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isive Moment RAW novel - Chapter 19
18. Dash
등 뒤로 쾅,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허겁지겁 입술을 겹치는 그의 목을 바짝 끌어안았다. 현관문에 등을 기댄 채 자신의 몸을 번쩍 안아 든 그의 골반에 두 다리를 감았다. 이미 발기한 그의 성기가 제 허벅지 사이를 연방 쿡쿡 찔러 왔다.
굶주린 짐승처럼 다급하고 성마른 키스였다. 입술을 짓뭉갤 듯이 빨고 혀를 뽑을 듯 흡입해 대는 그의 키스에서는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동시에 티셔츠를 들쳐 올리고 들어온 그의 손이 제 브래지어 위를 콱 움켜쥐었다. 물컹거리는 살덩이를 한 손아귀에 쥐고 주무르는 손길이 다급했다.
“흐으, 으음!”
허리를 비틀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더 벌어지는 잇새로 혀를 움푹 꽂아 넣었다. 깊숙이 파고든 혀가 끈끈이처럼 입천장과 입 안 여린 살갗에 달라붙었다. 게걸스레 빨고 핥아 대는 감각에 입 안이 그대로 녹을 것처럼 뜨거워졌다.
오랜만이어서일까. 그저 키스일 뿐인데도 머리가 빙그르르 돌았다. 꼭 오르가슴을 맞은 것처럼.
혀가 얽히며 턱에선 끈적해진 침이 길게 늘어져 흘렀고, 눅진하게 맞붙은 잇새에선 연방 쯔읍, 츱, 난잡스러운 마찰음이 샜다. 그럼에도 그는 허기를 느끼는 건지 제 입술을 삼키고, 또 흡입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흡사 필사적으로 젖을 빠는 짐승 새끼 같았다.
어찌나 빨리고 시달렸던지 숨이 다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아니, 그러기 싫었다. 저 또한 이대로 숨이 턱 막혀 버린다 해도 괜찮을 만큼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래 억눌렀던 갈증에 제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터져 버린 것만 같았다.
“하아…!”
고개를 몇 번이나 좌우로 비틀어 가며 얼마나 열렬히 혀를 얽고 섞었을까. 몸이 기우뚱, 기울어지는 감각에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비좁은 자신의 침대 위였다. 시원치 못한 프레임이 커다란 덩치의 천윤제가 허리를 세우고 티셔츠를 벗어 던지는 힘에도 연방 삐그덕, 요란한 소리를 냈다. 넓은 운동장 같았던 천윤제의 고급 매트리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완전히 나갔던 정신이 일부 차려졌다.
“하아, 침대, 좁은데….”
축축한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려 말했으나, 상관없다는 듯 상의를 집어 던진 그가 다시 몸을 기울여 제 목덜미를 쭈웁 빨아들였다.
“걱정 마. 부서지면 새로 사 줄게.”
짜릿한 감각에 목을 움츠리자 입술이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밀려 내려가고 있었다. 어느새 브래지어를 완전히 젖혀 올린 그가 뾰족이 솟은 젖꼭지를 혀에 머금고 굴리기 시작했다.
“흐응….”
달뜬 신음이 절로 샜다. 그의 입술이 닿은 곳곳에서 참을 수 없는 열기가 피어올랐다. 부지불식간 피가 쏠린 다리 사이가 저릿해 슬쩍 오므리자, 그의 손이 도리어 입고 있던 바지를 단번에 벗겨 냈다.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감각에 놀라 그의 머리 위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손가락 사이로 그의 머리칼이 부드럽게 움켜쥐였다.
그는 여전히 집착적으로 젖꼭지를 빨아 대고 있었다. 아니, 흡입이나 다름없었다. 새빨갛게 부풀어 오른 꼭지가 아릿거릴 때까지 물고 또 빨고, 짓깨물기를 반복했다. 얼얼한 통증과 짜릿한 쾌감. 그 어느 사이의 감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하아, 으읏, 으응.”
스스로 생각해도 낯뜨거운 소리였다. 뜨거운 그의 숨이 젖꼭지로부터 제 살 전부를 녹여낼 것처럼 흐무러지는 것 같았다. 다리 사이가 척척해진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손이 그 사이를 푹 파고들어 왔다.
“아흣…!”
다급한 삽입이었지만 안을 훑고 돌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웠다. 놀라 허리를 꺾자, 고개를 들어 올린 그가 제 얼굴 표정을 살피며 나지막이 물었다.
“미안. 아파?”
답지 않게 눈치를 보는 그를 젖은 눈으로 마주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돌연 그의 입술이 떨어진 살갗에 찬 공기가 닿는 게 싫었다.
“하아, 더…. 빨아 줘요.”
떨어져 나간 그의 머리칼을 잡아 그의 입술을 다시 제 가슴 위로 붙였다. 다시 입술을 맞붙인 그가 이를 세워 젖꼭지를 짓이겼다. 그럴 때마다 그의 손가락을 머금은 질구가 절로 꽉꽉 조여들었다.
저를 내려다보는 그의 미간이 움푹 일그러지고 있었다. 낮게 내뱉는 숨소리가 그가 얼마나 흥분을 참고 억누르고 있는지 고스란히 알려 주는 것 같아 더더욱 자극이 됐다. 여전히 그를 흥분하게 하는 사람이 저라는 게 신기하고 또 짜릿해서.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성감대가 된 것처럼 예민하게 달아올랐다. 이대로면 젖꼭지만으로도, 손가락 삽입만으로도 갈 것 같았다. 씨근덕거리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애원하듯 입술을 열었다.
“하아, 나, 그만….”
지이익.
애원과 동시에 아래에서 지퍼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눈빛이 홱 바뀌어 있는 그가 허리를 세우고 바지를 내리고는 드로어즈 속 터질 듯 치솟은 성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돌연 제 성기를 위아래로 문질러 쓸기 시작하는 거였다.
“한 번 빼고.”
늘 그랬듯 한 번 사정 후 삽입을 하겠단 뜻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느른히 문지르고 탁탁 치며, 젖꼭지를 빨던 입술을 아래로, 아래로, 더 깊이 내렸다. 어느새 배꼽 아래, 은밀한 부위를 향해 미끄러지는 감각에 고개를 들어 저지했으나, 이미 그의 얼굴은 제 다리 사이로 박혀 사라진 이후였다.
습습한 열기가 젖은 질구 안으로 담뿍 밀려들었다. 혀를 세워 안으로 푹 밀어 박은 그가 부풀어 오른 음핵을 쭈웁, 빨아들였다. 갑작스럽고도 강한 자극에 온몸이 벌벌 떨리는 것 같았다. 그의 혀를 조이는 내벽 안쪽의 열기가 너무 홧홧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쾌감이 덮쳐 오고 있었다.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일 것 같지 않은 천윤제가 제 가장 은밀한 부위를 가장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빨고 핥고 있단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흥분은 배가 됐다.
부지불식간 눈가에 눈물이 흥건해졌다. 그 못지않게 가랑이 사이에서도 끈끈히 녹은 액체가 엉덩이 골을 타고 진득하게 흐르고 있었다. 붉은 기가 잔뜩 번진 두 뺨에 애욕이 가득했다. 그냥 곧바로 천윤제가 제 안에 들어와 주었으면 했다. 무섭도록 달구어진 그의 성기가 허기진 제 구멍을 완벽히 채워 주었으면.
“하아, 그만, 넣어…. 흐으응.”
“뭐? 그만하라고?”
“아니이, 흐응, 그거, 하아, 넣으라고….”
안달이 나 엉덩이를 달싹이며 그의 목덜미에 손가락을 푹 박아 넣었다.
“뭐? 말을 똑바로 해야 알아듣지.”
느물대는 어투가 분명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거였다.
“입으로, 말고, 박아, 하아….”
“뭘 박아. 그냥 좆 바로 박으라고?”
그가 벌름대는 구멍 속에 혀를 푹, 찔러 넣으며 되물었다.
“으흐, 읏!”
뭉개진 발음의 대답 대신 젖은 얼굴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흐릿해진 시야로, 픽, 소리를 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그의 얼굴이 아른댔다.
“사람 미치게 해, 너, 진짜.”
움찔거리는 질구에 그의 입술이 쪽, 소리를 내며 닿았다 떨어지고, 다시 몸을 세운 그가 문지르던 기둥 끝을 질구에 가져다 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붉게 젖은 구멍이 그의 귀두를 삼켜 버릴 듯 벌름거렸다. 찌릅찌릅, 흠뻑 젖은 성기가 마찰하는 소리를 들으며, 허리를 꺾고 그의 눈을 올려다봤다. 성애로 잠식당한 눈동자가 야릇하게 저를 응시했다.
“이렇게 울면서 박아 달라고 하면, 내가 씹…. 어떻게 안 미쳐. 어?”
미끄덩거리는 혓바닥이 눈가를 길게 핥고 지났다. 그와 동시에 입구에 미끄러지던 두툼한 귀두가 좁은 공간을 비집고 묵직하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하아, 아아!”
구멍을 찢을 듯이 꽉 채우고 들어온 기둥이 내벽을 일일이 긁으며 지났다. 오래 눌렀던 욕망이 폭발하듯 튀어 올랐다.
“다리 감아.”
귓바퀴를 난잡스레 빨아 재끼는 그의 낮은 명령에, 목에 팔을 감고 허리에 다리를 교차해 감았다. 매끈한 안쪽 허벅지가 더 넓게 벌어지자 구멍이 쯔읍, 소리를 내며 더 크게 벌어졌다. 기둥의 모양대로 벌어진 내벽이 표피를 쫀쫀하게 감쌌다.
“아흐…! 읏!”
버거운 크기와 무게감에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힐 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깊숙이 제 안을 파고드는 그를 더 바짝 끌어안을 뿐이었다. 멈추지 말라고. 온몸으로 그를 받겠다는 듯이. 그런 그녀의 행위에 씨근대는 그의 표정이 흥분으로 푹 일그러졌다.
깊이, 더 깊이. 육욕으로 눈자위가 시뻘게진 그가 욕심껏 제 성기를 그녀 안에 욱여넣고 있었다. 그 크고 기다란 게 끝까지 다 들어갈 리 없음에도.
“후, 존나 좋아서, 하, 끝까지 다 넣고 싶어 죽겠는데.”
“아아, 하아!”
있는 대로 성기를 밀어 넣던 그가 턱, 막힌 곳의 감각을 느꼈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안쪽의 가장 예민한 공간을 뭉근히 짓누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지러지는 교성이 터져 나왔다.
“하아아! 아앙!”
둥글게, 그리고 더 깊이 파고들려는 듯 찐득한 내벽을 짓누르던 귀두가 느릿느릿 뒤로 빠져나가다 입구에 걸린 채 멈췄다.
“하으, 으…!”
일순 그 퇴로를 막으려는 듯 배 속이 콱 조여드는 감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빼지 마?”
“흐으, 응…. 빼지, 마, 하아.”
“박아?”
“으응, 박, 아.”
“나 봐.”
타액으로 젖은 턱을 그러쥔 그가 낮게 말했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제게로 훅 쏟아지는 더운 숨이 달콤한 꿈 같다.
“하…. 좋아…. 너무 좋아, 정은채.”
커다란 덩치의 그가 제 몸을 완벽히 포개어 안으며 속삭여 왔다. 그리곤 갈 곳을 잃고 시트를 부여잡았던 손바닥을 어깨 옆으로 끌어 놓곤, 제 손바닥을 맞붙여 깍지를 꼈다. 동시에 빠졌던 성기가 다시 안쪽 깊숙이 푹, 짓쳐들어왔다. 맞붙은 손바닥에 열이 올랐다.
“흐! 읏, 아흑!”
잡은 손을 지지대 삼아 허리 짓이 빨라지고 있었다. 삐그덕 삐그덕, 연약한 침대 기둥이 금세라도 무너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흔들거렸다.
삐거덕거리는 소리와 축축이 빨아 당기는 마찰음, 그리고 거칠게 들려오는 숨소리까지. 귓바퀴에 온갖 난잡한 소리가 뒤엉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하, 아프지는, 않지?”
오랜만의 관계에 조심스러워진 그가 물어 왔다. 아프긴커녕 해일처럼 밀려드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흣, 좋, 하읏! 좋아… 하!”
흥분에 절어 뭉개진 발음이 엉망으로 샜다.
“나도. 나도, 좋아서, 후, 미치겠다. 읏.”
“하으, 응, 으! 읏!”
쉬어 갈라진 교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아무렇게나 끄덕이자 깊은 한숨을 후, 내쉰 그가 돌연 하체에 힘을 주어 아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흐윽! 흐응!”
예고도 없이 밀려든 깊고 강한 자극에 온몸이 흔들렸다. 눈앞이 어지러워 그의 얼굴을 제대로 올려다볼 수도 없었다.
그의 성기가 진퇴를 거듭할 때마다 찐득하게 맞물린 교합지에서는 찌꺽대는 음란한 소리가 커져만 갔다. 질구부터 배 속 깊은 어딘가까지 자극하는, 길고도 집요한 허리 짓이었다. 흡사 불로 달궈진 기둥이 제 몸을 두 쪽으로 가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흥분이 최고조에 다다른 내벽이 날뛰듯 그 기둥에 쩍쩍, 달라붙었다.
“하, 좋아해, 정은채.”
포악한 하체의 움직임과 달리, 두 뺨에 내려앉은 그의 입술은 다정한 고백을 쏟아 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미쳐 있는지, 넌 몰라.”
“아흐! 읏! 하아”
제 손을 움켜쥔 악력이 더 거세어지고, 안으로 푹푹 짓쳐들어오는 성기의 느낌이 고스란했다.
“좋아. 네가 너무 좋아, 죽겠어.”
“하아, 으흣! 나도, 으응!”
“그러니까, 너도, 응? 나 좀, 예뻐해 주라, 은채야.”
천윤제가 애원했다. 뺨과 입술, 귓바퀴를 흐무러져라 빨아 대는 그의 잇새에선 끊임없이 뜨거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좋아, 요, 하아, 으응! 아앙!”
“하, 사랑해.”
미간을 깊게 일그러뜨린 그가 나지막한 고백을 내뱉으며 스퍼트를 올렸다. 질벽이 빠른 속도로 경련하기 시작했다. 전신에 신경이라고는 오직 그와 맞붙은 다리 사이의 것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얼굴 위로, 뜨거운 입술이 연달아 짧게 붙었다 떨어져 나가기를 반복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수도 없이 고백을 쏟아붓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깊게 감았다. 눈앞이 빙글 돌았다. 울컥, 눈물이 터져 흐르고, 머릿속이 온통 휘저어지는 쾌감이 밀려들었다. 숨 막히는 질식감과 함께였다.
절정의 순간, 몰아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목에 매달려 울부짖듯 교성을 내질렀다. 사랑한다는 그 고백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벌어진 잇새로 말캉하고 부드러운 혀가 들어와 부드럽게 감겼다. 절절 끓는 열기가 입 안 가득 달콤하게 퍼졌다.
온통 천윤제였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온통 천윤제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제게도 그다지 넉넉지 않은 크기의 좁은 싱글 침대였다. 이 작고 아담한 침대에 두 사람이, 그것도 190이 넘는 거구의 남자의 품에 안겨 누워 있으려니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을 만큼 좁았다. 조금만 몸을 돌려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위험했다.
“안 불편해요?”
결국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려 딱 달라붙듯 저를 안은 채 몸을 구기고 누운 그에게 재차 물었다.
“전혀. 좁으니까 더 좋네. 이렇게 더 바짝 붙어 있을 수 있고. 내 침대도 좀 작은 거로 바꿀까?”
“침대를 일회용으로 쓰려는 건 아니잖아요.”
그가 키득, 웃으며 제 목덜미에 콧대를 깊이 묻어 박았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불안해 몸을 움츠리자, 도리어 맨살이 더 가깝게 맞닿았다. 여전히 땀과 체액에 젖은 근육들이 미끈거리는 감각이 싫지 않았다. 그의 살갗에서 풍기는 진한 체향과 숨결이 향기롭게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아아, 네 냄새 졸라 좋아.”
그도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건지, 살갗에 비비고 문지르는 콧날이 콕콕, 목덜미를 찔렀다.
“으, 간지러워….”
솜털이 쭈뼛 솟을 만큼 예민해진 감각에 목을 움츠리자 그가 뒤로 물리는 제 허리를 더 바짝 끌어당겼다. 몇 번의 사정에도 여전히 단단한 강직도의 성기가 아랫배를 위협적으로 찔러 왔다. 은근히 제 몸에 대고 미끈미끈 비벼지는 살덩이의 그 감촉이 선연해 상박을 밀어내고 눈을 흘겼다.
“변태. 그렇게 해 놓고도….”
“난 네가 하라는 대로 했어. 좋다고, 더 박아 달라고 애원한 거 너거든? 너 몇 번이나 간 줄 알아? 요망하게 엉덩이 실컷 흔들어 놓고는 딴소리하기냐?”
“계속 흥분하게 만들었잖아요, 천윤제 선수가.”
“그렇게 내가 좋아? 계속 흥분할 만큼?”
느물대며 저를 내려다보는 눈동자에서 달콤한 애정이 일렁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마도 이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그에게도 전해지겠지.
“네. 좋아요.”
입술을 꾹 감쳐물고 고개를 끄덕이자 매끈한 그의 입꼬리가 길게 말려 올라갔다.
“나도 좋아, 정은채.”
“…….”
“너무 좋아서 다 꿈같아. 네가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 게, 안 믿겨.”
반복해 들어도 설레는 고백에 맞붙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솔직해질걸 그랬어. 괜히 삽질만 했잖아, 시간 아깝게.”
길고 유려한 손가락이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어쩌면 매사에 솔직하지 못했던 건 저였다. 제 마음의 정체를 잘 알면서도 애써 누르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상처받을까 봐. 다칠까 봐, 이기적으로 방어만 해 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천윤제를 제멋대로 오해하고 재단해 판단하면서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 부정적 결말을 단정 지었다.
미안함이 밀려들었다. 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제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는 그의 손등 위에 손을 얹었다. 커다랗고, 두툼하고, 뜨거운 그의 손이 고스란히 겹쳐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연애하자, 정은채.”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기어코 맺혔던 눈물이 또르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삽질은 지겹도록 했으니까 이제 진짜 연애하자, 우리.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다 해 봐. 나랑 연애해. 응?”
“…….”
“사귀자. 내가 진짜 잘해 줄게.”
“…….”
“왜 울어. 대답 안 할 거야?”
물기를 훔치는 그 손길이 단단했다.
“뭘 이런 걸…. 물어요, 당연히 사귀는 거지. 내가 좋아한다고 그렇게 많이 말했는데, 내 말 다 뭐로 듣곤….”
울먹이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저를 올곧게 응시하던 그가 제 이마 위로 입술을 꾹 눌러 왔다.
“아…. 진짜 너무 좋아 미치겠다.”
달콤한 숨이 살갗에 닿아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사랑해.”
“나도요.”
“사랑한다고.”
“네. 나도 사랑한다고요.”
“존나 사랑해.”
“나도 존… 하,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알았어요.”
“존나, 존나 사랑해.”
“알았다니까….”
“존나, 존나, 존나, 사랑해, 정은채.”
천윤제는 천박하지만 진심 어린 고백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그러고는 얼굴에 붙은 솜털 하나하나에 다 뽀뽀를 퍼부을 기세로 쪽쪽 소리를 내며 집착적으로 입술을 부딪쳤다. 그 살랑거리는 감각에 온몸이 다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돌연, 몸을 틀어 일으킨 그의 새카만 동공에 이채가 서렸다. 아직 열이 식지 않은 두 사람의 몸이 다시 하나로 겹쳐졌다. 은채는 단단한 그의 몸에 제 몸을 내맡긴 채 그대로 진득한 키스를 받았다.
꿈처럼 아득한 시작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