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38
후반전은 긱스 사냥부터 시작한다
“감독님도 참…”
앨런 감독은 명장은 아닐지 몰라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결과에 대해 선수 탓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잉글랜드 리그에 와서 내 스타일을 유지하며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앨런 감독님 덕분이다.
삐이이익- !!
경기가 재개되자 맨유는 파상공세를 펼쳤다.
최강팀답게 언제 어느 시점에 힘을 집중해야 상대를 죽일 수 있는지 알았다.
“무서운 양반이야…”
맨유 벤치에 있는 퍼거슨 감독을 보았다.
저 양반 밑에서 뛰면 최고의 감독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나의 축구 인생을 선수에서 끝낼 생각은 없으니까.
퍼거슨 밑에서 배우면 최초의 동양인 프리미어리그 감독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
[대런 플레처! 중앙으로 좁혀들며 침투합니다! 슈팅! 하는 척 속이며 스루패스!]맨유가 이번에는 우리의 왼쪽을 공략했다.
플레처가 토마시와 마크를 끌어당긴 후 2선에서 침투하는 솔샤르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러주었다.
파아아앗- !!
[나영웅이 달려 나오며 커트합니다! 방금까지 박스 안에 있었는데 언제 나온 거죠!? 정확한 예측력과 놀라운 스피드!]나는 박스에서 판니를 마크하다가 그를 놔두고 뛰쳐나갔다.
솔샤르가 저 위치에서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기 때문에.
투우우웅- !
[나영웅! 가로챈 볼을 그대로 몰고 올라갑니다! 다시 드리블 돌파!] [무모해요! 과욕입니다!]폴 스콜스와 긱스의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방금 그런 실수를 해놓고 또 드리블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다.
그것도 맨유를 상대로!
뻐어어어엉- !
[나영웅! 갑자기 방향을 틀며 오른쪽 측면으로 패스를 날립니다! 안톤 퍼디난드의 오버래핑!! 빨라요!] [속도만큼은 형 리오보다 낫네요.]“걸렸어!”
나는 긱스가 중앙으로 쏠린 걸 보고 그가 비운 측면공간으로 볼을 찔렀다.
경기 전 훈련한 대로 안톤이 과감하게 치고 올라갔다.
[맨유의 측면이 뚫립니다! 안톤! 높은 지역까지 올라와서 크로스! 저메인이 받아서 슈팅~!]뻐어어어엉- !!
[살짝 빗나갑니다. 실패했지만 멋진 시도였어요.]“쳇.”
박스로 돌아오자 판니가 실실 쪼갰다.
“너 진짜 히어로구나~ 이기적으로 축구 하는 게 마음에 든다. 딱 내 스타일이야.”
“그런 개소리를 언제까지 할 수 있나 봅시다.”
“왜? 난 90분 동안 할 건데?”
일격을 당한 맨유는 되갚아주려는 분노로 타올랐다.
이번에도 선봉장은 긱스다.
그가 있는데 굳이 다른 방법을 쓸 이유가 없었다.
파바바밧- !
[긱스! 현란한 드리블로 웨스트햄의 오른쪽을 유린합니다!]쿠우우우웅- !!
[안톤 퍼디난드! 긱스와 충돌! 심판 휘슬 불지 않습니다! 정당한 차징!]나의 두 번째 드리블 돌파가 효과를 일으켰다.
안톤의 자신감 상승이다.
멋진 오버래핑 후에 크로스까지 성공한 안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는 과감하게 긱스를 어깨빵으로 날려버렸다.
“우우우우우우~!! 망할 자식! 파울이었잖아!”
“안톤! 저놈! 아주 더러운 놈이네.”
안톤을 비웃던 맨유 팬들이 이제는 야유를 쏟아냈다.
그만큼 상대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전반전 35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웨스트햄이 1실점 했지만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진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헉. 헉. 헉.”
피치에 있는 웨스트햄 선수들은 모두 느꼈다.
아직 전반전인데 90분 풀타임을 뛴 거처럼 지쳤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터질 듯했다.
거친 호흡을 상대에게 들킬까 봐 조심스럽게 숨을 골랐다.
반면 맨유 선수들은 미동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결국은 본인이 이길 거라는 걸 안다는 듯.
삐이이이익- !!
[웨스트햄이 첫 번째 코너킥을 얻어냅니다!]저메인이 코너킥을 얻어냈다.
내가 하프라인을 넘어 맨유 진영으로 올라가자 해머스가 환호성을 질렀다.
[대단한 인기네요. 나영웅. 해머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나영웅은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만합니다. 코너킥과 프리킥 기회에서 넣은 골만 15골이니까요.]페널티박스로 들어오자 맨유 선수들이 나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오늘 맨유 센터백 듀오는 실베스트르와 존 오셰이.
몇 년 후 전설이 되는 리오와 비디치 듀오에 비하면 명성이 떨어지지만 지금까지 내가 직접 상대해본 중앙 수비수 중에서는 최고 레벨 선수였다.
투욱- !
실베스트리와 몸을 부딪쳐보고 흠칫 놀랐다.
‘이게 사람이야? 바윗덩이야?’
공격수 판니스텔루이와 몸싸움을 해보고도 놀랐는데 실베스트리의 단단함은 판니 이상이었다.
‘이게… 일류 수비수의 몸이구나.’
이런 몸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수년간 체계적으로 몸의 코어를 강화해야지만 만들 수 있는 몸이다.
최소한 이런 몸을 만들어 놔야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과 비벼볼 수 있다.
뻐어어어어엉- !
코너킥이 올라왔다.
척- 척-
실베스트리와 오셰이가 나를 앞뒤로 막아섰다.
그리곤 양쪽에서 손으로 내 등을 밀고 어깨를 눌렀다.
“젠장!”
[나영웅! 공 근처에도 가지 못합니다! 코너킥 기회를 날리는 웨스트햄!]나는 둘의 방해 공작에 막혀 점프도 뛰어보지 못했다.
둘은 나보다 힘도 강했고 손을 교묘하게 쓸 줄 알았다.
나의 완패다.
“두고 보자.”
전반전 44분경.
맨유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던 우리가 이번에는 코너킥을 내주었다.
“어이~ 꼬마. 코너킥은 어떻게 하는지 내가 알려줄게. 원래 강팀은 이런 디테일에 강하거든. 후후.”
“판니. 게임에나 집중해라.”
“쳇.”
판니가 나를 약 올리자 로이 킨이 한마디 했다.
로이 킨은 주장이 아니라 정말 두목이었다.
로이가 슬쩍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꼬마야. 한 번만 더 드리블을 치고 올라오면 그땐 발목을 부러트려 버린다. 이 동네에서 축구 오래하고 싶으면 명심해.”
나는 로이 킨을 빤히 보며 이렇게 받아쳤다.
“아이고 무서워라. 당신 진짜 아일랜드 갱이에요?”
“뭐! 이 자식아!? 어린 놈이 감히!”
삐이이이익- !!
[무슨 일이죠!? 나영웅과 로이 킨이 코너킥을 준비하다가 몸싸움을 벌입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네요.]경기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맨유 응원단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올드 트래퍼드의 공기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분노와 긴장으로 끓어올랐다.
“각자 마크 놓치지 마!”
뻐어어어엉- !
경기가 속행되고 스콜스가 코너킥을 올렸다.
내가 마크하고 있던 판니가 뒷걸음질을 치더니 허리를 꺾으며 반대 방향으로 뛰어올랐다.
“어딜!”
나는 옆에 있던 오셰이를 오른팔로 누르며 동시에 판니와 경합했다.
파아아앙- !
헤딩 경합이라면 누구에게도 절대로 질 수 없다.
[나영웅! 헤딩으로 볼을 걷어냅니다! 마크 노블! 볼 잡아서 돌아서다가! 아! 뺏겼어요! 솔샤르! 번개처럼 슈티이이잉!]터어어어엉- !
[고오오오올~!! 골대 맞고 들어갑니다! 솔샤르가 맨유의 2번째 골을 터트립니다!] [맨유 2 대 0 웨스트햄]내가 머리로 걷어낸 볼을 마크가 처리하려는 순간 뒤에서 도사리고 있던 솔샤르가 튀어나오며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때려버렸다.
동안의 암살자다운 골이었다.
“흐름이 좋지 않아.”
초반에는 고전했지만 겨우 중심을 잡았고 전반전 끝날 때까지 1실점으로 잘 버텼다고 안심했다.
그러다 종료 직전에 터진 솔샤르의 한방에 웨스트햄은 긴장의 끈을 놓쳤다.
[전반전 추가시간 3분! 긱스가 다시 측면으로 파고듭니다! 안톤이 막아서지만! 뚫렸어요! 긱스가 페널티박스로 침투합니다! 안톤! 맹추격해서 태클 시도!]“안 돼!”
파아아아아악- !! 삐이이이익-!
흥분한 안톤이 긱스의 뒤에서 백태클을 날렸다.
긱스가 발목을 붙잡고 쓰러졌고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제발…”
[주심이 안톤에게 옐로카드를 줍니다.]페널티킥을 내줬지만 그나마 퇴장은 면했다.
그러자 퍼거슨 감독이 격분하며 심판에게 성질을 냈다.
“그게 퇴장이지 어떻게 옐로카드야!? 당신 눈깔 삐었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승리에 대한 탐욕과 집착이 있었다.
결국 판니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3대0이 되었다.
삑! 삑! 삐이이익!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예상대로 맨유가 앞서나갑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웨스트햄도 종종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하지만 선수들의 레벨에서 한계가 명확해 보입니다. 웨스트햄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반드시 대대적인 보강을 해야 할 겁니다.]“안톤! 마크! 영웅아! 고개를 들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축구에선 행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고개 숙이지 말고. 경기 끝날 때까지 자신 있게 뛰어!”
앨런 감독이 휴식시간에 라커룸 연설을 했다.
심각했던 마크와 안톤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다들 처음 느끼는 압박감에 몹시 지쳐 있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감독님. 후반전에는 수비 전략을 바꿔야 할 거 같습니다.”
“어떻게?”
내가 생각한 전략을 말하자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까지 당황했다.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맨유는 강해요. 무모하게 붙지 않으면 1프로의 승리 가능성도 없어요. 어차피 10대0으로 지나 3대0으로 지나 한번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잖아요. 후회 없이 부딪쳐 보자구요.”
“… 좋아.”
“잘 부탁해요. 토마시 선배.”
“흥. 용케도 그런 생각을 했구나. 궂은일은 나한테 맡기고 한번 마음대로 날뛰어봐.”
우리는 다시 올드 트래퍼드의 피치로 나아갔다.
이 전략이 통하지 않으면 10대0이 나올 수도 있다.
삐이이이익- !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양 팀에 큰 변화는 없어 보이는데요.] [나영웅의 수비 위치가 좀 높아졌네요. 센터백을 저 위치까지 올렸다는 건… 도대체 무슨 전략인지.]우리는 5백을 W형태로 좁게 위치시켰다.
나와 마크, 안톤이 전방에서 쓸어주는 역할을 하고 뒤를 토마시와 루퍼스가 지켰다.
토마시와 루퍼스는 속도는 늦지만 노련한 수비수였다.
“헤이~ 꼬마 친구~ 나를 버리는 거야? 섭섭한데~”
나는 판니를 마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다.
바로 이 남자를 제어하기 위해서.
파바바밧- !
나는 잔발로 사이드스탭을 밟으며 긱스를 쫓았다.
간격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직접 붙어보니 안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긱스는 너무 빠르고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우며 믿을 수 없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척-
[아! 긱스의 볼이 처음으로 멈춰 섭니다!]나는 긱스를 사이드라인 끝까지 몰아냈다.
긱스는 하얀 라인에 볼을 걸쳐두고 섰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척- 파바밧– !!
[긱스! 백 패스를 하려다가 드리블 돌파 시도!]후반전은 긱스 사냥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