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40
그때 사이판에서 왜 그랬어요?
“내놔!”
“뭐 하는 거야!?”
“공 내놓으라구! 이 새끼야!”
골을 넣은 저메인이 맨유 골대에서 공을 꺼내 가려고 하자 골키퍼가 막아섰다.
둘이 공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자 양 팀 선수들이 골대로 몰려가 몸싸움을 벌였다.
“우우우우우!”
올드 트래퍼드가 야유로 가득 찼다.
한층 험악해진 분위기에서 경기가 재개되었다.
맨유 선수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싸늘했다.
[해머스가 나영웅의 이름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슴을 뛰게 하는 멋진 플레이였습니다.]스콜스가 볼을 잡고 시간을 끌었다.
크게 이기고 있는 맨유가 서둘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경기를 조율할 타이밍이었다.
파바밧- !!
안톤이 흑표범처럼 스콜스에게 덤벼들었다.
나도 예상하지 못한 과감한 전방 압박이었다.
척- 투웅- !
스콜스는 침착하게 안톤을 피하며 오른쪽 측면으로 패스를 날렸다.
파아앗- !!
[나영웅! 인터셉트! 다시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전생에서 매주 보았던 맨유 경기 덕분에 스콜스의 패스 타이밍과 루트를 본능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나의 가로채기에 기세가 오른 웨스트햄 선수들이 파도처럼 몰아쳤다.
투우웅-
나는 드리블을 치며 로이 킨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발목이 뜨끔하며 날카로운 태클이 나에게 꽂혔다.
뻐어어어억- !! 삐이이이익-!
[로이 킨의 깊은 태클에 나영웅이 쓰러집니다! 괜찮을까요?]나는 공중으로 붕 떴다가 떨어졌다.
스터드가 발목에 닿는 순간 스스로 몸을 띄우지 않았다면 발목이 부러졌을 거다.
“맨유 16번! 파울! 옐로카드.”
양 팀 선수들이 또 몰려와서 몸싸움을 벌였다.
동료들이 나를 둘러싸고 걱정했다.
“영웅아. 괜찮아?”
그때 로이 킨이 웨스트햄 선수들을 밀치며 들어오더니 나를 깔아보며 이렇게 지껄였다.
“꼬마야. 내가 뭐랬니? 까불면 발모가지를 부러트려 버린다고 했지? 여기서 나갈 때는 네발로 기어갈 줄 알아라.”
“이봐! 말이 심하잖아!”
“하찮은 2부리그 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까불고 있어. 쯧.”
로이 킨이 나의 동료들을 대놓고 비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순간 격분해서 이성을 잃어버렸을 거다.
하지만.
나는 다시는 퇴장 당하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다.
피치에서 뛰는 게 너무 행복하니까.
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왔노라~ 싸웠노라~ 집에 갔노라~”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로이 킨이 흠칫 놀라서 나를 보았다.
사람 하나 죽일 눈빛이다.
이 남자는 축구를 안 했으면 사회적으로 큰일 냈을 듯.
나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 사이판에서 왜 그랬어요? 아일랜드 국민한테 쪽팔리지도 않아요? 하긴 당신이 사라진 덕분에 아일랜드 팀이 더 잘된 걸지도.”
“이 어린 새끼가! 죽을려구!”
퍽- !!!
로이 킨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나에게 주먹을 날렸다.
나는 팔로 막았지만 맞은 것처럼 얼굴을 감싸 안으며 쓰러졌다.
“으아악!”
삐이이이이익- !!
“맨유 16번 퇴장! 레드 카드!”
[이게 웬일입니까!? 맨유의 캡틴이 새파란 신인 선수의 얼굴을 가격하고 퇴장당합니다! 방금 말다툼이 있던 거 같은데요?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요?]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로이 킨은 길길이 날뛰다가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맨유 팬들은 당황했고 퍼거슨은 분노의 껌을 미친 듯이 씹어댔다.
로이 킨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사이판에서 마무리 훈련 중 대표팀 감독과 대판 싸우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그때 아일랜드 스포츠 신문에서 로이 킨을 조롱하며 타이틀을 이렇게 썼다.
[왔노라~ 싸웠노라~ 집에 갔노라~]핵심 선수인 로이 킨이 빠진 아일랜드는 오히려 팀 분위기가 좋아지며 예상을 깨고 16강 진출을 이루어냈다.
독불장군 로이 킨이 빠진 게 신의 한수였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그는 조국 아일랜드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그랬으니 나의 말에 이성을 잃을 수밖에.
삐이이이익- !
11대 10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맨유 4 대 1 웨스트햄]후반 30분.
점수 차는 3점.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 포함 대략 20분.
“마크! 올라가! 우리가 중원을 장악하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어!”
나는 마크에게 손짓했다.
로이 킨이 빠진 맨유의 중원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는 단순히 거친 수비만 하는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중원을 누비며 온갖 궂은일을 처리하는 일꾼이었다.
스콜스의 볼 배급이 빛날 수 있는 건 뒤에서 로이 킨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웨스트햄이 선수를 교체합니다. 윙어들을 빼고 중앙 미드필더를 투입합니다. 깊숙한 위치에서 수비에 전념하던 마크 노블도 올라갑니다.] [앨런 감독은 원래 경기 중에 전술 변경을 잘 하지 않는 타입이거든요. 이런 도박을 하다니 의외네요.]우리는 숫자 싸움으로 맨유의 중원을 질식시키려 했다.
스콜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사방에서 압박해오는 상대를 혼자 상대할 순 없었다.
플레처와 네빌이 중원으로 들어와 도왔지만 마당쇠 로이 킨의 공백은 컸다.
[웨스트햄 선수들이 중원을 장악합니다! 경기 후반! 주도권을 잡은 웨스트햄! 마크와 캐릭이 중앙 돌파를 감행합니다! 아! 네빌의 거친 태클!]삐이이이익- !
마크와 캐릭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맨유 진영을 뚫어내자 네빌이 노련하게 반칙으로 끊었다.
네빌은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는 걸 아직 몰랐다.
“우와아아아아아!”
[프리킥을 얻은 것뿐인데 원정석의 해머스가 열광합니다! 이미 골을 넣은 듯한 반응이네요.]“나영웅! 나영웅! 나영웅!”
[바로 저 선수가 있기 때문이죠. 올 시즌 프리킥으로만 14골을 넣은 공포의 수비수. 나영웅이 프리킥 위치로 올라갑니다.]올드 트래퍼드에 나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우리 팀의 그 누구도 프리킥을 넘보지 않았다.
다들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맡겼다.
척-
위치는 골대와 28미터 떨어진 정면.
좌측 우측 가운데.
어떤 방향이든 노릴 수 있다.
나는 공을 붙잡고 공기압을 체크하고 외관을 살핀 후 조심스럽게 잔디 위에 띄워 놓았다.
공기 주입구를 수평으로 정 가운데 위치하게 놓는 건 기본이다.
문제는 아직 어떻게 찰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거.
‘무회전? 인프런트? 인사이드? 오른쪽? 왼쪽?’
위치가 너무 좋은 게 오히려 문제였다.
“후우우우~”
숨을 길게 뱉어내며 상념을 몸에서 빼냈다.
어깨가 가벼워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다섯 걸음 물러나서 수비벽 너머 맨유 골대를 보았다.
그다음 시선을 거두고 다섯 걸음 앞에 놓인 축구공을 보았다.
축구공에 집중하며 머릿속으로 모든 걸 지워버렸다.
수비벽도 골키퍼도 심지어 골대까지도.
보이는 건 오직 축구공뿐이다.
제대로만 찬다면 골키퍼의 신도 나의 슈팅을 막을 수 없다.
삐이이이익- !
“흡.”
숨을 멈추고 다섯 걸음을 걸어가 볼을 때렸다.
[나영웅! 프리킥 시도! 어! 갑자기 왼발을!?]뻐어어어어엉- !!
나의 선택은 왼발 인사이드킥이었다.
공을 때리는 순간 복사뼈가 찌르르 울렸다.
마지막에 왼발을 틀며 강한 스핀을 먹였다.
촤아아아아악- !!
[나영웅의 왼발 프리킥이 맨유의 골망을 흔듭니다!] [오른발 무회전 슈팅을 예상했는데… 왼발 슈팅이라니… 도대체 이게 가능한 기술인가요!?] [양발 킥의 정확성을 뽐내는 나영웅!] [맨유 4 대 2 웨스트햄]수비벽을 살짝 넘긴 슈팅이 강한 회전을 먹고 뚝 떨어지며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머릿속으로 그린 이미지 그대로였다.
동료들이 몰려들어 나를 끌어안고 난리가 났다.
“진정해요. 누가 보면 역전한 줄 알겠어요.”
나는 전광판 시계를 확인했다.
후반 38분.
이기고 싶었다.
삐이이이익- !!
경기가 재개되자 퍼거슨의 전술 변화가 드러났다.
판니만 전방에 놔두고 모두가 물러나서 수비에만 전념했다.
굳히기 전술.
“우우우우우우~!”
맨유 팬들까지 야유를 쏟아냈다.
2부리그 팀을 상대로 수비 축구라니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우리는 기세를 몰아서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맨유가 내려앉아 굳히기에 들어가자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저메인이 몇 번의 찬스를 잡았지만 맨유의 밀집 수비 앞에 번번이 무너졌다.
맨유는 노련하게 수비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결국.
삑! 삑! 삐이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FA컵 8강전에서 맨유가 웨스트햄을 4대2로 꺾고 4강에 진출합니다! 홈팀이 승리를 거두었는데도 올드 트래퍼드에는 야유가 쏟아집니다. 경기 내용 때문이겠죠?] [막판 웨스트햄의 무서운 추격을 다소 비겁한 방법으로 막았다는 비난이겠죠. 하지만 1명이 빠진 맨유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쉽게 패했지만 역시 이 선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죠?] [나영웅. 동양에서 온 젊은 수비수가 보여준 화려한 플레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맨유를 상대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골 넣는 수비수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내년에 웨스트햄이 승격하면 프리미어리그에 선을 보일 텐데.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결국.
맨유의 밀집 수비에 막혀 우리는 FA 컵에서 탈락했다.
화가 나지는 않았고 오히려 홀가분했다.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알게 된 경기였다.
“다시 올 땐 반드시 이겨주마.”
나는 올드 트래퍼드를 떠나며 다짐했다.
***
FA컵 맨유전 이후 나영웅은 영국 전체의 관심을 받았다.
FA컵은 2부리그와는 관심도가 달랐다.
영국의 유명 축구 방송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도 나영웅의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방영했다.
특히 왼발 프리킥 장면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왔다.
[나영웅이 과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까?]전설적인 은퇴 선수들이 패널로 출연해서 이런 주제로 토론까지 벌였다.
대략 [프리킥과 헤딩 득점력은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2부리그 때처럼 과감한 오버래핑은 못 할 거다.]로 정리되었다.
슈퍼 루키 라이벌 나영웅과 호날두의 첫 대결도 화제를 모았는데 일단 나영웅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어라. 한국에서도 난리네.”
한국의 대형 포털사이트에도 나영웅의 기사가 메인에 걸렸다.
그동안 2부리그에서 활약할 때는 유럽 축구 동호회 카페 정도에서만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보니 관심을 끌었다.
***
나영웅의 맨유전 활약은 유럽 축구계의 두 거물의 가슴에도 불을 질렀다.
그때 올드 트래퍼드에서 직접 경기를 본 두 남자가 나영웅을 만나기 위해 비밀리에 런던을 찾았다.
나영웅은 자신이 그 둘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둘과의 만남으로 나영웅의 축구 인생도 요동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