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isive Moment RAW novel - Chapter 6
5. 첫 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윤제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물속을 빠져나왔다. 커다란 수건으로 젖은 몸을 대강 덮고, 그길로 손을 꽉 부여잡고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수영장을 나섰다. 그 크고 빠른 보폭에 맞추느라 거의 뛰다시피 해야 하는 그녀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하, 천천히, 좀…!”
아무리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각이라곤 하지만 행여나 누가 보면 어쩌나 싶어 은채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그의 호텔 방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는 잔뜩 화가 난 사람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삐빅. 카드키가 태그되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주춤거리는 그녀의 손을 휙 잡아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힘에 어깨를 덮고 있던 수건이 발밑으로 주르륵 흘러 떨어졌다.
쿵.
등 뒤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돌아선 그가 그녀의 몸을 안아 올렸다. 그제야 눈높이가 겨우 맞았다. 그대로 그녀의 등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다시 입술을 맞부딪쳤다. 자연스레 벌어진 다리 사이로 단단한 몸이 파고들며 자리를 잡았다. 목덜미와 엉덩이 아래를 가볍게 받쳐 든 그의 체온이 델 듯이 뜨거웠다.
“으읍!”
입술을 열어 혀를 밀어 꽂는 숨결이 조급했다. 정말로 며칠 굶기라도 한 건지, 허겁지겁 입술을 빨고 축축한 살덩이를 비비는 저속한 키스에 머리털이 다 쭈뼛 서는 것 같았다. 타액이 엉키며 내는 미끄덩한 소리가 귀를 어지럽혔다. 입 안 가득 차오른 침을 다 삼켜 먹어 치울 기세로 빨아 대면서도 목구멍 깊숙이 제 침을 다시 밀어 넘기는 혀 놀림은 게걸스럽고 천박하기 짝이 없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는 난잡한 행위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갈 곳을 잃은 손으로 그의 티셔츠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돌연, 목구멍 깊숙이까지 삽입되어 드나들던 그의 혀가 불쑥 빠져나와 입술을 훑었다. 그러곤 그 아래, 타액으로 흥건한 턱선을 훑고 귀와 목이 연결된 여린 살갗들을 길게 핥아 올렸다.
“읏, 흐으.”
침으로 흥건한 붉은 입술이 설핏 벌어졌다. 귓바퀴와 목덜미의 여린 살갗을 번갈아 흡, 빨아당기는 감각에 뜨거운 숨이 연방 터져 나왔다. 그 열기 어린 신음을 듣는 순간, 정말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윤제는 곧장 소파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실까지 걸어갈 여유 따윈 없었다. 빨리 여자를 제 아래 뉘어놓고 마음껏 물고 빨아 맛보고 싶을 뿐이었다.
“하아…!”
오래 참고 있던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푹신한 소파 위에 누이고, 무릎을 세워 그 위에 올라타듯 자리를 잡았다. 놀라 둥글게 커진 동공을 빤히 내려다보며 거침없이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하 잠깐만, 우리 씻고…!”
“나가기 직전에 씻었어.”
“아니, 난 안….”
“씻으면서 박히고 싶은 거 아니면 입 다물어.”
이미 오래전부터 기립한 단전 아래에서는 뻐근하다 못해 얼얼한 통증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저를 올려다보는 말갛고 뽀얀 얼굴이 미치도록 선정적이었다. 붉게 벌어진 입술과 기다랗고 촘촘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마저도 야했다. 이러니 눈을 감으나 뜨나 머릿속에서 이 얼굴이 떠나질 않았던 거다.
무의식 속 욕망의 발현으로 밤새 이 야해 빠진 정은채와 안고 뒹구는 상상을 했었다. 그러다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땐 축축하게 젖은 침구를 바라보며 허망함과 기막힘에 더없이 짜증스러운 아침을 맞아야 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제대로 안 왔다. 생전 처음 겪는 욕망과 당황스러움이라.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을 이렇게 엉망으로 뒤집어 놓은 건지.
이럴 바에야 차라리 한 번 해 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실제로 몸을 안고 뒹굴고 나면 이 밑도 끝도 없는 환상이 좀 깨질까 싶어서.
“하으, 으….”
허리를 숙여 다시 목덜미를 길게 핥자 다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혀가 미끄러지면 미끄러지는 대로 야릇하게 떨려 대는 몸에서 달큼한 향내가 났다. 사람 몸에서 뭐 이렇게 단내가 진동을 하는 건가. 생경한 향에 미간을 잔뜩 조이며 날카로운 콧날을 살결에 푹 박아 묻었다. 빨면 빨수록 더 아득해지는 맛에 걸신이라도 들린 듯 게걸스레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한참을 그렇게 부드러운 살결을 빨아 들이켜다 결국 치솟는 욕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를 콱 세워 박아 넣었다. 꾹 억누른 신음이 야릇하게 터져 나왔다.
“흐, 으응…!”
소리를 내뱉고 놀란 그녀가 입술을 꾹 깨물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게 외려 더 자극적으로 느껴져 귓바퀴에 혓바닥을 처박으며 읊조렸다.
“참지 마.”
“으읏….”
“참지 말고 내라고, 소리.”
낮게 뇌까리는 제 협박에 그제야 짓깨물던 입술을 헤벌리고 뜨거운 숨을 터뜨리는 그녀였다.
“하아…!”
이미 흠뻑 젖은 티셔츠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매끈한 살결이 살갗에 주욱, 미끄러지듯 감겼다. 옷자락을 더 위로 말아 올리며 손을 깊숙이 넣자 물컹한 느낌의 살덩이가 손끝에 잡혔다. 남들보다 월등히 커다란 제 손안에도 가득 들어찰 정도로 커다란 가슴이었다. 혼자 물을 빼며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축축하게 젖은 브래지어를 밀어내고 젖꼭지를 찾아 굴렸다. 이미 바짝 솟아오른 꼭지가 손가락 끝에서 뾰족하게 뭉그러지고 비벼졌다.
“하으… 으…!”
예민한 몸이 파르르 떨렸다. 몸이 젖어 추워서 떠는 건지 뭔지, 그것마저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 숫제 젖은 옷을 완전히 끌어 올려 벗겼다.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내자 풍만한 젖가슴이 쏟아지듯 드러났다.
“돌겠네, 진짜. 씨발…. 가슴도 뭐가 이렇게 크고….”
뽀얗고 하얀 젖가슴에 솟은 꼭지를 내려다보던 잇새에서 낮은 욕지거리가 터졌다. 상상으로만 벗겨 봤던 여자의 뽀얗고 탐스러운 몸을 직접 확인한 순간 사정감이 훅 치솟은 거였다.
“하아, 왜 자꾸, 욕을 해요?”
미간을 푹 찌푸린 그녀가 항의하듯 저를 흘겼다.
“욕이 자꾸 나오게 하잖아, 씨발.”
“욕하지 마요.”
“나도 안 하고 싶거든?”
“하지 마.”
단호하게 미간을 조이며 말했지만, 눈 하나 깜빡 않고 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잇새에선 낮은 탄식만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나도 욕해요, 그럼?”
“해. 욕해 줘. 존나 꼴리겠다.”
“하, 미친. 흣!”
결국 참지 못하고 볼록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한입 가득 머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달큼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가며 단전에 열이 올랐다.
“으응, 으으….”
그대로 한 손으로 제 속옷을 내려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위아래로 길게 문질렀다. 그저 여자의 가슴을 핥고 빠는 것뿐인데 사정감이 극에 달한 귀두 끝에서 진득한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읏.”
씨근대는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붉은 자국으로 가득한 그녀의 젖가슴 위까지 시허연 정액이 튀겨 댔다.
“지금 무슨… 하아…. 발정 났어요?”
“그러게, 발정이 났네. 씹….”
사출의 여운이 남아 움찔대는 기둥을 비비며 욕을 짓씹었다. 눈을 조금 더 내리깔며 아래의 난잡한 사정을 확인한 은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상체를 살짝 일으킨 그녀가 경악한 표정으로 귀두 끝에 맺힌 희멀건 액체가 뚝뚝, 떨어져 아래로 흐르는 광경을 고스란히 목도하고 있었다.
“직접 보니까 어때.”
꿀꺽, 침을 삼키는 그녀의 시선이 제 허리 아래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소감.”
“아니….”
혼란스러운 표정의 은채는 숨을 한 번 깊게 삼킨 뒤 말을 이었다.
“너무 커, 큰데….”
“만져 볼래?”
입술을 헤 벌린 그녀의 손을 맞잡아 그대로 젖은 기둥 위에 겹쳐 올렸다. 말캉하고 보드라운 손바닥 살이 진득한 표피에 맞닿기 무섭게 성기는 다시 단단히 몸집을 키웠다. 언제 사정이나 했냐는 듯, 발기는 순식간이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그녀는 핏줄을 있는 대로 세우고 터질 듯 붉어진 성기를 바라보며 심각하게 미간을 모으고 있었다. 한 손으로 다 쥘 수도 없는 굵기의 기둥이 흉흉하게 솟아 꿈틀대는 걸 넋 놓고 바라봤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하다 생각했던 성기가 발기를 하니 더 믿을 수 없이 커져 흉기가 따로 없었다.
“너무, 무식하게 커서….”
“크단 얘기 빼고.”
“징그러워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란 기둥을 위아래로 훑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못 하겠어요. 이렇게 큰데 어떻게…. 안 될 것 같아요.”
심각하게 굳은 얼굴이 턱 밑에서 일렁였다. 그게 퍽 귀엽고 깜찍해 피식 헛웃음이 터졌다. 얼마나 큰지 본다고 손가락으로 사진 확대해서 들여다볼 땐 언제고.
“해 보지도 않고 네가 뭘 알아?”
“해 봐야 알아요? 그냥 딱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크기인데.”
“해 보고 말해.”
섣부른 판단을 타박하며 다시 가슴을 머금었다. 젖꼭지를 혀로 감아 빨고 굴리며 그녀의 바지와 팬티를 단번에 끌어 내렸다. 양쪽 무릎을 잡아 넓게 벌리고 매끈한 안쪽 허벅지로 손을 밀어 넣었다. 척척했다.
“뭐야, 이거?”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아까….”
“수영장 물 아닌데, 이거.”
다급히 항변하려던 말꼬리가 대번 사그라들며 귓불까지 발갛게 물들었다. 미끄덩한 물기를 음부에 비비며 입꼬리를 끌어 올리자 달뜬 입술이 앓는 소리를 내며 떨렸다.
“하으, 으….”
“언제부터 적셨어?”
고민하는 척, 부끄러워 빼는 척을 하면서도 제 키스와 애무에 그녀 또한 흥분하고 있었단 사실이 내심 흡족했다. 손가락이 말캉한 외음부를 비비듯 스쳐 지날 때마다 움찔거리며 몸을 떠는 반응까지도 귀엽게 느껴졌다.
“언제부터 나랑 이런 짓 할 생각했냐고.”
“안 했, 어. 하아!”
“안 했는데 여긴 왜 이래, 응?”
“다짜고짜 입술부터 부딪친 게 누군데…. 흐으….”
“들려? 존나 야해, 너.”
찔끅찔끅, 일부러 외설적인 소리를 더 크게 내며 갈라진 틈을 따라 문지르자 억울한 표정의 그녀가 눈을 흘겼다.
“흐, 자긴, 시작도 하기 전에 싼 주제에…. 아흐, 읏!”
뜨거운 숨을 내뱉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큭큭 웃었다. 도톰하게 물이 차오른 음핵을 손끝으로 건드리며 굴리자 헐떡이는 신음성이 더 크게 샜다.
“너도 싸. 오줌처럼 싸도 돼.”
“하으, 으응.”
“흠뻑 싸야 잘 박힐 거 아냐. 나 혼자 발정 나면 재미없잖아.”
“말 좀… 변태 같, 하아…!”
슬쩍 겉만 비벼도 이렇게나 예민하게 구는데 이 안을 건드리면 어떨지. 벌써부터 성기를 박아 넣을 생각에 머리가 어찔거렸다.
“나도 이런 매너쯤은 있어.”
“흐읏!”
단정한 가운뎃손가락의 끝을 세워 갈라진 틈 안에 슬쩍 밀어 넣었다. 좁고 뜨거운 구멍 속으로 푹, 손가락을 밀어 넣자 가느다란 허리가 하릴없이 들썩였다.
“아파?”
나긋한 목소리로 묻자 그녀가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거짓말. 아픈데 이렇게 빨아 먹는다고?”
반사적으로 오므라드는 두 무릎을 잡아 완력으로 넓게 벌렸다. 하얗게 드러난 허벅지 사이, 붉게 젖어 번들거리는 그녀의 음부가 고스란히 시야에 잡혔다. 지금껏 본 어떤 광경보다 야하고 외설적이었다.
“하아, 보지 마!”
육욕으로 번들거리는 제 시선을 알아차린 그녀가 두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가렸다. 새하얀 얼굴이 경고하듯 결연하게 미간을 구겼다.
“보지 마요! 보지 말랬어!”
“치워.”
손 두 개를 겹쳐 포박하듯 훅 말아 올리자 입술을 짓깨문 그녀가 부끄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도리질을 쳤다.
“너도 내 좆 다 감상했잖아. 나도 좀 구경하자.”
“흐으, 진짜! 흐응!”
손가락을 조금 더 깊숙이 밀어 박으며 내벽을 비비자 저를 노려보던 눈매가 게슴츠레하게 가늘어졌다. 앙앙대면서도 제 손가락을 질척하게 잡아먹는 점막의 조임이 아찔했다.
“와, 씨. 존나 좁네.”
낮게 뇌까리며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 넣자, 좁아터진 내벽이 억지로 자리를 내어 그 손가락 굵기만큼 빠듯하게 벌어진다.
“으으, 하…! 아파!”
“그래서 천천히 하잖아. 그대로 박으면 찢어질까 봐.”
“흐읏, 미친, 놈아!”
“알았어. 기분 좋게 해 줄게.”
달래듯 입술을 내려 젖꼭지를 빨았다. 아래론 벌겋게 부어오른 음핵을 손바닥으로 눌러 비비고, 구멍 속에 밀어 넣은 손가락 두 개를 천천히 왕복해 움직였다.
이렇게 좁아선 좆 대가리나 제대로 물 수 있을까. 의아함 반 기대감 반으로 펄떡이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을 빙그르 돌렸다. 찌릅, 소리를 내며 쫀쫀한 점막이 물기를 내뿜었다. 그러면서도 예민하게 몸을 떨고 허리를 들썩이는 은채의 반응을 살폈다.
“하아…. 읏, 흐응!”
붉어진 유두를 흐무러져라 빨아 대며 내벽을 꼼꼼히 눌러 찍었다. 이곳저곳 눌러 피스톤질을 하고 조금 더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자 헐떡이는 신음이 커져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느 지점을 푹 찍어 누르자 손가락을 집어삼킨 질구가 경련하듯 벌름거렸다. 수축한 구멍이 손가락을 잘라 낼 듯 조여 댔다. 예민하게 느끼는 지점이 틀림없었다.
“아아, 하아!”
할딱거리며 자지러지는 소리에 도리어 제 머릿속에 불꽃이 일었다. 미간을 구기며 입술을 묻고 있던 말캉한 젖가슴을 길게 핥아 올리며 허리를 세웠다. 다른 쪽 손을 뻗어 테이블 위 더플 백 안의 지갑을 찾아 꺼냈다. 손톱을 바짝 깎아 단정한 손끝에 걸려 나온 건 콘돔이었다.
발개진 눈동자와 떨리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며 저를 올려다봤다. 연갈색의 말간 눈동자에 비친 두려움과 긴장이 선연했다.
“왜.”
“말이… 안 돼요.”
“뭐가 자꾸 말이 안 된대.”
다시금 시선을 내리깔아 아래의 크기를 확인한 그녀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제는 전혀 아랑곳 않고 사각의 콘돔 포장지 끝을 이로 물어 찢어 낸 뒤 성마른 손길로 발기한 귀두 위에 덮었다.
콘돔을 씌우는 손길이 영 서툴렀다. 크기에 맞지 않는 걸 억지로 끼우다 하나를 찢고, 끄트머리의 공기를 빼느라 손이 미끄러져 새 콘돔이 연방 세 개가 날아갔다. 이를 아득 문 잇새에서 거친 욕지거리가 샜다.
“아, 씹. 이건 왜 이렇게 작아….”
“아니, …안 될 것 같아요.”
콘돔도 제대로 안 씌워질 만큼 저 커다란 걸 어디에 넣겠다는 건지. 끔찍스러워 다시 도리질을 쳤다. 그 순간, 미간을 움푹 파일 만큼 일그러뜨린 그가 발기한 기둥에 콘돔을 완전히 씌우고 머리를 쓸었다.
“…안 돼요.”
“돼.”
“못 한다니까?”
“해.”
“흣, 아니, 못… 하!”
무릎 아래를 번쩍 들어 올려 허벅지를 더 넓게 벌렸다. 활짝 벌어진 붉은 속살이 벌름거리며 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순, 그 물이 얼마나 달큼할까 싶어 구멍 속에 넣었던 제 손가락을 입 속에 넣고 핥았다.
“하아, 지, 금 흐, 뭐 먹는 거예요? 더러워. 후으….”
“더럽긴, 존나 맛있는데.”
어떻게 몸에서 흘린 물도 이런 달큼한 맛이 나는지. 기가 막혔다. 갈라진 근육이 선연한 하체를 가깝게 밀착시켰다. 흠칫, 하며 긴장을 하는 것조차 귀여워 양손에 쥔 발목에 쪽, 입을 맞췄다. 그러잖아도 열 오른 두 뺨이 더 발갛게 채도를 높였다.
“긴장 풀어. 이제 박을 거야.”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도대체 이 좁디좁은 구멍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박아야 하는 건지 막막했지만 해야 했다. 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제, 제발, 천천히!”
돌연 그녀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바짝 긴장한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천, 천천히 해요, 제발.”
설마 얘도 처음인 건가. 남자 친구도 있었고, 연애도 해 봤던 애가?
“너 처음이야?”
의아해 얼굴을 샅샅이 훑으며 묻자 당황해 갈 곳을 잃은 손가락이 둥글게 말려 감겼다. 구태여 재차 묻지 않아도 답을 알 것 같았다.
“…그게 중요해요?”
“중요하지, 당연히. 처음이냐고.”
“…아뇨.”
잠시 머뭇거리던 입술이 작게 달싹였다.
이렇게나 거짓말이 티 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설핏 웃음이 났다. 귀여워서.
“거짓말할래?”
“…거짓말 아니라니까?”
“난 처음이야.”
“거짓말할래요?”
“영광인 줄 알아. 내 23년 순결을 너한테 바치고 있어.”
“웃겨, 진짜.”
제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듯 인상 쓴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구를 맞췄다. 양손에 쥔 종아리를 높이 치켜들고 귀두 끝을 갈라진 음순에 대고 길게 비비자 다시금 붉은 잇새가 벌어졌다. 단단한 기둥이 척척히 젖은 속살에 짓이기듯 비벼질 때마다 그녀는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흐, 으응!”
고개를 숙이고 그 붉은 입술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말캉한 혀를 잇새에 찔러 넣으며, 동시에 아래론 뭉툭한 선단을 질구에 끼워 맞췄다.
“우음!”
이 좁은 구멍에 이게 정말 들어갈 수 있나.
할 수 있다며 내 우기고 봤던 그로서도 좀체 의심스러울 만큼 작은 구멍이었다. 입구의 크기와 제 것의 둘레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안했다. 처음이고, 천천히고 간에, 이건 단번에 쑤셔 넣지 않으면 도무지 방법이 없겠다 싶었다. 하릴없이 젖은 음순을 손가락으로 최대한 벌려 젖힌 후 단번에 아랫도리를 푹 찔러 박았다.
“하읏! 윽!”
갑작스러운 침입에 놀란 여자의 몸이 튕기듯 솟구쳐 오르며 손을 뻗은 그녀가 제 목덜미와 어깨에 매달리듯 안겨들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도 쉬지 못하고 연방 둥근 눈만 깜빡였다.
“숨 쉬어.”
“흐으….”
“숨 쉬어, 정은채.”
하얗게 질려 두 눈을 꽉 감고 발발 떨고 있는 여자의 입술 위에 쪽, 제 입술을 맞추며 낮게 말했다.
“후, 나도 죽겠으니까, 제발 숨 좀 쉬어. 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던 그녀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눈을 맞춰 왔다. 새빨개진 눈망울에 그렁그렁 물기가 어려 있었다. 더불어 원망도 한가득 고여 있었다.
“어떻, 게, 쉬어! 아픈데. 흐으!”
“성질부리지 말고. 구멍 움찔거려서 더 조이잖아.”
“으, 아프다고, 흐응.”
아프다고 칭얼대는 축축한 눈자위를 보고 있자니 선단만 박힌 좆이 얼얼했다. 이대로 더 박을 수도 없었고 빼는 건 더더욱이나 불가능했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으, 음!”
고개를 깊이 숙여 다시 입을 머금고, 혀를 감빨며 키스를 했다. 제 품에 엉겨 붙은 몸이 여전히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바짝 꺾인 허리 아래로 팔을 밀어 넣고 숨을 얽고 불어 넣자 그제야 그녀는 밭은 호흡을 터뜨렸다.
“후으, 읍….”
그 틈을 타 귀두 끝을 슬쩍 더 깊이 박아 넣었다. 선단만 머금고 있던 내벽이 쭈읍, 부푼 살갗을 빡빡하게 빨아들였다. 아니. 곧 닫힐 듯 안으로 파고드는 난폭한 침입자를 튕기고 밀어내고 있었다.
돌연 아찔한 감각이 조바심으로 뒤바뀌어 그를 달궜다. 이대로 밀려나면 답이 없다.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다.
윤제는 제 가냘픈 인내가 기어코 한계에 다다랐음을 자각하며, 그대로 더 깊은 진입을 시도했다.
“아흣! 으응!”
“하, 씹….”
매끈하던 그의 미간이 움푹 파이며 저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내뱉었다. 찔끅, 소리를 내며 좁은 구멍이 억지로 벌어지고 있었다. 고작 길이의 반도 못 미치는 일부만 삽입됐을 뿐인데, 너무 좁고 뜨거워 아랫도리가 끊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씨발, 어쩌지. 끊어질 것 같은데.”
숨을 뱉느라 설핏 떨어진 잇새에서 진득한 침이 고여 흘렀다. 그는 그르릉, 목 긁는 소리를 내며 찬찬히 호흡을 골랐다.
“끊, 흐으… 뭐가 끊어, 져요?”
제 뇌까림에 눈꺼풀을 발발 떨며 묻는 여자의 입술이 색정적인 빛깔로 번들거렸다. 헛웃음이 날 만큼 귀여우면서도 한입에 집어삼키고 싶게 하는 얼굴이었다.
“내 거 끊어 먹겠다고. 그러니까 힘을 좀 빼. 흥분은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네 구멍이 존나 작아서 후우, 넣기가 힘들잖아.”
이럴 것 같아 미리 한 번 빼기까지 했는데, 넣자마자 또 이렇게 사정감이 치밀 줄은 몰랐다. 짧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최대한 오래, 진득하게 이 미칠 것 같은 쾌감을 즐기고 싶었다.
손을 아래로 넣어 판판한 배꼽 아래, 불거진 음핵을 손끝으로 굴렸다. 처음이었지만 기본 이론을 모를 만큼 순진한 편은 또 아닌지라, 이렇게 해야 더 쉽게 삽입이 가능하다는 것쯤은 잘 알았다.
저릿한 감각에 그제야 가쁜 숨을 내뱉은 그녀의 안에 그대로 기둥을 더 깊숙이 밀어 박았다.
“하아, 하…!”
때를 놓치지 않고 허리를 쳐올리자, 헐떡이고 앓는 소리를 내며 제게 달라붙어 안기는 젖은 살결이 뜨겁다. 고개를 조금 더 숙여 주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목에 팔을 감고 입술을 맞붙였다.
“으, 후읍….”
파들파들 떨리는 자그마한 혓바닥이 제 혓바닥을 젖줄처럼 빨아당겼다. 아마도 딴에는 묵직한 통증을 어떻게든 잊어 보려는 발버둥인 것 같았다. 도리어 쪽쪽 빨아 대는 탓에 위아래로 조여 더 야릇한 쾌감을 일으키는 줄도 모르고.
“으, 음!”
작고 갈급한 혓바닥의 움직임에 한껏 장단을 맞춰 주며 최대한 깊은 곳까지 성기를 욱여넣었다. 그녀가 가느다란 허리를 들썩이며 몸을 떨었다. 찢어질 듯 벌어져 가까스로 굵다란 성기를 머금은 질구가 부들부들 떨려 댔다.
가쁘게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키스에 매달리는 그 몸을 바짝 안아 들고 허리를 진득이 움직였다. 진퇴를 반복할 때마다 우둘투둘한 기둥 표피에 찰박하게 들러붙는 점막의 감각이 선연했다. 빡빡하게 성기를 감싼 내벽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성기를 먹어 치웠다. 그럴 때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쾌감이 노도처럼 전신을 덮쳐 왔다. 미칠 것 같았다.
“아흐, 으읏…!”
안으로 움푹 파고들 땐 찔끅찔끅, 억지로 아가리를 벌려 틈을 넓힌 구멍이 다시 허리를 슬쩍 뒤로 물릴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겋게 열을 내며 쩍쩍, 기둥을 붙잡아 좼다. 굵고 긴 기둥이 귀두만 남긴 채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너, 너무 조여.”
입술에 입술을 묻은 채 낮은 한숨을 내쉬며 갈라진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촉, 달래듯 다시 입을 맞추는 숨결엔 퍽 다정함이 묻어났다. 그걸 느꼈는지, 은채도 천천히 젖은 눈꺼풀을 들어 올려 파르르 눈을 맞췄다.
“존나 좋아. 하….”
무심히 고백을 내뱉으며, 움찔대는 내벽에 다시금 푹 성기를 찔러 넣었다. 강한 치받음에 놀란 몸이 튀어 오르고, 윤제는 다시 입을 맞추며 그녀의 전신을 고정시켰다. 처음이니 천천히, 부드럽게, 오래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여 허리를 밀어붙였다.
“하으, 으흑!”
이를 아득 문 채 하체를 푹푹 쳐올렸다. 그 반동에 탐스러운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위아래로 흔들렸고, 바짝 솟은 젖꼭지가 탄탄한 가슴 근육에 맞닿아 비벼졌다. 품에서 팔딱거리며 신음을 흘리는 그녀의 몸을 단단히 끌어안고 허리 짓을 계속 이었다.
구석구석 짓이기듯 비비자 벌겋게 무르익은 내벽이 쩍쩍 기둥에 들러붙었다. 어느새 삽입에 익숙해진 질구가 오물오물 애액을 뱉어내며 경련했다. 분명 정은채도 뭔가 느끼고 있긴 한 모양이었다. 널따란 어깨에 겨우 걸쳐 올린 손가락이 연방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요요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허공에 떠올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염없이 흔들리는 가느다란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고 하체를 밀착했다. 각도가 기울어지자 삽입이 더 깊어졌고, 귀두 끝이 턱 가로막힌 어느 지점을 푹푹, 뭉개자 그녀의 몸이 발작하듯 튀었다.
“아직도 아파?”
“아흑…! 흣!”
“아프냐고.”
“흐윽, 흣! 아파!”
울음인지 신음인지, 애매한 목소리로 내지르는 목소리가 앙큼했다.
“거짓말.”
“하으, 거짓, 말, 아니라고!”
“근데 왜 벌름거려. 왜 조여.”
불거진 붉은 음핵을 애무하고 안쪽으로 푹푹 쑤셔 넣을 때마다 좆을 쥐어짜듯 하는 내벽의 수축이 더 강렬해져만 갔다. 흡사 물속에 있는 것 같은 흥건한 기분이었다. 짜릿했다. 꼭 수영장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가장 빠르게 뻗어 나갈 때처럼.
윤제는 찔끅찔끅, 맞붙은 자리에서 나는 난잡한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지, 너도.”
“흐, 아흣!”
“사실 너도 발정 났잖아. 어?”
“흐읏, 응! 하아!”
미간을 푹 조이는 그의 허리 짓이 빨라졌다.
“하으응, 너무 빨, 라! 하아!”
“씨발, 나는 좋아. 존나 좋아서 미치겠어. 넌 아니야?”
“하아! 좋! 좋으니까, 그만, 하으읏! 아아!”
“좋은데 왜 그만하래?”
기다리던 대답에 아랫도리에 불이라도 붙은 양 피스톤질을 했다. 젖은 살과 살이 맞닿으며 찰박이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절정을 조르듯, 물기 어린 점막이 경련을 했다.
“아흑, 좋아, 아, 하아!”
“그래. 좋으니까 더 배부르게 해 줄게.”
툭툭, 밀어 박을 때마다 불룩해지는 그녀의 아랫배를 한 손으로 푹 덮으며 말했다.
“으으응, 아아! 아!”
기둥을 가득 조이는 쫄깃한 감촉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갔다. 울음기 섞인 신음을 내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좁은 속을 꽉 채운 채 쑤셔 대던 어느 순간, 눈앞에 불똥이 튀었다. 벼락같은 쾌감이 전신을 스쳤고, 동시에 그녀의 안쪽 가장 깊은 곳에서 절정을 맞았다.
“하아…! 하…아….”
긴 숨을 내뱉으며 초점 나간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연갈색 눈동자가 뇌쇄적이었다. 강렬한 절정의 여운에 젖어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내려 눌렀다. 달큼한 향내가 코끝에 진동했다.
헐떡헐떡, 숨을 고르느라 들썩이는 몸이 제 품에서 바르작댔다. 이상했다. 땀과 체액에 흠뻑 젖은 살갗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려 있는데 하나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타인의 몸이 제 곁을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날 만큼의 결벽이 있는 저인데, 왜 이 여자에겐 더럽단 생각이 안 드는지 모를 일이었다. 발정이 났다고밖엔 설명할 길 없는 강한 욕정 때문인 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절정의 오르가슴을 다 느꼈는데, 왜.
“하아, 그만, 빼요.”
이성을 되찾은 그녀가 저를 올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발갛게 부은 입술이 달싹이며 움직이자, 아직 그녀의 몸 안에 들어박힌 기둥이 또다시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어 미간을 움찔거렸다.
“다 했잖아요. 이제, 그만…!”
손바닥으로 제 상박을 툭, 밀어낸 그녀가 먼저 몸을 물리자 안쪽 깊숙이 박혀 있던 기둥 또한 미끈대며 길게 빠져나왔다. 버거운 크기로 벌어졌던 질구가 다시 정숙히 오므라들며 찌르릅, 소리와 함께 찰박한 물기를 흘렸다. 보고 있으려니 한차례 뿌연 정액을 흠뻑 뒤집어쓴 기둥에 다시금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그의 이채 띤 눈빛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시선을 홱 피한 그녀가 그대로 젖은 옷가지들을 챙겨 들곤 몸을 일으켰다. 이미 볼 건 다 봤는데, 뭐가 창피한 건지 귓불까지 얼굴을 붉히곤 몸을 꽁꽁 싸매려는 손놀림이 앙증맞았다.
“그 젖은 옷을 다시 입게?”
“바, 방까지 금방 내려가는데요, 뭐. 상관없어요.”
기막히단 듯 헛숨을 터뜨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지자 눈꺼풀을 끔뻑이는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아 욕실로 향했다.
“씻고 가. 갈아입을 옷 구해다 줄게.”
억지로 끌려오는가 싶더니, 그녀는 욕실 앞에 다다르자마자 쌩, 하니 먼저 그 안으로 들어서서는 문을 쿵 닫아 버렸다. 눈앞에서 문이 닫힌 것도 모자라 달깍,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잠겼다. 들어오지 말라는 듯이.
“뭐 하냐, 너? 이거 안 열어?”
“들어오지 마요.”
닫힌 문 너머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가 없어 잠긴 문고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픽, 하고 터뜨렸다.
아, 씨발…. 말도 안 되게 귀엽다.
새빨개진 얼굴로 문고리의 꼭지를 누르고 샤워기 앞에 서 있을 여자를 생각하니 잠긴 문을 때려 부숴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쏴아. 때마침, 상념을 끊어 내는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억지로 누르고 돌아서며 여전히 팽팽한 좆에 끼워진 콘돔을 잡아 뽑았다. 제 정액으로 가득 들어찬 비닐을 처리하려다 말고, 문득 은채가 세면대 위에 올려놓고 들어간 젖은 옷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윤제의 시선을 멈추게 한 건 다름 아닌 살구색 팬티였다.
속옷도 꼭 저같이 촌스러운 걸 입지.
기다란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젖은 팬티를 들어 올렸다. 무심코 삼각의 꼭짓점처럼 모인 곳을 훑는 눈매가 설핏 가늘어졌다. 전체적으로 젖어 있지만 그곳만 유난히 짙은 색으로 더 푹 젖어 있었다. 그게 뭔지는 뻔했다. 손끝으로 하얗게 고인 물기를 매만지자 미끈거리는 애액의 촉감이 선연했다. 자연스레 조금 전까지 제 성기를 묻고 있던 정은채의 구멍을 떠올리게 했다.
홀린 듯 그녀의 팬티를 쥐고 제 성기 위로 가져갔다.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성기는 또 금방이라도 씨물을 토해낼 듯 불끈거리고 있었다. 그대로 팬티를 기다란 기둥 위에 감싸곤 어루만지듯 잡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씨발.”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귀로는 정은채의 몸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손으로는 그녀의 촌스러운 속옷을 성기에 비벼 대는 자위를 하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이미 두 번이나 사정해 놓고선.
병원에라도 가 봐야 하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 더럽고 불편한 짓이라 여겼던 섹스에 돌연 이렇게 환장을 한 게 설명이 되질 않았다.
와중에도 물에 흠뻑 젖어 있을 정은채의 얼굴과 몸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아득하게 돌았다. 아직도 갈증이 났다. 미쳐도 제대로 미쳐 돌았다.
“후….”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그녀의 체향으로 가득한 속옷을 내려다봤다. 연속된 마찰로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성기의 살갗이 쓰리고 저릿했다. 그럼에도 움직이는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젖은 정은채의 속옷 위에 제 정액을 잔뜩 쏟아 내야만 이 저급한 욕망이 사그라들 게 뻔해서.
그렇게 얼마나 더 흔들었을까. 그는 팟, 터져 나온 뿌옇고 진득한 정액이 제 손과 그녀의 팬티를 흠뻑 적시는 광경을 내려다보며 아랫입술을 거칠게 짓이겼다.
그리고 그 순간. 달카닥, 소리와 함께 수건을 싸맨 채 욕실에서 걸어 나온 은채가 그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읊조렸다.
“하…. 진짜 변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