘우리 그룹이 활동한 궤적’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시점에 주제로 삼기에 좋은 소재라서 고른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냐.’
그냥… 테스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올팬은 생각했다.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생각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했다.
전광판은 하나의 문구로 끝났다.
[그래, 만나자!]환호 속에서 드럼이 잦아들고 새로운 멜로디가 울리기 시작되었다.
경쾌하고 즐거운 악기만 골라서 만든 것 같은,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반주.
그리고 목소리.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테스타의 첫 번째 팬송.
그 기분 좋은 멜로디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졌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낯설지만 어쩐지 좋을 거야]
무대 뒤편이 다시 열린다.
아까 전 안무 영상처럼, 동물 잠옷을 입은 훤칠한 녀석들이 드라이아이스 속에서 나타났다.
가운데에서 햄스터 잠옷을 입은 배세진이 시원하게 씩 웃었다.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현실은 꿈처럼 빛나고꿈에선 멋진 내일을 꿈꿔
내일 너를 만나면
반짝이는 꿈들만 말할게]
백호 잠옷을 입은 차유진이 꼬리를 손을 잡고 부르는 목소리에 맞춰, 웃으며 슬금슬금 무대에 걸어 나온 녀석들은 춤을 추며 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미끄러져도 상관없다는 듯이.
벅찬 듯, 그리운 듯 친근한 멜로디 반주가 회장을 울린다.
[잠기지 않는 내 꿈들은현실을 박차 달리게 만들어]
전광판에 잠옷의 양손을 흔드는 이세진의 모습이 보였다.
까만 아기곰 잠옷을 입고 있는 그 뒤로 데뷔 때처럼 독수리 잠옷을 입은 류청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Reality is breathing, YehYES breathing (breathing!)
Hoo-ha! Hoo-ha!]
선아현이 이제 민망해하지 않고 웃으며 자신의 랩 파트를 불렀다. 사슴 잠옷의 뒤로 백구가 불쑥 튀어나왔다.
[숨 가쁘게 뛰어갈게날 보면 웃어줄래?]
웃는 박문대의 얼굴이 전광판에 떴다.
강아지 동물 잠옷을 입은 그 표정은, 직전에 전광판을 스쳐 지나간 데뷔 초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거기 그대로 있었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도이 순간의 마법은]
동물 잠옷을 입은 아이돌들이 하나 가득 팔을 펼쳤다.
끌어안을 듯.
[Maybe it’s you]화답하듯 공연장이 울린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다시 돌아온 후렴구를 다 함께 목이 터져라 불렀다.
조명과 응원봉의 불빛에 내리는 빗방울이 전등처럼 반짝거렸다. 무대 곳곳에서는 장치가 색색의 풍선을 하늘 가득 채우듯 퍼트렸다.
공연장을 뛰어다니는 색색의 이미지들.
[Life is strange가볍게 발 박차고 올라
하늘 위를 걸어보나
비가 와도 난 몰라
내 삶은-]
bright!
다 함께 외치는 그 말이 공연장을 울린다.
김래빈이 씩 웃었다.
[쏟아지는 lightAll right 네가 맞아
오늘 난 빛나잖아]
곡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 나갔다.
씩 웃은 멤버들이 돌출무대 맨 앞까지 나와서 앉았다.
쏟아지는 빛의 소나기와 손바닥에 등을 맞으며, 그들이 웃는 얼굴로 마이크를 쥐었다.
[어제 너와의 만남이오늘의 빛나는 꿈이 되고
내일의 마법이 된 거야]
정성껏 부르는 마지막 구절.
[그래, 마법은 바로 너야]온 사방이 빛이었다.
꽃보라가 터졌다. 환호와 웃음 속에서, 테스타는 아주 오랫동안 돌출무대에 그대로 앉아서 손을 흔들었다.
즐겁고 충만한, 벅찼다.
“와!”
테스타의 팬은 크게 웃었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