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153
어이~ 마데이라의 멋쟁이~
[레알 마드리드 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대 첼시]챔피언스리그 4강 중 3팀이 프리미어리그 팀이었다.
유럽 축구계의 변화가 느껴졌다.
“영웅아. 맨유, 첼시, 리버풀 중 어느 팀이 최고야?”
레알 동료들이 나에게 물었다.
지난 시즌까지 저들과 박 터지게 싸웠으니까.
나는 베컴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맨유지. 올 시즌 맨유는 세대교체에 성공했어. 뉴 제너레이션이라고 해도 될 정도야. 특히 호날두와 루니의 성장이 무서울 정도지.”
호날두는 더 이상 더듬이 머리를 휘날리며 발장난이나 치던 포르투갈 촌놈이 아니었다.
휴식기에 신체 개조에 가까운 벌크업을 해서 근육질의 사나이가 되었다.
루니도 맨유에서의 적응을 마치고 호날두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프리롤 공격수로 활약했다.
“무려 7대1이야. 7대1. 맨유 놈들에게 절대 빈틈을 보이면 안 돼. 걔들이 기세를 타면 아무도 못 말려.”
맨유는 8강 2차전에서 AS로마를 7대1로 격파했다.
1차전 홈경기에서 승리했던 로마는 올드 트래퍼드로 와서 맨유에게 학살을 당했다.
그만큼 올드 트래퍼드의 유나이티드는 강했다.
“맨유라… 맨유 좋지… 좋은 팀이지…”
맨유전을 앞두고 불타오른 남자가 베컴 말고 또 있었다.
호날두에게 밀려 퍼거슨에게 버림받은 남자.
“판니 선배. 이번에 퍼거슨 감독님한테 복수해야죠.”
“당연하지. 난 이날만 기다렸어. 영감님이 무슨 실수를 한 건지 내가 똑똑히 보여줄 거야.”
판니스텔루이가 이를 갈았다.
베컴과 판니는 퍼거슨 감독에게 버려진 분노가 남아있었고 이번 대결에서 갚으려는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그런데.
맨유전을 앞두고 기분이 찜찜한 남자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나다.
뚜뚜- 뚜뚜-
“어. 영웅아~ 축하한다.”
“축하해요. 캐릭 주장.”
나는 맨체스터로 떠나기 전 마이클 캐릭에게 전화했다.
그는 이번 시즌 맨유로 이적해서 미드필더의 핵심으로 뛰고 있었다.
나와 캐릭을 팔아서 거금을 챙긴 웨스트햄은 그 자금으로 선수와 직원들에게 겨우겨우 월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성적은 물론 하위권.
“이렇게 챔스에서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러니까요. 그날 멋진 경기해요.”
“물론이지. 그리고 영웅아.”
“예. 주장.”
“이제 나는 더 이상 너의 주장이 아니야.”
“오~ 무서운데요~”
“하하하. 좀 썰렁했나. 어쨌든 너는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야. 웨스트햄에서 뛰던 과거는 치워두고 슈퍼스타처럼 굴라구. 그게 멋있는 거야.”
“후후. 걱정 마세요. 피치에서 만나면 봐주지 않을 테니까.”
“기대할게. 올드 트래퍼드에서 보자.”
뚝-
기분이 진짜 묘했다.
사실 지금도 나는 레알 마드리드가 내 팀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최고 부자 동네에서 귀족처럼 살며 하얀 유니폼을 입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동런던의 구질구질한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다.
이래서 첫 팀이 중요한 걸까.
“다시. 돌아가는 거야. 영국으로…”
***
레알 마드리드는 맨유와의 챔스 4강전을 앞두고 벌어진 2번의 리그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6연승을 달렸다.
바르셀로나전 이후 리그 5경기 무실점 기록도 달성했다.
라모스와 나는 이제 무서울 정도로 척척 맞았다.
여전히 티격태격했고 경기가 끝나면 사적으로 만나는 일도 없었는데 피치에서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
“또 왔구나. 이곳에.”
레알 마드리드 구단 버스가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 도착하자 베컴과 판니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둘 다 퍼거슨에 의해 내쳐졌다는 아픔이 있기에 감정이 각별했다.
반면 나의 감정은 좀 달랐다.
“여기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나는 퍼거슨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솔직히 태양의 도시 마드리드에 살다가 칙칙한 맨체스터에 와보니까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드리드는 축구도 있는 도시지만 맨체스터는 축구만 있는 도시였다.
뭐 살다 보면 동런던처럼 묘하게 정드는 도시일지도 모르겠지만.
“자! 가자! 누가 유럽의 왕인지 보여주자!”
판니스텔루이가 오늘따라 앞장서서 선수단을 이끌었다.
그가 이렇게 팀을 위해 나서는 건 처음이라 동료들도 그를 따랐다.
“우와아아아아아!!”
[전 세계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꿈의 극장 올드 트래퍼드입니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곧 펼쳐집니다!]선수 입장 터널에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얼마 전까지 맨유에서 뛰었던 판니와 맨유 선수들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맨유 유스 출신이자 레전드 베컴과도 묘한 기류가 맴돌았다.
맨유에는 아직도 베컴의 친구들이 뛰고 있었으니까.
나 역시 캐릭과 눈이 마주쳤지만 모르는 척했다.
다들 빨리 경기 휘슬이 울렸으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답게 식전 행사가 있었다.
유명한 주제가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이런저런 행사가 끝난 후에야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삐이이이익- !!
살짝 몸이 식은 상태였는데 맨유가 시작부터 속공을 해왔다.
긱스 – 루니 – 호날두.
퍼거슨의 삼각 편대가 움직였다.
“호날두를 조심해! 전에 나한테 당한 걸 오늘 갚으려는 모양이니까!”
“저딴 포르투갈 촌놈 따위. 너나 조심해!”
나와 라모스는 오늘도 시작부터 투닥거렸다.
호날두가 공을 받아 오른쪽에서 드리블을 쳤다.
카를로스가 덤벼들자 가볍게 제치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호날두! 빨라요! 초고속 드리블 돌파!]호날두는 라모스가 막아서자 헛다리를 몇 번 짚다가 뒤로 볼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다 뺏겼을 텐데.
[루니가 측면에서 볼을 잡습니다! 중앙으로 갑자기 쇄도하는 호날두! 루니의 크로스!!]라리가에서는 볼 수 없는 공격 패턴이었다.
루니와 호날두는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꿔가며 크로스, 스루패스, 드리블, 슈팅을 했다.
[나영웅! 호날두와 공중 경합! 아!]파아아아앙-!
호날두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내 위에서 헤딩을 꽂았다.
다행히 카시야스가 막아냈는데 나로서는 굴욕이었다.
“오늘을 기다렸다. 나영웅.”
호날두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내 가슴에 박힌 레알 마드리드 엠블럼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 녀석 이때부터 레알 병에 걸렸었나 보다.
“어이~ 마데이라의 멋쟁이~ 더듬이 머리는 왜 짤랐어? 졸라 멋있었는데~”
“흥.”
내가 과거 촌놈 시절을 들먹이자 호날두는 콧방귀를 뀌었다.
녀석은 육체만 성장한 게 아니라 정신도 성장했다.
[오늘 화제를 모은 두 한국인 선수의 대결은 아쉽게도 무산됐지만 유럽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센터백 듀오의 대결은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과연 나영웅 – 라모스와 퍼디난드 – 비디치 듀오 중 누가 승리할까요?]김지승 선배는 발목 부상에 이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었다.
국가대표팀에서 툭하면 불러 혹사를 당한 탓이 컸다.
부상 선수에게 장거리 비행은 독약이었다.
리오 퍼디난드와 네마냐 비디치도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우리 공격진은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뻐어어엉- !
[베컴! 얼리 크로스! 골문으로 쇄도하는 판니스텔루이!]판니는 비디치가 부상으로 빨리 뛸 수 없다는 걸 눈치채고 계속 속도 경합을 벌이며 괴롭혔다.
하지만.
파아아아앙- !
[판니스텔루이! 강력한 슈팅! 아~~~ 또 막아내는 판데사르~~ 슈퍼 세이브!]골키퍼 판데사르가 귀신같은 선방쇼를 펼쳤다.
맨유에서 함께 뛰었고 같은 네덜란드 국대 출신이라 판니의 성향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0대0! 전반전 시작부터 난타전을 주고받은 양 팀이 소강상태로 접어듭니다.]전반전 20분.
속공 대결을 펼치던 레알과 맨유가 중원 싸움을 시작했다.
플레처 – 스콜스 – 캐릭의 맨유와 구티 – 디아라 – 베컴의 레알이 맞붙었다.
맨유는 풀백 에브라까지 중원 싸움에 가담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점점 공을 소유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맨유가 주도권을 잡았다.
투우우우웅- !
[루니가 패스 받아서 돌아섭니다! 드리블 돌파 시도! 다시 공격 속도를 높이는 맨유!]피치에 하얀 멧돼지를 풀어놓은 듯했다.
루니는 미친 활동력으로 구석구석을 누비다가 공을 받아 특유의 절구통 드리블을 시작했다.
투박해 보이지만 특유의 리듬이 있어 여차하면 당한다.
지금처럼.
[디아라! 놓쳤어요! 계속 드리블 돌파하는 웨인 루니!]루니가 디아라를 제치고 박스 앞까지 전진했다.
쿵!
라모스가 달려들어 몸통 박치기를 했다.
그런데도 루니는 쓰러지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젠장!”
[루니! 슈팅! 동작으로 속이고 오른쪽으로 패스합니다!]파밧! 팟!
나는 중앙에서 루니를 막다가 속임수를 눈치채고 오른쪽에서 침투하는 호날두에게 달려갔다.
공을 받은 호날두가 순간 팔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어찌나 빠른지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뻐어어어엉- !
[호날두! 나영웅을 앞에 두고 왼발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올~!]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호날두 앞에 있던 축구공이 어느새 우리 골망에 꽂혀 있었다.
메시에게 당했을 때처럼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호날두~~~ 지난 시즌 자신을 꽁꽁 묶었던 나영웅을 앞에 두고 골을 집어넣습니다!] [맨유 1 대 0 레알]“뭐 하는 거야!? 이 멍청아!”
라모스가 와서 한참 지랄을 하는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지금.
“이거… 졸라 열 받네.”
나는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호날두를 빤히 보았다.
녀석은 나를 앞에 두고 보란 듯이 슈팅을 때렸다.
혹독한 신체 개조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나에게 뽐냈다.
삐이이이이익- !!
경기가 재개되었다.
1골을 넣은 맨유는 기세를 올리며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맨유지.”
이번에는 왼쪽에서 노장 긱스가 돌격했다.
호날두 같은 속도는 이제 없었지만 교묘하고 끈적한 드리블로 왼쪽 측면을 파고들었다.
‘!’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내 뒤로 뭔가 빠른 물체가 돌아 들어갔다.
뻐어어엉- !
[긱스의 낮은 크로스! 오른쪽에서 골문으로 쇄도하는 호날두~~~]파아앙!
나는 뒤돌아 뛰어 태클로 볼을 걷어냈다.
어느새 골대 앞까지 접근한 호날두가 아쉬워했다.
0.5초만 늦었어도 또 골을 먹었다.
[맨유의 코너킥이 계속됩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이 호날두에게 애를 먹고 있습니다.]삐이이이익- !
스콜스가 코너킥을 찼다.
골대와 멀리 떨어져 있던 호날두가 앞으로 달려들며 뛰어올랐다.
“그럴 줄 알았다! 이 단순한 녀석아!”
[나영웅과 호날두! 다시 공중 경합! 아! 나영웅이 따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