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80
가자. 팬들한테 인사해야지.
“가짜 9번 전술이다.”
[아! 또 막히네요! 아깝습니다! 그나저나. 방금 최전방에서 졸라의 움직임이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가짜 9번 전술이네요.] [가짜 9번이요?] [그렇습니다. 과거 FC바르셀로나 크루이프 감독 시절의 라우드럽이 하던 플레이와 비슷했습니다. 결승전에 이런 묘수를 가지고 나올 줄이야… 졸라 감독 대단합니다.]나는 졸라와 철의 포백을 무너트릴 방법을 구상했다.
앞으로 몇 년 후 펩 과르디올라와 리오넬 메시가 등장해서 가짜 9번 전술로 전 유럽을 제패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졸라에게 가짜 9번의 개념을 설명했다.
졸라는 천재답게 즉시 나의 아이디어를 이해했다.
데포는 빠르지만 움직임이 직선적이고 패스와 연계가 약한 전형적인 포쳐형 공격수였다.
졸라가 그 자리에서 공을 소유하며 수비진을 끌어당기고 침투하는 동료에게 킬러 패스를 찔러주는 게 첼시에게 더 치명적이었다.
뻐어어어엉- !
[이번에는 왼쪽에서 구드욘센이 파고듭니다! 어! 이건 또 뭐죠!?]졸라의 쓰임새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드욘센과 졸라는 순간 포지션을 바꾸며 첼시 수비진을 흔들었다.
피지컬이 좋은 구드욘센이 박스로 들어와 9번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고 졸라가 왼쪽으로 빠져나와 윙어처럼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어어엉- !
[구드욘센! 바이시클 킥!! 아~~]파아아앙!!
졸라의 기습적인 크로스를 구드욘센이 공중에서 몸을 던지며 차넣었다.
그러나.
체흐의 손끝에 또 걸리고 말았다.
“아아아아아~”
웨스트햄 팬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탄식했다.
기발한 전술로 수비를 흔들고 강력한 슈팅을 때려 넣어도 통곡의 벽에 막혔다.
오늘 체흐는 신들렸다.
야신.
“돌겠네.”
처음으로 초조함을 느꼈다.
오늘 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유니폼과 스터드가 비에 흠뻑 젖어 몸도 무거웠다.
“정신 차려. 나영웅.”
갑자기 부모님이 떠올랐다.
한국 시각으로 지금은 새벽 5시.
아빠와 엄마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아들을 응원하고 계실 거다.
이번 생에서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그 나영웅이 바로 내 아들입니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아들.
우리 부모님은 그럴 자격이 있다.
그리고.
“현지도 지금 나의 경기를 보고 있겠지?”
분식집 소녀 현지도 떠올랐다.
그녀도 지금 두 손을 모으고 경기를 보고 있을 거다.
오늘 경기가 끝나면 곧 한국으로 돌아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떠들썩한 입국 행사나 방송 섭외, 팬클럽 행사, 유명인들과의 만남…
이딴 것들은 전혀 관심 없다.
현지와 분식집에서 떡순튀를 먹으며 마음 편하게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녀의 고민도 들어주고 진로 상담도 해주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발걸음도 맞춰 보고.
그러다가 손이라도 잡으면 현지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겠지.
뻐어어어어엉- !
“나영웅! 뭐 하는 거야!?”
“아아아악!”
척-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는데 램파드가 앞에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나는 태권도 앞차기 하듯 발을 들어 올려 얼굴로 날아오는 강력한 슈팅을 받아냈다.
대포알처럼 날아가던 볼이 내 발에 닿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척 달라붙었다.
“그럼. 가볼까.”
[나영웅! 환상적인 트래핑으로 슈팅을 막아냅니다! 그대로 드리블 돌파!]파바바밧- !!
나는 첫 스프린트만으로 램파드를 따돌렸다.
마크와 캐릭이 좌우로 벌어지며 팔을 들어 올렸다.
저 앞에서 졸라가 나를 향해 내려왔고 오른쪽에서 페넌트가 침투했다.
여기서 내가 확인해야 할 건 단 하나였다.
“마케렐레는 어디 있지?”
‘!’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마케렐레가 왼쪽에서 덤벼들었다.
척- 파아앙!
나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패스하며 그를 피했다.
굳이 미친개와 싸워봐야 나만 다치니까.
[나영웅! 캐릭에게 패스하고 계속 전진합니다! 엄청난 스피드! 저렇게 빠른 수비수가 또 있을까요!?]앞에 철의 포백이 보였다.
그 뒤에 버티고 있는 통곡의 벽도.
저걸 무너트리지 못하면 우리는 오늘 패배한다.
투우우웅- !
[캐릭이 달리는 나영웅 앞으로 볼을 돌려놓습니다!]세상에서 가장 저평가된 미드필더 마이클 캐릭이 완벽한 리턴 패스를 보냈다.
주는 타이밍, 속도, 공의 회전까지 완벽했다.
“체흐의 왼발을 보라고 했지.”
[나영웅! 달리면서 그대로 오른발 슈티이이이잉!!!]“여기선 안 보이잖아! 젠장!”
뻐어어어어엉- !!
일종의 오기였다.
나는 좌우 회전을 주지 않고 공의 중심을 발등으로 강하게 때렸다.
톱스핀이 곱게 걸린 볼이 총알처럼 날아가 체흐의 손에 박혔다.
파아아앙- !
[나영웅의 중거리 슈팅이 또 체흐의 손에 걸립니다! 아!]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비에 젖은 축구공이 체흐의 손에서 빠져나가 골대로 굴러 들어갔다.
툭- 투우욱- 툭-
[고오오오오오올~! 나영웅의 환상적인 30미터 중거리포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습니다! 한국인 천재 수비수가 FA컵 결승전에서 역사를 씁니다!] [첼시 1 대 1 웨스트햄]나는 웨스트햄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팬들이 나의 주제가를 부르며 구호를 외쳤다.
“영웅이 돌아왔다~ 우리들의 업튼 파크로~ 저기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에게 우승컵을 안겨주기 위해~ 이스트앤드로 왔다네~ 보비 무어가 천국에서 내려 보내준 히어로라네~”
짝- 짝- 짝- 짝-
나는 마에스트로처럼 양손을 휘저으며 더 소리 높여 부르게 했다.
경기에서도 응원에서도 첼시에게 질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은 30분.
“반드시 이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일격을 당한 첼시는 거칠게 나왔다.
우월한 피지컬을 앞세워 중원에서부터 지배력을 발휘했다.
쿠우우우웅- !
“마크! 일어나!”
“미안해. 영웅아.”
“아니야. 잘하고 있어. 마크!”
마크와 캐릭은 첼시 3미들에 비해 피지컬이 딸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내가 있었지만 사실 센터백처럼 움직였기에 실질적으로 오늘 중원을 책임진 건 마크와 캐릭 둘이었다.
둘이 단내나게 뛰어다니며 첼시의 3미들을 상대한 거다.
“졸라! 더 내려와서 공을 받아줘요!”
“오케이!”
졸라가 10번 위치로 내려와서 3미들을 만들자 바로 마케렐레가 와서 철썩 붙었다.
“징그러운 놈.”
전에도 졸라는 마케렐레에게 걸려들어 경기에서 지워졌었다.
“근데. 이번에는 좀 다를 거다.”
[어!? 졸라가 중앙선을 넘은 위치까지 내려오네요. 이건 또 무슨 작전이죠?]원톱 졸라가 우리 수비 진영까지 내려가자 마케렐레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이제 우리 최전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척- 척- 척- 척-
이번에는 내가 움직였다.
내가 중앙선을 넘어 최전방으로 뛰어가자 웨스트햄 팬들이 열광했다.
뭔지는 몰라도 곧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수비수 나영웅이 졸라와 포지션을 바꿉니다.]“압박해! 압박! 졸라가 돌아서지 못하게 만들어!”
무리뉴 감독이 터치라인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다.
곧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예감.
뻐어어어엉- !
[로벤이 측면을 돌파해서 크로스를 날립니다!]내가 전방으로 올라가자 첼시가 기습 공격을 펼쳤다.
박스 안에서 드록바와 토마시가 다시 붙었다.
쿠우웅- !
드록바의 어깨빵을 맞고 토마시가 비틀거렸다.
그 틈에 드록바가 슈팅을 때리려는데.
콰아아앙- !!
[안톤 퍼디난드! 과감한 태클로 드록바를 막아냅니다!]안톤이 완벽한 커버플레이로 볼을 빼앗아 졸라에게 패스했다.
안톤은 나와 유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 땀을 흘리며 개인 훈련을 해왔다.
그의 발전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파앗- ! 뻐어어어엉- !
[졸라가 볼을 받아서 원터치로 멀리 차냅니다!]괜히 지안프랑코 졸라의 별명이 [마법사]가 아니다.
그는 본능적으로 흐름을 읽고 한 박자 빠르게 전방으로 롱패스를 날렸다.
역습하던 첼시 선수들이 다급히 물러났다.
“이 놈이 어디서 감히!”
“꺼져! 아카데미의 배신자!”
졸라의 패스가 날아오자 첼시 골문 앞은 전쟁터가 되었다.
나는 존 테리와 공중 경합을 벌였다.
휙- 파앗! 척- 휙!
내가 유니폼을 잡아당기면 테리가 손으로 쳐냈고 테리가 내 어깨를 잡으면 내가 밀쳐냈다.
“온다!”
반드시 이 볼을 따내야 한다.
부우우웅- !
나는 존 테리를 밀치며 힘껏 뛰어올랐다.
[두 선수가 공중 경합을 벌입니다! 아!]파아아앙!
나는 백헤딩으로 볼을 쳐냈다.
백스핀이 걸린 볼이 첼시 골문 앞에 떨어졌다.
애매한 위치라 체흐가 잠시 망설이는데.
촤아아아악- ! 뻐어어어엉!!
[저메인 페넌트! 슬라이딩하며 슈팅!!]나는 착지하며 그 장면을 보았다.
페넌트가 젖은 잔디에 멋지게 미끄러지며 발끝으로 볼을 밀어 넣는 장면.
통곡의 벽이 무너졌다.
[고오오오오오올~!! 저메인 페넌트의 역전 골!! 아스널의 문제아가 FA컵의 영웅이 됩니다!] [첼시 1 대 2 웨스트햄]“영웅아~!!”
페넌트가 골을 넣고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가 달려와 격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축하해! 멋진 골이었어!”
“고맙다! 영웅아! 정말 고마워!”
“내가 고맙지. 가자. 팬들한테 인사해야지.”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웨스트햄 응원석으로 향했다.
팬들이 페넌트의 응원가를 불러주었다.
“웨스트햄의 천재 윙어 저메인 페넌트~ 아스널의 벵거는 지금 땅을 치며 후회할 거야~~ 이제는 늦었어~ 페넌트는 우리 동런던의 아들이니까~”
아스널의 문제아가 이제는 동런던의 아들이 되었다.
페넌트는 팬들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고아나 다름없는 그에게 팬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리뉴 감독! 교체 선수를 투입합니다! 선수들에게 강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네요!] [자존심이 상할 겁니다. 유럽 최고의 전술가로 칭송받았는데 오늘 전술에서 밀렸거든요.]나는 후반전 10분을 남기고 교체로 들어온 조 콜에게 다가가 염장을 질렀다.
“선배~ 이번 여름에 우리 팀으로 와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시끄러워.”
“첼시에 있으면 주전자잖아요~ 맨날 10분씩 뛰는 게 좋아요? 왜 그러고 살아요~”
“닥치라고 했다!”
퍼억-!
“아악! 심판! 조 콜이 사람 팹니다!”
[나영웅과 조 콜이 거친 몸싸움을 벌입니다! 둘이 친한 사이 아니었나요!?]진짜 열 받은 조 콜이 성질을 내며 나를 밀쳤다.
나는 엄살을 떨며 더 염장을 질렀다.
[첼시가 총공세를 펼칩니다! 하지만 웨스트햄의 수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영웅이 이제는 깊숙한 위치에서 수비에만 전념합니다.]굳히기에 들어가자 우리 수비 시스템의 완성도가 드러났다.
측면을 힘들게 뚫으면 내가 버티고 있었고 그렇다고 정면을 뚫어도 결국 나를 만나야 했다.
나는 센터백과 미드필더 가운데서 수직으로 움직이며 모든 공격 시도를 차단했다.
통곡의 벽은 첼시에만 있던 게 아니었다.
그리고.
삑! 삑! 삐이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04-05시즌 FA컵 결승전에서 웨스트햄이 첼시를 2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합니다!]