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206
너와 나의 악연을 끊자. 리오넬 메시
“와아아아아!”
아프리카에서도 나의 인기는 대단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은 아프리카 축구 소년들의 꿈이었으니까.
내가 공을 잡을 때마다 중립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부부젤라도 함께 불었다.
부우우! 부우우! 부우우!
[굉장한 소음이네요. 피치에서 뛰는 선수들이 힘들겠어요.]“더 올라가!”
“뭐라구!? 안 들려!”
“젠장!”
쏟아지는 아프리카의 햇빛과 부부젤라 소리에 정신이 나가버릴 듯했다.
소리를 질러도 서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팀 훈련대로 움직여야 해.”
서로 콜사인에 의존했다간 당한다.
우리가 원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얻은 감각을 믿어야 했다.
파밧- !
[나영웅! 오늘도 파이브백의 리베로로 출전했습니다! 과감한 전진 수비!]그리스는 예상대로 라인을 내리고 특유의 수비 전술로 나왔다.
나는 중앙선을 넘어가 미드필더처럼 뛰었다.
파앙- 파아앙- !
[김지승과 나영웅이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대한민국 중원에 빅리거가 둘이나 있으니까 든든하네요!]김지승은 함께 뛰어보면 정말 탐이 나는 선수다.
당장 우리 바이언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그리스가 물러서고 내가 올라오자 김지승은 알아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 박주형과 투톱처럼 섰다.
김지승은 최전방에서 스트라이커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그리스의 역습을 가장 앞에서 차단하는 역할도 했다.
이러니 감독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어! 어! 나영웅! 계속 전진합니다! 이건 좀…]파밧- !
내가 멈추지 않고 그리스 진영 끝까지 올라가자 그리스 선수들은 물론이고 한국 선수들까지 놀랐다.
하지만.
김지승은 놀라지 않았다.
나의 의도를 눈치채고 그리스 수비수를 끌고 나왔다.
[나영웅과 김지승이 스위칭 플레이를 합니다! 아! 측면에서 이천용의 패스!]나는 이천용의 패스를 받으며 물러섰다.
그리스 선수들은 두 줄로 촘촘하게 서서 버티고 섰다.
“니들 이럴 줄 알았다.”
나는 그리스가 내준 앞 공간에서 편안하게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나영웅! 오른발 중거리 슈티이이잉!!!]뻐어어어엉- !
발을 펴셔 발가락 세 개로 축구공의 중심을 콕 찍어 차는 감각이다.
내가 월드컵에서 때린 첫 번째 무회전 킥이 남아공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스의 두 줄 수비를 깨트릴 최고의 무기였다.
[그리스 골키퍼 초르바스! 낙구 지점을 쫓아 뒤로 물러납니다! 어! 어!]곡사포처럼 날아간 볼이 골대 앞에서 뚝 떨어졌다.
대기의 영향을 받아 떨어지는 궤적이 너클볼처럼 흔들렸다.
처어얼썩- !
[골!!! 대한민국! 골~~~!! 나영웅이 그리스를 상대로 월드컵 첫 골을 터트립니다! 환상적인 무회전 슈팅으로 그리스의 두터운 수비벽을 깨트립니다!] [대한민국 1 대 0 그리스]“나영웅! 나영웅! 나영웅!”
대한민국 응원단이 나의 이름을 외쳤다.
망할 부부젤라 소리를 뚫고 나의 이름이 남아공 하늘로 퍼져 나갔다.
동료들도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완전 미쳤어! 도대체 어떻게 찬 거야!?”
“훈련한 효과가 있네.”
그동안 자블라니를 완벽하게 분석한 보람이 있었다.
데드볼 상황이 아닌 볼이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무회전 킥을 정확하게 차는 훈련에 집중했는데 실전에서 제대로 먹혔다.
[그리스는 이제 라인을 올리고 반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골을 먹은 그리스가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매번 수비만 하던 팀이 갑자기 라인을 올린다고 공격을 잘하는 건 아니었다.
[김정후! 김남인! 협동 수비로 볼을 끊어냅니다! 아! 측면에서 차두희의 오버래핑!]우리는 중원의 싸움꾼 김정후와 김남인이 그리스의 공격을 1차 차단했고 나는 둘을 통과한 자들을 처리했다.
볼을 뺏으면 측면의 스피드 킹.
차두희와 이인표를 이용해서 역습을 전개했다.
우리가 갈고 닦은 파이브백 시스템이 기계처럼 잘 돌아갔다.
[골을 넣은 나영웅 선수가 더 이상 전진하지 않네요. 1골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일까요?]내가 수비진을 지키는 이상 그리스 상대로 1골이면 충분했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스리백 라인을 이끌며 수비에 집중했다.
파아아앙- !
[나영웅! 공중 경합! 또 볼을 따냅니다! 오늘 공중 경합 백프로 성공! 1대1에서도 단 한 번의 돌파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패스 성공률도 백프로, 태클 성공률도 백프로입니다. 경기를 혼자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어요.]나는 그리스의 유일한 공격무기인 장신 스트라이커 하리스테아스를 무력화시켰다.
그도 나름 분데스리가에서 뛰었고 190센티가 넘는 장신이었지만 속도와 기술에서 나에게 압살당했다.
그리스에게는 어떤 희망도 허용되지 않았다.
삑! 삑! 삐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남아공 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에서 그리스를 1대0으로 꺾으며 첫 승을 거둡니다!]결국.
내가 넣은 한 골을 끝까지 지키며 승리를 챙겼다.
스코어는 1대0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대한민국 팬들은 예전처럼 마음을 졸이지 않고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번 경기는 수비수 한 명이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증명하는 경기였습니다. 나영웅을 그리스 팀으로 귀화시키고 싶네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리스 팀 감독 오토 레하겔이 나를 극찬했다.
레하겔은 독일인으로 전에 바이언 감독을 맡았던 적도 있었다.
리베로 전술을 좋아하는 노장 감독이라 그런지 나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
“좋아하긴 일러. 월드컵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우리는 그리스전이 끝난 다음 날 포트 엘리자베스를 떠나 내륙에 있는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했다.
요하네스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불렸다.
이 도시에서 유명한 두 가지는 범죄와 살인이다.
버스를 타고 회색빛 거리를 지나가는데도 삭막한 공기가 느껴졌다.
나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풀지 않고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월드컵 B조 조별 예선 2차전 대한민국 대 아르헨티나]상대가 아르헨티나였기 때문이다.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한국은 메시의 아르헨티나에게 망신을 당하며 참패 한다.
“메시… 메시… 메시…”
이번 생에서 나와 메시는 악연이었다.
내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라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면 좋은 인연이 되었을까?
모르겠다.
내가 메시와 한 팀으로 뛰는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서 리오넬 메시는 언제나 적이었다.
그것도 상대하기 가장 싫은 적.
유럽에서 수비수로 경력을 쌓으며 나는 다양한 공격수를 상대해왔다.
월드클래스부터 2부리그 선수들까지.
나는 공격수와의 대결을 즐겼다.
그들과 몸을 부딪치며 힘과 지혜를 겨루는 게 재미있었다.
대부분 나의 승리로 끝났으니까.
하지만.
리오넬 메시는 달랐다.
그는 일반적인 공격수들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위협적인 공격수지만 그와 반니스텔루이는 같은 차원에 있다.
라울이나 드록바, 앙리, 에투, 루니도 마찬가지다.
다들 좀 더 빠르거나 강하거나 영리하거나 기술이 좋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망할 메시는 다르다.
인체와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외계인을 상대하는 느낌이랄까.
메시는 나와 몸을 부딪치기도 전에 슬그머니 액체처럼 빠져나갔다.
고양이를 품에 안았는데 빠져나가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메시의 드리블 기술과 공격 전략은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았고 완벽하게 독창적이었다.
지금까지 메시와 여러 번 대결하며 팀이 이긴 적도 있고 비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지만 리오넬 메시를 완벽하게 막아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메시… 너는 수비수에게 절망감을 선사하는 나쁜 녀석이야.”
나는 경기 전까지 매일 레더를 뛰며 잔발 훈련에 집중했다.
호텔로 돌아가서는 마사지를 받으며 메시의 드리블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나의 눈뿐만 아니라 나의 세포 하나하나에 녀석의 움직임을 새겨놓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너와 나의 악연을 끊자. 리오넬 메시.”
***
경기 당일.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 스타디움에는 8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리스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열기로 가득했다.
부우우우! 부우우! 부우우!
망할 부부젤라 소리도 그만큼 더 커졌다.
월드컵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보려고 다양한 인종의 축구팬이 찾아왔다.
“영웅아~ 오랜 만이야~~”
“어. 테베즈. 잘 지내냐?”
“맨체스터 너무 심심해~ 재미없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어.”
경기 입장을 앞두고 터널에 나란히 서 있는데 웨스트햄에서 한솥밥을 먹던 카를로스 테베즈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덕분에 살벌하던 통로의 공기가 흩어졌다.
“테베즈. 분위기 망치지 말고 자리로 돌아가.”
“아. 알았어. 주장. 쳇.”
테베즈를 타박한 아르헨티나 선수는 바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였다.
그도 역시 나와 웨스트햄에서 한솥밥을 먹었는데 지금은 아르헨티나 팀의 주장을 맡고 있었다.
“…”
마스체라노가 나를 보며 말없이 이해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국대 팀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기에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인맥이 엄청나네.”
오늘 상대하는 아르헨티나 국대팀 베스트 11중 나와 한팀으로 뛰었던 선수가 절반이었다.
테베즈, 마스체라노, 이과인, 에인세…
거기에 지금 바이언에서 함께 수비진을 맡고 있는 마르틴 데미첼리스까지.
나는 경기 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버릇과 단점을 한국 동료들에게 알려주었다.
“데미첼리스는 뒤에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에 대응이 늦어. 또 경기 중에 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그걸 노려.”
“테베즈는 중앙에서 뛰는 걸 좋아하거든. 계속 측면으로 몰아붙이면 흥분해서 터치가 거칠어지지.”
“마스체라노는 볼을 탈취하면 패스를 서두르는 습관이 있어. 그때를 노려야 해.”
“이과인이 1대1을 걸면 80프로 이상 오른쪽으로 제칠 거니까. 속지 말고 대응해.”
옛 동료들의 약점을 팔아먹는 게 좀 미안했지만 어쨌든 월드컵이고 승부는 승부였다.
사실 아르헨티나 팀의 진짜 약점은 다른 게 아니라 감독이었다.
[마라도나 감독과 하정우 감독의 오랜 악연. 남아공에서 풀리나.] [마라도나. 하정우의 태권도 킥에 복수할 날이 드디어 찾아오다.] [진정한 감독으로 시험대에 오른 마라도나. 펠레의 저주를 깨트릴 수 있을까?]디에고 마라도나.
그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국대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축구를 펼쳤다.
펠레는 대놓고 마라도나 감독을 비웃었고 아르헨티나인들도 반대파가 생겼다.
최고의 선수가 반드시 최고의 감독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이런 엽기적인 포메이션은 마라도나밖에 짤 수 없을 거야.”
경기 전 아르헨티나 출전 선수 명단을 보고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