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176
가고는 일종의 폭탄 카드인 거야
“어!”
메시가 돌아선 나를 보고 당황한 순간 그의 뒤로 빠른 물체가 지나갔다.
투우우우웅- !
[나영웅이 메시를 앞에 두고 마르셀루에게 패스를 날립니다!]나는 볼을 건네고 계속 바르사 진영으로 올라갔다.
나에게 볼이 없자 메시는 추격을 포기했다.
[공격에 가담해서 끝까지 올라가는 나영웅! 거침이 없습니다!]마르셀루가 바르사 우측에서 잠브로타와 1대1 대결을 벌였다.
나는 마르셀루가 발재간을 부리는 시간에 바르사 페널티 박스까지 도달했다.
“막아! 저 녀석!”
바르사의 센터백 푸욜과 밀리토가 당황했다.
판니와 라울을 막기도 벅찬데 나처럼 장신 선수가 골대에 접근하면 부담스러웠다.
결국 푸욜이 나를 막으려고 달려왔다.
푸욜은 수비수의 모범과도 같은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나와 그의 신장 차이가 있었다.
뻐어어어엉- !
[마르셀루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립니다!]푸욜이 나에게 몸을 붙이며 뛰어올랐다.
내가 점프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노련한 플레이였다.
파아앗- !!
나는 푸욜이 미는 힘을 역이용해서 뒤로 비스듬하게 뛰어올랐다.
그다음 시간 차이를 이용해서 날아오는 볼을 이마에 정확히 맞췄다.
촤아아아악- !
[고오오올~! 중요한 시점에 나영웅의 헤딩 골이 터집니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바르사 1 대 1 레알]“…”
푸욜은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니 서 있었다.
나를 견제하려다가 본인이 내 점프 헤딩을 도와준 셈이 되어버렸다.
나는 동료들과 원정석으로 달려가서 요란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전반전 내내 메시에게 눌린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삑! 삑! 삐이이익- !
전반전이 1대1로 끝났다.
우리는 여전히 메시를 막아내지 못했고 바르사는 우리의 피지컬과 신장에 애를 먹었다.
1대1의 팽팽한 균형은 위태로웠다.
한쪽이 실수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거다.
“감독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메시에게 맨마킹을 붙어야 해요. 녀석의 실력이 더 올라왔어요.”
“흠…”
“당장 오늘 경기만 문제가 아니에요. 바르사와 앞으로 두 경기나 남았잖아요. 오늘 경기에서 메시를 철저히 괴롭혀야 나머지 경기에서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메시 녀석. 분위기 타면 아무도 못 막아요.”
“나도 동의한다. 영웅아. 하지만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슈스터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맨마킹은 일류 팀에서는 꺼리는 작전이다.
우리 선수 한 명으로 상대 에이스 한 명을 지우는 작전이라 강팀이 하기엔 영 체면이 구겨졌다.
또 자존심 강한 스타 선수들은 이런 역할을 맡기 싫어했다.
스타 군단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런 역할을 기꺼이 하겠다고 나설 선수는 없었다.
“감독님. 제가 메시를 마크하겠습니다.”
“니가?”
다들 손을 들고 자원한 선수를 보며 당황했다.
그는 바로.
“공주님~ 네가 정말 메시를 막겠다구?”
“그래. 메시는 내 직계 후배야. 녀석이 공차는 걸 어릴 때부터 봐왔어. 나라면 충분히 메시를 막을 수 있어.”
메시를 마크하겠다고 나선 선수는 [아르헨티나 공주님]으로 불리던 페르난도 가고였다.
“그런 뜻이 아니잖아~”
다들 가고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았다.
슈스터 감독마저도.
가고는 공주님이란 별명처럼 이쁘장한 외모에 공도 예쁘게 차는 걸로 유명했다.
거칠고 더러운 짓도 서슴없이 해야 하는 맨마킹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아르헨티나 선수야. 피치에서 하는 더러운 짓이라면 100가지도 넘게 알고 있어.”
“내 말은 그런 더러운 짓을 네가 할 수 있냐는 거야. 너의 직계 후배를 상대로 말이지.”
“각오는 되어있어.”
가고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최근 선발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되었고 가끔 후반전 마지막에 시간끌기용으로 교체 투입되곤 했다.
내가 입단해서 레알 마드리드가 점점 잘나가는 동안 가고의 경력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서 이제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1군 미드필더진 중 퇴출 순위 1호라는 걸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좋아. 페르난도. 네가 그렇게 자신하니까 한번 믿어볼게.”
“감사합니다. 감독님!”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멍청한 실수는 하지 마라. 넌 메시만 막으면 돼. 너의 각오를 메시에게 보여주는 거야.”
“… 예.”
슈스터 감독은 여전히 가고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맨마킹 지원자가 나온 이상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슈스터 감독님. 어쩌면…’
후반전을 치르려고 피치로 돌아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슈스터 감독의 의도를 이제야 완벽하게 깨달았다.
페르난도 가고는 슈스터의 계획에 없는 선수다.
즉 오늘 후반전에만 써먹고 버려도 되는 카드다.
혹시라도 가고가 메시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고 퇴장을 당해도 레알의 다음 경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반면 바르사는 메시가 부상으로 빠지면 2, 3차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슈스터는 그것까지 계산하고 가고를 내보냈다.
“가고는 일종의 폭탄 카드인 거야.”
***
[후반전 양 팀에 변화가 있네요. 레알 마드리드는 페르난도 가고가 오랜만에 나왔구요. 바르사는 에투가 빠지고 앙리가 들어왔습니다.]가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메시에게 접근했다.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팀에서 친분이 있었던 메시는 가고의 절실한 상황을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가고가 무슨 임무를 품고 나왔는지 금방 밝혀졌다.
“아악!”
삐이이이익!!
[파울! 파울입니다! 가고가 메시의 발목을 걷어찼습니다! 고통이 심한 모양이에요. 메시는 웬만해서 저렇게 비명을 지르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대놓고 아킬레스건을 걷어찼어요. 가고 선수. 오늘 평소와 달라 보입니다.]가고는 메시를 쓰러트리고 뻔뻔하게 계속 붙었다.
메시도 오늘 고향 선배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파앗! 파앗!
[메시가 환상적인 드리블로 순식간에 가고를 제칩니다! 라모스와 1대1 승부! 어! 어!]쿠우우웅! 삐이이익- !
제쳐진 가고가 기어이 메시를 따라붙어서 다리를 걸어 쓰러트렸다.
무릎이 뒤틀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반칙이었다.
[페르난도 가고! 옐로카드를 받습니다! 야유하는 바르사 팬들!] [가고가 저런 플레이를 하던 선수가 아닌데요. 하프타임 때 슈스터 감독에게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나요?]“우우우우우!”
메시가 피치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캄 노우의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졌다.
그래도 가고의 초반 거친 수비 덕분에 메시의 움직임이 약화 되었다.
[가고가 오늘 정말 악착같이 메시를 따라다닙니다. 바르사 동료들이 메시에게 패스하지 못하고 있어요.]바르사는 데쿠와 앙리 쪽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앙리는 측면에서 페페와 나 사이의 공간을 호시탐탐 노렸다.
“앙리한테 앞 공간 내주지 마!”
“나도 알아!”
앙리는 일반 스트라이커들과 움직임이 달랐다.
측면으로 빠져있다가 패스를 받으며 안으로 치고 들어가서 슈팅을 때리는 걸 좋아했다.
“앙리가 가속하기 전에 막아야 해! 일단 속도가 붙으면 하느님도 못 잡아!”
“시끄러! 나도 알아!”
나는 페페 뒤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앙리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앙리가 측면으로 빠지자 데쿠가 안으로 들어왔다.
앙리는 최고의 공격수지만 메시가 중심인 바르사 공격진과는 어딘가 삐걱대는 느낌이었다.
“그 부조화가 약점이야!”
파밧!
앙리가 측면에서 사비의 패스를 받았다.
순식간에 페페와 토레스가 앙리를 포위했다.
그러자 앙리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볼을 툭- 툭- 치며 둘 사이를 빠져나왔다.
대단한 개인기를 쓰지도 않았고 그저 상체를 몇 번 흔들었을 뿐인데 둘이 앙리를 놓쳤다.
콰아아앙- !!
[나영웅의 태클! 성공! 앙리에게서 볼을 빼앗아냅니다!]앙리의 드리블 패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스널 시절에 비해 플레이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뻐어어어엉- !
[나영웅! 빼앗은 볼을 전방으로 멀리 차냅니다!]앙리는 나를 빤히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 남은 여유까지 내가 다 빼앗아주지.”
바르사는 계속해서 앙리를 이용해서 공격을 전개했다.
데쿠와 이니에스타가 적극적으로 콤비 플레이를 펼쳤고 앙리는 측면으로 수비수를 끌어들여 중앙에 공간을 만들었다.
[바르사의 공격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포백이었다면 치명적이겠지만 레알 수비의 중심에는 나영웅이 버티고 있거든요. 앙리가 아무리 측면에서 유인해도 중앙에 공간이 생기지 않습니다.]레이카르트 감독의 전술적 실책이었다.
앙리는 앞 공간이 있어야 돌파력이 나오는 선수다.
우리의 탄탄한 파이브백은 앞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앙리와 데쿠의 공격이 계속 실패하자 결국 그들은 오른쪽에 있는 남자에게 마음을 돌렸다.
[바르사가 다시 메시를 이용해 공격을 전개하려 합니다. 하지만 가고의 마크가 정말 타이트합니다! 그동안 수비력과 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오늘은 다릅니다!]“젠장!”
“뭐라구!?”
파앗! 팟! 휘익-
가고는 아르헨티나 선수답게 심판을 속이며 교묘하게 손을 써서 메시를 막아냈다.
같은 팀 선수들까지 놀랄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이젠 공주님이 아니라 마녀였다.
[메시! 유니폼을 붙잡고 늘어지는 가고를 기어이 떨쳐냅니다! 막아서는 라모스!]휘릭- 투우웅!
메시가 비틀거리면서 라모스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빼냈다.
그다음 볼을 잡아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파앗!!
[나영웅이 막았어요! 메시에게 볼을 빼앗아냅니다! 그대로 롱패스 시도~~~!]뻐어어어엉!
나는 메시를 막기 직전까지 우리 최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볼을 잡자마자 주저 없이 차냈다.
오늘 잠잠하던 판니가 귀신같이 뛰어들어 푸욜을 제치고 발끝으로 볼을 밀어 넣었다.
촤아아악- !
[골! 골! 고오오올~! 판니 골~!! 기어이 역전 골을 집어넣는 레알 마드리드! 캄 노우에서 바르셀로나를 앞서갑니다!] [바르사 1 대 2 레알]판니가 활짝 웃으며 우리 진영으로 달려왔다.
저 골만 넣으면 행복한 인간.
“뒤집었어! 우리가 경기를 뒤집었다구!”
[레알 마드리드 역습의 정확도가 무시무시하네요. 단 한 번의 기회를 멋진 골로 연결했습니다.] [메시에게 공을 빼앗아서 한 박자 빠르게 역습을 시도한 나영웅의 플레이가 대단했습니다.]삑! 삑! 삐이이익- !
그걸로 끝이었다.
메시는 가고의 집요한 마크에 시달리며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앙리의 교체 효과도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원정 1차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갑니다. 2대1! 바르사에게는 치명적인 패배입니다.]우리는 캄 노우에서 승리하고 개선장군처럼 마드리드로 돌아갔다.
챔스 결승전 진출을 결정하는 2차전은 7일 후 마드리드 홈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