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76
웨스트햄이 잘나가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
“우우우우와아아아!”
[맨유 진영으로 올라가는 나영웅에게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집니다!]나는 천천히 프리킥 위치로 향했다.
지나치게 심장이 뛰면 킥의 정밀도에 영향을 받으니까.
프리킥 지점은 골대로부터 약 27미터 떨어진 오른쪽.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다.
[나영웅이 프리킥 위치에 서서 양손으로 축구공을 잡고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이제는 유명한 루틴이죠.] [그렇습니다. 나영웅의 신중한 태도를 보면 최고의 재료를 고르는 미슐렝 요리사 같습니다.]언제나처럼 공기 주입구를 찾아서 잔디 위에 평평하게 놓았다.
무회전 킥을 때릴지 결정한 건 아니지만.
맨유 골키퍼는 미국인 팀 하워드.
다음 시즌에 네덜란드 골키퍼 판데르사르에게 밀려날 안타까운 운명의 남자였다.
“미안하지만 우리도 갈 길이 바빠.”
나의 이번 프리킥이 하워드의 몰락을 더 부추기게 될 거다.
공으로부터 정확히 네 걸음 물러나서 골키퍼와 수비벽 위치를 확인했다.
루니가 파 포스트를 지키고 있다는 게 특이했다.
내가 파 포스트를 노리지 못하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거다.
하워드는 중앙에서 살짝 니어 포스트로 치우쳐 있었다.
짧은 회전 슈팅과 무회전 슈팅을 막겠다는 의도.
삐이이이익- !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척- 척- 척- 척-
[나영웅이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볼에 다가갑니다! 아! 오른발 슈팅!]뻐어어어어엉- !!
[이게 뭐죠!?]처어어어얼썩~
나의 프리킥에 모두가 경악했다.
특히 수비벽을 쌓고 있던 맨유 선수들이 가장 놀랐다.
[고오오오오올~!! 나영웅이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넣습니다! 하워드 골키퍼.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습니다. 완벽하게 당했어요.] [수비벽 아래로 찰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앞으로 나영웅을 상대하는 팀들은 골치가 아프겠어요.]나는 점프하는 수비벽 밑으로 낮고 빠른 슈팅을 찔러넣었다.
수비벽 위만 바라보고 있던 하워드는 밑으로 빠져나오는 볼에 꼼짝없이 당했다.
“나영웅! 나영웅! 나영웅!”
[맨유 1 대 2 웨스트햄]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양팔을 휘저으며 해머스를 흥분시켰다.
올드 트래퍼드의 열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일당백의 기세가 필요했다.
[맨유가 즉각 반격합니다! 스콜스와 로이 킨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옵니다.]맨유 선수들은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결코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
강력한 위닝 멘탈리티로 점수를 따내기 위해 파상공세를 벌였다.
[웨인 루니가 패스를 받아 왼쪽을 돌파합니다! 혼란에 빠진 웨스트햄!]스미스와 루니가 측면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해왔다.
우리의 가장 약한 왼쪽을 부수려는 거다.
하지만.
콰아아아앙- !
[루퍼스!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 루니의 공격을 차단합니다!]기세가 오른 루퍼스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왼쪽을 지켜냈다.
레드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거친 수비였는데 루퍼스는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절묘하게 강도를 조절했다.
“모두 내려와! 이번만 막자!”
우리는 전방에 저메인 데포만을 남겨두고 모두 내려와서 전원 수비에 몰두했다.
페넌트와 구드욘센도 몸을 던지며 수비에 임했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전 종료 10분을 남기고 로이 킨과 퀸튼을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며 최후의 승부수를 날렸다.
게리 네빌까지 윙어처럼 최전방으로 올라와 측면에서 무한 크로스를 날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웨스트햄! 굉장합니다! 골키퍼 알렉산데르부터 모든 선수가 몸을 던져 맨유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이렇게 집중력이 좋은 팀이었던가요?] [반드시 이 경기를 잡겠다는 집념이 느껴집니다. 과연 누가 이런 강한 정신력을 팀에 심어놓았을까요?]후반전 45분.
올드 트래퍼드의 전광판 시계는 멈췄다.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지자 맨유 선수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경기 끝나고 퍼거슨 영감에게 헤어드라이기질 당할까 봐 두려워서일까.
맨유 선수들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1.5배 빨라졌다.
아직도 저런 힘이 남아있다니.
“안 돼!”
[웨인 루니! 드리블 돌파 성공! 왼쪽을 기어이 뚫었습니다! 골대로 파고들며 왼발 슈팅!!]뻐어어어어엉- !
종료 직전.
루니가 순간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가 루퍼스를 제치고 벼락같은 슈팅을 때리는 순간.
모든 웨스트햄 팬들이 눈을 가렸다.
파아아아앙- !!
[펀칭으로 막아내는 알렉산데르 골키퍼! 미친 슈퍼 세이브!]“으아아아! 나를 물로 보지 마!”
루니의 강력한 슈팅을 알렉산데르가 펀칭으로 쳐냈다.
골대 앞에 모여 있던 모두가 그걸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파아아아앙! 뻐어어어어엉- !
나는 튕겨 나온 볼을 재빨리 차버렸다.
[나영웅이 걷어낸 볼이 전방의 저메인 데포에게까지 날아갑니다! 클리어가 아니라 롱패스였어요! 아! 리오 퍼디난드!]휘릭- 뻐어어어엉!!
오늘 볼을 거의 만져보지 못한 데포가 맨유 진영에서 나의 패스를 받아 돌아섰다.
위험을 감지한 리오가 덤벼들자 데포는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때렸다.
처어어어얼썩-
[고오오오오올~!! 저메인 데포의 시즌 20호 골이 터집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멋진 터닝 슈팅!] [맨유 1 대 3 웨스트햄]터치라인에 서 있던 퍼거슨 경이 입을 꽉 다물며 고개를 저었다.
90분 내내 서서 응원하던 해머스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일주일 만에 완벽하게 복수에 성공했다.
삑! 삑! 삐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웨스트햄이 맨유를 꺾고 무려 25년 만에 FA컵 결승전에 진출합니다!]우리는 올드 트래퍼드의 피치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감정이 격해져서 울먹이는 선수도 있었다.
그만큼 값진 승리였다.
“오늘 승리는 베테랑 수비수 루퍼스 브레벳 선배 덕분입니다. 그의 노련함이 없었다면 호날두가 왼쪽에서 미쳐 날뛰었을 것이고 우리는 일주일 전처럼 힘든 경기를 했을 겁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땡큐~ 루퍼스~”
경기 후 MOM 인터뷰에서 나는 루퍼스를 거론했다.
이는 루퍼스에 대한 감사도 있지만 조지 쇼를 자극하는 의도도 있었다.
어린 조지가 더 뛰어난 수비수가 되려면 루퍼스 같은 베테랑들의 지혜를 익혀야 했다.
***
저녁 경기를 끝내고 인터뷰까지 마치고.
우리는 맨체스터를 떠나 동런던으로 돌아왔다.
자정이 넘어서야 런던에 도착했는데 중간에 잠을 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어젯밤에 피치에서 쏟아낸 아드레날린 때문에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밤이었다.
“우리가 맨유를 이기고 FA컵 결승전에 진출하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아.”
특히 동런던 출신의 [성골 해머스] 마크 노블은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놀랍긴 하겠다. 네가 아는 웨스트햄은 평생 결승전 근처도 가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 맞아.”
마크 노블이 태어나서 지금 나이가 될 때까지 웨스트햄은 결승전은커녕 매년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약팀의 대명사였다.
내가 끝내 무관으로 끝나는 마크 노블의 인생을 이번 생에서는 크게 바꿔 놓을 거다.
마크 노블이 평생 꿈꾸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승선도 이번 생에서는 이룰 수 있을 거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결승전을 준비합시다. 첼시 놈들에게는 꼭 갚아줘야 할 빚이 있으니까.”
나의 말에 선수들이 전의를 불태웠다.
우리의 FA컵 결승전 상대는 숙적 첼시였다.
***
[웨스트햄! 3연승! 리그 막판 4위 경쟁 합류! 4위 리버풀과 승점 4점 차.]FA컵 준결승에서 맨유를 이긴 효과는 컸다.
우리는 주춤했던 리그 경기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막판 승점을 쓸어 담았다.
4위 리버풀 60점
5위 웨스트햄 56점
6위 에버튼 55점
리그 종료까지 2경기를 놔두고 단 1장 남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기 위해 세 팀이 경쟁했다.
“계산이 간단해서 좋네. 우리는 남은 2경기를 무조건 이겨서 승점 6점을 확보하고 리버풀이 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2승을 해도 리버풀이 똑같이 2승을 하면 4위를 차지할 수 없었다.
다행히 골득실에서는 우리가 리버풀보다 +2골을 앞서고 있어서 승점이 같아지면 우리가 유리했다.
[37라운드. 웨스트햄 2대1로 포츠머스전 승리. 리버풀은 아스널에게 1대0 패배. 승점 1점 차. 에버튼은 블랙번과 무승부. 사실상 4위 싸움 탈락.]4위 리버풀 60점
5위 웨스트햄 59점
6위 에버튼 56점
마지막 한 경기를 남기고 리버풀을 승점 1차까지 추격했다.
첼시가 2위 아스널을 압도적으로 앞서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한 후라 프리미어리그 팬들의 관심은 온통 4위 싸움에 집중되었다.
[EPL 04-05시즌 38라운드 최종전]풀럼 대 웨스트햄
리버풀 대 아스톤 빌라
2005년 5월 15일 오후 3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이 같은 시각 리버풀과 런던에서 동시에 킥오프됐다.
리버풀이 홈에서 아스톤 빌라를 이기면 웨스트햄과 풀럼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4위 확정.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챙긴다.
웨스트햄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려면 무조건 풀럼을 이기고 리버풀이 지거나 비기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최소한 무승부를 해서 승점 1점을 따고 리버풀이 지면 승점 동률에 골 득실차로 4위를 차지하는 방법도 있긴 있었다.
허나 리버풀의 패배를 기대하기에는 의외의 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위협이 웨스트햄을 강타했다.
그 위협은 바로 풀럼 선수들이었다.
콰아아앙! 삐이이이이익- !!
[주심!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합니다! 시작부터 반칙과 옐로카드가 난무하네요! 풀럼 선수들! 가족의 원수라도 만난 듯 웨스트햄 선수들을 거칠게 몰아붙입니다!]“헤헤헤. 다른 건 몰라도 너희들이 챔스 진출하는 꼴은 우리가 절대 못 보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최종전을 만들어 줄 테니까. 기대하라구. 히히히.”
“미친놈들.”
풀럼 선수들은 월드컵 결승전에 나온 것처럼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다.
원래 축구에서는 가까운 지역일수록 사이가 나쁜 법이다.
풀럼 선수들에게 같은 런던팀 웨스트햄은 야릇한 존재였다.
애초에 넘사벽인 첼시와 아스널에게는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같은 쩌리 출신인 웨스트햄이 잘나가니까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배알이 꼴렸다.
우리가 망해도 웨스트햄이 잘나가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는 뒤틀린 경쟁의식이 폭발했다.
[예상을 깨고 풀럼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웨스트햄!]상황을 뒤집을 대책이 필요했다.
“볼 이리 줘!”
나는 큰소리로 골키퍼에게 소리쳤다.
앞으로 75분 후.
챔피언스리그 진출 팀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