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113
MSI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죠?
“참아! 영웅아!”
캐릭이 나의 분노를 눈치채고 말렸다.
안톤이 부상으로 당분간 출전이 어려울 텐데 나까지 퇴장을 당하면 큰일 나니까.
“우우우우우우~!!”
“아프리카로 꺼져! 이 고릴라 새끼야!”
드록바를 향한 야유와 욕이 쏟아졌다.
“그 정도로 퇴장!? 누가 봐도 사고였잖아! 심판! 너 돈 먹었어!?”
삐이이이익- !
[주심이 무리뉴 감독에게 퇴장을 선언합니다! 피치에서 쫓겨나는 주제 무리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집니다!]격분한 무리뉴가 피치로 들어와서 주심과 싸우다가 퇴장당했다.
흥분한 첼시 팬들이 피치에 난입해서 경찰들이 투입되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20분 만에 겨우 경기가 속행됩니다. 이런 행동은 곤란합니다. 이제 세계가 지켜보는 프리미어리그 아닙니까?]드록바와 무리뉴가 없는 첼시는 독이 올라서 공격적으로 덤벼들었다.
나는 후반전 내내 포백 라인을 굳게 지키며 수비에만 전념했다.
최종 스코어는 [웨스트햄 1 대 0 첼시]다.
무리뉴는 본인이 자랑하던 [1대0 게임]에서 우리에게 패배하며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웨스트햄 진격의 4연승! 리그 순위 4위로 상승!]2006년 새해부터 웨스트햄의 팀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현 리그 1위 첼시를 꺾은 사건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웨스트햄의 선수보강 소식까지 들려왔다.
두 선수의 영입에 동런던 일대가 흥분했다.
[웨스트햄. 아르헨티나의 신성 카를로스 테베스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전격 영입!]뉴스로 이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원래라면 1년 후에 입단하지 않던가?
나의 활약이 웨스트햄의 역사를 앞당기고 있었다.
알프레드 단장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둘을 영입했다.
사무실에 가니 폴이 아주 신이 났다.
“영웅아. 영입 얘기 들었어?”
“예.”
“아르헨티나리그 전문가에게 들었는데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완전 물건이래. 공수에서 활약이 엄청났다고 하더라. 웨스트햄에 큰 힘이 될 거야. 알프레드 단장. 그 인간이 무슨 바람이 불었지? 그런 대단한 선수들을 거금을 투자해서 사다니. 하하하.”
“…”
알프레드 단장은 둘을 각 1314만 파운드(한화 약 215억 원)의 이적료로 데려왔다.
웨스트햄 구단 관계자들, 팬들 모두 두 선수의 영입에 환호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선수라는 평이었다.
“너는 표정이 왜 그래?”
“뭔가 좀 찜찜해요.”
“두 선수 때문에?”
“…”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웨스트햄에 입단하고 훗날 [서드파티 사건]을 일으키며 유럽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서드파티란 쉽게 얘기하면 선수를 사고파는 구단과 구단 사이에 다른 세력이 하나 더 낀다는 뜻이다.
선수의 가치를 쪼개서 여러 투자자가 분할 소유한다는 개념인데 이적시장의 혼란을 일으킬 위험천만한 꼼수였다.
훗날 FIFA에 의해 금지되는데 주로 남미 선수들이 서드파티로 문제를 일으켰고 지금 대부분의 유럽 축구인은 개념조차 몰랐다.
“일단은 좋은 일이죠. 지켜보자구요.”
나는 일단 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히 흥분해서 길길이 날뛸 테니까.
폴에게 웨스트햄은 구단 이상의 존재였다.
자기 팀에 수상한 냄새를 풍기는 서드파티 선수들이 들어오는 걸 참지 못할 거다.
내 입장은 달랐다.
서드파티 건 아모르파티 건 유로파 우승과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잘하는 선수가 필요했다.
그게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라면 어떻게든 입단시켜 써먹어야 했다.
***
3일 후 입단식 날.
알프레드 단장의 표정이 밝았다.
간만에 웨스트햄 팬들에게 칭찬을 들어서 뿌듯한 모양이다.
구단은 아르헨티나에서 온 두 선수에게 큰 기대를 보이며 기자들까지 불러 입단식을 열어주었다.
웨스트햄에서 이 정도의 성대한 입단식은 처음이다.
1군 선수들은 훈련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구단 사무실로 와서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를 박수로 반겨주었다.
짝- 짝- 짝- 짝-
웨스트햄 응원단도 와서 두 선수를 위해 만든 응원가를 불러주었다.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환대를 받았다.
머리띠를 한 장발의 테베스 얼굴은 참…
사람 얼굴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되지만…
참 정감 있는 얼굴이다.
괜히 한국의 자랑 이천일 선배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축구선수 1위를 두고 다툰 게 아니다.
“저 인간이군…”
문제의 두 남자가 등장했다.
하나는 이번 이적을 성사시킨 피니 자하비.
이스라엘인으로 미노 라이올라와 조르제 멘데스의 선배격인 슈퍼 에이전트다.
자하비는 같은 이스라엘인 요시 베나윤의 이적을 진행하며 알프레드 단장과 친분을 맺었다.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알프레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인간이 악의 원흉이군.”
두 번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이름은 키아 주라브키안.
이란계로 [미디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MSI] 대표였다.
그는 훗날 첼시, 에버튼 등 여러 축구단에 깊숙이 개입하며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이번에 [SC 코린티안스] 구단으로부터 테베스와 마스체라노의 지분을 사들이며 서드파티를 구성한 것도 주라브키안의 작품이다.
“오~~ 당신이 영웅 선수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말 팬이에요. 우리 조카들이 어찌나 HERO 유니폼을 좋아하는지 몰라요.”
“반갑습니다. 자하비 씨. 유니폼 필요하면 사인해서 드릴게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자하비는 업계 최고 에이전트답게 능숙하게 사람들을 대했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적당히 상대해주며 두 남자가 무얼 노리고 있는지 관찰했다.
“영웅 선수. 같은 동양 사람으로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요?”
“같은 월드컵 아시아조에 속해있잖아요. 거기서는 만나지 맙시다. 하하하!”
주라브키안도 나와 친해지려고 애썼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은 이적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으니까.
“자신의 회사를 만들다니. 정말 영리한 결정을 하셨어요.”
“제 회사를 아세요?”
“당연하죠!”
주라브키안이 눈을 반짝였다.
이 인간은 입단식을 핑계로 나와 친해지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나에 대한 조사도 끝낸 듯.
“이제 축구선수들은 팝스타나 할리우드 영화배우와 같습니다. 존재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죠. 그걸 관리해줄 회사는 필수예요. 이렇게 어린 나이에 그런 걸 이해하고 실행하셨다니 대단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유럽에 진출하고 싶은 아시아 기업들이 참 많거든요. 구단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는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제가 한 수 배우고 싶을 정도네요.”
나는 그가 늘어놓는 칭찬을 가만히 듣다가 슬쩍 잽을 날려봤다.
“MSI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죠?”
“스포츠에 투자합니다. 앞으로 가치가 높아질 상품에 미리 투자해 놓고 그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죠.”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선수를 샀다가 되판다는 뜻인가요? 그런 일이 가능해요?”
“아… 개념은 비슷합니다만. 잠시. 잠시만요.”
주라브키안은 경계심이 강한 인간이었다.
내가 잽을 날렸을 뿐인데 깜짝 놀라서 딴청을 부렸다.
우리 둘의 대화는 이 정도 선에서 끝났다.
나도 입단식에서부터 파토를 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나중에 꼭 같이 비즈니스를 하자구요. 우리 둘이 모두 만족할 일이 있을 겁니다. 연락드릴게요.”
입단식 파티가 끝나고 자하비와 주라브키안이 떠났다.
파티에 참석했던 폴이 이렇게 말했다.
“두 분 다 좋은 사람 같아. 우리랑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느껴지더라. 물론 너 때문이겠지만.”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려요.”
“뭐? 뭐가?”
“됐어요.”
폴의 단점이라면 사람의 이면을 잘 보지 못한다는 거.
본인이 순수한 인간이라서 그런 거다.
이렇게 수상한 입단식이 끝났다.
주라브키안이 서드파티와 MSI를 이용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웨스트햄의 전력 보강. 효과가 있을까?] [베일에 싸인 아르헨티나 듀오. 실전 투입은 언제?]영국의 언론이 주목할 정도로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핫했다.
80년대 토트넘에 입단해서 돌풍을 일으켰던 아르헨티나 듀오 오스발도와 리카르도를 비교하며 웨스트햄의 후반기를 견인할 선수들이라고 열을 올렸다.
하지만.
“저딴 놈들은 축구선수도 아니야.”
현실은 달랐다.
그 사람 좋은 졸라 감독이 테베스와 마스체라노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는 대놓고 무시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선수라면 몸 관리를 했어야지. 케빈 코치. 오늘부터 둘에게 전담 피지오와 영양사를 붙여줘요. 딱 한 달 줄 테니까 그때까지 경기 뛸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놔요.”
“알겠습니다!”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아르헨티나리그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다가 돌연 브라질리그 SC 코린티아스로 이적했고 또 반 시즌 만에 갑작스럽게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다.
이런 무리한 일정을 만든 원흉이 MSI일 거다.
원 구단과의 계약 분쟁으로 경기 출장이 불규칙해지고 환경이 계속 변하자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동기부여를 잃고 그동안 그냥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언제 또 이적할지도 모르는데 팀에 희생할 이유가 없었다.
브라질에서 매일 화려한 밤 세계를 즐기다가 갑자기 어느 날 영국으로 보내졌으니 의욕이 생길 리가 없었다.
“알프레드 단장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선수 몸 상태도 체크 안 하고 선수를 사?”
졸라 감독은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가 감독으로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스타 선수 출신답게 스타 선수들, 특히 공격수들의 심리상태를 잘 이해했다.
사고뭉치 테베스가 영국으로 와서 만난 첫 감독이 졸라라는 건 그에게도 행운이었다.
원래 역사에서는 테베스와 마스체라노 둘 다 웨스트햄에서 파듀 감독과 불화를 일으켰고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다가 팀에서 쫓겨났을 거다.
졸라 감독은 서둘지 않고 두 선수가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웨스트햄. 리그 22라운드 아스톤빌라 원정에서 1대1 무승부. 리그 4연승 끝. 아르헨티나 듀오는 어디에 숨었나?]웨스트햄 팬들이 궁금해하는 그 대단한 아르헨티나 듀오는 교체 명단에도 없었다.
경기도 무승부로 끝나자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를 쓰지 않는 졸라 감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두 선수는 지금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경기에 나올 수준의 몸이 완성되면 그때 내보낼 겁니다.”
졸라 감독은 단호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는 한 달 동안 코치들에게 24시간 관리를 받으며 몸을 만들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 달 후.
드디어 두 아르헨티나인에게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이번 독일 원정에 동행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