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100
페네르바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와… 엄청난 도시구나.”
페네르바체와 대결을 위해 이스탄불을 찾은 웨스트햄 선수들은 도시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3천 년 고도의 풍경은 숭고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품은 제국의 도시 이스탄불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도시의 축구팀 팬들은 끔찍했다.
팡! 팡! 파방! 펑! 펑!
“이런 망할 놈들. 도대체 터키 경찰들은 뭐 하는 거야!?”
오래되고 신비로운 도시에 와서 들떴던 마음이 바로 착 가라앉았다.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이상했다.
직원들이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우리들의 진을 빼놓았다.
이스탄불에는 축구팀이 3개 있는데 페네르바체는 그중에서도 팬이 가장 많은 팀이다.
공항 입국장 직원이 페네르바체 팬이라는데 내 올해 연봉을 건다.
“주장! 이러면 우리 오늘 잠 못 자요. 보통 문제가 아니라구요. 매니저에게 강하게 항의해야 해요. 누군가 일부러 경찰을 안 보내는 게 분명해요.”
입국장은 애교였다.
우리가 호텔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몰려온 페네르바체 울트라들이 계속 폭죽을 터트리고 고함을 지르며 약을 올렸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 와서 이런 일까지 당하니 젊은 선수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호텔 지배인이 알겠다고는 하는데 뭔가 수상해. 그 인간도 페네르바체 팬인 거 같아.”
“젠장!”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들에게 포위당했다.
졸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외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뮌헨 때와는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바이언은 절대강자였고 알리안츠 아레나는 쾌적한 처형장이었다.
이스탄불은 상황이 달랐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페네르바체는 이번에 반드시 첫 챔스 조별리그를 통과하겠다는 의욕에 불탔다.
그러려면 반드시 웨스트햄을 이겨야 했다.
그냥 이기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박살을 내야 레알, 바이언과 비벼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는 가장 만만하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이다.
쿵! 쾅! 쾅! 쾅! 피유유유유융!! 펑!
“꺼져라! 잉글랜드의 풋내기들아!”
그뿐만이 아니다.
페네르바체 축구단 자체가 100년 전 이스탄불에서 득세했던 영국인들에게 대항하려고 만든 터키 민족주의자들의 팀이었다.
페네르바체 팬들에게 웨스트햄은 역사로 보나 현실로 보나 반드시 때려잡아야 하는 적이었다.
“내일 본때를 보여주마. 망할 터키 자식들.”
터키인들의 요란한 환영 인사에 경기력이 뚝 떨어져 있던 영국인 선수들이 전의를 불태웠다.
과연 이게 내일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몰랐다.
***
[전 세계 챔피언스리그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조별 예선 3라운드가 벌어지는 터키 이스탄불의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입니다. 경기 전부터 5만 명의 관객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열기네요.] [그만큼 주목을 받는 경기입니다. 오늘 패배하는 팀은 본선 토너먼트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지거든요. 오랜만에 유럽 대항전에서 이름을 떨칠 기회를 잡은 양 팀 선수들은 죽을 각오로 뛰어야 합니다.]어젯밤 잠을 못 잔 웨스트햄 선수들은 이를 갈며 경기에 나섰다.
페네르바체 경기장 분위기가 몹시 험악했지만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약이 바짝 올랐다.
오늘 밤은 이스탄불의 카니발이다.
물론 신에게 바칠 제물은 웨스트햄 선수들이다.
“죽여! 죽여! 죽여!”
페네르바체 팬들은 철조망에 매달려 입장하는 우리에게 쌍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반대편에서는 네이팜탄 폭격을 맞은 듯 홍염이 쭈우욱 타올랐다.
마르마라해에서 불어오는 짭짤한 바닷바람이 매캐한 연기를 머금고 유령처럼 피어올랐다.
펑! 펑! 퍼버벙! 펑!
페네르바체 팬들은 홍염으로는 부족했는지 폭죽까지 터트리며 흥을 돋우었다.
밤새 그렇게 터트렸는데도 아직 많이 남은 모양이다.
“… 은퇴하면 이스탄불에서 폭죽 장사를 해야겠어. 씨발놈들.”
우리는 노랑 검정 깃발이 나부끼는 혼돈의 응원석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우리가 기다리는 건 단 하나였다.
바로.
삐이이이익- !!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됩니다! 페네르바체와 웨스트햄의 운명을 건 승부!]우리는 신중하게 파이브백으로 전반전을 시작했다.
이유는 이 남자 때문이다.
[페네르바체! 아넬카가 측면으로 드리블 돌파합니다!]문제적 프랑스 남자 니콜라 아넬카가 현 페네르바체의 에이스였다.
한때 앙리와 비교될 정도로 프리미어리그를 씹어먹었지만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다가 결국 아시아와 유럽 경계에 있는 팀까지 밀려나서 뛰고 있었다.
[안톤이 아넬카를 막아섭니다! 아! 뚫렸어요!]아넬카가 인성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피치에서는 이기적이지 않았다.
그가 안톤을 유인해서 골대 앞으로 위협적인 패스를 찔러넣었다.
파아아아앙- ! 콰아앙!
[나영웅! 침투하는 툰자이를 막아냅니다! 위험했어요!]나는 터키 공격수 툰자이 샨르를 어깨빵으로 날려버렸다.
덩치가 있는 선수라 골반과 상체를 동시에 이용해서 한 번에 쾅!하고 밀어야 했다.
툰자이가 피치를 구르다가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덤벼들었다.
“이 새끼가 감히!”
“왜!? 뭐? 이 약골 자식아.”
주심이 구경꾼처럼 우리 둘의 충돌을 지켜보았다.
오히려 툰자이의 동료 마르시우가 와서 점잖게 말렸다.
“다들 진정해. 시작부터 이럴 거 없잖아.”
페네르바체는 아넬카 – 툰자이 – 마르시우가 삼각 편대를 이루며 자유롭게 공격을 전개했다.
잘 삐치는 프랑스인과 다혈질 터키인 그리고 점잖은 브라질인이라는 이상한 조합이었지만 이들이 터키리그 최강의 공격진이었다.
[마르시우가 측면을 돌파해 들어갑니다! 아!]콰아아앙!
조지 쇼가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로 마르시우를 막아냈다.
조지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의 최강 공격진들을 상대해왔다.
터키 최강 따위에 쫄지 않았다.
파바밧!
[웨스트햄의 역습 기회! 나영웅이 시작부터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합니다! 초반에는 신중하게 풀어나갈 줄 알았는데요.]졸라 감독은 초반에 신중하게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웨스트햄 선수 중 누구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우리의 인내심은 어젯밤 전부 바닥났다.
“여기! 페넌트!”
페넌트가 오른쪽에서 캐릭과 볼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끌어당겼다.
[페네르바체 선수들이 압박을 시도합니다!]상대가 거칠게 덤벼들었다.
바이언 미드필더 삼인방에 비하면 이들의 압박은 헐거웠다.
페넌트가 드리블로 압박을 뚫어내더니 내 앞으로 볼을 밀어주었다.
[나영웅! 중앙에서 달려가며 그대로 슈티이이이이이잉!!!]뻐어어어어엉!!
오른발을 크게 휘두르고 착지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슈팅을 막을 수 있는 골키퍼가 세상에 딱 한 명 있는데 그가 지금 여기에 없었기 때문이다.
처어어얼썩-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이제 좀 닥치라고 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때였다.
피유유유유우우웅!
[위험해요! 나영웅 선수! 그나마 다행이군요. 경기가 잠시 중단됩니다.]응원단에서 나를 겨냥해 쏜 폭죽이 날아와서 피치에 떨어졌다.
불이 붙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잔디 타는 냄새가 났다.
진행 요원들이 들어와서 서둘러 불을 껐다.
“웨스트햄 5번! 관중을 자극하지 마세요! 또 그러면 퇴장입니다.”
심판의 주의를 무시하고 태연하게 우리 진영으로 돌아갔다.
페네르바체 선수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 놀랄 일은 지금부터였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공격이 펼쳐집니다! 베나윤과 마크 노블이 측면에서 볼을 주고받습니다! 베나윤! 기습적인 크로스!]뻐어어어엉- !!
[저메인 데포의 논스톱 슈팅! 고오오오올~~! 5분 만에 추가 골을 넣습니다!] [페네르바체 0 대 2 웨스트햄]우리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경기에 몰두했다.
나는 중앙에서 수직으로 움직이며 공격 작업을 주도했고 마크와 캐릭은 윙어들과 측면에서 볼을 전개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팽팽할 거라 예상했던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갑니다. 적지에서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웨스트햄. 오늘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원인은 압박이었다.
페네르바체 공격진은 압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우리가 바이언에게 당한 이유는 미드필더진의 압도적인 활동량에 공격진의 조직적인 압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공격진이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앞 공간을 먹어치우고 뒤에서 3미들이 샌드위치로 압박하니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마크 노블! 과감한 드리블 돌파 시도! 페네르바체 또 위기에요!]반면 페네르바체의 압박은 헐거웠다.
1선과 2선이 따로 놀았고 미드필더 개개인의 역량도 떨어졌다.
직전에 바이언을 상대했던 우리는
“어라? 중원에 공간이 많네?”
이렇게 느꼈다.
[마크 노블! 계속 드리블합니다! 그대로 슈티이잉!!]뻐어어어엉- !! 처어어얼썩!
[들어갔어요! 전반전에만 3골을 집어넣는 웨스트햄! 경기장을 찾은 터키 팬들의 마음을 찢어놓습니다!] [페네르바체 0 대 3 웨스트햄]골을 넣은 마크 노블이 달려와서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씨발!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자고 싶어!”
마크 노블은 어제 한숨도 못 자서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영국 신사 마크가 욕을 할 정도면 진짜 화가 났다는 뜻이다.
인간의 심리가 참 재밌다.
이스탄불 공항에서부터 경기 직전까지 하도 방해꾼들에게 당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득도한 것처럼 짜증과 분노가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웨스트햄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바이언에게 참패를 당하고 혼란에 빠진 웨스트햄 선수들을 깨운 건 우습게도 페네르바체 팬들이었다.
삑! 삑! 삐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웨스트햄이 적지에서 3대1로 페네르바체를 물리치고 본선 토너먼트 진출의 꿈을 이어갑니다!]페네르바체는 후반전 아넬카의 득점으로 영패를 면했다.
졸라 감독은 중간에 주전 선수들을 교체하며 여유를 보였다.
“페네르바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우리의 경기력이 살아났습니다.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거 같네요.”
졸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크를 날렸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이스탄불 공항으로 가서 가장 빠른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이곳에 잠시도 더 있기 싫었다.
***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로 C조 2위. 1위는 3연승의 바이에른 뮌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